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의 새 종목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보유자 인정이 내정되었다면 이를 일정기간 관보에 고시해야 한다.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결정사항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기본 취지가 간혹 악용되는 일도 있다. 의도적으로 이해(利害)관계에 결부시키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에서 강조한 것처럼 조사위원이나 기량의 평가위원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배가시킨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되거나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재조사를 통해 확인과정을 거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연호의 “제도와 운영, 대폭 개혁해야 한다”는 글을 보면 무형문화재의 조사나 심사과정이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한다. “이미 지정된 모든 문화재들은 재심사를 통해 재지정되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부실하고 변질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재지정을 통해 대폭 정비하지 않는 한, 무형문화재의 난맥상은 가속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그 전문성을 끊임없이
문화재법은 해당 문화재 종목을 원형대로 체득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예능보유자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이 제한은 없는 것인가? 딱히 제한은 없으나 어느 정도의 연륜은 요구되고 있다 하겠다. 시행규칙 제22조를 보면, 전수교육을 3년 이상 받은 자가 이수증을 받을 수 있고 이수자가 된 다음 전수교육 조교로 올라가는 데에는 특별히 연한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서 실력이 출중하고 보유자에게 인정을 받은 이수자일 경우, 빠르면 2~3년 이내에도 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20-30년이 넘어도 불가능한 것이다. 대략 전수기간의 두 배가 넘는 7~8년으로 잡아보고, 전수교육 조교가 된 다음, 보유자가 되는 기간을 10년으로 계산한다 하더라도 능력 있는 사람은 20년이면 보유자가 될 수 있는 체제이다. 입문 20 여년 만에 보유자가 된다는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10살에 전수자가 된 사람은 30살 전후에 보유자가 될 수 있고 20살에 시작한 사람이라도 40살 전후에는 보유자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가정이므로 실
중요무형 문화재의 기·예능 보유자의 인정기준은 첫째도 둘째도 문화재의 예능 또는 기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보호법도 원형보존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원형의 개념이나 원형의 범주 문제는 간단치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어느 시대의 예술작품이나 행위를 원형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전통예술 대부분은 구전심수(口傳心授) 방식으로 전승되어 왔다. 입으로 전해오는 사이에 전해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파생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하는 변화의 범주 문제도 심각한 형편이다. 음악의 경우, 앞에서 예로 들었던 가야금산조나 거문고산조, 또는 대금산조에서 현재 지정된 유파 외에 다른 유파의 산조들은 또한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지정 당시의 가락을 올곧게 이어가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지정을 받은 후에 보유자들에 의해 변화되는 상황을 또한 어떻게 볼 것인가도 문제점이다. 이미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들의 원형도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역사적
문화재 보호법 제5조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의 지정과 관련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로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보유자를 인정할 수 있으며 추가인정도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보유자로써 정상적인 전수교육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유자의 인정을 해제하고 명예보유자로 예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유자의 추가인정이 가능하다는 말은 보유자의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보유자가 기ㆍ예능의 전수교육을 정상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명예보유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명예보유자와 관련된 내용은 시행규칙에도 명시되어 있다. 시행규칙 제2조에 보이는 보유자 등의 인정기준은 지극히 간단한 편이다. 즉 “ 중요무형문화재의 예능 또는 기능을 원형대로 체득, 보존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단체종목도 “예·기능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단체”인데, 다만 예·기능의 성질상 개인적으로는 실현할 수 없거나 보유자로 인정할 만한 자가 다수일 경우에 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예보유자는 전수교육을 정
앞에서 전수교육 조교의 지정절차와 관련된 법규를 검토해 보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해 보았다. 과거에는 전수자-이수자- 전수조교- 보유자후보-보유자의 전승구조였으나 1994년 이후, 전수조교에서 곧바로 보유자가 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전수교육조교’의 차 상위급으로 ‘보유자후보’(이를 ‘준인간문화재’로 부름)의 단계가 있어서 조교와의 분명한 구별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 ‘전수교육조교’로 통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수교육조교’ 안에는 과거의 ‘보유자 후보’와 현재의 ‘전수교육조교’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왜 하나의 명칭, 그것도 하위급 명칭으로 통합해 버렸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다. 여기서 다시 논의하고자 하는 문제는 보유자후보제도를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선정하고 있는 ‘전수교육 조교’의 수를 확대한 다음, 이 중에서 보유자후보를 선정하고 해당 종목의 보유자 유고시, 인정 절차를 거쳐 보유자로 승격시키자는 말이다. 전수교육조교는 그 역할이 보유자를 도와 전수자들을 교육하는 일이고 ‘보유자후보’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종목은 병창에 3인, 가야금 산조에 3인이 각각 예능 보유자로 인정되어 있다. 가야금 산조의 경우, 19세기 말 김창조가 가야금으로 산조를 타기 시작한 이래 수없이 많은 명인이 명멸하며 그들의 산조를 남겼다. 현재 가야금산조의 유파에는 박상근류, 성금련류, 심상건류, 김윤덕류, 강태홍류, 김병호류, 최옥삼류, 김죽파류, 서공철류, 유대봉류, 김종기류, 신관용류 등등 그 외에도 여러 유파가 전해오고 있으나, 현재의 예능 보유자는 김윤덕류의 1인과 김죽파류의 2인 등 3인이 인정되어 있다. 유파마다 보유자를 인정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불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파마다 전수조교를 지정하여 각 산조의 특징을 잃지 않고 계승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제는 그 유파의 음악적 특징이나 문화재적인 가치가 인정되므로 적극적인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체제로 이어진다면 김윤덕류나 김죽파류 등 일부의 산조만이 문화재로서의 보호를 받으며 배우려는 학생들이나 애호가가 많아 활성화될 것이고 기타의 산조 후계자들은 상대적으
무형문화재 기ㆍ예능보유자를 도와 전수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전수교육조교이다. 인기있는 일부 종목에서는 그 경쟁이 보통 치열한 것이 아니다. 힘든 이수자의 과정을 끝냈다는 의미와 함께 보유자가 되기 위한 직전 코스이기 때문이다. 전수교육조교는 어떠한 과정으로 선정되는 것인가. 문화재법 시행규칙 제22조 전수교육조교와 관련한 주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1항.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는 자신의 전수교육을 보조하게 하기 위하여 이수증을 교부받은 자 중에서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조교가 되고자 하는 자를 문화재청장에게 추천할 수 있다. 다만, 보유자의 사망 또는 인정해제 등으로 추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문화재 위원회의 해당분야 분과위원회의 위원 또는 전문위원에게 추천을 의뢰할 수 있다. 제3항. 전수교육 조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문화재청장이 선정하고자 하는 전수교육 조교 수의 2배수 이상을 추천한다. 제4항. 전수교육 조교를 선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문화재위원회의 해당 분과위원회의 위 원
문화재 보호법 시행령 제18조를 보면 “문화재청장은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로 하여금 해당 중요무형문화재의 전수교육을 3년 이상 받은 자에 대하여 기능 또는 예능을 심사하여 그 기능 또는 예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자에게 전수교육 이수증을 교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전수교육 이수증을 발급한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는 1월 이내에 그 사실을 문화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과거에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던 이수증 교부의 권한을 보유자들에게 맡겨 놓고 이수증을 누구에게 발급했는가에 결과만 알려주게 되어 있다. 이수증 교부문제로 무형문화재의 해당 종목마다 반목과 불신의 벽이 높아만 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문화재청의 편의주의는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으로 해당 문화재의 교육을 3년 이상 받은 자를 이수대상으로 한다는 점, 이들에 대한 기예능을 심사하여 상당한 수준임을 판단하는 방법, 이수증을 보유자나 보유단체가 발급하고 그 결과를 문화재청장에게 알린다는 사
문화재는 유형과 무형으로 구분된다. 유형이란 남대문이나 석굴암과 같이 형체가 있는 문화재이고 무형은 인간의 기예능과 같이 형체가 없는 문화재이다. 무형문화재 종목 안에 성악이나 기악과 같은 전통음악, 전통무용, 의식이나 놀이 등 등이 포함된다. 문화재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 문화재청이다. 국악인 중에는 뜻밖에 무형문화재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필자 역시 이 분야가 매우 중요한 문제점들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학술대회에 참여해 논문을 발표하거나 토론에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해 보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가능한 한 현장의 목소리들을 청취해서 핵심 사안에 접근해 보려고 다수 전승자나 학자, 관계전문가, 일반 애호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기도 했던 것이다. 대부분 전승자는 본인들의 입장만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행정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학자나 전문가들은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행정당국과 전승자들을 비판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루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들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정이니 보유자를 비롯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김포에서는 사단법인 ≪우리소리보존회≫ 이사장 조옥란 명창 외 공연자 60여 명이 김포지역의 어르신 위안을 겸한 제5회 시조발표회를 열어 가을밤 운치를 한껏 멋지게 장식하였다. 조옥란 명창은 여류 시조인으로 이름을 굳히고 있는 사람이다. 이미 오래전에 전국 시조대회를 휩쓸다시피 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는데, 얼마 전에는 경기민요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경기 국악제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차지하여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시조의 명창이 경기민요계를 제패하였다는 점으로도 그의 시조창 실력이나 민요창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받고도 남는다 하겠다. 필자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출강할 때로 기억된다. 미모의 한 수강생이 매일 강의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데, 늘 책상 위에 녹음기를 앞에 놓고 앉아서 다소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가령 시간 중에 시조에 관련된 내용이거나, 또는 민요에 관련된 내용이면 그에게 시범창을 부탁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가 불러주는 노래소리에 모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목소리도 목소리이지만 목구성이 뛰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