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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꼽은 일본 최고의 관광지 1호는?

[맛 있는 일본이야기 252]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일본의 최고 관광지 1위는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伏見稻荷大社)로 꼽혔다. 세계최대의 여행 입소문 사이트인 미국의 ‘트립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일본의 관광지는 교토 소재 후시미이나리대사로 이것은 종래 청수사나 금각사의 인기를 누른 것이다.” 이는 일본 산케이신문 7월 5일자 보도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오이나리상(お稻荷さん)이라고 알려진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는 전국에 4만 개 이상 있는 이나리신사(稻荷神社)의 총본사다. 일반적으로 ‘상업번창의 신’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 이나리신사에서는 오곡의 풍요를 뜻하는 ‘농업의 신’을 모신다. 일본에 있는 8만여 개의 신사 중 절반을 차지하는 이나리신사는 일본 땅 어디를 가나 쉽게 만나는 신사이며 교토의 후시미이나리대사는 이 신사의 우두머리 격이다.

 

   
▲ 우리나라 절의 기와불사처럼 도리이 기둥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후시미이나리대사에 바친 크고 작은 도리이는 일만여 개에 이른다.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는 면적이 27만평으로 그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인데다가 해발 233미터의 이나리산(稻荷山) 산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1만여 개의 붉은 도리이가 만리장성 모양 끝없이 길게 늘어서서 장관을 이룬다. 도리이 터널을 2시간 여 올라가야 정상에 이르므로 바쁘거나 힘에 붙이는 사람들은 도중하차 하는 사람이 많다. 도리이(鳥居)는 신사로 들어가는 성스러운 문이다. 바라는 일이 모두 통한다는 일본말 도오루(通る)의 뜻에서 도리이를 신사에 봉납(奉納, 바치는 것)하는 습관이 에도시대부터 있었는데 기업이나 사람들이 봉납한 크고 작은 도리이가 붉은 터널을 이루고 있어 그 자체로도 명물이다.

후시미이나리대사 누리집에는 인간세상에서 겪을 법한 온갖 소원성취를 다 이뤄 줄 것 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상업번창(商業繁昌), 가내안전(家內安全), 교통안전(交通安全), 액막이(厄除), 개운초복(開運招福), 입시합격(入試合格), 학업성취(業成就), 대어만족(大漁足), 해상안전(海上安全), 좋은인연(良緣), 소원성취(心願成就), 하츠미야(출산후 첫 신사참배, 初宮) 여행안전(旅行安全), 안산(安産), 아이점지(子授), 질병치료(病平癒), 시치고상(어린아이가 7.5.3살 때 신사참배 시키는 것, 七五三)등…….

이 정도면 인간사의 모든 고민은 풀릴 것만 같다. 그런 소원을 빌고 성취를 이뤄 주는 곳이 일본의 신사이다. 혼자 견디기 어려우면 후시미이나리대사에 접수하면 된다. ‘소원’을 적어 내면 “밝고 행복한 날이 되도록 꼭 기도해주겠다.”는 누리집의 제안이 재미나다. 그래서 사람들이 연일 많이 몰려오는 것일까? 연중무휴인 신사 경내는 기도를 접수하는 사람, 부적을 사는 사람, 구경 온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 접수된 참배자의 기도를 해주는 신관, 액막이 행사, 부적 파는 곳, 여무 모양의 부적(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나리신사의 총본사인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는 이나리신앙의 중심지로 풍요로운 농업을 기원하는 농경신앙의 원류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말 ‘이나리’의 유래다. ‘이나리’는 한국말 나락에서 간 말로 전라도 말에 벼를 “나락”이라고 하는데 나락-나라-(이)나리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나락’은 벼 곧 논농사를 가리킨다. 과거 농경시대에 농사의 신을 모시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며 이를 입증하듯 일본에서는 니이나메노마츠리(新嘗祭, 니이나메사이, 신죠사이라고도 함) 라고 해서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궁중 제례가 있다.

이는 벼 수확에 감사하고 이듬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일왕이 햇곡식을 천신과 지신에게 바쳐 그 은덕을 기리는 제례행사이다. 제례 장소는 궁중 외에 이세신궁(伊勢神宮)이나 이즈모대신사(出雲大神社)에서도 행해지며 명치시대 이후에는 해마다 양력 11월 23일에 제사를 지낸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후시미이나리대사를 세운 사람들이 한반도 출신 하타씨(秦中家忌寸)의 조상인 하타이로구(秦伊呂巨)라는 점이다. 후시미이나리대사 누리집에는 하타 씨의 출신을 ‘조선반도 신라지방출신으로 추정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추정’이 아니라 ‘명백한 신라인’으로 밝혀진 게 오늘날 정설이다. 신라계 한반도인이 세운 신사라고 밝혀놓는다 해서 우리가 달라고 할 것도 아니요, 기분 나쁠 일도 없건만 일본의 역사 유적지에는 언제나 그 유래를 감추는 게 태반이다.

   
▲ 이나리신사에 등장하는 각종 여우 형상들

후시미이나리대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각종 여우상(像)이다. 여우는 이나리신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물로 일본인이면 누구나 ‘이나리신사’라고 하면 ‘여우’를 떠올린다. 일본의 신사에는 이처럼 여우 말고도 다양한 동물의 형상을 보게 되는데 예를 들면, 이세신궁(伊勢神宮)의 닭, 가스카대사(春日大社)의 사슴, 히요시대사(日吉大社)의 원숭이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이러한 동물은 신의 사자(使者)로서 존재하지만 이나리신사의 여우는 약간 성격을 달리한다. 그것은 신의 사자가 아니라 신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지금껏 일본 최고의 관광지라 하면 교토의 청수사나 금각사가 많이 부각되었지만 이번에 후시미이나리대사가 일본 제일의 관광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인들도 의아해 하는 눈치다. 붉은 도리이 기둥이 1만여 개 설치되어 있어 보기에만도 화려한 교토 후시미이나리대사를 전 세계 사람들이 뽑은 까닭은 무엇일까? 요즈음은 한국인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이곳이 고대 한국인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