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국악과 서양음악, 서로 다른 것이 각자의 특징이다 국악이란 용어를 글자의 뜻 그대로 새기면 “대한민국 음악”이다. 이를 줄여 부르는 이름이 곧 “한국음악”이다. 우리말을 국어, 또는 한국사라고 부르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국사, 또는 한국사로 부르는 것처럼 국악이란 용어나 한국음악이란 말은 우리나라의 음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악이란 용어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모든 한국의 음악이란 포괄적인 개념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일부 제한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음악 속에는 100여 년 전부터 이 땅에 유입된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고 서양음악의 음계나 리듬, 하모니 등 서양어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들이 음악이란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악이란 용어는 한국 음악 가운데서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래해 오고 있는 전통적인 음악, 또는 이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 창작된 음악 등을 지칭하는 일부 제한된 의미가 진한 것이다. 음악계의 최대행사로 알려진 대한민국음악제가 있고 대한민국국악제가 별도로 열리고 있는 점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해오는 음악이나 이를 바탕으로 창
54. 봄 노래 - 땅 가람 풀려 흐르고 꽃봉오리 눈 비비고 메 허리 숲 속에 꾀꼬리 소리 돋네 오는 봄 가는 겨울을 벗 삼아 나그넷길 * 재일동포들에게 봄은 늘 서쪽에서, 곧 고국 고향 쪽에서 바다 넘어온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눈앞 보이는 봄은 한 봄이라도 내나라 내 믿고장(고향)이 아닌 풀린 가람(강)이고 부풀어 가는 꽃봉오리이니 그것을 볼 때마다 서럽지 않을 수 없다.
53. 봄 노래 - 하늘 봄철은 왔건만 길고 긴 꽃샘이니 어느 때 봄옷을 지니고 춤을 출까 남나라 꽃놀이 보며 눈물을 머금네 * 재일동포들은 강제 연행되어온 지 벌써 70해다. 봄은 오고 가지만 재일동포들에게는 오늘도 줄곧 꽃샘 봄이다. 참 봄은 통일이 이루어져야만 올 것이다.
지난 4월 4일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토종개인 ‘경주개 동경이(東京狗)’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종개로 “충성심과 용맹”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다른 나라의 어떤 개에도 뒤지지 않는 진돗개(천연기념물 제53호),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 풍산개(북한 천연기념물 제35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이들 개 말고도 우리의 토종개로 제주개, 해남개, 오수개 같은 종류가 더 있지요. 특히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한 경주개 “동경이”는 ≪삼국사기(三國史記)≫, ≪동경잡기(東京雜記 ,1669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19세기)≫ 같은 옛 문헌을 통해서 경주지역에서 널리 사육되었던 개로 알려졌고, 신라고분에서 토우(土偶)로 발굴되기도 하여 그 역사와 문화 가치가 큽니다. 현재 경주에서 기르고 있는 경주개 동경이는 특징이 꼬리가 짧거나 없는 것이 문헌 기록과 일치하고, 유전자 분석결과 한국 토종개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지요. 동경이는 댕견, 땡견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현재 (사)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
북한산 국립공원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 나무를 설명하는 팻말이 서 있지요. 그런데 우연히 만난 한 팻말에는 “누리장나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냄새가 고약하다고 하여 구릿대나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별명으로 개나무·노나무·깨타리·취오동(臭梧桐)이라고도 부릅니다. 산기슭이나 골짜기의 기름진 땅에서 자라는데 보통 키가 2m 정도 됩니다. 이 나무에는 전해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고을에 백정이 살았는데, 그 백정 아들이 우연히 눈이 마주친 이웃 마을에 사는 양반집 처녀를 사모하게 되었고, 신분제도가 엄격하던 시절이라 총각이 가슴앓이를 했지요. 총각은 처녀가 보고 싶어 혹시나 하고 처녀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관가에 끌려가 심한 매질을 당한 뒤 죽고 말았습니다. 총각이 죽은 몇 달 뒤 처녀는 총각의 무덤 곁을 지나다가 발길이 얼어붙은 채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처녀의 부모는 백정 부부와 의논하여 처녀의 주검을 총각의 무덤에 합장하여 주었지요. 그 이듬해 봄 그들의 무덤 위에서 한 그루 나무가 자라 꽃을 피웠는데, 나무와 꽃에서 누린내가 났습니다. 그 뒤 그 나무를 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장사익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노래 “봄날은 간다”입니다. 봄이 오면 온 산하엔 분홍 진달래 물결로 출렁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 진달래 꽃잎도 날려 보는 이의 맘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진달래는 우리 겨레가 예부터 좋아했던 꽃으로 화전도 부치고 술도 빚어 마시던 꽃입니다.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하는 진달래꽃잎을 청주(淸酒)에 넣어 빚은 술을 두견주라고 부르지요. 진달래술은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이백과 두보가 즐겨 마셨다고 할 정도로 풍류와 멋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던 술입니다. 조선 말기 문신 김윤식의 시문집 《운양집(雲養集)》에 따르면 두견주는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딸이 면천에서 아버지가 병 치료를 할 때 빚어 마시게 해 병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규합총서(閨閤叢書)》, 《술만드는 법》, 《시의전서(是議全書)》, 《동국세시기》 같은 책에 두견주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진달래꽃에는 다른 꽃보다도 꿀이 많아 술에 단맛이 나는데 요통, 진통, 해열,
지난주까지 속풀이에서는 우리음악에 대한 자긍심을 지니지 못하게 된 배경이나 원인을 살펴보았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 우리역사가 기능이나 기술을 천시해 온 악습이 아직도 잔존한다는 점 둘째, 일제의 강점하에 너무도 긴 문화의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는 점 셋째, 혼란의 격변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점 넷째, 수용의 태세도 갖추지 못한 사이에 밀어닥친 서양 문물의 홍수를 맞게 된 점 다섯째, 전통음악과 관련한 교육정책의 부재 혹은 국악교육의 부재 탓에 전통음악의 독특한 예술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음악문화의 수인(囚人)을 만들어 온 점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은 지난 시대의 정황을 만들게 된 배경이었고 현재에 와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전통음악을 대하는 일반 국민의 시각이나 인식이 전대(前代)에 비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는 점은 우리의 경제력이 오름에 따라 국제적 문화교류가 빈번해 지고 있어 우리의 전통음악이 자주 국내무대나 외국무대에 올려지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국의 위상이 각 분야에 걸쳐 현저한 상승곡선을
전통음악에 대한 세계인들의 격찬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이전에 견주어 달라진 인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바로 문제점이다. 겉으로는 목청을 높여 ‘전통예술의 진흥’을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도 전통음악은 구시대의 낡은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야금이나 거문고와 같은 악기를 나무토막으로 내버려두는 문화적 상황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왜 우리는 스스로 우리음악에 대한 자긍심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는 중이다. 그래서 앞에서는 첫째 원인으로 과거 우리 역사가 기능이나 기술을 천시해 온 악습이 아직도 잔존한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둘째 원인으로는 일제의 강점하에 너무도 긴 문화의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우리음악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하게 된 배경이나 원인 세 번째로는 격변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945년 8월,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해방을 맞았으나, 미(美) 군정하의 어수선한 정국이 당분간 이어졌고, 1948년 남한 단독의 정부를 수립하였으나 곧이어 남북한 동족 사이 6·25전쟁을 겪게 되었다. 전쟁이란 승자도 패자도 피해를 감수해야만 되는 어리석은
지난주까지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한 감정을 세계의 유명음악인들에게 들어 보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표현만 다를 뿐, 한결같이 “매우 훌륭한 음악미와 차원 높은 예술성을 지닌 세계적인 음악”임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우리 전통음악에 대하여 한국인로서의 자긍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을까? 아니면 변화없이 그대로일까 하는 점이 궁금하다. 목청을 높여 ‘전통예술의 진흥’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많이 늘어난 듯하지만, 아직도 전통음악은 구시대의 낡은 유산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듯하고 그렇기에 특수 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이다. 필요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입으로는 ‘민족문화의 창달’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가야금이나 거문고와 같은 고금을 나무토막으로 내버려두는 문화적 상황에 우리가 처해 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김씨가 백자를 방치해 두었다가 남의 충고로 그 가치를 확인했던 것과도 같은 상황이다. 전통음악에 대해서는 세계의 유명 감정가들이 음악미와 예술성을 인정했음에도 아직도 이에 대한 인식은
국악속풀이 47에서는 유럽의 유명 신문들에 실린 감정평을 소개하였고 그들이 인상깊게 이야기하는 종묘제례악과 대취타를 간단히 소개하였다. 다시 국악이란 항아리를 들고 여섯 번째의 감정가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중국의 음악인 차이링의 말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듣고 느낀 점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매우 독특한 음악적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서양음악은 물론, 인도의 불교음악에서 받는 느낌과도 다르다. 한국의 전통음악은 동방 민족을 대표하는 독특한 종교관과 신(神)적 정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는 한국의 음악이 서양음악과는 다르고 인도의 불교음악과도 받는 느낌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음악은 동양을 대표하는 독특한 종교관을 내포하고 있어서 신비롭고 그러기에 신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앞에서 소개한 여러 감정가의 논평과 다르지 않다. 이상, 만나본 외국의 저명 음악인들 외에도 한국의 전통음악을 감상하고 느낀 논평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평가는 내용은 같고 표현만 다를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의 전통음악은 매우 훌륭한 음악미와 차원 높은 예술성을 지닌 세계적인 음악임을 이구동성으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