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저서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는 책에서 "인생은 B와 D사이에 있는 C이다."라는 말을 남깁니다. 곧 인생이란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이라는 것이지요. 우린 태어나는 것에 대한 선택권을 갖지 못했습니다. 죽음에 대해서도 일부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있어도 대부분 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물론 자살이라는 범죄 행위를 통하여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있지만 결코 올바른 행동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삶 속에서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값어치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순간순간의 판단이 참으로 중요하지요. 여행하다 보면 고즈넉한 공간에 마음에 드는 마을이 있습니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장소가 주는 행복이 작지 않지요. 마을 앞 느티나무 아래 설치된 오래된 벤치에 앉아 그동안 미뤄왔던 책장을 넘기는 것도 카페를 이곳저곳 다니면서 실내장식이 주는 안온함과 음악이 주는 정취에 빠져보는 것도 다 시간을 투자한 선택과 의지가 가져다준 행복입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조선 시대 아마도 가장 무능했던 임금 가운데 선조가 뽑힐 것입니다. 그는 무려 41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치했던 임금이지요. 임진왜란을 겪으며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허덕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쟁이 끝나고 발표한 공신 목록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선무공신은 18명인데 자신이 도망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그를 수행한 호성공신은 무려 86명이나 되었기 때문이지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의병장인 정인홍, 김면, 곽재우, 김천일, 고경명. 조헌 등은 공신 목록에서 빠졌고 의주로 피난 가는데 일조한 마부나 의관과 같은 미천하고 별 공로도 없는 사람들은 공신 책봉을 받습니다. 난리 통이라지만 백성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것도 창피한 일인데 그 도주를 도운 사람들 86명에게 공신을 내려주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그리고는 나라를 지킨 위대한 장군과 의병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왜적을 평정한 것은 오로지 명나라 군대의 힘 덕분이었다. 조선의 장수들은 그저 중국 군대 뒤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혹은 요행히 잔적의 머리만 얻었을 뿐이다.” 이것이 목숨을 바쳐 싸운 전장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평판이란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 대하여 내리는 평가가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하루아침에 평판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몇몇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성실하고 배려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았을 때 오랜 세월에 걸쳐 드러나게 되는 것이 평판입니다. 그러니 사람에 대한 평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결과이니까요. 한비자는 사람을 다섯 가지 잣대로 잴 것을 권고합니다. 1. 누구와 만나고, 누구와 친한가? 2. 돈이 있을 때는 어디에 쓰는가? 3. 돈이 없을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4.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떠한 행동을 하는가? 5. 사람을 등용할 때 누구를 선택하는가? 친한 것을 따지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과 코드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대개 자신과 맞는 사람과 친하게 마련이지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씀도 있으니까요. 2, 3번은 돈의 문제입니다. 씀씀이로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어요. 곧 소비 성향에 그 사람의 가치체계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기에서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입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작은 그릇 위에 큰 그릇을 포갤 수 없고 얕은 물에 큰 배를 띄울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담아낸다고 하는 것은 이미 담기는 것보다 커다랗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탈무드에 못생긴 그릇 이야기가 나옵니다. 총명하지만 못생긴 랍비가 공주와 만납니다. 공주는 생김새를 비꼬아서 말하지요. "뛰어난 총명이 못생긴 그릇에 들어있군." 이 말을 들은 랍비가 묻습니다. "왕궁에 술이 있습니까? 그 술은 어떤 그릇에 들어있죠?" "그야 술 항아리에 들어 있지요." "왕궁에는 훌륭한 그릇이 많은데 보잘것없는 항아리를 쓰시다니…." 그 말에 공주는 술을 금 그릇으로 옮깁니다. 술은 곧 상해버리고 말았지요. 랍비는 말합니다.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두는 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담는 것과 담기는 것도 오묘합니다. 담기는 것은 담는 것의 모양에 따라 형태가 변화되지요. 또한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그릇의 명칭이 바뀌기도 합니다. 물잔, 포도주잔, 커피잔, 찻잔…. 와인은 어디에 담아도 와인이고 커피는 어디에 담아도 커피일 텐데 우린 굳이 용도를 한정시켜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담고 있는 생각과 마음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연을 보면 새로 나온 새싹은 부드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다 자란 나무나 고사목은 딱딱하게 마련이지요. 새싹은 나날이 성장해가지만 고목은 나날이 인멸되어갑니다. 생명이 있으면 부드러운데 생명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면 딱딱해집니다. 곧 부드러우면 살고 딱딱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요. 딱딱함은 자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정관념, 고집, 집착, 오만, 편견 같은 것은 딱딱한 마음이고 이것에 굳어지면 나만 옳다고 여겨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게 됩니다. 소신은 생각하는 게 확실하다고 믿는 것이고 고집은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고치거나 바꾸지 않고 우기는 것입니다. 소신 있는 사람은 자기 믿음이나 생각의 근거가 빈약하거나 원칙에 어긋나면 고치려 노력하지만 고집 있는 사람은 한 번 마음 먹으면 옳든 그르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쩌면 소신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 가깝지만 고집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악에 가깝습니다. 《대학(大學)》에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자신을 갈고닦은 이후에 집안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신은 고집과 아집을 버리고 성인의 자취를 따라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초등학교 때 식민사관 때문에 우리는 기록이 형편없는 민족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고급스럽고 다양한 기록 문화가 있음을 성장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갖고 있습니다. 실록은 모두 2,077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록물입니다. 한 책의 두께가 1.7cm 정도인데 이것을 쌓으면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엄청난 양이지요. 이 책을 다 읽으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란 세월이 필요합니다. 실록은 1대 왕 태조부터 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고종실록》과 《순종실록》도 존재하지만, 이 실록을 편찬할 때는 일제강점기였기에 전통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일제의 간섭이 심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실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임금은 조와 종으로 나누지만, 왕좌에서 쫓겨난 임금은 군(君)이라 불렀습니다. 군(君)은 임금을 뜻하지만, 왕자를 지칭하는 접미사로 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에 쫓겨난 임금은 연산군, 광해군, 노산군입니다. 그 가운데 노산군은 숙종 때 "단종"으로 추존되면서 《단종실록》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하루에도 참 많은 말을 하고 살아갑니다. 남자는 대략 1만 단어 여자는 2만 단어를 소비하고 살아간다고 하니까요. J. 에인젤은 38년 동안 미시간대학 총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자신을 조율할 줄 알았던 인물이지요. 자신이 먼저 나서 말하기보다 많은 사람의 말을 듣고 난 뒤 말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가 은퇴할 즈음 기자로부터 "오랫동안 그 어려운 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팔보다 안테나를 높이는 데 있었습니다." 우린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도 그러합니다. 관계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언어가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침묵은 위대한 금일지도 모릅니다. 진실한 마음은 무언(無言)으로 통한다고 하니까요. 진정한 사랑은 남과 견주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렵고 힘듦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이지요. 남에게 따뜻한 말을 잘 들려주는 사람은 스스로 그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일지 모릅니다. 따뜻한 말은 마음에서 절로 돋아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따뜻한 무언가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복을 빌 만한 곳이면 어디든 기대고 싶은 학부모의 발걸음이 애처롭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느님, 부처님, 신목, 신당, 굿, 무당 등 모든 기복의 대상은 검찰에 고발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들이 기도자의 청을 받아들여 수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면 그것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기도자에게 무언가를 받아 챙기면서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 종교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고요. 웃자는 이야깁니다. 대부분 사람은 전능하고 초월적인 절대자를 상정해 놓고 복을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복을 바라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지요. 다만 내용이 재화의 풍요만을 바라거나 지극히 의존적인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나눔이 없는 기복은 자칫 자기만 위하는 이기주의로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과거 보러 한양으로 떠난 아들을 위하거나 아들 낳게 해달라고 아침마다 정화수를 떠 놓고 비는 어머니의 모습은 옛날에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그림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도가 아들의 붓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그 간절한 마음이 아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것이겠지만 말이지요. 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대개의 동물에게는 아버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사람도 생득적으로 어머니의 존재는 확실히 두드러지지만 아버지는 그 의미가 비교적 관습적이고 사회적이라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영어단어는 ‘Mother’라는 조사 발표가 있습니다. ‘Father’라는 말은 10위 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100위 권 안에도 그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UN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것 같은 말 으뜸 10개 가운데 10위에 오른 것이 ‘아버지’라고 합니다. 정자은행을 통해 원하는 피부색과 눈동자 색깔, 지능 지수와 체형을 맞춤식으로 낳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혼인하지 않고 혼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애완견을 기르다 보면 집안의 서열이 새롭게 정해지지요. 문제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애완견보다 못한 집이 많다는 것입니다. 개 같은 것도 싫은데…. 개만도 못한 존재라니 화가 날 밖에요. 더구나 미래에는 체외수정과 복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아버지는 멸종할 수도 있을 것이란 견해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30대 음악가가 5년 동안 정자은행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실패는 목표했던 일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을 감는 도구를 뜻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바느질을 시작했을 때부터 실이 있었고 그 실을 감아두는 실패도 있었을 것입니다. 곧 실타래에 실을 감을 때 엉키지 않고 잘 감으려면 실패가 꼭 필요한데 이때의 실패는 "성공의 도구"입니다. 우린 실패하면 앞의 경우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렇게 연설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실패에 관해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일수록 스트라이크 아웃이 많습니다.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은 1,330번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지만 714개의 홈런을 때렸습니다. 어떤 처녀가 17살에 결혼하여 시집살이하다가 19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이 여자는 팔자가 더럽다고 탄식했고 동네 사람들도 그녀를 보면서 애석하게 여겼지요. 이 19살 과부는 기구한 운명이 기가 막혀 긴 머리를 자르고 서울로 상경하여 남의 집 가정부 생활을 했습니다. 그녀는 주인에게 저는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니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지요. 그리하여 이화여자 보통학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