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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5월 5일은 고이노보리(잉어날리기)날

[맛 있는 일본이야기 242]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슬슬 한국은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올해는 세월호 참극으로 인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고 어린이날 행사도 마찬가지라는 소식이다. 축소되거나 취소되지 않는다 해도 딱히 한국의 어린이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다. 그러나 일본은 이날 “잉어날리기”를 한다.  

살아있는 잉어를 날리는 게 아니라 비닐 따위로 만든 형형색색의 잉어를 날리는 것으로 이를 고이노보리(鯉のぼり)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하고많은 물고기 가운데 잉어모양일까? 이는 중국 후한서(後漢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은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본에서 고이노보리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에 무사집안에서 시작된 단오풍습으로 음력 5월 5일 무렵 사내아이의 출세를 기원하여 집안 마당에 높은 막대기를 세우고 거기에 길게 늘어뜨린 모형잉어 장식을 달아 둔 것이 그 유래다. 물론 지금은 양력 5월 5일에 이 행사를 하지만 일본에서의 입신출세란 아무래도 사무라이 나라답게 덕천가강(德川家康、도쿠가와이에야스) 같은 씩씩한 장수가 되는 것을 뜻한다.

 

   
▲ 일본 남자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이런 모형 잉어를 집안에 걸어둔다.(왼쪽은 베란다용)


한국은 단오 풍습이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한때 한국에서 아낙들이 머리감을 때 쓰던 창포(菖蒲)가 일본에서는 나쁜 악귀의 액땜용으로 쓰이는데 일본말로 ‘쇼우부(しょうぶ)’라고 발음한다. 쇼우부는 무가사회를 뜻하는 상무(尙武)라는 말도 같은 발음이라서 창포-상무-무가사회로 받아들여 5월 단오날은 남자아이의 입신출세와 무운(武運)을 비는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날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따위를 현관에 장식으로 걸어두고 아이들에게 은근히 조상의 위업을 본받도록 하는 풍습이 있으며 5월인형이라고 해서 사내아이들에게 무사인형을 선물하는 풍습은 지금도 남아있다.


단오 풍습을 버리지 않고 사내아이들의 잔칫날로 승화시킨 일본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5월 5일 고이노보리(잉어 날리기) 풍습에 견주어 한국의 어린이날은 무엇을 해야 하는 날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겨레의 얼을 심어주고자 1923년 방정환(方定煥)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가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내고 있다.

갑옷이나 투구를 선물하고 잉어처럼 살아 퍼덕이는 힘을 가진 사내아이로 자라도록 어린 시절부터 독려하는 일본의 5월 5일 풍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으로 어린이날의 깊은 의미를 찾을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