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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나 싹이 트지 않는 ‘모죽’

[정운복의 아침시평 19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내 고향 춘천에는 원래 대나무가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건 순전히 기온의 영향이지요.

지구가 따뜻해지는 바람에 지금은 종종 대나무가 보입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데….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미래를 미리 당겨와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대나무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종으로는 ‘모죽’을 꼽습니다.

이 나무는 씨앗을 심으면 5년 동안 싹이 트지 않습니다.

아무리 거름을 많이 하고 물을 풍족하게 주어도 나무는 싹을 틔울 생각을 하지 않지요.

 

 

하지만 5년이 지나면 갑자기 죽순이 돋아서

하루에 80센티씩 성장하여 30미터까지 자라지요.

씨앗은 도대체 5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만약 대나무가 뿌리 없이 30미터를 자란다면 생명을 담보할 수 없게 됩니다.

대나무는 5년 동안 뿌리 성장에 신경을 써서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준비 과정이 끝나야 싹을 틔워 성장에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통해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였습니다.

그 시작은 1990년이었고 2008년 나로호를 2023년에는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의 연구와 실험이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위해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모나리자를 4년 동안 그렸고

스포츠 역사상 위대한 선수들의 업적은

모두 오랜 시간 동안의 훈련과 노력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셈이지요.

 

대나무엔 마디가 있습니다.

중간중간의 이 거친 마디가 대나무를 단단하게 합니다.

옛날 드럼통은 민짜였습니다.

그런데 민짜가 충격과 강도가 약하자 드럼통에 대나무처럼 마디를 집어넣습니다.

그 결과 강도가 4배 이상 증가했지요.

 

세상을 살다 보면 옹이처럼 마디가 생기는 것은 아픔일 수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일 수 있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입니다.

모죽이 오랫동안 성장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