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무장 [뜻]갈수록 더 [보기월]사는 게 무장 재미있고 즐겁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윗동네에서는 밤새 천둥 번개와 함께 작달비가 내렸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제가 있는 곳도 흐린 하늘에서 곧 비가 떨어질 듯합니다. 어제 낮에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궂은 기별이 덜리더니 아침에는 다른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슬픈 기별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배곳 오는 길에 살림살이를 다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납니다. 만나는 곳 가까이서 잠을 자고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는지 낮에는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거의 날마다 같은 옷에 가방 하나를 메고 두 손에 이불, 자리 따위를 들고 힘겹게 길을 건너는 걸 본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 사람은 무슨 까닭으로 저리 지낼까 싶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위만 보고 살면 제 삶이 좋아 보이기가 어렵습니다. 가끔 아래를 보고 살면 저마다의 삶도 모자람이 없이 마음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무거운 아침입니다. 사는 게 무장 재미있고 즐겁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무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무리꾸럭(물잇구럭) [뜻] 남의 빚이나 밑짐(손해)를 갈음해 물어주는 일 [보기월] 제가 무리꾸럭을 해 줄 수가 없어서 더더욱 미안했답니다. 어제 배곳을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뚝뚝 떨어지던 비는 밤새 물줄기를 만들 만큼 내렸습니다. 바짝 말라 가는 푸나무들과 쩍쩍 갈라진 땅을 담은 찍그림을 보니 제가 있는 곳에 내리는 비가 새삼 고맙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힘들고 고되다고 합니다. 일머리를 틀어주는 사람이 제 구실을 못 하면 일하는 사람들이 힘이 듭니다. 어제 오늘 제가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해 드려서 많이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미리 챙기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무리꾸럭을 해 줄 수가 없어서 더더둑 미안했답니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뒤에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무리꾸럭'은 처음 모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얼른 봐서 말밑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 말은 '물어주다' 할 때 '물다'에서 나온 '물이'와 '새끼 따위로 드물게 떠서 물건을 담도록 만든 그릇'을 뜻하는 '구럭'을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무릎맞춤 [뜻]두 사람의 말이 서로 어긋날 때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앞서 한 말을 되풀이하여 옳고 그름을 따짐=대질 [보기월]서로 다른 말을 하는 아이들을 무릎맞춤을 해 볼 수도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낮은 하늘을 보고 비가 올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해가 나지 않으니 한결 시원했고 바람이 불어서 찬바람 없이도 더운 줄 모르고 지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틈만 나면 달리는 아이들은 찬바람을 찾았습니다. 멀리 다녀오면서 찬바람을 많이 쐬서 그런지 저는 목이 마뜩지 않아서 찬바람은 싫었지만 아이들을 이길 수 있어야지요. 살짝 쉰 듯한 땀 냄새가 가득한 곳에 문을 꼭 닫고 찬바람을 틀고 있으니 그리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흘 뒤면 배움을 쉬는 날들이 이어질 거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붕붕 떠다닙니다. 그렇게 다니다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맞붙어 싸우려고 합니다. 물기를 머금은 더위에 모두가 다 산뜻하지 못한데 서로를 긁으니 그러기 쉽습니다. 어제도 한 아이가 울고 있어서 왜 그런지 까닭을 물었는데 우는 아이는 말을 않고 나머지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발뺌을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무릇 [뜻]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 [보기월] 무릇 앎은 스스로 하고자 할 때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바람이 없었다면 견디기 어려운 날씨였을 것입니다. 힘들게 보낸 하루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글자를 읽느라 눈이 많이 아팠습니다. 틀린 글자 찾기 놀이를 했습니다.^^ 배움때끝 아이들을 꼲은 말을 읽고 앞뒤가 맞지 않는 곳이나 잘못 된 글을 찾았지요. 다들 마음을 써서 한 것을 봤는데 빨간 금을 그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눈이 시리도록 본 것도 틀림이 없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게 참일입니다. 하지만 서로 바꿔서 보고 또 보고 해야 틀린 곳을 줄일 수 있다는 것에는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무릇 앎은 스스로 하고자 할 때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스스로 알고 싶을 때 또는 스스로 알고자 할 때 더 쉽게 더 똑똑히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맞춤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스스로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나서면 더 잘 알고 덜 틀리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배곳에서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무름하다 [뜻] 알맞게 무르다. 또는 꽤 무르다. [보기월] 무름한 과일이 제 입에 딱 맞았습니다. 사람이 겪어 보지 않은 일에 함부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배움책을 보면 여러 가지로 아쉬운 데가 있어서 투덜거린 적이 많은데 제가 해 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을 하면서 배움책 만드는 일을 해야 하고 모여서 이야기 하는 것도 남들 쉬는 날 하고 그것도 밤이 늦도록 합니다. 배움책 만드는 일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길을 찾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일이 겹쳐서 새벽에 길을 나서서 날이 바뀌고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먼길을 다녀 온 뒤 몸이 말했습니다. 좀 쉬라고 말이죠. 일이 좀 일찍 끝나면 내려 와서 만날 분도 있었고, 다른 할 일도 있었는데 몸이 제게 하는 말대로 했습니다. 밝날에 하는 집가심은 좀 늦게 했습니다. 먼지를 빨아들이고 닦는 일이었지만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소리가 적게 나도록 마음을 쓰면서 하다보니 더 그랬습니다. 땀을 흘린 보람이 따로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깔끔해진 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늦은 저녁밥을
[오늘 토박이말]무르춤하다[뜻]뜻밖의 일에 놀라 뒤로 물러서려는 듯이 하여 움직임을 갑자기 멈추다.[보기월]"끼이익" 하는 소리에 무르춤하고 뒷거울을 봤습니다. 몇 날 해를 못보다 봐서 그런지 참 더웠습니다. 이것도 다 너구리가 몰고 온 것이라고 하니 참 힘이 세다 싶었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땀은 좀 흘렸습니다. 어제 밤에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느 날과 달리 챙길 것도 많고 할 일도 많아 힘은 들었습니다. 제가 힘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든 아내 앞에 할 말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일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와서 먼저 수레를 손봤습니다. 멀리 다녀 올 일이 있어서 여기저기 잘 살펴봐 달라고 했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못 다 본 장을 보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네거리를 지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끼이익" 하는 소리에 무르춤하고 뒷거울을 봤습니다. 제 뒤에 오던 수레하고 다른 쪽에서 오던 수레가 부딪칠뻔 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이 수레를 세우고 내려서 서로 말싸움을 하더라구요. 날이 더러워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렇게 놀라고 나니 더 화가 난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수레도 사람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들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무룡태 [뜻] 해낼 힘은 없고 착하기만 한 사람 [보기월] 앞으로 무룡태라고 할 만한 사람도 보기 힘들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집에서 배곳까지 가는 길에 비가 오락가락 하는 걸 보면서 갔습니다. 집을 나설 때는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하늘이었는데 배곳 쪽으로 가면 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매지구름이 늘어다더니 드디어 사천을 지날 때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내리던 비가 또 그치더니 배곳 가까이 가서는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한바람 너구리가 일본으로 가긴 했지만 비바람이 불 거라고 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낮동안 소나기같은 비가 여러 차례 오다 안 오다를 되풀이 했지만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바람도 그리 세게 불지 않았구요. 일을 마칠무렵에는 푸른 하늘에 해까지 보였었는데 저녁부터는 비가 낮보다 더 많이 왔습니다. 어제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일이 있었습니다.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를 한 뒤로 여러 사람들이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주십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모여서 토박이말바라기' '진주모임'을 만들
[오늘 토박이말] 무르녹다 [뜻]1) 과일이나 먹거리가 넉넉하게 익어 흐무러지다. [보기월] 밥과 감자를 먹고 난 뒤였지만 무르녹은 듯한 복숭아까지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어제까지 해 낼 게 있어서 일을 끝내고 나니 잘 수 있는 때새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짧게 눈을 붙이고 일어난 기분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수레를 몰고 가는 날이었는데 무거운 몸으로 여러 사람의 목숨을 맡을 수가 없어서 차례를 바꿨습니다. 배곳으로 가는 동안 짧게 잔 게 단잠이었던지 낮에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지냈습니다. 점심을 먹고 좀 졸리긴 했지만 말이지요. 비가 오락가락 하는 게 장마철다웠습니다.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아이들이 신나게 공을 차며 땀을 흘리는 게 많이 부러웠습니다. 배움때끝(학기말)이라 저도 해 달라고 할 게 있는데 바쁜 분들께 말을 꺼내기가 미안할 만큼 다들 많이 바쁘답니다. 그래도 한 가지씩 차례로 해서 뒷마감을 잘해야 하겠습니다. 일을 마치고 와 밥은 가시집에서 먹었습니다. 가시어머니께서 몸이 마뜩잖으시다는 기별을 받고 밥과 건건이를 싸 갔습니다. 걱정을 하고 갔었는데 저녁 채비를 하고 계신 가시어머니를 뵈니 마음이 조
[그린경제/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무람 [뜻] 부끄러워하고 삼가고 조심하는 데가 있음. 또는 그런 품(태도) [보기월]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제대로 못 챙긴 것에 무람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요? 이어진 장마에 한바람까지 더해 비가 더 많이 올 거라고 합니다. 한바람 이름도 우리가 지어 준 이름으로 '너구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까지 올라오지 않았으면 싶은데 아직은 똑똑하게 알 수가 없답니다. 그러길 빌 수 밖에 할 수 있는 것도 없긴 합니다. 어제는 아이들과 말밑 공부를 좀 했습니다. 우리 겨레가 일본에 짓밟히며 지내는 동안 우리말을 못 쓰게 한 까닭이 무엇이며, 나라를 되찾자 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우리말을 도로 찾기였던 까닭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첫걸음은 잘 내디뎠는데 꾸준하게 이어오지 못한 까닭도 잘 알기에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온누리 사람들이 말이 참으로 종요로운 것이라 한 목소리로 말해 왔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제대로 못 챙긴 것에 무람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말을 챙기자는 말에 손사래를 치거나 언짢다는 사람들이 많아 아주 슬프기도 합니다. 아베 노부유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무럽다 [뜻] 모기, 빈대, 벼룩 따위에 물려서 가렵다. [보기월] 집에 와서 보니 모기한테 물린 뒤 무러워 긁은 자리가 곪아 노랗습니다. 더위에 놀라 찬바람과 딱 하루 사이좋게 지냈을 뿐인데 고뿔이 딱 올라 붙어버렸습니다. 코가 맹맹하고 재채기가 잦습니다. 어제는 콧물까지 줄줄 흘러서 남보기에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이레끝 토박이말 배움자리에 이어서 갈모임(학회)이 있어 비사벌(창녕) 가마실(부곡)까지 다녀왔습니다. 배움과 익힘, 그리고 그 열매를 나누고 물음이 있어 조금은 팽팽한 느낌도 있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서로 잘 되도록 도우는 자리이면서 힘이 되는 자리 끝에 보람까지 더해지면 더욱 좋은 자리 말입니다. 그곳이 메(산) 가까이 있어서 그랬는지 모기가 좀 많았습니다. 사나흘 사람이 없어서 굶었던지 사람들을 보고 많이 반가웠던 모양이었습니다. 맨살은 말할 것도 없고 옷 위로 마구 빨대를 꽂았습니다. 모임을 하는 동안 여러 곳을 물렸습니다. 그때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느라 얼마나 물렸는지 몰랐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모기한테 물린 뒤 무러워 긁은 자리가 곪아 노랗습니다. '무럽다'는 '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