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지라지다 [뜻] 몬(물건)의 끝이 닳아서 없어지다. [보기월] 그 칼을 보면 제가 어릴 때 모지라진 숟가락으로 감자를 긁던 때가 생각납니다. 수레를 함께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도리기를 했습니다. 때를 맞추고 날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지요.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서로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수라고 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런데 날마다 같은 수레를 타고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아니지 싶습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토박이말 맛보이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도움말도 듣고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만들고 있는 보람(상징)과 붙임딱지(스티커)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지 생각도 해 봤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반갑게 맞으며 저녁 건건이(반찬) 자랑을 하더라구요. 엄마가 볶아준 맛있는 감자를 먹었다더군요. 저도 먹어 보고 싶었지만 늦어서 참았습니다. 요즘은 감자를 깎기 좋게 만든 칼이 있어서 감자 깎기가 쉬우면서도 감자를 많이 깎아 버리게 됩니다. 그 칼을 보면 제가 어릴 때 모지라진 숟가락으로 감자를 긁던 때가 생각납니다. 저보다 훨씬 나
[그린경제/얼레빗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 [뜻]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만큼을 세는 잣대(단위) *[보기월] 푸성귀 한 모숨이라도 더 팔려고 늦은 밤까지 앉아 계신 모양이었습니다. 어제는 여느 때보다 일찍 하루를 열었는데 몸은 그리 무겁지 않았습니다. 한낮에 조금 더웠지만 바람이 불어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는 서늘한 가을 날씨 같았습니다. 뒷메에 올라 볼까 생각을 하고 집으로 갔는데 벌써 저녁 밥을 먹을 채비가 끝이 나 있었습니다. 얼른 손발부터 씻고 이것저것 넣어 비빈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이가 시큰거릴 만큼 질긴 열무 줄기만 아니었으면 더 맛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저보다 더위를 더 많이 타는 아이들은 벌써 바람틀을 꺼내 줬었는데 제가 쓸 것도 꺼냈습니다. 단단히 묶어서 넣어 뒀는데 어디로 들어갔는지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냥 돌리기가 그래서 있는대로 풀어서 깨끗이 씻었지요. 먼지를 가신 바람틀이 만들어준 바람이 한결 더 시원한 듯했습니다. 그런 다음 오랜만에 아내와 마실을 갔습니다. 가람가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서로 바빠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었는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모이 [뜻] 이런 면 저런 면마다(이모 저모 모마다) [보기월] 모모이 챙겨서 채비를 해야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장마라고 하더니 어제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무렵까지 내렸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서늘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씨였지만 아이들이 공차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공부도 공차기 못지 않게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이 되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마당을 배우고 있는데 앞에 배운 것들 가운데 머리에 남아 있는 것보다 잊어 버린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제 입으로 스스럼없이 말하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탓이 아닌데 배움을 어렵게 만들어 놓은 어른들 탓인데 어른들은 그걸 잘 모르니 안타깝습니다. 나라를 되찾았을 때 가장 먼저 하고자 했던 우리말 도로 찾기를 못한 것으로 말미암은 일입니다. 아직 힘이 모자라 미리 익힘 다시 익힘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되풀이 해서 말해 주지만 버릇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곧 때끝꼲기(기말평가)가 있습니다. 첫 마당부터 마지막 마당까지 모모이 챙겨서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르쇠 [뜻]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 [보기월] 갓 배운 것을 두고 모르쇠로 나오면 할 말이 없습니다. 만나야 하고 그리고 만남으로 그 뜻을 알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토박이말을 가르칠 갈친이들과의 만남에서 느낀 것입니다. 아무리 종요로운 것이라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고 했습니다. 저하고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바삐 수레를 몰아서 왔을 것입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 쉬고 싶을 무렵에 새로운 만남과 배움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때에 만나는 것이라 저도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무엇이든 새롭고 귀가 솔깃한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지요.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많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참 다릅니다.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으면 그냥 뭇소리에 지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말을 하는 자리에서는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말하기도 하지만 듣는 자리에서는 그저그런 말처럼 여길 수도 있지요. 배우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가르치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것도 쉽지는 않다는 것을 더 잘 알 것입니다. 한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롱이 [뜻] 메(산)모퉁이의 휘어 돌아간 곳 [보기월] 모롱이를 끊어 길을 낸 뒤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왔습니다. 오라는 데도 있었고 가야 할 곳도 있었습니다. 다음 이레에 참고을에서 열릴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첫발을 내딛는 거나 마찬가지다 보니 제가 도우고 챙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다음 해에는 제가 없어도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갈배움감 겨루기(교육자료전)에 갔었는데 참으로 남다르면서 갖가지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가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가 있어 좋았습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던 사람들이 좋은 열매를 거두었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고 와서 더 좋았구요. 더더욱 반갑고 고마웠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참에 갈배움감을 같이 만들었던 아우가 앞으로 토박이말 갈배움에 앞장서서 일을 해 주겠다는 다짐을 줬습니다. 뜻을 같이 하지만 일을 함께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은데 그리 나서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제 일꾼이 점점 더 늘 거라 믿습니다. 어제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래톱 [뜻] 가람이나 바닷가의 넓고 큰 모래 벌판 [보기월] 올 여름에는 모래톱에서 놀고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습니다. 어제 해가 질 때가 다 되어서 비가 긋더니 어둠이 내릴 무렵 또 몇 방울 내렸습니다. 뒷메에 가려고 나섰다가 저 멀리 보이는 매지구름을 보고 마실을 돌고 들어왔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서늘한 느낌에 긴 옷을 찾아 입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레끝에는 여름다운 더위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하니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게 더 값지게 여겨졌습니다. 더울 때는 시원한 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바다로 골짜기로 사람들이 몰리곤 하지요. 벌써부터 물에 들어가 노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바닷물을 좋아하세요? 민물을 좋아하세요?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끈적이는 듯한 바닷물보다 민물이 좋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모래찜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깊은 골짜기에서 발을 담그고 노는 게 더 좋습니다. '모래톱'이란 말은 여섯 해하고도 한 달 앞에 맛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 말입니다. 그때 '모래톱'이란 말을 자주 듣는 날이 얼른 오겠지요? 라고 그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람모람 [뜻] 이따금씩 한데 몰아서 [보기월] 이렇게 이레끝까지 모람모람 비가 올 거라고 하고 더위는 한풀 꺾일 거라고 하니 다들 좋으시죠? 어제 배곳에서 나설 때까지만 해도 해가 났었는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어두워졌습니다. 그렇게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던 해가 매지구름에 가린 뒤에는 비가 왔습니다. 집에 들어서려던 참에 빗방울이 떨어져서 저는 몇 방울 맞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비받이를 들고 마중을 갔습니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만나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은 참 좋아했습니다. 마중을 나와 준 것이 반가웠던 게지요. 집에 들어오니 투두툭 투두둑 소리를 내며 내렸습니다. 소나기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내렸지요. 바람과 함께 온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쳐서 얼른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아침까지 내릴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번개와 벼락 소리에 비가 더 많이 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동네에는 콩알보다 더 큰 누리(우박)가 왔다고 하고 일산에서는 미르오름(용오름)이 있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레끝까지 모람모람 비가 올 거라고 하고 더위
[그린경제/얼레빗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뜨다 [뜻]남이 하는 짓을 그대로 흉내 내어 본뜨다. [보기월] 남의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을 모뜨며 살려고 힘을 쓰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제가 수레를 몰고 가는 날이었습니다. 이레끝에 손을 좀 봐서 그런지 힘틀 소리가 여느 때보다 더 부드럽게 들렸습니다. 때론 어제 있었던 일을 가지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때론 소리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오는 길이 참 좋습니다. 혼자 그 길을 다닌다면 많이 심심할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저런 일로 말밥에 오르내리고 있어 마음이 쓰입니다. 동무들끼리 서로 챙겨 주고 마음 써 주면서 기대고 손잡으며 살아가면 좋으련만 왜 그리 여린 사람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의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을 모뜨며 살려고 힘을 쓰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그런 걸 보여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아이들만 나무랄 수도 없으니 더 안타깝습니다. 일이 한 가지 끝이 나는가 했는데 또 한 가지 일이 났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마음이 무거울 텐데 반가운 일이라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참고을 진주에서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제대로 해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모들뜨다 [뜻] 두 눈동자를 안쪽으로 쏠리도록 몰아 뜨다. [보기월] 손가락을 세워서 밀었다 당기면 눈을 모들떴다 말았다를 되풀이 하면서 눈을 많이 움직이게도 하지요. 어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때문에 여느 날보다 늦게 배곳에 닿아야 했습니다. 미리 알려 주었더라면 다른 길로 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여러 사람이 일터에 늦게 닿았을 것입니다. 작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헤아려 주는 마음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해가 구름에 가렸다가 살짝 나왔다가 되풀이를 해서 그런지 저는 그렇게 더운 줄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땀으로 씻은 듯 온 몸이 젖은 채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바람틀을 돌리자고 하는 걸 마다하지도 못했습니다. 배움 마당 하나를 또 마쳤습니다. 마당 갈무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공책을 깔끔하게 갈무리해 놓은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도 읽지 못할 만큼 괴발개발 써 놓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배움 마당 갈무리를 하는 날은 배운 것을 얼마나 아는 가를 꼲기도 하지만 공책 갈무리를 깨끗하게 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데 오늘은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많이 늘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많은 일
[오늘 토박이말]모둠밥[뜻]여러 사람이 모두 같이 먹으려고 함께 담은 밥[보기월]설거지가 귀찮을 때는 가끔 모둠밥도 괜찮답니다. 먼길을 오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몸은 바로 아는가 봅니다. 갈 때나 올 때 졸음이 온다거나 몸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는데도 갔다온 뒤에는 몸은 쉬라고 합니다. 잠을 푹 자는 게 저한테는 가장 좋은 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밝날은 아이들이 일어나라고 깨울 때까지 죽은 듯이 잤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 입을 막으려고 서둘러 밥을 챙겼습니다. 지난 밤에 지쳐서 설거지를 못한 탓에 그릇이 넉넉하지 않아서 모둠밥을 먹었습니다. 아내는 마뜩잖게 여겼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긴 밥을 퍼서 먹으며 재미있어 했지요. 저는 어릴 때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할 때 자주 먹었기 때문에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는 조금 낯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설거지가 귀찮을 때는 가끔 모둠밥도 괜찮답니다. 찌개 하나를 가운데 두고 먹는 우리 밥버릇을 두고 보더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밖에서 밥을 먹을 때는 더러 그렇게 먹기도 하지요? 일을 한 가지 매듭짓고 나니 몸과 마음이 다 가볍기만 합니다. 이제 갈모임 갈매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