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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임금이 사랑했으나 왕비가 되지 못했던 여인들

칠궁에 잠든 일곱 여인의 사연을 펼치다
[맛있는 서평]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홍미숙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 다음으로 큰 사당인 칠궁에는 임금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일곱 후궁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은 운 좋게 왕위를 이어갈 왕자를 낳았으나 끝내 왕비가 되지 못했던, 그래서 죽어서도 임금 곁에 잠들 수 없었던 일곱 여인의 삶을 연민과 공감의 필치로 그려낸다.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의 왕위를 승계한 27명의 임금 가운데 왕비 소생은 15명에 불과하며, 12명은 방계 혈통이다. 왕비가 왕위를 이어갈 대군을 낳지 못하면 후궁 소생의 아들이 왕위를 이어갔다.

 

1부 ‘실제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에서는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칠궁에 들지 못한 공빈 김씨, 경종의 생모로 궁녀에서 왕비까지 초고속 승차한 희빈 장씨, 무수리 출신으로 최장수 왕 영조를 낳은 숙빈 최씨, 명문가에서 간택되어 순조를 낳은 수빈 박씨를 다룬다.

 

2부 ‘추존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은 손자 능양군이 왕위를 이음으로써 인생의 만추를 맛본 인빈 김씨, 아들 효장세자가 정조의 양부가 된 덕분에 추존왕 진종의 어머니가 된 정빈 이씨, 추존왕 장조(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어머니 순헌황귀비 엄씨를 다룬다.

 

 

 

 

특히 선조의 후궁 공빈 김씨와 인빈 김씨의 엇갈린 희비가 눈길을 끈다. 선조의 제1후궁으로 광해군을 낳은 공빈 김씨는 광해군이 15년 1개월이나 왕위를 지켰음에도 인조반정으로 폐위되면서 칠궁에 신주조차 모셔지지 못했다. 그러나 인빈 김씨는 임진왜란 때 신성군을 잃고 왕위 계승의 희망을 접었음에도 손자 능양군이 인조가 되면서 칠궁의 가장 웃어른이 되었다. 살아서도 라이벌 관계였던 두 후궁의 엇갈린 명암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

 

저자 홍미숙은 그동안 조선왕조 이야기를 꾸준히 집필했으며, 이번 책은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의 여인들》, 《사도,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조선이 버린 왕비들》,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의 전작을 잇는 다섯 번째 조선왕조 이야기다. 저자가 직접 발품 발아 답사한 궁궐과 능묘의 사진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홍미숙 지음, 글로세움,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