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남자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이런 모형 잉어를 집안에 걸어둔다.(왼쪽은 베란다용)
한국은 단오 풍습이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한때 한국에서 아낙들이 머리감을 때 쓰던 창포(菖蒲)가 일본에서는 나쁜 악귀의 액땜용으로 쓰이는데 일본말로 ‘쇼우부(しょうぶ)’라고 발음한다. 쇼우부는 무가사회를 뜻하는 상무(尙武)라는 말도 같은 발음이라서 창포-상무-무가사회로 받아들여 5월 단오날은 남자아이의 입신출세와 무운(武運)을 비는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날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따위를 현관에 장식으로 걸어두고 아이들에게 은근히 조상의 위업을 본받도록 하는 풍습이 있으며 5월인형이라고 해서 사내아이들에게 무사인형을 선물하는 풍습은 지금도 남아있다.
단오 풍습을 버리지 않고 사내아이들의 잔칫날로 승화시킨 일본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5월 5일 고이노보리(잉어 날리기) 풍습에 견주어 한국의 어린이날은 무엇을 해야 하는 날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겨레의 얼을 심어주고자 1923년 방정환(方定煥)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가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내고 있다.
갑옷이나 투구를 선물하고 잉어처럼 살아 퍼덕이는 힘을 가진 사내아이로 자라도록 어린 시절부터 독려하는 일본의 5월 5일 풍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으로 어린이날의 깊은 의미를 찾을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