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우여곡절 끝에 서른 넘어 본격적으로 활을 잡기 시작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꿈꾸던 영웅의 모습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활을 잡을 때마다 가슴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호연지기가 솟아오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한 감정은 활을 잡은 지 4년 차가 된 지금도 변함없다. 활터에 오를 때마다 나는 영웅이 된다. 그래서 나에게 활쏘기란 영웅이 되고 싶었던 한 소년의 꿈이다. 실제로 활쏘기를 배워보니 이렇게 매력적인 운동도 없는 것 같다.” - 《살짜쿵 활쏘기》머리말에서- 2주 전, 평소 알고 있던 서른네 살의 청년 김경준이 활쏘기 책을 냈다고 연락을 해왔다. 오잉? 4년 배운 실력으로 책까지? 싶었는데 ‘정성스러운 손글씨 사인’을 집어넣은 책 한 권이 그제 연구소에 도착했다.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얼을 알리기 위해 늘 애써 주심에 감사드리며 전통 국궁 발전을 위해 함께 힘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자 김경준 드림- 앙증맞다고 해야 할까? 예전의 문고본(文庫本, 흔히 문고판)이라고 부르던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을 펼쳐보니 김경준 작가의 ‘활쏘기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명리(命理)학은 운명의 이치를 탐구하는 철학이며 이 학문의 가장 중요한 실용은 사주(四柱-60갑자로 표현된 일주, 월주, 시주, 년주)와 추명(推命- 사주에서 타고난 운명이 유인하는 인생사 길흉화복을 헤아려보는 일)이다. 만약 사주 추명을 미신(迷信- 과학이나 종교적으로 망령되다고 생각되는 믿음)이라 한다면 명리학의 실용은 크게 잃어버릴 것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에 《사주정설》의 저자인 백관영 님의 견해가 일부 참고 되었음을 밝혀둔다. 우리가 짧은 시간 중에 만나는 사건들은 그 인과(因果)가 필연(必然-그리될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성의 관계가 있지만 긴 시간에서 보면 우연성이 절대 우세하다. 인생의 출발인 출생은 두 남녀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이 만남도 조금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우연이며 출생은 그 이전에 생명의 발생으로부터 인간의 진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연이 집약된 엄청난 사건이다. 하고 많은 생물 가운데 그것도 지구상의 인간이 되었다. 고관대작의 아들인 금수저로 나기도 하고 하루 한 끼도 얻어먹기 힘든 집안의 흙수저로 나서 기구한 행로를 거쳐 흙으로 돌아간다. 기가 막히게도 이 우연의 에너지에는 출생자의 의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행복하다는 감정은 무슨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화가라면 행복을 표현할 때 어떤 색을 사용할까? 각자가 좋아하는 색이 다르듯 행복을 표현하는 색 역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사랑했고, 바라보며 행복을 느껴온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중에서 저자를 사로잡은 색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파랑. 『파란색 미술관』은 파란색을 사랑한 열다섯 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펼쳐 보이는 책이다. 파란색은 양면적이다. 평온함을 품기도 하고 우울함을 담기도 한다. 저자는 화가들이 파란색의 양면성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하나씩 풀어낸다. 바다처럼 한없이 깊기도, 하늘처럼 끝없이 맑기도 한 수많은 파랑의 스펙트럼. 그 다양한 파란색의 향연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 안에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파랑의 온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정부가 경복궁 광화문에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을 달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월 20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광화문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 추진 계획을 보고했고, 국가유산청장이 이에 적극 동의했다는 것이다. 한글 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를 "역사적 결단"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현판 교체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중대한 사건이다. 이상적인 1안: 한글 현판으로만 한글 단체와 많은 국민이 가장 많이 염원하는 바는 단연코 '1안'이다. 곧, 현재의 한자 현판을 내리고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만 거는 것이다. 광화문은 단순한 고궁의 정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한국 문화의 발신지로서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 한글이 태어난 조선 정궁(正宮)의 정문으로서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이 걸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자가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에 오롯이 걸릴 때, 비로소 우리의 정체성이 온전히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 난관과 2안의 값어치 그러나 현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유배는 고달프다. 가시울타리에 갇히는 ‘위리안치형’을 받으면 일단 곤장 100대를 맞는다.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은 상태로 천릿길을 가다가 병이 들어 죽기도 하고, 섬으로 유배되면 풍랑을 만나 죽기도 한다. 어찌저찌 유배지까지 간다고 해도 가시울타리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는 데다, 언제 사약이 내려올지 모른다는 ‘시한부 인생’의 공포가 짓누른다. 삼평중학교 국어 교사 두 사람이 같이 쓴 이 책, 《유배도 예술은 막을 수 없어》는 거친 유배지에서도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예술혼을 꽃피운 7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 실린 허균, 윤선도, 김만중, 이광사, 김정희, 정약용, 조희룡은 오히려 유배가 ‘인생 한 수’라 할 만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이 남긴 눈부신 업적의 태반이 유배지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유배지에서 산다는 건 고달프긴 해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일하느라 엄두도 못 냈던’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마음껏 하면서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조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윤선도 또한 유배지에 가서 시조를 짓기 시작했다. 윤선도는 언뜻 생각하면 평탄한 벼슬길을 걸었을
[우리문화신문=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며칠 뒤면 한 해 가운데 가장 춥다는 절기 ‘대한(大寒)’이다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는데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은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곤 했다. 아침 녘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지난 경진년ㆍ신사년 겨울에 내 작은 초가가 너무 추워서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우리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낄까. 젊음의 한가운데 있을 때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마음이 닿는 순간일까. 손원평의 『젊음의 나라』는 이러한 단순한 질문의 답을 낯선 미래의 풍경 속에서 찾아간다. 소설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세대 구조가 역전되면서 오히려 청년들이 소외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배우를 꿈꾸던 주인공 유나라는 노인복지시설 ‘유카시엘’에서 상담사로 일하게 되고 이 경험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 속에서 유나라는 노인과 청년, 이주민과 내국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마주하며, 각 세대와 계층이 겪는 갈등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유나라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젊음의 나라』가 건네는 메지시는 명확하다. 화려한 성공이나 안정된 미래 같은 피상적인 행복이 아니라 서로의 결핍을 이해하고 함께 견디는 과정에서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진실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의 좌표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바람 부는 방향으로 휘어진 큰 나무 아래 등 굽은 저 할머니 자박자박 걸어가는구나. 거친 손등처럼 탱탱 오이 박고 늙어 가는 나무, 온몸으로, 온 뿌리로 하늘 향해 서 있는 팽나무라네. 제주 말로 ‘폭낭’이라지. 짭조름한 소금 바람 먹고도 단단하기만 한 제주섬 같은 나무, 사각사각 바람의 말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바람의 나무 말이지.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책 제목 그대로,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제주도에 살고있는 시인 허영선이 쓴 이 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는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연작으로 나온 그림책이다. 제주도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시처럼 아름답게 들려준다. 제주도는 고려 중엽까지 독립된 국가였다. 그때의 이름은 ‘탐라국’이었고, ‘섬나라’라는 뜻을 가진 탐모라, 탁라로 불리기도 했다. ‘덕판배(제주 전통의 목판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던 탐라국 사람들은 마침내 1105년 고려왕조의 일부가 되었다. ‘바다를 건너는 고을’이라는 뜻을 담은 ‘제주’라는 지명도 그때쯤 생겨났다. 1270년 고려 원종 시기, 삼별초군이 제주로 들이닥쳤다. 뒤이어 이들을 토벌할 몽고군도 몰려왔다. 삼별초를 토벌한 몽고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무엇이 우리 삶의 ‘행복’과 ‘가치’를 결정하는가,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이 기술의 진보 속에서 여전히 유효할까? 이런 질문을 품은 독자에게 『먼저 온 미래』 를 추천한다. 이 책은 인문·사회 교양 분야로, 작가 장강명이 전·현직 프로 바둑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인을 인터뷰하며 ‘인공지능(AI)이 이미 바둑계에 들이닥쳤다’는 경험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바둑이라는 특정 분야에 먼저 찾아온 인공지능 시대를 치밀하게 관찰하며,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충격, 좌절, 그리고 새로운 가치 추구의 노력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바둑을 공부하는 방식, 대국을 관전하는 문화, 바둑을 통해 추구하던 가치까지 모든 것이 달라진 바둑계의 경험을 거울삼아, 저자는 인공지능이 문학, 예술, 그리고 다른 모든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하고 인간의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논한다. 압도적인 실력의 AI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시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 책은 기술의 환호나 공포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어떤 삶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을 재정립하도록 돕는 현실적이고 사유 깊은 지침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간절한 마음을 토로하여 피를 뿌리며 널리 고하노라. 듣건대, 여러 고을에 일진회ㆍ순검ㆍ순사대를 두고 기예를 졸업시킨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를 위한 것인가? 만약 적병의 밑천이 되게 하는 것이라면, 다시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가운데 줄임) 너희 조부와 부친은 선왕의 국민으로 500년 동안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지금까지 이 나라 천지에서 길러졌으니, 조그마한 것도 모두 임금의 은혜인 것이다. 왜적과는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원한이 있다. 너희 선조로서 옛날 임진년(1592)의 난리에 피 흘리고 살이 찢기지 않은 자가 있었는가! (뒷 줄임)” -‘피를 뿌리며 널리 알린다’ 가운데서 ‘호남의소 도통대장(都統大將) 박용식(1909.2)’, 271쪽- “오늘이 나의 죽는 날이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눈을 빼어 동해상에 걸어두어라. 너희 나라가 반드시 망하는 것을 내 눈으로 보리라.” -전해산 의병장 대구공소원 법정 최후 진술 가운데(1910.7.9.), 1,178쪽 - 우국충정의 결의가 생생히 느껴지는 윗글들은 이태룡 박사가 쓴 신간 《일제침략기 의병문학》 (미래엔 출간) 속에 나오는 명문(名文) 가운데 명문이다.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