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경주 최부잣집. 부를 일구는 것은 어렵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것처럼, 부를 이어가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그렇게 부를 쌓으면서도 세간의 칭송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를 질시한다. 돈과 권력에는 그만큼 시샘하는 눈길이 따라붙는다. 그렇기에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은 그 눈길을 피해 더 높은 곳으로 가고, 공고한 자신만의 성채를 짓는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지키려 한다. 황혜진이 쓴 책,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는 그와 반대로 절제와 중용을 실천하며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들 속에 머물렀던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읽기 쉬운 문체와 그림으로 담아냈다. 경주 최부잣집이 대를 이어 실천했던 부에 대한 철학, 진정한 명문가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최부잣집에는 여섯 가지 가훈이 있었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이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탐하지 말라는 경계였다. 부가 생기면 권력이 탐나고, 권력이 있으면 부가 탐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부를 지키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양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벼슬만 하고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큰 벼슬은 욕심내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고위공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가 필요한 날이 있다. 옛날에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보다 앞서 살다 간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신동욱이 쓴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는 그럴 때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지은이 신동욱은 자신의 삶에 놓인 수많은 문제 앞에서 고심하고, 또 노력했던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 고민’은 늘 비슷한 것처럼, 똑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기뻐하는 역사 속 그들을 보노라면 시대를 뛰어넘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가령, 책의 한 꼭지로 들어가 있는 제목처럼 ‘배신감과 복수심이 내 마음을 어지럽힐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성왕의 사례를 들려준다. 백제 성왕이야말로 신라 진흥왕에게 호되게 배신당한 인물이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대로, 백제와 신라는 동맹을 맺고 고구려를 몰아낸 뒤 한강 유역의 땅을 수복했지만, 진흥왕이 갑자기 배신하면서 기껏 되찾은 한강 유역이 모두 신라의 땅이 되고 말았다. 한강 유역의 위례성에서 건국한 백제는 고구려에 빼앗긴 한강 유역의 땅을 되찾는 것이 누대에 걸친 숙원사업이었다. 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태영 변호사.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그녀는, 한국 여성 인권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법조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등 고시에 합격한 여성, 이태영! 그녀는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마침내 한국 첫 여성 변호사가 되기까지 절대로, 절대로 꿈을 놓지 않았던 멋진 여성이었다. 강효미가 쓴 책, 《이태영 변호사의 낡은 가위》는 우리나라 첫 여성 변호사로 오랜 세월 차별받아 온 수많은 여성의 응어리진 한을 풀어 준 이태영의 일생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된 부속물처럼 여겨지고 ‘여성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시절, 그녀는 시대를 앞서간 감성으로 여성의 권리를 부르짖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자들이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것은 불과 백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914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2남 1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이태영은 한 살 무렵 광산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홀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이태영의 어머니는 아들딸 차별 안 하고 공부시켜주기로 약속했다. 그 누구보다 총명하고 웅변도 잘했던 그녀는 평양 정의여자고등보통학교를 1등으로 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인천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무슨 책일까요? 인천상륙작전에 관한 책? 하하! 아닙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천만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서 첫 글자만 따와 책 제목을 만든 것입니다. 제 고교동기 장준호가 아들 장기석과 함께 쓴 책입니다. 준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고교 친구 박태형과 함께 1995년 ‘인포뱅크’라는 회사를 창업하였지요. 근래에는 40여 개의 인공지능 새싹기업 회사에 투자도 합니다. 요즘 전 국민이 잠시라도 없으면 살아가지 못할 카카오톡이 있지 않습니까? 준호와 태형은 카카오톡보다 앞서서 이와 비슷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사업을 시작하였었지요. 그러나 너무 시대를 앞서가는 바람에 사업을 지속할 자금력 등에서 딸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그때 인포뱅크의 새로운 서비스를 신기해하면서 이용하였는데, ‘그때 그 고비만 잘 넘겼으면...’ 하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요. 요즘 인공지능이 무섭게 발달합니다. 전에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와 바둑을 두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을 보고 ‘세상에나!’ 하며 놀라워했는데, 요즘 챗지피티(ChatGPT), 구글바드 같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역사 앞에서’ 하니까, 제가 꼭 역사에 대한 거대담론을 말하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네요. 《역사 앞에서》는 제 서울법대 대선배(1937년 서울법대 전신인 경성법학전문학교 졸업)인 김성칠 서울대 사학과 교수님이 쓰신 책입니다. 지금 제 앞에는 예쁘게 제본된 책이 놓여 있지만, 사실 《역사 앞에서》는 김 선배가 1945. 12. 1.부터 1951. 4. 8.까지 쓴 일기입니다. 다만 1946. 12. 23.부터 1949. 12. 31.까지의 일기는 빠져 있습니다. 아마 그 부분 일기장은 유족들이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일기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니까, 책의 부제는 <한 사학자의 6.25 일기>입니다. 김 선배는 6·25 때 미처 피난 가지 못하고 인공치하를 서울에서 고스란히 보냈습니다. 일기에는 한 개인이 겪은 6.25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그것도 사학자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기에, 좌나 우로 편협된 시각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6.25의 참상이 그려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든지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창백한 낯빛, 수염 없는 매끈한 턱, 가느다란 목소리... 흔히 내시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모습들이다. 내시는 그림자처럼 임금을 수행하면서 궁 안팎의 일을 두루 살피는 벼슬이었다. 비록 거세됐다는 까닭으로 세간의 인식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높은 영화와 권력을 누릴 수도 있는 요직 중의 요직이었다. 내시는 거세된 만큼 자손을 볼 수 없었지만 대체로 양자를 들여 가문을 유지했다. 윤영수가 쓴 책, 《그림자처럼 왕을 섬긴 왕의 남자 내시》에서는 내시 박계운의 양자로 들어간 서개동이라는 소년이 내시가 되기 싫어 몸부림치다가 마침내 양부의 대를 이어 훌륭한 내시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내시가 되는 과정은 아주 고된 일이었다. 우선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성기를 다친 소년들이 내시의 양자로 입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 시대 내시들의 계보를 적은 족보 《양세계보(養世系譜)》를 보면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의 성이 모두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비록 양자를 들였더라도 원래 집안의 핏줄을 존중해 주는 내시 가문의 가풍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시 집안에 양자로 들어가면 원래 식구들은 집과 논밭을 받아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심리학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제목 그대로다. 조선왕조실록에 심리학을 접목했다. 조선 임금과 왕후들의 심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아버지 영조, 아들 명종을 끊임없이 나무라며 심리적으로 학대한 문정왕후, 아내나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각했던 고종… 역사가 긴 만큼, 조선 왕실에 나타난 ‘문제적 인물’도 가지각색이었다. 강현식이 쓴 책,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에 나타난 갖가지 심리적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조선왕조에서 벌어진 일련의 비극들을 분석한 시각이 무척 흥미롭다. 사람의 심리는 복잡다단하다. ‘집안일’과 ‘나랏일’이 뒤섞이는 왕실 인사들은 더 복잡한 심리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어떤 행동이 더 바람직한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여러모로 스트레스에 짓눌린 가운데 현대의 심리학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들이 나온다. 먼저 ‘약한 아버지와 강한 아들, 500년 조선의 시작을 열다’ 편에서는 양가감정과 공격성, 승화를 주제로 태조와 아들 이방원의 관계를 분석한다. ‘고부갈등이 희대의 폭군을 낳다’ 편에서는 반동형성과 경계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늠름하구나 동도와 서도 마주 바라보면서 함께 사는 형제섬이다 울릉도에서 네 얼굴이 보이고 오랜 우애가 바다처럼 깊구나 동도와 서도에 무지개다리가 있어 하얀 갈매기도 건너가는구나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아름답다 위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으로 알려진 김현성이 2008년 독도에서 지은 <독도찬가>다. 이 노래는 서정적이고 애잔한 멜로디가 가슴을 울리며, 독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와닿듯 생생한 감동을 준다. 이 독도! 이 노래처럼 독도는 우리 겨레에게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섬이다. 이 독도를 지도 제작자며 독도연구가로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90일 정도를 독도에 머물며 독도의 지형과 식생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온 안동립 씨가 이번에 《독도 / 안동립의 독도 이야기(2005~2022)》를 펴냈다. 일반인들이야 독도에 갔다고 해도 잠깐 들러볼 뿐이기에 독도의 풍광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독도에서의 해돋이와 해넘이, 별 헤는 밤은 물론 괭이갈매기 등의 동물, 해국 등의 식물들도 실제 맨눈으로 본 사람이 없을 터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로 불렸던 발해는 늘 미지의 영역이었다. 학교 역사 시간에도 삼국 시대에 이어 잠깐 다루고 넘어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무언가 거대하고 융성했던 나라의 위용을 풍기면서도, 몇 줄로 급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현 글, 경혜원 그림의 이 책, 《해동성국 발해》는 아이에게는 발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주고, 어른에게는 아스라한 발해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나의 첫 역사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우리 역사를 흥미진진한 그림과 다정한 말투로 알기 쉽게 풀어준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는 수많은 고구려 유민들을 노예로 끌고 갔고, 랴오허강 서쪽의 영주 땅까지 끌려간 사람들도 있었다. 영주는 당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고구려, 말갈, 거란 유민이 골고루 모인 땅이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언제나 같은가보다. 당나라 치하의 노예 생활은 참혹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당나라군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거란사람 손만영이 먼저 나섰다. 당나라군을 무찌르고 영주를 차지한 그는 당나라 황제가 있는 장안성을 노렸다. 그러나 측천무후가 다스리는 당나라는 강했다. 그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고조선, 고구려 시대 우리의 활동 무대였던 구이원(九夷原) - 캄차카반도에서 곤륜산맥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 –을 잃어버린 것은 애석하나 고향을 잃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경계하며 옛 선조의 기상과 포부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이는 고조선 역사대하소설 《구이원(九夷原)》 서문에 나오는 작가 무곡성의 집필 의도다. 얼마 전 신문사로 소설 《구이원(九夷原)》 제1권에서 5권까지 5권이 배달되어왔었다. 사실 나는 소설을 서평의 대상으로 쓴 적이 없고, 더구나 한꺼번에 5권이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조선 역사대하소설’이란 장르에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별로 어렵지 않게 5권 읽기를 끝냈다. 소설의 시작에는 “하늘이 처음 열리고”란 서곡 같은 글이 있었다. 여기엔 “그동안 구이원의 주인 배달국, 조선은 수천 년 동안 은성하며 태평성대를 누리었고 가달의 무리는 전혀 보이질 않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마도의 무리는 절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무리가 불어나 죽은 가달마황을 신으로 받드는 가달마교를 조직하여 세상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