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실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 주위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끈다. 밝은 빛처럼 시선을 모으는 권력의 속성처럼, 임금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에 기록되고 회자하였다. 다만 정보의 통제가 엄격했던 옛날에는 덜 알려지고, 지금은 더 많이 알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영규가 쓴 이 책, 《조선시대 왕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왕실 사람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임금과 세자는 어떻게 지내고 왕후와 후궁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막연히 사극으로만 보던 왕실 사람들의 생활을 마치 옆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비 간택과 외척에 관한 이야기다. 간택은 왕실에서 혼인을 앞두고 혼인 후보자들을 대궐 안에 불러 배우자를 뽑던 제도다. 고려 때만 해도 이런 제도 없이 상궁을 앞세워 중매하는 형식으로 혼인했지만, 조선시대 들어서는 간택을 통해 일종의 ‘선발’을 했다. 태종은 신하 이속이 왕실과의 중매 혼인을 거부하자 괘씸하게 여기고 ‘간택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왕실의 혼인을 위해 간택을 할 때는 먼저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뉴미디어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읽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문해력은 더 나아졌을까? 놀랍게도 답은 ‘아니오’이다. 2023년 OECD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문해력은 500점 만점에 249점으로 참여국 31개국 중 22등에 그쳤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12년보다 평균 20점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국내외 리터러시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조병영 교수는 현대인들이 직면한 정보 환경을 분석하여 ‘새로운 문해력’을 통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지만, 맥락 없이 파편화되고 알고리듬에 의해 편향된 정보만 습득하고 있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한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자신의 고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식적으로 사고하고 성찰할 수 있는 존재이다. 저자는 이 능력이 사회구성원들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문해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천천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판적인 성찰과 몰입, 경청이 중요하다. 결국 새로운 문해력을 기른다는 것은 단순히 잘 읽고 쓰는 것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在郊那似在家肥 교외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살찌는 것만 하겠냐고 人笑冥鴻作計非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 잘못됐다 비웃지만 莫把去留論得失 가고 머무름으로 얻고 잃음을 말하지 말라 江南水闊網羅稀 강남에는 물이 넓고 그물도 드물다네 홀아비나 홀어미의 외로운 신세를 “짝 잃은 기러기 같다.”라고 하며, 짝사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로 ‘외기러기 짝사랑’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의가 좋은 동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통혼례식 때 신랑은 목기러기를 상 위에 놓고 두 번 절하는 전안지례례(奠雁之禮)를 한다. 이는 신랑이 신부를 맞아 기러기와 같이 백년해로하고 살기를 맹세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은 자신의 한시(漢詩) ‘영정안(詠庭雁)’ 곧 “뜰의 기러기를 노래함”에서 이 기러기를 색다르게 표현한다. 벼슬에서 물러나 숨어 사는 것이 더 슬기롭다는 것을 기러기에 비유하고 노래하고 있다. 백사는 말한다. 들판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뒹굴뒹굴 살찌는 것만 하겠느냐고 말이다. 또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이 잘못됐다고 비웃지만, 나오고 물러감만을 가지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아주 긴 이야기다. 역사가 기본적으로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훨씬 역사가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한 편의 단편소설이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모여 빚어낸 대하소설이 역사라면, 그 흐름을 쭉 듣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이 책, 《벌거벗은 한국사- 사건편》은 복잡하게 뒤엉킨 인물들의 서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유명한 인기 역사 예능인 《벌거벗은 한국사》를 책으로 재구성하여 펴낸 것이다. 여러 방송분 가운데서도 한국사의 운명을 가른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의 숨겨진 면모를 벌거벗겨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한다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이 책 또한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벌거벗은 무신정변’, ‘벌거벗은 여몽전쟁’, ‘벌거벗은 임진왜란’ 등 굵직한 역사 속 사건들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완용이 어떻게 나라를 팔아넘겼는지 낱낱이 파헤친 ‘벌거벗은 경술국치’ 편이다. 이완용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역사에 회자되어 왔지만, 정확히 그가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미국의 작가 안드레아 칼라일이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쉽게 말하지 않는 ‘노년의 시간’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에세이이다. 섬세한 문장 속에는 지난 시간을 향한 이해와 다음 장면을 맞이하는 태도가 고요하게 스며 있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 가족과의 관계, 살아온 세월과 그 흔적들을 되짚는다. 그리고 노년으로 접어든 현재, 노년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유롭고 온전한 노년으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나이 듦은 단순하게 시간이 쌓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깊어지는 과정이며 가장 온전한 자신으로 살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나이 듦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7)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하느냐 내 죽거든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 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 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 독립운동가 김동삼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경상북도호국보훈재단이 펴낸 이 책,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김동삼》은 안동 내앞마을에서 분연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떨치고 일어난 김동삼의 생애를 담은 그림책이다. 한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만주의 호랑이’라 불릴 만큼 당당한 인물이었으나, 결국 서대문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조국이 독립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옥사해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다.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자,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김동삼도 예외가 아니었다. 1878년, 안동에서 태어나 나라가 힘없이 망해가는 모습을 청년기 내내 지켜본 그는 29살이 되던 1907년, 동지들과 안동에 협동학교를 세워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협동학교가 설립된 가산서당에서 4년을 보낸 그는 33살이 되던 1911년, 만주로 떠나 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이번에 일곱 번째 사진 에세이집 《산빛》을 펴냈습니다. 2019년에 첫 사진 에세이집 《하루》를 냈으니, 해마다 한 권씩의 사진 에세이집을 냈군요. 책 표지에는 제목 《산빛》 밑에 앙증맞게 산봉우리 두 개를 표시하고 그 밑에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산, 산이 있다. 산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오래된 위로이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품? 뭘 품는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서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합니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그 산의 품에서 모든 것이 자라나고 살려지고 주어진다. 산의 품에 깃들기만 하면, 그저 바라보고 그려보기만 하면, 생생지기(生生之氣)의 산빛은 나를 맑게 하고 치유하고 일깨우고 다시 일어서 나아가게 한다.” 그렇군요. 그래서 박 시인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날, 소란과 속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날에는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내 안의 가장 높은 산정으로 올라가 볼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상과 시대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면 마침내 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시(詩)는 철학과 세계관을 고도로 농축한 글이다. 시를 잘 짓고 쓰는 사람을 보면, 사상이 정교하고 감각이 발달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시는 여러 겹의 사유를 덧대어 만든 언어의 결정체다. 시인 고두현과 전(前) 동양시스템즈 대표 황태인이 함께 쓴 이 책,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좋은 시와, 그에 따른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날 때’라는 머리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 짓기와 경영은 영감과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p.11) 시인과 경영자의 닮은 점도 많군요.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지요. 시인이 하늘의 별을 우러러보면 경영자는 발밑의 땅을 고르고 이랑을 돋웁니다. 이럴 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수가 동시에 빛나지요. 책에 실린 많은 시 가운데 이근배가 쓴 《부작란-벼루에게》라는 시가 퍽 친숙하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54살의 나이로 제주도 대정골에 유배되어 9년 동안 먹빛 바다를 보며 벼루가 바닥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더위 그 까짓것 - 임인규 지독한 땡볕 측정온도는 38도씨 온몸에 땀이 줄줄 더위 그까짓 것 공사 현장 철근 위를 걸어봤니? 운동화 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온도 살이 익을 정도다. 그래도 공사는 해야 하고 그래야 돈을 번다. 섭씨 2000도 3000도를 오르내리는 용광로 앞에서 방열복 입고 쇳물을 퍼 날라 보았는가?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쇳물은 부어야 하고 그래야 수도꼭지는 생산이 된다. 우리 겨레는 더위가 극성인 때 혀끝에서는 당기는 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했다. 바로 그것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슬기로움인데 여름철의 더운 음식은 몸 안의 장기를 보호해 준다고 한다. 이 이열치열의 먹거리로는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실제로는 잉어와 오골계)으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 탕인 “임자수탕” 그리고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따위가 있다 여름철이면 사람 몸은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양의 피가 모이게 된다. 이에 따라 체내의 위장을 비롯하여 여러 장기는 피가 부족하게 되고 몸 안의 온도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4) 그냥 웃기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똥오줌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나라 역사 속에 나오는 똥오줌 이야기야. 왕과 왕비, 시인과 학자, 임금님과 선비가 주인공인 똥오줌 이야기란다. 역사책에 그런 게 정말 있냐고? 똥과 오줌, 다 나와 있냐고? 그래, 역사책에 다 나와 있어.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푸지게 나온다니까. 똥과 오줌이 정말 역사책에 그리 많이 나올까? 엄중, 진지, 근엄한 역사책에 ‘똥오줌’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도, 의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소재가 된 적이 꽤 많다. 배설은 영원한 인간의 숙명이고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만큼, 똥과 오줌이 역사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설흔이 쓴 이 책, 《웃기고 냄새나는 역사 속 똥오줌 이야기》는 역사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볍게 바꿔준다. 이렇게 작고 하찮은 것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주변의 작은 일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책에는 오줌 꿈을 사서 왕비가 된 김유신의 누이 문희, 화장실에서 김부식에게 복수한 정지상의 귀신, 신하들이 있는 가운데 몸을 돌려 오줌을 눈 조선 임금 경종,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평했던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