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제7회 벽파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지난 12월 12(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무형문화재 전수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작년에는 감염병으로 인해 대회 자체가 열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에는 비(非) 대면(對面)으로 실시하는 영상 심사로 예선을 거친 뒤, 본선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2021년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돌림병 확진자가 줄어들기는커녕, 또 다른 새로운 이름의 병균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서 매우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철저히 방역해 가며 대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년에 견줘 다소 출전자들이 줄기는 했어도 100여 명 이상이 참가신청을 냈다고 하니 벽파 대회의 위력은 나름대로 살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제7회 대회에서 명창부의 대상은 서도좌창 가운데서 초한가(楚漢歌)를 힘차게 부른 최은서가 차지하였다. 초한가란 어떤 노래인가? 아니 그보다도 벽파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벽파(碧波)>란 무슨 뜻이고 누구를 일컫는 이름인가? 벽(碧)은 푸르다는 의미, 또한 파(波)는 물결이라는 의미여서 벽파란 <푸른 물결>을 뜻한다. 바로 경기민요의 대명사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금슬상화(琴瑟相和)라는 말이 있다. 금이라는 악기와 슬이라는 악기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보통 부부 사이가 좋을 때, ‘금실이 좋다’는 표현을 한다. 슬을 타는 자는 그 뜻을 슬에 두지만, 금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금을 타는 자, 역시 그 뜻은 금에 두되, 그 슬과 더불어 조화를 통해 즐거움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무룻 여기에 조화를 모르는 자는 즐거움 또한 넓지 아니하며 뜻도 없고 음악의 역할도 구차하게 스스로 얽어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악기를 붙잡고 그 솜씨를 다투는 자와 비슷할 것이다. 마음의 교류를 통하여 조화의 멋을 느끼며 유유자적하던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흔히 영산회상이나 가곡을 일러 ‘점잖은 음악’이라고 말한다. 점잖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을 말함인가? 성재 유중교(1821~1893)는 이항로의 문인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던 인물로 유명하다. 외국과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척사위정을 주장하기도 했으며 유고로는 《성재문집》 60권이 있다. 그 유중교가 쓴 《현가궤범》 서(序)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듣건대, 세상에 금(琴)과 가(歌)에 종사하는 자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영산회상>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음악은 전문 국악인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큰 고개라는 이야기, 영산회상과 관련하여 1970년대 중반, 서울 음대에 출강하고 있던 서한범과 김선한(거문고)은 김정자의 제안으로 정악 공부 모임인 【정농악회】를 조직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농악회】의 원로 사범으로는 김천흥(해금), 김성진(대금), 김태섭(피리, 장고), 봉해룡(단소), 이석재(피리, 장고) 선생 등으로 이분들은 오로지 영산회상 중심의 정악만을 연주해 온 정통음악인들이라는 이야기를 더했다. 또 크고 작은 소리의 대비, 강하고 약한 소리, 잔가락이나 표현적인 시김새의 처리, 장단과의 호흡, 관(管)가락과 현(絃)가락의 조화, 내 소리와 다른 악기와의 조화 등등, 우리는 원로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그분들로부터 배운 경험은 지금도 소중한 자산이 되어 후진 양성에 큰 교훈이 되어 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예기》 중에서 악기(樂記) 편에 나오는 말이다. “음악의 생성은 음양의 기(氣)가 흘러 하나 되고, 화(化)하여 일어나며, 만물의 변하여 이루는 것이 곧 악(樂)이요, 악을 천지의 화합이라고 한다. 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나는 영산회상과 관련하여 잊지 못하고 있는 경험담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 중반이다. 당시 서울 음대에 출강하고 있던 나와 이화여대의 김선한(거문고)은 기말 전공시험의 채점을 마치고, 서울 음대 국악과 김정자 교수의 제안으로 함께 식사와 차를 나누며 영산회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주된 내용은 오늘 시험에 치른 학생들의 연주 능력이나 해석이 제각각 달라 지도하는 선생들이 더욱 더 근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하여 우리 3인과 한양대학의 양연섭(양금) 교수는 함께 정악 공부 모임인 【정농악회】를 조직하게 된다. 그리고 당시 국악계의 원로 사범이었던 김천흥(해금), 김성진(대금), 김태섭(피리, 장고), 봉해룡(단소), 이석재(피리, 장고) 선생 등을 모시고, 정례적으로 영산회상 합주를 주 1회 정도 공부한 적이 있다. 겨울에 시작된 공부가 3달 정도 지날 무렵, 우리 젊은이들은 노 선생들과 함께 영산회상 전곡을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로 하고 연습계획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젊은 교수들은 ‘매매일의 일정이 바쁘다.’, 또는 ‘이미 다 배워서 잘 알고 있는 곡이며, 현재 학생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계면조는 우조(羽調), 또는 평조(平調)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슬픈 느낌이 들게 하는 음조직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영산회상은 시김새, 형식, 장단, 기보체계, 변천과정, 향제 줄풍류의 전승현황, 풍류명인과 전승계보, 풍류문화 등을 다양하게 살펴야 이론적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영산회상을 위시하여 정악의 매력이 어떤 점인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곡가 알렌 호바네스,(Alan Hovhness)는 일찌기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당시 영산회상을 비롯한 정악(正樂)과 가곡(歌曲) 등, 한국 정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듣고, 그 소감을 이렇게 피력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정악곡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선율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윽하고도 유장한 젓대 독주의 <상령산>이나 영롱한 단소 독주의 <세령산> 가락을 듣거나, 혹은 여러 악기가 엎치락뒤치락 어우러져 가며 장려하게 엮어가는 합주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어느덧 선율의 매혹에 홀려 이내 현실을 잊고 끝없는 환상의 피안(彼岸)에 몰입하기 마련인 것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영산회상이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악곡으로서의 값어치도 크지만, 국악의 이론적 연구 자료로서도 값어치도 크다고 이야기하였다. 일반적으로 영산회상은 3음, 혹은 4음 음계의 계면조(界面調) 음악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국악의 계면조란 무슨 뜻이고 음 구성은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본다. 전통음악의 음계는 크게 평조와 계면조로 구분된다. 평조는 쏠-라-도-레-미와 유사한 음계이고, 계면조는 라-도-레-미-쏠로 구성된 음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 대표적인 음악이 조선 초기의 종묘제례악이나 전통가곡과 같은 음악이다. 종묘제례 때의 음악은 크게 두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하나는 평조 음계로 지어진 <보태평>이고, 다른 하나는 계면조로 지어진 <정대업>이라는 음악이다. 그런데 평조는 예나 지금이나 5음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면조의 음악은 5음의 구성에서 제2음을 생략하여 4음 음계로 변화되어 쓰이고 있어서 다소 달라진 것이다. 국악의 음계를 논의할 때, 자주 쓰이는 우조(羽調)란 말이 있는데, 이는 음계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웃조, 곧 높은 조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별곡의 한 종류가 곧 민간에서 연주되는 <가진회상>이며, 영산회상을 연주하되, 중간에 <미환입>을 첨가하고 <군악>의 뒤를 이어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도드리>까지를 연주한다고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악영산회상은 9곡의 모음곡이고, 평조회상과 관악영산회상은 각각 8곡이어서 모두 25곡이다. 여기에 <가진회상> 가운데 현악영산회상과 중복되지 않는 <도드리>,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 등 4곡을 포함하면 모두 29곡이 되는 셈이다. 이 악곡들을 피리나 대금, 해금, 단소, 또는 거문고나 가야금 등, 6개의 주요 선율 악기들이 각각 독주로 1~2곡씩을 연주한다면 오랜 시기간 음악회를 꾸밀 수 있는 분량이 된다. 그래서 4종의 영산회상이 연주계의 주요 연주곡목이 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악영산회상>의 경우에는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양금, 장고 등, 8인의 단잽이(1악기에 1인 연주자) 편성을 관습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평조회상>이야기를 하였다. 현악영산회상을 전체적으로 4도 아래로 이조(移調)시킨 낮은 조의 영산회상이라는 뜻, 4도 낮출 수 없는 부분은 5도 위로 자리바꿈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앞뒤로 잔가락이나 시김새를 넣어 다른 곡처럼 들린다는 이야기, <상령산>은 피리나 대금의 독주곡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처럼 기존의 악곡에서 새롭게 변주하거나, 발전시켜 독주곡으로 만들어 연주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영산회상의 또 다른 악곡에서도 새로운 변주곡을 창작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할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현악영산회상>을 비롯하여 관악기 중심으로 연주되는 <관악영산회상>, 그리고 <현악영산회상>을 낮게 이조 시켜서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 등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평조회상>, 등이 모두 현재까지도 활발하고 다양하게 연주되고 있어서 연주곡목을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몇 곡을 더 추가하여 구성이나 편성을 달리하는 영산회상도 있다. 이름하여 <별곡>이다. 구체적으로 <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관악영산회상》제1곡 <상령산(上靈山)>을 무용반주 음악으로 변주시킨 음악이 바로 향당교주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변주방법은 각 장고점간의 시가(時價)를 규칙적으로 만들고, 가락이 없는 시작부분에 피리 가락을 채워 넣으며, 낮은 선율은 옥타브 위 음으로 올려서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세 번째 영산회상인 <평조회상 平調會相>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영산회상이란 곧 <현악영산회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를 변주시킨 음악이 바로 <평조회상>이다. 어떻게 변주시켰을까? 전체적으로 4도 아래로 이조(移調)시킨 음악이다. 낮은 악조로 옮겼기에 이름도 <평조 영산회상>, 줄여서 <평조회상>으로 부른다. <현악영산회상>이 높은 조, 즉 웃조(羽調)이고 그에 반하여, 낮은 조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평조회상은 현악영산회상과 동일한 음계이며, 다만 그 중심음이 영산회상보다 4도 낮은 곡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곡을 4도 낮게 연주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악기에 따라서는 음역의 제한으로 인해, 내릴 수 없는 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관악영산회상>은 <대풍류>로 대부분 무용반주로 쓰여 왔다는 점, 상령산은 쌍(雙)-편(鞭)-고(鼓)-요(搖)의 불규칙적 장단이고, 박을 치면 모든 악기가 동시에 시작하지 않고, 북과 장고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피리가 가락을 연주하며, 이어서 모든 악기의 합주가 시작된다는 점, 그리고 연음(連音)형식이 특징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와 같은 불규칙 장단의‘상령산’악곡을 무용 반주음악으로 쓸 경우에는 우선 장단을 규직적인 장단으로 바꾸어야 했다. 합주 음악에서는 불규칙 장단이 자연스럽고 묘미가 있지만, 이를 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쓸 경우에는 원곡 그대로의 활용이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 명의 무용수가 동일한 동작, 또는 통일된 춤사위를 표현해야 하는데, 불규칙장단의 음악으로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장고점간의 시가(時價)를 규칙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상령산>이라 하더라도, 관악의 상령산과 현악이나, 평조회상의 상령산은 그 장단의 형태는 같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악 영산회상이나 평조회상의 상령산 장단형은 雙이 6박, 鞭 4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