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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평균 나이 69살의 배우들, 무대를 휘젓다

소단샘문화예술극단, 풍류정인 <해어화 사랑으로 이루다>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내가 얼어 죽을지언정

정을 준 오늘밤 더디 새어라

근심 쌓인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창을 여니 복숭아꽃 피어나도다

도화는 시름없어 봄바람에 웃는구나 ”

 

무대 위에서 시조 한가락이 울려 나온다. 기생을 다른 말로 ‘해어화(解語花)’라고 불렀는데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이다. 비록 천민 출신이지만 이들은 예의범절은 물론 시, 그림, 문장에도 뛰어났으며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거문고, 가야금도 잘 탔다. 또한 그들은 고전에 관한 지식과 정치적 상황까지도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풍부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노류장화라 아무나 꺾을 수 있는 신분이었지만 그들에게도 사랑은 존재했으며 지조와 절개가 있었다. 이번 무대는 그러한 기생들의 이야기다.

 

어제 7월 15일(목) 저녁 7시 30분, 서울 광화문아트센터에서는 소단샘문화예술극단(단장 김명호)의 풍류악극 2탄 풍류정인 <해어화 사랑으로 이루다> 공연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객석을 꽉 메우진 못하였지만 이날 공연은 평균 69살의 배우들이 열정을 담은 연기와 낭송으로 극을 이끌어갔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 사이에선 절로 흥이나 큰 손뼉이 터져 나왔다.

 

 

 

 

 

 

‘프롤로그 –명옥, 박효관 시조’로 시작하여 기타와 고가신조 <만전춘 쌍화점>, 두향과 퇴계 이황의 시조극 <운초와 김이양>, 시조 <명기 및 무명시인>으로 쉼 없이 이어지며, 무용과 거문고ㆍ대금 연주가 어우러지는 한판의 휘드러진 공연은 관객의 눈을 무대에서 떼지 못하게 했다.

 

출연자들은 퇴직한 뒤 손자들 돌볼 나이에 연극판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각고의 노력으로 나이를 극복한 멋진 실버배우들임을 증명해냈다. 공연 내내 마이크를 놓지 않은 78살 최고령 배우 강민자의 음성에서 30대 못지않은 힘과 열정을 느꼈다.

 

이번 공연의 큰 특징은 해설자가 불쑥 말을 던지고 무대 뒤로 들어가 버리는 일반 공연과는 달리 해설자 강민자 씨가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한편에 앉아 친절하고 맛깔스러운 해설로 객석의 눈을 붙들어두는 매력을 뿜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연 전체를 시조와 연결 지으면서도 시조창이 아닌 시조를 구수한 음성으로 낭송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시조에 익숙하지 못한 관객들이 쉽게 시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면서 현재 월하문화재단 사무국장과 선비문화기획 대표를 맡고 있는 현역 전문 국악인 예찬건 명인이 함께한 것은 이번 공연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와 함께 끊임없이 거문고와 대금의 합주가 이어짐으로서 공연의 맥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더 나아가 고려가요 ‘만전춘’을 기타 연주자 이수정 씨가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하여 들려준 것과 윤명화 무용단의 구명서, 송주연, 권미선 씨가 부채춤과 극흥무를 춘 것은 신의 한 수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공연 진행에서 약간의 흠을 잡는다면, 공연 중간에 가야금을 무대에 놓으려고 나온 스텝에게 환한 조명이 비친 점, 두 사람의 출연자가 가운데를 멀찌감치 띄어 놓고 공연하는 모습 등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런 옥에 티는 그저 타일뿐 이번 공연의 훌륭함을 덮을 수는 없을 일이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종로 연건동 강민영(60) 씨는 “공연 내내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공연진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급의 열연을 보여준 출연진에게 큰 손뼉을 보낸다. 퇴직한 뒤 열정을 뿜어내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든다. 나도 곧 정년인데 이분들을 롤모델로 삼고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