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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그리고 행사

판소리경연대회 최우수상 이효녕, 정통 판소리 할 것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제27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열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창자가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로 엮어 발림을 곁들이며 구연하는 고유의 민속악” 이것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판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해 낸 말이다. 하지만, 판소리는 이 말 한마디만으로 규명하지 못하는 엄청난 우리 겨레의 보물이다. 판소리는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제2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올랐다. 판소리 말고 전 세계 그 어떤 성악이 혼자 8시간을 완창하며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것이 있다는 말인가?

 

판소리를 보존ㆍ전승하려고 1971년에 만든 단체가 바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는 1902년 조선시대의 성악단체인 ‘협률사’와 '조선성악연구회'가 30년의 명맥을 이어오다가 일제에 의해 해산되고 40여 년 만에 재탄생한 것이다. (사)한국판소리보존회가 지난 토요일(10일)과 일요일(11일) 이틀에 걸쳐 제27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성황리에 열었다. 

 

 

이번 경연대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새로 만든 단체 부분으로 대상을 받은 20여 명의 ‘철원군장애인판소리합창단’이었다. 이들은 불편한 몸인데도 씩씩하게 단가 사철가를 부르며 하나임을 드러내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5명으로 꾸려 최우수상을 받은 김미라 외 4명이 소리도 대단했지만 20여 명의 장애인이 하나 되어 부른 사철가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대상을 준 것이다.

 

또한 학생부 경연자들은 일반부 못지않게 소리 내공을 뽐내 청중들이 끊임없이 추임새를 넣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아쉽게 상을 받지 못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청중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시상식 직전에 축창을 부를 수 있게 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어린이들은 배운 지 일곱달 된 대전 중리초등학교 1학년 김민솔과 배운 지 다섯달 된 천안 용암초등학교 3학년 이효주로 사설 하나 틀지지 않았음은 물론 아니리와 너름새도 깜찍스럽게 해 청중들의 열광적인 큰 손뼉을 받았다. 이 어린이들은 고향임 명창의 지도를 받고 있어서 머지않아 소리꾼으로 대성할 것임을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명창부에서 가장 큰 최우수상을 받은 이효녕(38) 씨는 경연 내내 청중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소리를 했음은 물론, 심사위원들이 한결같이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해줄 정도로 완벽한 내공을 보여주어 시상식 전에 이미 큰 상이 예견되었었다.

 

이효녕 씨는 상을 받은 직후 “이렇게 좋은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정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고향임 대회장님이 요새 오랫동안 판소리를 하던 분들이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다른 데에 눈을 돌리지 않고 정통 판소리에 더욱 정진하는 그런 소리꾼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열면서 (사)한국판소리보존회는 대회장인 보존회 고향임 대회장을 비롯하여 조동준 집행위원장, 유영대 심사위원장 등은 한결같이 이 대회가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게 강조한 까닭은 심사과정이 말해주고 있다. 본선 7명의 심사위원은 각자 태블릿 컴퓨터에 점수를 입력하면 곧바로 모니터에 심사위원별로 점수가 공개되며, 최고점수를 준 1명과 최저점수를 준 1명씩 뺀 나머지 5명 심사위원 점수의 합계가 경연자의 점수로 밝혀져 한 치의 잘못도 끼어들 수가 없게 만들었다. 그에 더하여 심사위원의 제자는 경연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든 ‘회피제도’도 부정 요소를 크게 줄여준 방식이 되었다. 또 심사위원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수궁가’ 예능보유자 김수연 명창, 국가무형문화재 ‘흥보가’ 예능보유자 이난초 명창 등이 함께 해주어 이 대회의 권위를 보여주었다.

 

 

유영대 심사위원장(전 국악방송 사장, 현 고려대학교 교수)은 심사 소감에서 “일반부는 명창부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공력을 선보였고, 초등부를 비롯한 학생부의 소리가 학생의 소리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 기량을 보여주어 앞으로 우리 판소리의 장래가 무척 밝음을 말해주어 기쁘기 그지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판소리 경연대회가 있다고 해서 들어와 봤다는 한형숙(57, 강남구 삼성동) 씨는 “공력이 수십 년 쌓인 소리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학생들이 소리는 물론 아니리와 너름새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또 다른 경연대화와 달리 단체부가 있는데 20여 명의 장애인들이 씩씩하게 사철가를 부르는 것을 보니 이 경연대회가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도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어 흐뭇했다.”라고 감탄했다.

 

“1902년에 고종황제의 내탕금으로 경희궁 홍화문 앞에 ‘소춘대(春臺)’라 불린 희대(戱臺)가 건축되었는데 육당 최남선은 이 희대를 일컬어 ‘조선 최초의 극장이요. 한참 시절 런던의 로얄희대, 비엔나의 왕립극장에 견줄만한 국내 유일의 국립극장인 것만은 사실이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서구식 극장을 표방한 소춘대(春臺)가 건립됨에 따라 그곳에서 연희할 광대와 기생들을 모아 만든 예인(藝人)들의 결사체라 할 수 있는 협률사(協律社)가 결성되었다. 이 협률사에는 김창환, 송만갑, 이동백, 강용환, 김채만, 장자백, 유성준, 허금파, 강소향 등의 판소리 명창과 경서도 명창으로 가무별감을 지낸 박춘재, 문영수, 이정화, 홍도, 보패 등이 함께 참여하였다. 따라서 115년 전의 <소춘대(笑春臺)>를 오늘날에 복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첫 국립극장인 "소춘대(笑春臺)" 극장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우리 민족문화를 계승하면서 겨레의 얼을 되살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는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제27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 조동준 집행위원장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