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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불의한 세상, K-영웅 홍길동의 통쾌한 한방

국립극장 마당놀이<홍길동이 온다>, 25년 만의 귀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11월 27일)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하늘극장에서 기획공연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시연회를 열었다. 11월 28일(금)부터 2026년 1월 31일(토)까지 공연하기 앞서서 언론에 미리 선보인 것이다.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시작으로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2020), 10돌 기념작 <마당놀이 모듬전>(2024)에 이르기까지 누적 관객 23만여 명을 기록한 국립극장의 대표 흥행 공연이다.

 

 

 

<홍길동이 온다>는 조선시대 대표 영웅 서사인 《홍길동전》을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겪었던 불합리한 세상을 청년실업ㆍ사회적 단절ㆍ불평등은 물론 잘못된 정치적 현실 등 오늘날의 현실 문제들과 교차시켜 풀어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웃음과 흥 속에서 정의와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작품은 마당놀이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를 오늘의 관객에게 나눠주었다.

 

과거 ‘마당놀이 홍길동’에서는 전설적 주인공 김성녀가 화려하게 극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가 홍길동 역을 맡아 세대교체를 보여 준다. 두 여성 소리꾼으로서 ‘젠더 프리(Gender-Free)’ 홍길동을 연기하며, 기존 영웅상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먼저 풍물굿패가 나와서 현란한 풍물동작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12발 상모를 돌리면서 내뿜는 기량은 평소 풍물굿에서 볼 수 없는 대단한 모습이었다.

 

 

 

또 ‘한국형 영웅’ 홍길동과 활빈당의 활약은 공중 활공(플라잉), 마술, 곡예(아크로바틱) 등 역동적인 무대와 함께 생생하게 펼쳐진다. 홍길동의 신묘한 능력을 관객 가까이에서 체험하게 해주는 마술 장면을 비롯해 홍길동이 적과 대결하는 매달기(플라잉) 연출 등은 무대와 객석을 가깝게 설계해 놓은 하늘극장의 묘미를 한껏 극대화하면서 극의 박진감을 더한다. 50여 명의 배우ㆍ무용수ㆍ연주자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노래와 연기, 곡예, 롤러스케이트 예술 행위까지 어우러져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번 공연에도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등 마당놀이의 원조 제작진이 다시 뭉쳐 ‘홍길동전’의 재탄생을 화끈하게 이끌었다. 특히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조명디자이너 김창기, 의상ㆍ장신구디자이너 한진국, 소품디자이너 김상희가 합류해, 밤하늘을 형상화한 무대와 해학이 녹아든 의상ㆍ소품으로 마당놀이 특유의 흥과 멋을 극대화했다.

 

또 무대 뒤에는 객석 이층에 반주를 맡은 국악관현악단이 자리 잡고,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화려한 연주를 해냈다. 또 연주단은 연주 중간중간에 일어서서 객석과 함께 손뼉을 치며 함께해 추임새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 언론인 이영인(37) 씨는 공연을 보고 “50여 명의 출연진과 함께 대단한 스케일로 화려한 무대를 꾸민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에 더하여 공중 활공, 곡예, 12발 상모돌리기 등으로 관객의 눈을 공연 내내 붙잡아 둔 것도 훌륭했다. 다만, 시작부터 끝까지 극의 진행이 너무 빨라 극의 깊이가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과 함께 사회 부조리에 관해 깊은 고민하는 대목 등에서 극의 속도를 늦춰졌으면 이 극이 단순한 재미보다는 사회 부조리에 대해 관객이 함께 고민하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또한 정적이 흐르는 궁중정재를 빠른 동작으로 추는 모습은 좀 거슬렸다.”라고 말했다.

 

또 한 관객 편사엽(57) 씨는 “마당놀이의 꽃은 관객 참여의 즐거움일 텐데, 공연 전 엿을 나누고, 돼지머리에 돈을 꽂으며 행운을 비는 고사 등 연말연시에 맞는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이 되었다는데 칭찬하고 싶다. 또 끊임없이 출연진이 관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