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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 가슴에 대못을 박은 태평양전쟁

[맛있는 일본이야기 288]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소아마비 소녀 미나코(美奈子)는 태평양전쟁으로 미군의 동경 대폭격이 시작되자 오사카로 내려갔다가 다시 산골마을 나가노 지방으로 피난을 하게 된다. 열 살의 나이로 신체장애자의 입장에서 겪은 전쟁의 참상은 어땠을까? 정상인도 아닌 소아마비 환자가 부모님과 떨어져 낯선 산골에 살면서 겪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그린 《치쿠마가와 강변에서 (千曲川のほとりで)》라는 동화집이 지난해 나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을 감수(監修)한 다카모리(高林敏夫) 씨는 기자에게 동화책을 보내오면서 이 책이 일본에서 인권교육, 평화교육, 복지교육에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책은 신문과 NHK방송 등 일본 언론에서 “학동소개(學童疏開) 70주년”이라는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소개(疏開)란 “공습이나 화재 따위에 대비하여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주민이나 시설물을 분산을 뜻”하는 말로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 시기에 미군의 집중 폭격을 피해 주민과 학생들의 소개가 자주 있었다.

열 살의 가녀린 소아마비 소녀 미나코는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헤어져 소개지(疏開地)였던 나가노현에서 동경의 장애자학교인 동경도립광명양호학교에 들어가 이 학교가 동경으로 복귀 할 때까지 4년간을 지내게 되는데 이 책은 그때 겪은 이야기다. 올해 82살인 미나코 씨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는데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1945년 3월 10일, 미군에 의한 동경 대공습이 계속되자 동경 시내에 있던 일본 유일의 장애자 학교인 동경도립광명양호학교에서는 언제 폭격을 당할지 모르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아동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개지를 찾아보지만 신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흔쾌히 받아 줄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일본은 1944년 6월 30일자로 각의결정(閣議決定) 된 “학동소개촉진요강”이라는 법을 만들어 소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을 소개(疏開)했는데 집단소개와 연고소개(緣故疏開)를 통해 공습의 참상에서 벗어나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던 참이었다.

     
   
▲ 《치쿠마가와 강변에서 (千曲川のほとりで)》, 이마니시미나코 지음(그림 가나야마 다카시)

생후 6개월에 소아마비에 걸린 미나코는 오사카에서 나가노에 있는 숙부집으로 피난을 갔다. 미나코는 숙부네 동네에서 일반소학교에 다니다가 어느 날 동경의 장애자학교인 광명학교가 나가노에 임시로 피난학교를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4학년 때 편입을 하게 된다.

부모님과 떨어져 숙부네 집에 있을 때에는 그래도 외로움이 덜했으나 숙부집에서 나와 장애인학교 기숙사에 자신을 맡기고 떠나는 어머니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고 미나코 씨는 회상했다. 장애아 딸을 두고 떠나는 어머니인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린 소녀 미나코는 그 뒤 나가노의 피난 학교생활을 씩씩하게 해 냈다.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나가노의 겨울이지만 소아마비 장애자인 미나코는 아이들과 노느라 온 몸이 꽁꽁 얼어버리는 추위도 잊고 지냈다. 마침 피난지는 온천지역으로 이름난 곳으로 미나코를 포함한 아이들은 마을 온천에서 함께 온천을 하면서 전쟁의 참화 속에서 밝게 커갔다.

   
▲ 일본 山陰中央新報社 (2014년 8월 16일) 신문에서 전쟁의 참화속에 겪은 장해자의 체험수기를 소개하고 있다.

당시로는 산골마을인 나가노에서의 “학동소개(學童疏開)” 시간 4년은 결코 어린 미나코에게 짧지 않은 세월이었으며 극심한 물자부족과 방공호를 들락거리는 등 몸소 전쟁을 피부로 겪은 세대로서 더 이상의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세계를 가꿔가야 한다는 이야기의 동화책 《치쿠마가와 강변에서 (千曲川のほとりで)》은 전후(戰後)세대가 주역인 일본사회에서 지금 주목 받고 있다.

 지금 일본을 방문중인 독일 총리 메르켈은 나치의 유대인학살을 깊이 반성하면서 일본 아베 총리의 몰염치한 역사관을 공식적으로 야유하고 있다. 이 뉴스를 보면서 기자는 아베총리에게 묻고 싶다. 일본의 광기어린 침략전쟁으로 조선과 아시아인이 겪은 고통을 직시하고 더 나아가  자국의 열살 미나코 소녀가 겪은 전쟁의 쓰라린 추억을 제발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