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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으 무삼 죄랴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2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동초제>란 판소리의 한 유파(流波)를 가리키는 말로, 김연수(1907~1974) 명창이 기존의 바탕 위에 새롭게 구성하였고, 그의 제자, 오정숙과 <동초제 보존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승됐다는 이야기와 20세기부터 판소리의 연극적인 특성이 <창극>의 공연양식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판소리는 1인의 북 반주에 맞추어 창자 혼자 부르던 성악(음악)곡이었다. 그러다가 연극적인 특성이 주목받으면서 2인의 대화(對話)창이나 3인 이상의 분창(分唱)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더 발전하여 오늘날과 같은 <창극>의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크게 확산한 것이다.

 

이를 판소리의 발전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여하튼 창극의 공연 형태가 판소리의 발전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판소리의 창극화가 판소리 확산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과정, 곧 판소리의 창극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소리꾼이 바로 <동초> 김연수 명창이다.

 

 

이번 주에는 동초제 심청가 한바탕을 완창해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소리꾼, 이경아 명창이 <임방울 경연대회>에서 부른 곽씨 부인의 유언 대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조선조 순조(1800-1834) 때의 문헌, 관우희(觀優戱)에는 현존 판소리 5대가를 비롯하여, 12마당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중에 소리가 널리 퍼진 뒤에 문헌에 소개되기 때문에 실제로 소리가 불리기 시작한 시기는 적어도 숙종이나 영조 무렵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줄잡아 300여 년 전에는 이미 판소리가 불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심청가>는 이야기의 내용이나 전개가 비교적 명랑한 평조나 우조의 소리제보다는 슬픔을 전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계면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동편제 소리보다는 서편제 소리 중심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서편제 소리 계보는 박유전을 시작으로 해서 이날치-김채만-박동실-한애순으로 이어져 오는 계보가 있고, 또 한쪽은 박유전에서 정재근-정응민을 통해 정권진, 성우향, 성창순, 조상현 등으로 이어진 계보가 있다.

 

동초 김연수가 새롭게 짠 <동초제>는 기존의 심청가를 바탕으로 사설을 첨가, 확대하였고, 여기에 가락이나 장단을 새롭게 구성한 소리제로 이면(裏面)과 연기력을 중요시하는 극본으로 널리 활용되어 온 것이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관련 자료들을 참고해 주시기를 바란다.

 

 

2021년, <임방울 경연대회>에서 젊은 소리꾼 이경아는 <심청가 중 유언대목>을 불러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그 대목의 사설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참고로 박유전을 시작으로 이날치-김채만-박동실-그리고 한애순으로 이어진 심청가 가운데, <곽씨부인의 유언대목>을 먼저 감상해 보고 이어서 동초제를 감상하기로 한다.

 

<한애순의 유언대목>

 

<아니리> 사지 못할 줄을 짐작허고, 가군의 손길을 잡고 세세 유언을 다 할 적에-,

<진양> “가군의 손길을 부여잡고“ 아이고 영감, 우리 둘이 서로 만나 해로 백년을 살까 허고, 앞 어두신 가군께서 내가 조끔 범연(차근차근치 못하면)하면 노염 찌기(노여움이 끼이기) 쉽겄기로 남촌, 북촌 품을 팔아 극진 공대를 허잤더니, 천명이 이뿐이던가, 인연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가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애통함을 어이허리?,

저 아기 자라나 제발로 걷거들랑, 앞세우고 길을 물어 내 무덤 앞을 찾아 와겨(와서) 모녀 상봉을 시켜주면, 혼이라도 한이 없겄소, 저 아기 이름을 <심청>이라 불러주오. 차생의 미진한(이 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한)을 후생으로 다시 만나 이별 없이 사사이다. 헐 말은 장차 무궁허나 숨이 가뻐서 못하였소.” 잡었던 손길을 스르르르 놓고,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린 아기를 끌어안고, 혀도 차고, 낯도 대고 문지르며, “천지도 무심코 귀신도 야속허다. 니가 먼저 삼기거나(태어나다의 옛 말,) 내가 조끔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철천지 깊은 한을 널로 하야 품게가 되니,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으 무삼 죄랴”(이하생략).

 

아래는 같은 대목의 동초제 사설 내용이다. 동초제의 사설을 따라가 보면 내용은 같되, 전달하는 표현방법이 세세하여 구체적이고 사실적임을 알수 있다.

 

『그때여 곽씨 부인은 해복헌 초칠일이 다 못되어 찬물에 빨래허기, 조석취반 허느라고 외풍을 과히 쐬어 산후별증이 나는 듸, 만신이 두루 붓고 호흡천촉허여 식음을 전폐허고 정신없이 앓는구나』

「곽」『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가군님, 만신이 아퍼, 아매도 나는 못 살것소』

「효」 심봉사 겁을 내여 문의허여 약도 쓰고 백가지로 서둘러도 사병이 무약이라 죽기로 난 병이니, 일분효차 있으리요. 병에 점점 위중허니, 곽씨 부인 또한, 살지 못헐 줄, 짐작허고, 눈물을 지으며 유언을 허는 듸,

[진양조]

「효」 가군의 손길을 부여잡고

「곽」 후유

「효」 한숨을 길게 쉬며

「곽」 아이고 여보 가군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신 가장, 일신해로 백년봉양타가 불행만세 당허오면, 초종장사 헌 연후에, 뒤를 쫓아 죽쟀더니, 천명이 그뿐인지, 인연이 끊쳤는지 할 일 없이 죽게 되니, 내가 아차 죽게 되면,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지 헐 곳 바이없어, 지팽이를 찾어 짚고, 때를 찾어 다니다가 돌에 채여 넘어지나, 구릉에도 떨어져서 신세자탄 우는 모양을, 나죽은 혼백인들 참아, 어찌 듣고 보며, 명산대찰 신공 드려 사십 후에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못 보고, 원통히 죽게 되니, 멀고 먼 황천길을 앞이 막혀 어이가리, <중략>

「곽」 천지도 무심코 귀신도 야속허다. 니가 진즉 생겼거나, 내가 좀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의 무삼 죄냐. 내젖 망종 많이 먹고, 후사를 전허여라. <아래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