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 / 려증동 1905년 11월에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이 서울에 왔다. 17일에 ‘5조약 문서’를 내어놓으면서 찬성하라고 했다. 내용인즉 “한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본 통감이 다스려야 되겠다”는 것이었다. 문서 이름은 ‘박문’이 ‘한-일 협상’으로 지었다. 참정대신(국무총리) 한규설이 고함을 지르면서 ‘아니 된다!’고 외쳤다. 외부대신 박제순 등의 도장이 찍혔다. 박문은 일본군을 불러서 ‘경운궁’을 둘러싸게 하고는 한규설을 끌어내라고 했다. 이때 한규설이 박문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자결했더라면 열사로 되어, 그 이름이 영원히 살게 될 뻔했는데, 밥이 그리워선지 그러지 못했다. 박문이 지시하기를 “참정이 불가라고 하니, 외부대신이 도장을 찍으면 된다”고 했다. 왜병이 외부대신 방에 들어가서 박제순 도장을 가지고 나오도록 해서 도장을 그들이 찍었다고 한다. 박제순 역시 ‘불가’를 외치면서 자결했더라면 그 이름이 영원히 살았을 터이다. 당시 선비들은 “참정대신이 ‘불가’라고 한 문서는 무효다”라며 국제 모임인 만국평화회의 등에 호소하려고 ‘늑약’(勒約)을 외치면서 ‘을사늑약’이라고 했다. ‘억지 늑’자다. 황성신문사 사장 장지연이 ‘시일야 방성대곡’이라는
" 민 초 " 1945년 광복에 이어 정부를 세울 무렵에는 당시 문교부가 솔선하고 교육자들과 언론인들이 호응해서 일본말 찌꺼기를 씻어내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지식인들이 이 일을 점점 게을리하더니, 최근에는 거의 우리말에 끼어든 적이 없는 일본말을 들여다 쓰면서 첨단지식인 양 우쭐거리는 모습이 자못 심각해져 간다. 우선 많이 배웠다는 이들이 민본주의를 상징하는 말처럼 쓰는 ‘민초’(民草)가 문제다. (한글학회)에는 “백성을 달리 일컫는 말”이라 하고, (민중서림) (국어연구원) 따위에는 “백성, 민중, 인민을 무성하는 풀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했지만, 두루 궤변에 가깝다. 백성을 뜻하는 우리 한자말은 ‘공민, 국민, 농민, 생민, 서민, 시민, 인민, 천민(天民), 천민(賤民), 촌민(村民), 평민 …’ 들처럼 쓰므로 ‘초민’(草民)이라면 그런 대로 백성을 뜻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거꾸로 써서 ‘민초’라고 하면, 백성을 뜻하기보다는 무슨 풀의 이름 같다. 일본어 사전을 보면 민초(民草)를 ‘다미구사’(たみくさ)라 읽으며, “백성을 풀에 비유한 말”이라고 했으니, 백성을 존중하는 뜻보다는 바람 부는
"겨레와 민족" 공자가 민(民)이라는 말을 썼다.(民免而無恥. 논어2) 맹자는 왕에게 ‘백성과 함께 즐기라’(與民同. 맹자2)고 요구했다. 배달겨레 말이나 차이나 말에는 민족(民族)이란 말이 없었다. 이 말(民族)은 일본말이다. 1905년 11월17일에 ‘을사국치’가 있었다. 일본 통감이 남산에 자리잡고 코리안을 다스렸다. 그때는 일본말 ‘民族’이라는 말이 쓰이지 아니했다. 5년 뒤 1910년 8월29일에 ‘경술국치’가 있었다. 나라 잃은 ‘실국시대’로 되어서 일본 총독이 코리안을 다스렸다. 1919년에 일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최 린이 일본말 ‘민족’을 사용하면서 민족 자결(民族 自決)이라는 말을 썼던 것이다. ‘겨레’라는 배달말이 자라나지 못하고, 세력을 잃었다. 일본말 ‘민족’에 배달말 ‘겨레’가 눌리게 된 것이다. 1945년 을유 광복 후 ‘겨레’라는 배달말이 자라게 되고, 일본말 ‘민족’이 사라지게 되었다. 광복 후 ‘겨레’라는 신문사가 생겼으나 ‘민족’이라는 신문사는 없었다. ‘겨레체육대회’가 생겼으나, ‘민족체육대회’는 생기지 아니했다. 말이 죽고 사는 것은 겨레가 죽고 사는 것과 똑 같다. 그런데 조금 있다 다시 ‘민족’이란 말을 즐겨 쓰
으뜸소리 적기 프랑스 사람들은 ‘으뜸소리’를 굳게 지킨다. 로마자나 한글이나 소리글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로마자를 쓰는 프랑스 사람들은 ‘Descartes’라고 적고 ‘데카르트’라고 소리 내어서 읽고 말한다. 소리나는 대로 적고 말하지 아니한다. 세계 인류가 대체로 프랑스 식을 따르고 있다. 이와는 달리 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고 하는 나라는 남배달(남한)뿐이다. 북배달(북한)이 공산주의와 독재적 정치제도를 채택해 나라를 꾸려오다 배가 고파서 굶어나기에 이르렀으나, 1960년대 이후 으뜸소리를 굳게 지키는 방식을 채택했기에 말글살이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 북배달이 말글살이에서는 바르고 깨끗하게 되어서 북배달 말사전에서는 일본말 찌기들이 거의 들어가지 아니했다. 북배달 말사전에는 ‘경술국치’가 들어 있고, ‘국치일’이 8월29일로 바르게 기록되어 있다. 남배달에서는 “무슨 말이든지 뜻이 통하면 된다”고 하고는 “내가 하는 말이 표준이다. 내가 하는 말을 사용하라”고 했던 독단적 학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했다. ‘쇠고기’라고 하면 ‘철사 고기’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내가 어릴 때 ‘소고기’를 ‘쇠고기’라고 했다.
배달말의 생기 뿌리를 알 수 없게 된 말이 오래된 배달말이다. 그 오래된 배달말에서 생기가 솟아나게 된다. 생기가 솟아나는 말을 골라 쓰는 사람은 거룩한 일을 남기게 된다. ‘나라’라는 말이 오래된 배달말이라는 곳에서 배달겨레가 오랜 옛날에 ‘네이션’을 이룩했다는 것으로 된다. 아시아 대륙에서 단족(檀族) 배달겨레가 제일 먼저 나라를 세웠다고 하는 말이 [나라]라는 소리에서도 증거가 됨 직하다. 나라[nara]라는 소리를 들으면 배달겨레 초등학생 머리에도 곧장 네이션[nation]이 지니고 있는 뜻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방·국’(邦·國)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이 배웠다는 대학생일지라도 곧장 그 뜻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본디 뿌리가 배달말이 아니어서 어렵게 된 것이다. ‘邦’이라는 말을 공자가 많이 썼고, 맹자는 ‘國’이라는 말만을 사용했다. ‘방’과 ‘국’이라는 말을 우리가 오랜 세월 써 왔지만 배달말로 되지 못했다. 배달말로 되지 아니했기에 거기서 생기가 솟아나지 아니한다. 우리에게 ‘나라’라는 배달말이 없었다고 하면 ‘방·국’이 배달말로 될 수가 있었다. ‘방국’이 배달말로 되지 못했기에 여기에서 나온 ‘국민’이라는 말이 언제나 약탈군이 쓰는
친구보다 정감 있는 우리말 - 동무 몇 년 전 한국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동무"란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고 문 익환 목사가 북한 김 일성 주석을 만날 때, 그를 어떻게 부를 것인지 고민하던 끝에 "동무"라고 불렀다는 내용 이였다. 그러면서 "동무"는 한자의 (同務)에서 왔을 것으로 보고,"같이 힘을 쓰는 사람"이라 해석해놓았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동무"는 한자의 "同務"에서 온 것이 아니라"同謀"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듯하다. 중세 중국에서는 서로 돕는 동료 일꾼을 "훠찌(伙計)"라고 했다. 유창돈 "劉昌惇"의 에 의하면, 이 단어를 한국의 언해본이나 및,에서는 "동모"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와 대조해 본 결과,"동모"가 아니라"동무"로 되어 있다. 또는 "반 伴"자에 대한 해석이 "벋(벗-필자주)반"으로 되어 있고, 그 밑에 "통속적인 말로 화반伙伴, 동모同謀라고 한다"는 각주를 달았다.에서는 반伴자를 아예 "동모반" 이라고 풀이했다. '伴'자는'동반자'라는 말에 쓰이는 "伴"자이므로 그 뜻이 '동무'와 통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동모'의 어원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
그가 그의 아내를 …? “그가 그의 아내를 사랑한다.” 보통 영어 시간에는 그렇게 공부한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듣는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가? 손가락질과 억양을 덧붙이면 이 문장은 “그(제동이)가 그(호동이)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불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 때 우리는 흔히 “그는 지[제] 마누라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영어 시간에도 이것은 “그는 제 아내를 사랑한다”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여러 미신들이 널리 퍼져 있다. 그 가운데서 으뜸가는 미신이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절반은 맞다. 한국 사람은 누구나 한국말을 하고 사니까. 그러나 실제로 잘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나 관공서 게시판에 한국말로 나붙은 공고를 보고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는 한국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공고문 바로 옆에 서서 거기 설명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묻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젊은이들도 있다. 왜 그런가? 그런 미신에서 다음과 같은 잘못된 결론이 쉽게 나온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괴상한 말, '재테크'와 '이벤트' 남의 나랏말이 이 땅에 퍼지는 본보기 이대로 / 우리말살리기 겨레모임 공동대표 요즘 우리나라에서 ‘재테크'란 이상한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미국말도 아니고 일본말도 아니고 더욱이 우리말도 아닌 괴상하게 생긴 말이다. 이 말은 일본 사람들이 한자와 미국말을 섞어서 만든 말인데 10여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처럼 쓰고 있다. 이 재테크란 이상한 말이 어떻게 이 나라에 들어와서 퍼지고 자리 잡게 되는 지 한번 살펴보자. 지금부터 10여 년 전에 나는 '재테크'란 말을 신문에서 처음 보았다. 나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일반 국민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그 때 신문을 두 가지 사 보고 있었다. 아침에 나오는 한겨레신문과 저녁 때 나오는 중앙일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중앙일보 경제 쪽에 “기업들 재테크 열중"이라는 큰 제목이 눈에 번쩍 띄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말을 쓰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나는 태어나 처음 보는 낱말을 신문기사 제목으로 크게 쓴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신문사 편집국에 바로 전화를 했다. "방금 신문을 받았는데 ‘재테크'란 낯선
컬러링을 우리말로 하면 뭐가 좋을까?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을 방문하자.‘컬러링(color ring)’이란 ‘통화 대기음 또는 통화 연결음을 기존의 단순한 기계음 대신 바꾼 음악이나 음향 효과음을 말한다. 그런데 이 ‘컬러링’은 한 통신회사의 상품으로 다른 통신 회사들은 ‘필링(feel ring)’, ‘콜러링(caller ring)’ 따위로 제각각 만들어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컬러링(color ring)’, ‘필링(feel ring)’, ‘콜러링(caller ring)’ 따위의 영어로 된 말 대신 새로운 우리말을 만들어 써 보는 시도를 하는 누리집(홈페이지)이 있다.‘국립국어연구원’이 만든 누리집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누리집 첫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띤다.“우리말이 아파요!, 외래어, 외국어를 마구 써서 우리말이 위태로워요, 이젠 우리가 직접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어 봐요, 요즘 어디에 가든지 온통 눈에 띄는 것은 외래어, 외국어뿐입니다. 세계화시대, 국제화시대라서 그런가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우리말이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이 누리집에 보면 먼저 “내
‘뜨게부부’, ‘검정새치’를 아시나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 사전”이 나왔다. ‘뜨게부부’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부부를 말한다. ‘뜨다’라는 말은 ‘흉내 내어 그와 똑같게 하다.’라는 말로 ‘뜨게부부는’는 결국 흉내 낸 부부라는 뜻으로 쓰인 토박이말이다. 또 ‘검정새치’는 같은 편인 체하면서 남의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 즉 우리가 흔히 쓰는 ‘프락치’라는 말과 같다. 사실은 새치이면서도 검은 머리카락 속에 숨어서 또는 검은 머리카락인 척 하면서 염탐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날카롭게 꼬집는 말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정감있는 우리의 말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글을 쓸 때 활용할 수도 없고, 글이 풍성해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말 풀이사전 ⓒ2004 박남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비를 뜻하는 말들을 얼마나 알까? 우리말에는 가랑비, 달구비, 떡비, 먼지잼, 모종비, 목비, 무더기비, 보슬비, 비꽃, 여우비, 웃비, 이슬비, 자드락비, 밤비, 채찍비, 날비, 는개, 바람비, 발비, 비보라, 억수 등의 많은 비가 있는데도 대부분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 아니던가?요즘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쓰는 글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