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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콩을 뿌리는 ‘절분날’

[맛 있는 일본이야기 283]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 날이다. 보통 입춘 전날을 절분으로 치는데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는 때 특히 추운 겨울이 끝나고 사람들이 활동하기 좋은 때에 귀신도 슬슬 활동하기 좋은 때라고 여겨서인지 이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가 절이나 신사에서 있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수 만큼 먹으면 한해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걸리며 모든 악귀에서 보호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츠이나(追儺)와 밀접한데 이는 곧 귀신을 물리치는 행사로 이후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로 내려오면 토우동자의 장식은 사라지고 복숭아 나뭇가지를 신성시 하면서 콩뿌리는 행사로 변한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고대 중국과 한국에서도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나무로 통했다.



   
▲ 절분날 볶은 콩을 파는 홍보전단

오늘날 일본에서 절분날에 말하는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말은 1447년 임제종의 승려가 지은 《와운일건록(臥雲日件錄)》에 “귀외복내(鬼外福內)”라고 한데서 유래한다.

그럼 왜 하고 많은 곡물가운데 하필 콩을 뿌리는 것일까? 그것은 예부터 곡물에 생명력이 있어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콩이라는 일본말 마메(豆) 와 악귀를 뜻하는 말인 마메(魔滅)가 같은 소리가 난다는 뜻에서 콩이 선택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해도나 동북 지방, 남큐슈 지방에서는 땅콩을 뿌리기도 하며 또 일부 지역에서는 쌀이나 보리, 숯 따위를 뿌리기도 하는 등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다. 예전에는 집에서 콩을 볶아 썼지만 지금은 절분날이 가까워 오면 수퍼에서 다양한 크기로 예쁜 포장을 해서 판다. 마치 한국에서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수퍼나 가게에 땅콩이나 호두, 잣 같은 부럼이 등장하는 것과 같이 일본에도 절분날 콩이 불티나게 팔려간다. 이제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다.

   
▲ 이와테현 중존사(中尊寺)의 절분날 콩뿌리는 모습, “귀신은 물러가고 복은 들어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