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박이말] 단물곤물 [뜻] 단맛이 나는 물과 푹 삶긴 물로 알짜나 잇속을 이르는 말[보기월] 제가 가진 단물곤물을 다 빼서라도 갚아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밤새 도둑눈이 내렸습니다. 곳곳에 내린 눈이 살짝 얼어서 미끄러워 살살 오다보니 배곳 오는 길이 여느 때보다 멀게 느껴졌습니다. 길 위에는 미끄러진 바퀴 자국이 있고 깨진 수레 조각도 있는 걸로 봐서 저보다앞서 가던 수레가 궂은 일을 겪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살살 수레를 몰았습니다. 햐얀 눈누리를 보지 못해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눈이 조금 더 왔으면 일하러 가는 길이 많이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괜찮아집니다. 일이 겹치고 밀리는 바람에 새벽까지 일을 했습니다. 잠이 좀 모자라지만 몸은 힘든 줄 모르겠는데 마음이 조금 됩니다. 누구보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분들이 마음을 써 주고 도움을 주면 좋겠는데 늘 우리말을 가르치는 일을 다른 일 다음으로 밀어버리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배곳 밖에 계신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기운을 내곤 합니다. 토박이말을 살릴 수를 여러 모로 찾아서 해 오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오늘 토박이말]달램수 [뜻] 달래서 꾀는 것(수단)[보기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달램수를 찾아가며 잘 해 나갔으면 합니다. 어제는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늦을까 마음 졸이며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 궁금한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랍기도 했고 반가웠습니다.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출범식' 토박이말은 하나도 없는 이름이라 살짝 서운하기도 했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싶은 마음이었지요. 저는 무엇보다 우리의 말글살이를 낫게 바꿔 보자는 데 뜻을 함께하는 모임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나은 것인가를 놓고 보면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냥 모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긴 했습니다. 함께 모임을 이끌고 갈 여러 이끔빛님들과 여러 곳에서 이 일을 널리 알려주실 알림빛(홍보대사)님들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 거둘 열매가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힘과 슬기를 모아 일을 꼼꼼히 짜서 잘 되길 빌고 또 빌어야겠지요?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달램수를 찾아가며 잘 해 나갔으면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일본의 억눌림에서 벗어
[뜻]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떨어진 사이가 멀지 않다.[보기월]널찍하게 앉혀 놓고 나면 어느새 다붓하게 앉아 다툴 거리를 찾아 다투는 아이들입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산 털신을 신고 서 있는데도 발이 시리고,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렸던 어제 아침을 생각하면 오늘 아침은 한결 낫습니다. 이곳이 이런데 윗동네는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 좀 풀린다고 했으니 그쪽도 좀 풀렸겠지요? 한해가 저물어 가는 때입니다. 올해도 이제 보름이 남았습니다. 배움도 끝나갑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 주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요즘 아이들 하는 것을 보면 제가 준 게 뭔가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아이들 머리가 자라는 때라 깊이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많지도 않은 아이들이라 많이 바랄 수도 없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무게를 좀 잡고 이끌어 주길 바라며 지내왔는데 참 안 되나 봅니다. 잘 하고 잘 되는 둘레를 만들어 보자며 널찍하게 앉혀 놓고 나면 어느새 다붓하게 앉아 다툴 거리를 찾아 다투는 아이들입니다.^^ 제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하고 되돌아보기도 하고, 몸에
[오늘 토박이말] 다떠위다 [뜻]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떠들고 들이덤비다(마구 덤비다)[보기월]저는 사람들이 다떠위는 곳은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을 많이 듣고는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지난 이틀은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습니다. 닷날(금요일) 저녁부터 엿날까지는 손님이 와서 손님들과 함께하느라 그랬고, 엿날 저녁에 시골 가서 어제 아침 일찍 결혼식 때문에 나와야 했습니다. 겨우 식이 끝나기 앞에 닿긴 했지만 저는 수레마당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수레마당에 빈 자리가 없기도 했고,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사람들이 다떠위는 곳은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곳을 다녀와서 새로 산 옷이 터져서 맡기러 갔다오니 점심 때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쌓인 일을 좀 하려고 했는데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는 게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눈을 감고 쉰다는 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눈을 뜨니 한 때새가 훌쩍 지난 뒤였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한 두 가지 일을 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오늘 토박이말] 늧 [뜻]앞으로 일이 되어갈 것 같은 일의 낌새, 먼저 보이는 빌미[보기월]머리가 아프고 재채기가 잦은 걸로 봐서 고뿔이 들 늧이 아닌가 싶었습니다.[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보낸 이틀. 그런대로 견뎌낸다 싶었는데 어제 점심 무렵부터 조금 좋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코가 간지러우면서 재채기가 잦은 걸로 봐서 고뿔이 들 늧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쉬고 싶었지만 쉴 겨를이 나지 않았습니다. 몸이 기별을 줄 때 알아차리고 챙겨야 하는데 안친 일이 그걸 못하게 한다고 할까요? 일이 일을 부르고, 바쁠 때 둘레 사람들이 도움을 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배움때끝 꼲기(기말평가) 열매 갈무리도 해야 하는데 손님이 찾아 오고, 그렇게 잘 보지도 못한 애들은 자꾸 장난을 치거나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해서 일에 마음을 모으지 못하게 하고 말이지요. 눈물도 흐르고 추워서 일을 싸들고 집으로 갔었는데 꺼내지도 못하고 도로 가져왔습니다. 그래도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자서 그런지 몸은 한결 가볍고 기분도 낫습니다. '늧'도 듣거나 보신 분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기미', '조짐'을
[오늘 토박이말] 능 [뜻]빠듯하지 않게 넉넉하게 잡은 겨를(여유) [보기월]멀리서 오는 사람을 생각해서 능을 두고 집에서 나섰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어제 저녁 일찍 자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궂은 일을 맞은 이가 있어 슬픔을 달래주고 나누러 갔었거든요. 제 몸을 생각하면 오늘 가는 게 좋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아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온다는 기별을 받고 이참에 얼굴을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멀리서 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때를 맞추려고 능을 두고 집에서 나섰습니다. 그런데 한 군데 들렀다 가서 그런지 멀리서 오는 사람보다 늦게 닿고 말았습니다. 궂은 일로 만났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워서 날이 바뀌는 줄도 모르게 이야기꽃을 피우다 왔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곳은 다르지만 저마다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도 있었지요. 또 한 분을 멀리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만나는 반가움이라는 야릇한 기분과 함께 말입니다. 이틀 달아서 잠이 모자라다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엄청 힘들었습니다. 서울서 온 손님까지 있어 더욱 바쁜 아침을 보냈습니다. 더욱 깊어진 겨울
[오늘 토박이말]늘차다 [뜻]일 따위가 손에 익어 솜씨가 있고 재빠르다.[보기월]언제 익혔나 싶은 아이들의 늘찬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안친 일을 하느라 힘든 줄도 모르고 지났는데 이제야 졸음이 쏟아지네요.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릴 즈음 받은 기별은 혼자 계신 아버지께서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으셔서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지만 여느 때와 다른 목소리에 바삐 수레를 몰았습니다. 가는 길에 얼른 오라고 기별을 다시 하셔서 더 마음이 바빴습니다. 가자마자 몇 가지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 보고 기다렸지만 나아지지 않아서 새벽에 나을집(병원)으로 갔습니다. 가서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나니 배는 안 아프다고 하셨는데 마뜩잖아 보이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모시고 와서 주무시고 아침부터 가서 온갖 검사를 했는데 두 곳에 돌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돌이 있다니 마음에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어제 저녁부터 마음을 쓰며 바쁘게 보내고 배곳으로 돌아오니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르신쉼터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늘옴치래기 [뜻]늘었다 줄었다 하는 몬(물건) [보기월]거북이 목은 늘옴치래기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눈이 오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어제 제가 있는 곳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답니다. 비가 그치고 밤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질 거라고 하더니 춥긴 춥습니다. 길이 얼었을지 모른다고 살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주받고 나왔는데 언 곳은 없었습니다.좀 더 추워졌다고 몸을 많이 움츠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목도리를 하고 지나가는 어떤 사람은 목이 없는 것처럼 보여 우습기도 했지요. 거북이 목은 늘옴치래기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목이 그렇게 없는 것처럼 보여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늘옴치래기'라는 말을 볼 때마다 어릴 때 동무들과 밤낚시를 갔다가 본 도깨비불 생각이 납니다. 하얀 불빛 덩어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되풀이하면서 옮겨다니다가 저희들 앞으로 곧바로 다가오는 걸 보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쳤었지요. 머리가 쭈뼛 서고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돌밭을 뛰던 생각이 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레에 늘옴치래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도 보도 못하니 쓸 수가 없지요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느루 [뜻]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보기월]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천천히 가야겠습니다. 내리막길을 가보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갈 수가 있고 여느 길보다 빨리 갑니다. 하지만 그 길을 되돌아 올라가려면 더디기도 더딜 뿐더러 힘은 견주기가 어렵게 많이 듭니다. 메오름(등산)을 하면서 삶을 배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 몸도 그렇습니다. 튼튼하게 잘 지낼 때는 몸을 막 놀리기 쉽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그러다가 어딘가 덧이 나면 그때부터 놀라서 몸을 챙겨보지만 얼른 낫지를 않습니다. 마음은 바빠지고 낫고자 쓰던 힘을 그만 두게 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느루 쓰며 꾸준히 하면 몸은 좋아지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때문에 물거품이 되곤 하는 것이지요. 공부도 마찬가지고 저마다 하는 일이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얼른 눈에 띄 는 열매나 보람이 없다고 그만두기를 되풀이하다보면 얻을 것이 없는 것입니다. 또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고 한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뜻
[그린경제/얼레빗=리창수 기자][오늘 토박이말]느껍다 [뜻]어떤 느낌이 마음에 북받쳐서 벅차다[보기월]토박이말 자람과 배움을 보면서 느꺼울 일이 더 많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방 안에 앉아서 날씨가 어떤지 똑똑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늘을 보고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고 바람이 부는지 안 부는지 알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얼마나 추운지 더운지는 나가 봐야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앉아서 밖이 추우니 더우니 하는 사람을 본다면 여러분 기분은 어떠시겠습니까? 토박이말 배움터에 와 보지도 않았으면서 토박이말 갈배움(교수학습) 열매를 깎아내리는 사람을 본 제 마음을 아실는지요?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는 올해 가장 큰 보람은 두물꽃배곳(금곡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토박이말 앎, 삶, 품을 길러 본 일입니다. 이렇게 온 식구들이 함께 토박이말과 살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클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 보여야 토박이말 힘을 믿어 줄지 답답합니다. 아니 그 사람들은 믿으려는 마음이 없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괜찮습니다. 제가 아이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