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쓰는 말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토박이말 속에는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말로는 쉽게 나타내기 힘든 꼼꼼하면서도 깊은 뜻이 담겨 있곤 합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내치락들이치락하다’라는 말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는 이름만 들어서는 그 뜻을 어림하기 어렵고,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뜻을 알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입니다. ‘내치락들이치락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마음이 변덕스럽게 내켰다 내키지 않았다 하다’는 뜻입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월이 있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 내치락들이치락한다. 무언가를 하자니 싫고, 안 하자니 아쉬운,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됨새(상태)를 제대로 그려냅니다. ‘안으로 받아들였다가(들이치다) 밖으로 내쳤다가(내치다) 하는 것을 되풀이한다(-락)’는 뜻을 더해서 만든 말로, 그 말을 만드는 수(방법)까지 바로 알 수 있으면서 재미있습니다. 둘째, ‘병세가 심해졌다 수그러들었다 하다’는 위태로운 됨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잡절 삼복 가운데 중복(中伏)입니다. 여기서 복(伏)이란, 엎드려 있다는 뜻으로 꼼짝하지 않는 모습인테 복날에 유난히 공기가 가만히 정체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온통 폭염특보로 몸살을 앓습니다. 이런 날 우리 겨레는 삼계탕을 즐겨 먹었지요. 이때 삼계탕은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몸의 습을 불로 태워서 일부는 수분을 없애고, 일부는 순환시켜 주게 됩니다. 우리문화신문에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을 연재했던 유용우 한의사는 특히 닭고기만 먹으면 순환까지 이루어지지는 않는데, ‘인삼’이 있기 때문에 순환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몸에 힘이 있는 사람들은 삼계탕의 도움을 받아 활발하게 혈액순환이 되고 이때 똥오줌과 땀으로 나쁜 요소들을 방출하기 때문에 몸이 가벼워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힘이 부족한 사람이 삼계탕을 먹으면 오히려 몸이 더 늘어지기도 한다고 하지요. 이럴 때는 습을 기운으로 순환시켜야 하기에 ‘황기’가 필요합니다. 힘이 있는 사람은 땀을 능동적으로 뿜어내는데, 힘이 없는 사람은 피부 표면이 땀을 능동적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삐질삐질 끈끈한 땀이 납니다. 이때 인삼 대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홍문연가 鴻門宴會>라는 제목의 단가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홍문(鴻門)이란 곳에서 연회(宴會)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래 첫대목 사설 가운데는“ 진(秦)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 말가“ 란 말이 나오는데, 왜 여기 에 느닷없이 사슴을 잃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지록이마(指鹿以馬), 또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관련하여 지난 호에서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 뒤로 이어 나오는 사설을 주해(註解) 부분과 함께 읽어 보기로 한다. “초야에 묻힌 영웅, 질족자(疾足者-발 빠른 사람)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의 성낸 범(항우를 뜻함)과 폐택(沛澤)에 잠긴 용(龍-유방을 가리키는 말)이 각기 기병(起兵) 힘을 모아 진(秦)나라를 멸(滅)할 적에, 선입정(先入定), 관중자(關中者)-진나라의 서울이었던 관중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면 왕(王)을 하리라.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은 당시 세력만 믿고, 배은망의(背恩忘義-은혜를 배반하고 의로움을 잊음)하단 말가.” 무죄한 패공을 아무리 살해코저 홍문에다 설연(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1903년 겨울, 해가 어느덧 산 너머로 넘어가는 밤 충청북도 회인(懷仁, 지금의 보은 일대)에 살던 부자(富者) 정인원은 자기 집 사랑채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그저 평안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종잇장 하나를 들고 벌벌 떨고 있군요. 무엇이 그를 이렇게 떨게 했을까요. 일렁이는 호롱불 아래, 종잇장에 적힌 한글이 언뜻언뜻 드러납니다. 이를 읽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인원의 어깨너머로 그 글을 읽어봅시다. 지금은 읽기도 힘든 옛한글입니다. 번역을 해보면, “활빈당(活貧黨) 발령(發令). 이상 발령하는 일은 전일에 전(錢) 5천 냥을 보내라 하였더니, 3백 냥만 보내니 괘씸한 마음을 어디에 다 말하랴 … 명령을 내니 이번에도 따르지 않으면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로다.”라는 내용이네요. 허! 그냥 글이 아니었습니다. 홍길동(洪吉童)이 만들었던 도적 집단, 활빈당의 협박장입니다. 그러니 정인원이 이렇게 떨 수밖에요. 종이 위에 크게 박힌 화살 모양 수결(手決)이 그에겐 퍽 섬뜩했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잠깐, 활빈당은 고소설 《홍길동전》에 나오는 가상의 존재 아니었던가요? 한데 20세기로 접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씨알림 때문인지 참으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침부터 덥습니다. 불볕이 여러 날을 쉬지 않고 내리 쬐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여름 말미(방학, 휴가)가 있으니 다들 시원하게 잘 보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쪽'입니다. 이 말은 어제 알려드린 '해발리다'와 이어지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입이나 구멍 따위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금 넓게 바라진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풀이말에 나오는 '바라지다'의 본디꼴 '발아지다'와 '발리다'가 서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빛그림(영화)를 보여줬습니다. 한 아이의 돌잔치를 곁들여 먼저 하고 맛있는 군것을 먹으며 볼 수 있게 해 주었지요. 환한 얼굴로 해발쭉 웃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쓸 수 있겠습니다. '해발쪽'과 비슷한 말로 '해발쪽이'가 있으며 '해발쪽'의 움직씨(동사), 그림씨(형용사)는 '해발쪽하다'입니다. '입이나 구멍 따위가 여럿이 다 또는 자꾸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금 넓게 바라지는 모양'은 '해발쪽해발쪽'인데 이 말의 움직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조금씩 더 더워질거라는 날씨알림을 들으며 배곳(학교)으로 왔습니다. 지난해 햇볕에 익어버린 꽃동이(화분)가 있었는데 이렇게 몇 날 더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면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햇볕을 덜 받는 곳으로 옮겨주어야겠습니다. 뜨거운 햇볕도 잘 견디는 푸나무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듯이 더위를 잘 견디는 사람도 있고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밖이 아닌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하루를 엽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리다'입니다. 이 말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많이 낯설 텐데 처음 보신 느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 말을 처음 본 아이들은 '누구한테 얻어 맞았다' 또는 '누구한테 졌다'는 말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쓰는 '너 나한테 발렸다'와 같은 말에 있는 '발렸다'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벌어지게 하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풀이를 보지 않더라도 이 말의 짜임을 보면 뜻을 어림할 만한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많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는 햇볕이 어제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이 어제보다 더 더울 거라고 하더라구요. 뒤통수에 햇볕의 따뜻함을 느끼며 해를 등지고 걸어오는 길에, 이슬이 내린 잔디밭을 지나왔습니다. 오늘따라 이슬이 맺힌 잔디가 유난히 해반드르하게 보였습니다. 잔디에 맺힌 이슬에 햇빛이 비치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바로 '해반드르르하다'입니다. '겉모양이 해말쑥하고 반드르르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해+반드르르하다'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앞가지(접두사) '해-'는 풀이에 나오는 '해말갛다'에서 처럼 '매우'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반드르르하다'는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는 뜻이니 '해반드르르하다'를 '매우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갓 따온 열매를 보고 '아주 윤기가 흐르고 매끄럽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을 쓰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게에서 사 온 과일을 먹으려고 깨끗이 씻어 놓고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은 떠올려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해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햇볕이 바로 내리 쬐니 말입니다. 한낮에는 그야말로 '불볕더위'와 함께 '무더위' 를 함께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시원한 마음으로 하루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묵다'입니다. '해+묵다'의 짜임으로 된 말로 바탕 뜻(기본의미)은 '어떤 몬(물건)이 해를 넘겨 오랫동안 남아 있다'입니다. 저는 지난 이레끝(주말) 집가심(집청소)을 했었는데 구석에서 뜻밖의 것을 보았습니다. 해묵은 고구마에서 줄기가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키운 것처럼 자란 것을 보고 놀랐지만 먹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서 줄기를 떼고 삶아 먹었답니다. 이처럼 해를 넘겨 남아 있는 것들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지만 '어떤 일이나 감정이 해결되거나 풀어지지 못한 상태로 여러 해를 넘기거나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묵은 과제", "해묵은 고민"과 같은 말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박경리 님의 '토지'에 '해묵다'를 쓴 좋은 보기가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해묵은 원한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오래된 원한'이라고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몽유가(夢遊歌)> 속에 나오는 순(舜) 임금의 오현금 이야기, 패왕과 우미인의 이별 이야기, 과거 우리나라 조선창극단(朝鮮唱劇團)의 공연 기록에서도 <우미인가>는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 <몽유가> 끝부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 곧 “고기 낚아, 어부사 외우면서 행화촌 찾아가,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하여 돌아보니, 깨끗한 내 마음과 몸이, 세상의 공명을 비할소냐. 허름한 옷 입었다고 금의(錦衣)를 부러워할 것이며, 산나물 보리밥으로 배불리 먹었으니, 기름진 음식 무슨 소용이냐.” 부분은 다시 되뇌어 보아도 티 없이 맑고, 고운 소년의 콧노래처럼 들려 마음속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단가, <홍문연가(鴻門宴歌)>인데, 이 단가는 “홍문이란 곳에서 연회(宴會)를 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중국 진(秦)나라 말기, 초(楚)와 한(漢) 초기에 있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적(史蹟)이나 사건을 엮은 노래말 위에 곡조와 장단을 얹은 노래다. 홍문이란 곳은 중국 섬서성 동쪽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 군문(軍門)에서 항우(項羽)와 패공(沛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찬물 끼얹는 등목에 대서(大暑)가 별거드냐 어어 시원타. 아이고 시원하다 에어컨 냉방기는 멀리멀리 가드라고 보리밥 한 그릇, 된장에 풋고추 찍어 오이냉채 한 사발로 얼른 뚝딱 해치우니 천하의 일미가 따로 없구려 위는 양태문 시인의 <여름> 시의 일부입니다. 오늘까지 온 나라엔 물폭탄이 내리듯 물난리가 나서 많은 국민은 큰 재산 보았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겹쳤습니다. 그래서 잠시 더위가 주춤하지만,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두째인 대서(大署)며, 일주일 뒤인 7월 30일은 중복(中伏)으로,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더위가 가장 심한 때입니다. 이렇게 '된더위' 속의 조선시대 사람들이 더위를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모시적삼 밑에 “등등거리”를 받쳐 입기도 했습니다. 등등거리는 소매가 없어 “등배자(藤褙子)”라고도 부르는데 등나무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얼기설기 배자 모양으로 엮어 만든 것입니다. 등등거리를 입으면 땀이 흘러도 옷이 살갗에 직접 닿지 않아 적삼에 배지 않고, 등등거리가 공간을 확보해 줌으로 공기가 통하여 시원합니다. 또 여기 양태문 시인은 그의 <여름>이란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