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딸막 할머니 귀신은 가물거리는 지난 시절을 떠 올리며 차근차근 이야기했어요. 딸막 할머니 귀신 말에 누구보다 바짝 귀를 기울이는 건 자식을 두고 온나미 아줌마 귀신이었어요. 예쁜 딸을 셋이나 두고 온 딸막 할머니 귀신도 나처럼 아파서 죽은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혼자 죽었을까? 풍선처럼 마구 부풀어오르는 궁금증과 함께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어요. 딸막 할머니 귀신, 가족이 많은데 왜 혼자 죽었어요? 참다못한 나미 아줌마 귀신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어요. 현이 귀신도, 경민이 청년 귀신도 귀를 토끼 귀처럼 쫑긋세우고 딸막 할머니 귀신 말에 두 귀를 기울였어요. 나미 아줌마 귀신처럼 아들을 하나라도 낳았더라면 좋았을 걸. 딸막 할머니 귀신은 긴 한숨을 쉬며, 잠시 두 눈을 감았어요. 딸막 할머니 귀신, 딸이 셋이니 있는데 아들이 없는 거랑 혼자 죽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세요? 내가 아들만 낳았어도. 딸막 할머니 귀신은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아들만 낳았어도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어요. 그런 딸막 할머니 귀신의 모습을 보자 현이 귀신도 경민이 청년 귀신도딸막 할머니 슬픈 사연이더욱 궁금했어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기호 3번 경민이청년 귀신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어머니께서 온갖 고생을 다하며 경민이청년을 훌륭하게 키우셨지요. 경민이 청년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했을 때,어머니께서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런 경민이 청년이 휴일에 친구들과 경치 좋은 산으로 등산을 갔어요. 그런데 그만 깎아지른바위산을 오르다가발을 헛디디어 절벽아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어요.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좋았을 걸, 정말 어처구니없게 하늘나라로 온 경민이청년입니다. 어머니가 혼자 힘으로 나를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데,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얼떨결에하늘나라로 왔어요. 나보다 더 불효자식은 없을 거예요. 내 생각으로 몹시 슬퍼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처럼아파요. 어서 빨리 돌아가서 어머니의 눈물을 거두어 드리고 효도하고 싶어요. 그러니 저를 반장으로 뽑아 주세요. 경민이 청년 귀신도 슬픔이 북받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어요. 기호 4번인 딸막 할머니 귀신은환갑나이에 하늘나라로 왔어요. 딸막 할머니 귀신은 어찌나 마음이 착한지 반장을 뽑을 때마다 매번 불쌍하게 죽은 다른 귀신을 위해서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 작가] 하늘나라에서는 달마다 그달 첫째 날에 반장을 뽑아요. 반장은 가장 불쌍하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뽑지요. 반장으로 뽑힌 귀신은 하늘나라에서 한 달 동안 반장역할을 아주 잘 해야 되요. 반장역할을 잘 마치면 죽기 전 모습으로살아나는기적 같은 혜택이 주어지지요. 그러기 때문에 반장선거 날이면 귀신들은 서로 반장이 되고 싶어 합니다. 반장으로 뽑히려면 먼저 반장 후보로 뽑혀야 합니다. 반장 후보로 뽑히면 자기가 가장 불쌍하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라고 애절하게 말해야 합니다. 이번 달 반장 후보 귀신은 꽃동산 공원묘지가 집인 현이 귀신, 모란꽃 승화원이 집인 나미 아줌마 귀신과 경민이 청년귀신, 그리고 별나라 공동묘지가 집인딸막 할머니 귀신까지 4명의 귀신이랍니다. 기호가 1번인 현이 귀신은 여덟 살에 초등학교 교통사고로 죽어서 꽃동산 공원묘지에서 살고 있는 남자아이 귀신이랍니다. 현이 아빠, 현이가 태어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초등학교에 어느새 입학을 하다니 대견해요? 우리 현이 똑똑하고 영리해서 공부 잘 할 거예요. 엄마는 현이가 아기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훌쩍 자란 현이가 정말 자랑스러웠답니다. ▲ 그림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사랑이가 할머니를 졸라서 만화영화를 보면 엄마는 텔레비전을 딱 꺼버립니다.사랑이를 하늘만큼 사랑한다면서 엄마는 사랑이에게 하지 말라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늘만큼 사랑한다면서 가끔 미운 다섯 살이라고 눈총을 주기도 합니다. 인형놀이 하고난 다음 정리정돈도 하지 않아서 미운 다섯 살이랍니다. 엄마 아빠 말도 안 들어서 미운 다섯 살이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응석만 부려서 미운 다섯 살이라고 합니다. 아빠도 덩달아서 사랑이가 미운 다섯 살이 맞는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버릇없이 군다고 손들고 벌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미운 다섯 살이라고 엄마가 먼저 말했으면서 아빠가 사랑이에게 벌을 세우면 아빠한테 막 대듭니다. 아이를 왜 벌을 세워요. 말 안 들으면 벌도 서고 혼도 나야지. 나는 우리 사랑이 기죽이는 건 싫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눈을 하얗게 흘기면서 싸웁니다. 그런데요, 아빠가 사랑이를 벌세울 때마다 엄마가 하는 말이 있답니다. 당신, 사랑이 태교를 위해서 함께 기도를 하자고 했잖아요.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엄마가 아빠한테 이 말만 하면 아빠는 꼼짝을 못합니다. 아빠가 태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사랑이는 나이를 물어보면 여섯 살이라고 큰소리로 말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꼭 다섯 살이라고 우깁니다. 쳇, 엄마, 나 여섯 살이잖아. 사랑이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사랑이 머리에다 콩콩 꿀밤을 먹입니다. 엄마는 꿀밤을 먹인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사랑이가 왜 다섯 살인지일일이 설명을 해줍니다. 사랑아, 너 다섯 살 맞아. 왜냐하면 아직 생일이 안 지나갔잖아. 네 생일은 12월 20일이잖아. 어떻게 10일 만에 한 살을 먹을 수가 있니? 그러니까 사랑이 너는 다섯 살이야 알았어. 여섯 살인데. 사랑이는 입을 비죽거리고 엄마를 흘겨봅니다. 사랑이는 엄마 마음대로 한 살을 내리는 엄마가 밉습니다. 유치원 다람쥐 반, 친구들은 모두 여섯 살이거든요. 다섯 살이면 병아리 반 친구하고 놀아야 합니다. 병아리 반은 아가들 반입니다. 동생들하고 노는 건 싫거든요. 사랑이는 다람쥐 반이니까 여섯 살이 맞지요. 그것도 모르는 엄마는 바보 같습니다. 생일날이 지나가지 않았으니까 다섯 살이라고 박박 우겨대는 엄마가 밉습니다. 사람들이 사랑이 나이를 물어 볼 때마다 엄마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합니다. 언제나 생일을 들먹이며 다섯 살이라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옥수수 아줌마는 신이 나서 쉬지도 않고 떠들었어요. 옥수수 아줌마자랑을 듣고 있던 열무아가씨는 차츰 기가 죽었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자랑거리가 또 없나? 골똘히 생각했어요. 아, 이제 또, 생각이 났다. 옥수수 대궁은 젖소들 먹이 감으로도 훌륭하지. 나는 버릴 것이 한 개도 없지. 이만하면 옥수수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는지 알겠지? 요, 요, 맹꽁이 같은 열무아가씨야. 옥수수 아줌마는 온 몸에 빳빳하게 힘을 주면서 자랑했어요. 옥수수 아줌마의 자랑을 듣고 있던 열무아가씨는 몹시 시무룩해졌어요. 자신이 너무나 작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수수 아줌마에게 멀대 같이 키만 크다고 깔보던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주인아저씨가 목이 마를 때마다 물을 뿌려주었기 때문에 열무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채소인줄 알았거든요. 옥수수 아줌마의 자랑을 들어보니, 열무아가씨 자신은 너무나 작고 초라한 채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수수 아줌마, 아줌마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줄 정말 몰랐어요. 주인님이 나만 사랑해 주어서 내가 최고인줄 알았어요. 괜히 아줌마에게 우쭐거리고 약 올리며 덤벼서 정말 미안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주인아저씨가 나한테만 물을 주는데 어떻게 해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니까 온몸이 너무 아파요. 땅바닥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내 몸을 더럽히는 것도 싫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내가 얼마나 귀한 채소인줄 알기나 해요? 열무아가씨는 작고 여린 잎사귀가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었어요.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온 몸을 때리니 너무나 따갑고 아팠어요. 열무아가씨는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만 훌쩍 훌쩍 울고 말았어요. 하지만 옥수수 아줌마는 열무아가씨가 울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어요. 오직 등에 업고 있는 옥수수 아가들이 시원해서 당실당실 춤을 추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흐뭇하기만 했어요. 첫째는 연두색 고운수염이 제법 길게 늘어졌어요.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 숨 막히게 무더운 날을 잘 참고 수염을 늘어뜨린 첫째가 늠름해 보였어요. 둘째와 셋째도 조금 있으면 연둣빛 고운 수염이 밀어 올리겠지요.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날에 주인아저씨는 열무아가씨한테만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주었어요. 아가를 셋이나 업고 힘들게 서 있는 옥수수 아줌마에게는 물 한 방울 뿌려주지 않았어요. 옥수수 아줌마가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열무아가씨는 알지 못했어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옥수수 아줌마는 며칠째 내리쬐는 뙤약볕에 점점 지쳐갔어요. 얼마나 목이 마른지 죽을 것 같았어요. 등에 업혀 있는 아가들을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서 수분을 빨아 올렸지만 이젠 소용이 없었어요. 아가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던 푸른 잎사귀들이 차츰차츰 시들어 갔어요. 비가 오지 않으면 며칠 못 살고 죽고 말거에요. 옥수수 아줌마는 너무나 슬펐어요. 옥수수 아줌마가 죽으면 아가들도 따라서 죽을 수밖에 없어요. 옥수수 아가들이 단단하게 영글어야 새 생명으로 이어지는데 이대로 말라 죽을 생각을 하니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옥수수 아줌마는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엄마, 목말라요, 몸이 자꾸 오그라드는 것 같아요.” “우리 아가들, 착하지. 조금만 참아. 하늘이 깜깜한 걸 보니 비가 금방 올 것 같아.” 옥수수 아줌마는 칭얼거리는 아가들을 달랬어요. 하늘은 점점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여져 깜깜했어요. 굵은 장대비가 시원하게 쏟아 질 것 같았어요. 번갯불이 번쩍하고 옥수수 아줌마 머리위로 지나갔어요. 번갯불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우르릉 쾅, 꽈당, 꽈르릉 쾅, 꽈당,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어요. “엄마, 너무 무서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옵니다. 텃밭에서 잡초를 뽑던 할머니가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을 봅니다. 아무래도 소나기 한줄기 지나가겠는 걸.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혔어요. 할머니는 목에 두른 수건을 풀러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텃밭에 싱싱하게 자라는 채소를 바라봅니다. 할머니네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들이 자라요. 할머니가 꽂아준 기다란 막대기를 붙잡고 올라가는 오이넝쿨에 오이가 길쭉길쭉 자라요. 보라색 가지도 오동통 튼튼하게 자라요. 방울토마토는 가지가 휘어지도록 조랑조랑 열렸고요. 파란 완두콩도 앙팡지게 여물어가요. 고추나무에는 하얀 작은 별꽃이 닥지닥지 피었어요.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작고 귀여운 고추가 뾰족뾰족 달렸어요. 고추밭 가장자리에는 아가를 셋이나 업은 옥수수도 무럭무럭 자라요. 넝쿨손을 쭉쭉 뻗어가는 호박은 샛노란 호박꽃을 탐스럽게 피웠어요. 그런데 호박넝쿨은 정말 장난꾸러기에요. 넝쿨손으로 옥수수엄마를 휘휘 휘감으며 귀찮게 굴어요. 하지만 아가를 셋이나 업은 옥수수엄마는 마음씨가 얼마나 착한지 싫은 표정을 짓지 않아요. 배추와 열무도 날마다 쑥쑥 자라지요. 시금치와 아욱. 근대,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반찬도 우리 농촌에서 키운 시금치, 오이, 가지, 상치, 배추, 무, 도라지, 더덕, 등으로 만들어 먹어야 좋대. 과일도 딸기, 참외, 수박, 복숭아, 사과, 배, 감등 우리나라 과일을 먹어야 좋아 진대. 그리고 콩으로 만든 된장, 청국장, 간장 고추장등 우리 농촌에서 나는 농산물을 먹어야 좋아지는 병이 아토피래. 그렇구나, 봄바람 너는 마음대로 날아다니까 세상 소식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 보리는 속으로 참 이상한 피부병도 다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리는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또 그 위에 할아버지 때부터 해마다 이 땅에 심어져서 살았지만, 그런 피부병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어요.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게 아토피 피부병이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하기야 요즘은 시골에서 아이들이 들판을 뛰어 다니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요. 새떼처럼 몰려다니며 재잘거리던 아이들을 본지가 언제인지 모릅니다. 보리가 사는 이 마을은 도시에서 많이 떨어진 산골이거든요. 그래서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주말농장도 없어요. 들판이 떠나가도록 재잘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지 벌써 오래 되었지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