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우리 임은 어찌 지내실꼬 / 달 밝은 창가에서 임 생각에 한이 많아 / 님 그려 오가는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 님의 집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로 변했을 것을” (近來安否問如何 / 月到紗窓妾恨多 / 若使夢魂行有跡 / 門前石路半成沙) 위는 삼척 죽서루(竹西樓)를 사랑했던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峰)이 쓴 시 “몽혼(‘夢魂)”입니다. 이옥봉의 사랑은 조선과 중국을 넘나드는, 목숨보다 진한 그리움이 담겼지요. 그녀는 시에 능한 여성이었지만 첩의 몸에서 난 서녀 출신으로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를 지낸 조원(趙瑗, 1544∼1595)의 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첩으로 들어갈 때 다시는 시를 쓰지 않기로 했던 것이 화근이었지요. 우연한 일에 시 한 편을 썼다가 들켜 결국 남편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하여 쫓겨납니다. 그 뒤 그녀는 사랑을 되찾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끝내 남편을 만날 수 없자 남편을 그리는 시를 기름 먹인 한지에 써서 몸에 두른 채 바다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주검이 중국으로 떠내려갔다가 관리가 건져 그 빼어난 시를
“언제부턴가 / 엄동의 조개골 비집고 / 실낱같은 물길 열더니만 / 보세요, 큰일났어요 / 그 물길 콸콸 그리움 되어 / 밤마다 내 가슴엔 / 막막한 홍수" 권경업 시인은 “우수”를 저리 표현합니다. 어제는 24절기 두 번째로 오는 우수(雨水)였습니다.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 이제 분명히 봄은 왔지요. 또 그 봄은 밤마다 콸콸 쏟아지는 그리움의 홍수가 된다네요. 우수(雨水)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로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슬슬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뜻으로 우수의 성격을 잘 표현해 주고 있지요. 옛 사람들은 우수 즈음을 5일씩 나누어 첫 닷새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닷새 동안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닷새는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습니다. 이 무렵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제 서서히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봄바람이 돌아 나오려나 봅니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
1970년대 초 전 국민은 텔레비전 드라마 “아씨”와 “여로”로 울고 웃었습니다. 1971년 동양방송(TBC)에서 방영한 김희준, 김세윤, 여운계 주연의 “아씨”와 1972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영한 태현실, 장욱제 주연의 “여로”는 당시 방영할 시간이 되면 시내 길거리는 조용했고, 택시 손님도 뚝 끊겼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을에 단 한 대뿐이던 텔레비전 앞에 밤마다 이들 드라마를 보려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지요. 또 텔레비전이 있던 집 아이의 콧대도 덩달아 셋 던 때였습니다. 그때는 텔레비전 케이스에 미닫이문이 달렸었는데 드라마가 끝나면 미닫이문은 꼭 닫아 두었습니다. 재미난 것은 이 미닫이문에 자물쇠를 잠궈 두는 집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을에 단 한 대뿐이던 텔레비전은 이제 흔해 빠져 보통 가정에 한두 대는 기본이고 요즘은 들고 다니는 손말틀(휴재폰)로도 시청이 가능하고 보니 예전 "여로" 때와 같은 분위기는 맛볼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개발 역사를 보면 1935년 영국의 베르그가 처음 실용적인 텔레비전 시스템을 개발했고, 190
“벽 위에서 종소리가 사람을 대신 부르니 / 통속에서 전하는 말 조금도 어그러짐이 없네.”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인 김득련(金得鍊)이 쓴 한시집 ≪환구음초≫에 있는 내용으로 서구를 방문했다가 전화기를 보고 쓴 시입니다. ≪환구음초≫는 1896년 민영환 일행이 러시아황제 대관식에 참석하고 중국ㆍ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을 대한민국 최초로 돌아볼 때 참사관으로 따라간 역관 김득련(金得鍊)이 보고 들은 것을 쓴 책입니다. 이 책에는 “카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구천리를 가면서”, “뉴욕의 부유하고 번화함이 입으로 형언할 수 없고 붓으로도 기술할 수 없다”, “뉴욕 전기박람회에 가서 보니 세상의 많은 물건이 모두 전기 기계로 만들어졌다. 관현은 저절로 연주되고, 차와 떡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기이한 것은 오백 리 밖에 있는 큰 폭포의 소리를 끌어와 물그릇 속에 담아 놓은 것이다. 귀를 기울여 들으면 사람을 오싹하게 한다.”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들은 일곱 달 동안 여덟 나라를 거치며 모두 육만 팔천삼백육십오 리를 다녔습니다. 조선은 이렇
속풀이 43에서는 루 해리슨의 논평을 소개하면서 그가 한국에 와서 피리를 배울 때, 자신이 익숙한 서양의 5선보가 아닌 한국의 정간보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제 세 번째 감정가인 미국 미시건 대학의 윌리엄 맘(WillamMalm) 교수의 논평을 들어보기로 한다. 맘 교수는 일본음악 연구자로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나는 전에 일본음악을 들어 본 일이 있다. 그러나 한국 음악은 들을 때마다 나의 호기심을 끌며 일본이나 중국음악과는 달리 완전히 독창적이며 독특한 데에 놀랐다. 한국 문화는 중국과 일본의 두 문화와 병행하여 형성되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직접 한국음악과 춤을 접했을 때, 그들의 것과는 전혀 다름을 발견하고 놀랐다. 일본이나 중국과 비슷한 구조로 된 악기들, 즉 피리, 대금, 장고 등이 있으나 소리는 전혀 다르다. 또한, 무용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감각적 요소가 풍부하여 매우 매혹적이었다. 한국의 음악과 춤은 우리 외국인을 더욱더 감동시킬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우아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음계나 가락도 중국의 5음계나 일본의 음
가지 끝을 아는구나 멀리 오는 봄 발걸음 움내음에 꽃내음 모두 함께 오는구나 뫼끝은 흰눈 이고도 온갖 풀잎 살리느나. * 뫼끝 : 산마루(정상)
지난해 12월 29일 손숙미 의원과 10명의 국회의원이 “법률 문장에서 ‘노인’이라는 용어를 ‘시니어’로 바꾸자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814366)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이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현재 각종 법률에 ‘노인’이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노인’이라는 용어는 사전적으로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라는 의미 외에 단어 자체가 ‘무기력하다’, ‘병약하다’는 부정적 어감을 주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은 사전에 “늙은이”라고 나와 나이 든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써왔지요. 반면 ‘시니어’란 말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없는 외국말입니다. 그런데 시니어(Senior)는 영어사전에 뭐라고 나올까요? 사전엔 “대학 4학년, 졸업반, 상관, 노인, 장자, 선배, 선임자, 상급생, 최상급생”이란 다양한 뜻으로 나와 “노인”이라는 뜻으로만 특화되지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노인”이란 말을 없애고 “시니어”란 말을 쓰려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이번에 낸 법률안은 노인 관련 기업인 ‘시니어파트너
노리개는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차는 것으로 아름다운 빛깔의 매듭과 귀한 패물로 만든 꾸미개(장신구)입니다. 노리개에 쓰이는 패물은 금ㆍ은ㆍ백옥ㆍ비취옥ㆍ금패(호박의 하나)ㆍ산호(珊瑚) 따위로 모양은 네모꼴, 동그란 모양, 꽃무늬 모양ㆍ나비 모양이 있습니다. 노리개는 외줄(단작)노리개와 세 개가 한 벌로 된 삼작노리개가 있으며 노리개 밑에는 술이 달려 있어 매듭, 패물과 어우러져 우아함을 연출합니다. 매듭과 술은 붉은빛, 푸른 빛, 노랑 빛의 삼원색을 기본색으로 하여 분홍ㆍ연두ㆍ보라ㆍ자주ㆍ옥색 따위를 씁니다. 그 크기는 노리개에 다는 패물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요. 노리개는 다는 패물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예복용과 평복용으로 구분되며, 패물의 종류·형태, 술의 종류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전해지는 대삼작노리개 유물에는 “영친왕비 대삼작노리개 (英親王妃大三作佩飾)”가 있지요. 이 노리개 가운데 왼쪽은 균형 잡힌 산호 가지를, 가운데 노리개는 옥판에 금으로 몸체를 만들고 옥비취·진주로 장식한 나비를 두 단으로 붙였습니다. 또 오른쪽은 부처님의 자비를 상징
네모꼴 둥근 꼴 다 갖춘 게 물이어서 온 목숨 살리고 하늘 땅을 울리느니 길이야 된 누리라도 물처럼 살 것을. '상선여수(上善如水)'의 뜻이다. 곧 가장 뛰어나게 ‘좋은 것’은 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리 붙고 저리 붙어사는 것이 제일이다는 뜻은 아주 아니다.
추운 철에 맨 먼저 고운 내음 안겨 주니 선비도 기뻐하고 아가씨가 껴안으니 홀 가는 흰 사슴 뜻도 따라잡지 못하리. * 첫내음꽃: 매화꽃 매화꽃은 엄동설한에 좋은 내음을 풍기면서 꽃을 피운다. 또 불필요하게 무리를 지어 자라나지 않는다. 사람도 그리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