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는 24절기의 열일곱 번째로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며, 음력으로 9월, 양력으로 10월 8일경이다. 해는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온다. 한로는 찰 '한(寒)', 이슬 '로(露)'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이고, 세시명절인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과 비슷한 때이다. 옛 사람들은 한로 때를 3후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적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이때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타작이 한창인 시기이다. 또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여름새 대신에 기러기 등 겨울새가 오는 때이다.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온갖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한다. 이때쯤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茱萸)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데, 이는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으로 붉은색이 귀신을 좇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에는 시절음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데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을(秋)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분은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로 음력으로는 8월 중이며, 양력으로는 9월 23일경이다. 추분점은 천구상(天球上)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점 가운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황경(黃經) 모두 180°, 적위(赤緯)·황위(黃緯) 모두 0°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든다. 옛 사람들은 추분 기간 중 초후(初候)에는 우렛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 중후(中候)에는 동면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 말후(末候)에는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이 때가 추수기이므로, 온갖 곡식이 풍성한 때이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같이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춘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즉,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또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음이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의 세계라는 것이다. 지나침과 모자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
하얀 이슬 산들바람 가을을 보내주자발 밖의 물과 하늘 청망한 가을일레앞산에 잎새 지고 매미소리 멀어져막대 끌고 나와 보니 곳마다 가을일레-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 ‘사계시(四季時)’ 중백로는 24절기의 열다섯 번째 절기로 9월 7일경이며 해의 황도가 165도에 올 때이다. 이때쯤이면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3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이때가 되면 고추는 더욱 붉어진다.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때이다. 아직 늦더위가 남아있어 자칫 짜증이 나기 쉽지만 농촌을 생각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땡볕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하여 오곡백과가 여무는 데 지장이 있다. 또 가끔 백로 때 기온이 뚝 떨어지는 '조냉(早冷)현상'이 나타나 농작물의 열매맺기에 발을
처서는 24절기의 열네 번째 절기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며, 음력 7월, 양력은 8월 23일경이고, 해의 황도가 150도에 있을 때이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낱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한다. 옛 사람들은 처서 때를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중후(中候)에는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논벼가 익는다고 하였다.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쬘 포, 曬:쬘 쇄)도 이 무렵에 하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파리 모기의 성화도 줄어가는 무렵이다. 하지만 요즘은 환경 파괴인지 가을이 들어서도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
입추는 24절기의 열세 번째로 음력 7월 곧 음력 7월의 또 다른 말이며 초가을이란 뜻인 맹추월(孟秋月)의 절기인데 양력 8월 7~8일경이다. 해의 황도가 135도인 날이며, 대서와 처서 사이에 있고, 가을에 들어서는 절기라는 이름이다. 동양의 역(歷)에서는 입추부터 입동 전까지의 석 달을 가을로 한다. 옛 사람들은 입추 때 초후(初候)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中候)에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쓰르라미가 운다고 표현하였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지만 아직 낮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밤새 열대야에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녘 하늘 저편에서는 가을 하늘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입추를 시작으로 가을절기로 들어간다. 8월 7~8일 경이 입추인 것은 계절이 실제보다 빠른 느낌을 준다. 이것은 우리나라보다 빨리 와서 빨리 가는 중국 대륙의 계절이름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입추가 지난 뒤의 더위를 남은 더위란 뜻의 잔서(殘暑)라고 하고,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에도 더위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사전에서 보면 입추는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고, 말복(末伏)은 '여름의 마지막 더위'를 뜻한다. 그렇다면 입추가 말
대서는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음력으로는 6월 중, 양력으로는 7월 23일 무렵이다. 해의 황경(黃經)이 120도에 이르며, 한 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라고 큰 더위라는 뜻의 대서(大暑)라 불렀다. 옛 사람들은 대서 기간 중 초후에는 썩은 풀이 변해서 반딧불이 되고, 중후에는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말후에는 때때로 큰비가 내린다고 하였다. 대개 중복(中伏) 때이고 장마가 끝나며 더위가 가장 심해지는 때이다. 천둥과 번개가 대단하고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지기도 한다.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면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하나 다시 뙤약볕이 더위를 먹게 한다. 이때 뙤약볕에서 땀 흘려 농사짓는 농부들은 솔개가 드리울 정도의 작은 그림자 솔개그늘이 정말 반갑기만 하다. 소나기가 온 뒤의 마당에 미꾸라지들이 떨어져 버둥거리기도 한다. 빗줄기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진 것인데 추어탕을 해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한다. 대서 때 참외나 수박 등 과일이 풍성하고, 가장 맛이 있다.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며, 채소가 풍성하고, 산천의 푸르름이 한층 짙어진다. 장마 때에는 과일이 무맛이 되는 반면 가물었을 때는 과실 맛이 매우 달다. 이제 더운 여름을 맞아 땀을 많이 흘려야
소서는 24절기의 열한 번째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들며, 음력 6월, 양력 7월 7일~8일께가 된다. 해가 황경 10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옛 사람들은 소서 때 초후(初侯)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中侯)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다니며, 말후(末侯)에는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다. 이때에는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오래 자리 잡아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온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소서 때는 논매기를 했다. 팥, 콩, 조들도 하지 무렵에 심고, 소서 무렵에 김을 매준다. 또, 이때 퇴비 장만과 논두렁의 풀도 깎아준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된다.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음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제일 맛이 나서 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먹는다. 채소류로는 호박이며,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포는 좋은 반찬이 된다. 또 민어는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끓여 먹는데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띄워 먹는 맛은 환상이다.-------------------------------------------------------------
하지는 24절기의 열 번째로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음력으로 5월, 양력으로 6월 21일께가 된다. 해는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인 하지점(夏至點)에 위치하게 되는데 북반구에서 밤이 가장 짧아졌지만, 낮시간은 14시간 35분으로 1년 중 가장 길다. 정오의 해 높이도 가장 높고, 해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에는 몹시 더워진다. 북극 지방에서는 온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하지 기간 중 초후(初候)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중후(中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여러해살이풀인 끼무릇의 덩이뿌리인 반하(半夏)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이전이면 모두 끝나며, 장마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햇감자를 캐어 쪄먹거나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하지가 되면 모내기도 끝나가지만 가뭄이 들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낸다. 예전에는 기우제를 어떻게 지냈으며, 다른 나라는 어떨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보면 주신(主神)인 제우스가 비를 내린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우스의 신목(神木)인 떡갈나무 가지에
망종은 24절기의 아홉 번째로 음력 4, 5월, 양력 6월 6~7일 무렵이 된다.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들며 해의 황경(黃經)이 75도일 때이다.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芒) 곡식의 종자(種)를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역시 망종 때 초후(初候)에는 사마귀가 생기고, 중후(中候)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보리베기와 모내기를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속담에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오."라는 속담이 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도 있는데 망종을 넘기면 보릿대가 꺾어지거나 부러지고 바람에도 넘어갈 염려가 있으며,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만 논에 벼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쪽에서는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만큼 한 해 가운데 가장 바쁜 때였다. 전남지방에서는 망종날을 '보리 그스름'이라 하는데 아직 남아있는 풋보리를 베어다 그스름을 해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잘되어 곡물이 잘 여물며 그 해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 다음 날 먹는 곳도 있었다. 망종이 빠른 날짜에 오는지 늦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차는 소만(小滿) 소만은 24절기의 여덟 번째 절기로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며, 음력 4월, 양력 5월 21일께가 된다. 해가 황경 60도의 위치에 올 때인데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찬다(滿)는 뜻이 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는데 가을보리를 거두고, 이른 모내기를 하며, 밭농사의 김매기 등을 하게 된다. 옛날에는 소만때 중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 씀바귀는 꽃상추과에 속하는 다년초로서 뿌리나 줄기, 잎은 이 시기에 식용으로 쓰였다. 또 이때 즐겨 시식하는 냉잇국은 시절음식으로 이름이 높다. 초후를 전후하여 죽순(竹筍)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다. 보리는 말후를 중심으로 익어 밀과 더불어 여름철 주식을 대표한다.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였지만 대나무만큼은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자기의 영양분을 공급해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어미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에게 정성을 다하여 키우는 것과 같다 하겠다. 봄의 누래진 대나무를 가리켜 대나무 가을 곧 '죽추(竹秋)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