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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장군님 명은 하늘, 소장 명은 금일 장군전에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3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좌창으로 부르는 <적벽가>의 내용 중, 적벽 전투에서 크게 패한 조조와 그의 군사들이 화용도(華容道) 좁은 길에서 관우(關羽)에게 잡혀 목숨을 구걸하는데, 관우는 조조 일행의 길을 열어주고 말머리를 돌렸다고 이야기하였다.

 

적군을 생포했으나 돌려보냈다고 하면, 과연 누가 이긴 것인가? 개선장군의 늠름한 자세로 돌아와 환영받아야 할 관우의 측면에서 볼 때, 조조를 놓아주고 빈손으로 돌아온 그를 대하는 시선이 궁굼하기만 하다. 그의 승리인가? 아니면 그 난관을 어떻게든 뚫고 되살아 간 조조의 승리인가? <적벽가>가 던져주는 대의(大義)란 참으로 크고 멋지다.

 

경기좌창으로의 <적벽가> 내용은 이미 소개하였거니와 같은 대목을 정권진 명창의 판소리로, 관우와 조조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경기좌창과는 달리, 판소리에서는 시작 부분부터 벌써 연극을 감상하듯, 관우와 조조 두 사람의 대화가 <아니리>로 진행되고 있다, 아니리란 창(唱)이 아니라, 말로 하는 곧 대사 부분이다.

 

조조의 부하들이 “전후좌우가 복병이고, 진퇴유곡입니다. 전일 승상(조조)께서는 관공에게 깊은 은혜 있사오니 극진히 빌어 보라.”는 권고였다. 이 권고에 조조 하릴없이 빌 차로 들어가는 듸, 그 정상이 비참하기 짝이 없겄다. 비는 대목은 중모리로 진행된다.

 

<중몰이>- "투구 벗어 땅으 놓고, 갑옷 벗어 말 위에 얹고, 장검은 빼어서 땅에 찌르고, 대아머리 고초상토 가는 목을 움츠리고 간교한 웃음으로 히히하하하 복배하며 들어가, “장군 본지 적연터니(오랬더니) 기체 무량하시니까?” 조조의 인사에 관공은 아무 대꾸도 없이, 대뜸 큰 소리로 “이놈, 목 늘여 칼 받어라!.”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조조는 체면이고 무엇이고 다 내던지고 오직 목숨만을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조조가 오래전 전투에서 관공을 생포하여 후대하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목숨을 구걸하는 대목이 이어지고 있으나, 관공은 그 빚은 이미 다 갚았으니 어서 목 늘여 칼 받으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조조가 깜짝 놀래 목을 딱 움치니, 관공(관우)이 빙긋이 웃는다.

 

두 사람의 대화가 흥미있게 전개된다.

관공이 “쪽박을 쓰고, 벼락을 피할망정, 늬 옷깃으로 내 칼을 어이 바우랴.”

이에 조조가 “아이고 장군님, 초행노숙(初行露宿)허옵다가 초풍(招風)헐까 조섭하오니, 관공은 가까이 서지 마옵소서.”라고 대응하면 다시 관공이

“늬 날과 유정타 하면서 어찌 가까이 못허게 허느냐? 라고 대꾸한다. 이에

조조가 장군님은 유정하오나 청룡도는 무정지물이니 고의(古誼), 즉 옛정을 베일까 염려로소이다.

 

초행노숙이란 처음 가는 길에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잔다는 뜻이니 밖에서 잠을 잔다는 뜻이고, 초풍은 떠는 풍병이다. 관우와 조조가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렇게 공격하면 저렇게 방어하고, 저렇게 공격하면 이렇게 방어하며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중모리>

“영풍허신 관공님은 대의로써 살려 주옵소서.

천하득실(天下得失)은 재천이요. 조조 생사는 재장군이오니,

별반통촉을 하옵소서. 쓰신 투구, 입으신 갑옷, 청룡도와 타신 말은

소장이 드렷난 듸, 그 칼로 이 몸 죽기는 그 아니 원통하오,

제발 덕분의 살려 주옵소서.”

 

이 간청에 관공은 “내가 너를 잡는다고 군령(軍令)다짐 허였으니, 너 놓고 나 죽기는 그 아니 절박허냐.?” 라고 답을 한다.

이에 조조 다시 복지(伏地)하여,

“아이고 장군님, 장군님, 장군님, 장군님, 장군님!

유현주와 공명선생은 장군님을 믿삽기를 오른팔로 여기는 듸, 초개같은 이 몸 조조, 아니 잡어 바치기로 의율시행(依律施行) 허오리까? 옛날 유공지사, 자택유자, 두 사람을 생각하여 제발 덕분으 살려 주옵소서”

 

 

이렇듯 목숨을 구걸하는 조조와, 칼을 받으라고 명하는 관우, 두 사람의 설전(舌戰)이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다. 조조가 또다시 옛일을 상기시키며 살려달라고 애걸하면 관우는, “너는 한(漢)나라 적신이고, 나는 한나라 의장이라. 너를 보고 놓겠는가? 목 늘여 칼 받으라.”고 호통을 친다.

 

이와같이 화용도 좁은 길에서 조우하게 된 조조와 관우가 각각 “살려 달라.”, “칼 받으라.” 싸움이 처절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조조의 수하 장졸 모두 다 꿇어 엎뎌,

 

“장군님 덕행으로 우리 승상 살려 주시면, 여산여해 깊은 은혜, 천추만세를 허오리다.”를 외치며 수만 장졸들이 모두 다 꿇어 엎져, 앙천(仰天) 통곡을 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