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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의 아내를 …? / 안인희(번역가)

그가 그의 아내를 …? “그가 그의 아내를 사랑한다.” 보통 영어 시간에는 그렇게 공부한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듣는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가? 손가락질과 억양을 덧붙이면 이 문장은 “그(제동이)가 그(호동이)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불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 때 우리는 흔히 “그는 지[제] 마누라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영어 시간에도 이것은 “그는 제 아내를 사랑한다”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여러 미신들이 널리 퍼져 있다. 그 가운데서 으뜸가는 미신이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절반은 맞다. 한국 사람은 누구나 한국말을 하고 사니까. 그러나 실제로 잘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나 관공서 게시판에 한국말로 나붙은 공고를 보고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는 한국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공고문 바로 옆에 서서 거기 설명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묻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젊은이들도 있다. 왜 그런가? 그런 미신에서 다음과 같은 잘못된 결론이 쉽게 나온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죽어라고 한다. 그래도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는 그의 아내가 그를 비난했다고 말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늘 그런 것은 아니라도 이 문장은 다음의 뜻이 될 수 있다. “그는 제[자기] 아내가 저를 비난했다고 말한다.” 이게 영어의 문제인가, 아니면 한국어의 문제인가?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안인희/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