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독 재 자 - 허 홍 구 아침마다 수염을 깎는다. 내 몸에서 누리는 저 자유를 사정없이 잘라 버렸다. 오늘도 나는 독재자가 되었다. 제 몸에 생명도 잘라 버리는 무지막지한 권력은 독재자다. 지난 7월 8일 뉴스를 보면 미국의 올해 총기난사 사건이 339건이나 벌어져 사망자가 371명, 부상자가 1천429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총기난사 사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2% 늘었단다. 미국은 현재 등록된 총기만도 3억 9천만 정이라고 하는데 한 마디로 미국 사람들은 총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가 보다. 하지만 그 총부리가 결국 자신들에게도 향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에 견주면 우리 겨레는 단군조선 때부터 ‘홍익인간’을 내세우며, 모든 사람이 함께 살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이 ‘홍익인간’은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 되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교육법의 기본정신이 되기도 하였다. “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라고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입동 즈음 정경을 얘기했다. 우리 옛 조상들은 그 맛있는 감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배 롱 나 무 - 김창제 서러워서 붉은 게 아니라 붉어서 서럽다 했지 오래도록 붉어서 오래도록 서러운 여름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은 배롱나무를 일러 “어제저녁에 꽃 한 송이 떨어지고(昨夕一花衰), 오늘 아침에 한 송이가 피어(今朝一花開),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相看一百日), 너를 대하여 기분 좋게 한잔하리라.”라고 했다고 한다. 옛 선비들은 배롱나무가 나무껍질 없이 매끈한 몸매를 한 모습이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한다거나 꽃 피는 100일 동안 마음을 정화하고 학문을 갈고닦으라는 뜻으로 서원이나 향교에 배롱나무를 심었다. 작지만 붉은 꽃이 오랫동안 피는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이 미끄럽다고 하여 원숭이도 미끄러지는 나무라고도 하며, 그 붉은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하여 목백일홍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 번 핀 붉은꽃이 백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연달아서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포도송이처럼 한 송이의 꽃이 아래부터 위까지 피는데 한 송이가 며칠씩 피어있으니 전체적으로는 백일동안 붉은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있음으로 백일동안 화사한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다. 한 시인은 “눈물 나는 날 고개를 돌리면 저만큼 보이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 리 는 - 김태영 내가 쓸쓸할 때는 혼자 걷는 너를 생각한다. 내가 울면서 너를 위로하면 너는 웃으면서 나를 위로한다. 우리는 외롭지 않다. 중국 춘추시대 종자기는 거문고 명인 백아가 산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좋다. 우뚝하기가 마치 태산 같구나.” 하였고, 흐르는 물을 마음에 두고 연주하면 “좋다 도도하고 양양하기가 마치 강물 같구나.” 했을 정도로 백아의 음악을 뼛속으로 이해했던 벗이었다. 그런데 그런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더는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知音)이 없다고 말한 다음 거문고 줄을 끊고 부순 다음 종신토록 연주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도가 경전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서 유래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고사성어 이야기로 종자기는 백아를 알아주는 진정 참다운 벗이었다. 진한 우정을 이야기하는 고사성어는 이 ‘백아절현(伯牙絶絃)’ 말고도 ‘관포지교(管鮑之交)’와 함께 ‘금란지교(金蘭之交)’, ‘수어지교(水魚之交)’, ‘단금지교(斷金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금석지계(金石之契)’ 등이 있다. 특히 ‘지란지교(芝蘭之交)’는 지초와 난초처럼 ‘벗 사이의 향기로운 사귐’을 뜻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양 귀 비 - 김태영 하늘 아래 으뜸이라는 너도 비 맞고 쓰러져 있으니 눈부신 시간도 한순간이었구나 양귀비(楊貴妃, 719년 6월 26일 ~ 756년 7월 15일)는 당 현종의 후궁이자 며느리다. 춘추전국 시대의 서시(西施), 전한 시대의 왕소군(王昭君), 삼국 시대의 초선(貂嬋) 함께 고대 중국 4대 미녀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당 현종 이융기에게 총애를 받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끝끝내 안녹산과 사사명이라는 두 호족 세력이 일으킨 안사의 난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었고 따라서 이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중국의 미인 ‘양귀비’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꽃 양귀비가 있다. 양귀비는 모르핀이라는 마약 성분의 주원료지만,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가정상비약으로 양귀비만 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배앓이에는 특효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어르신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 양귀비와 비슷한 것으로 마약 성분이 없이 꽃으로만 즐기는 꽃양귀비(개양귀비)도 있다. 이 꽃양귀비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예쁜 꽃이지만, 문제는 하루만 지나면 꽃이 지는 ‘일화즉사’의 꽃이라는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색 소 폰 - 김 태 영 우린 무엇으로 통했을까 어찌 나를 그리도 잘 읽었을까 날 대신해 울어도 주고 손잡고 노래해주는 동반자 오늘같이 우울한 날은 소낙비처럼 쏟아내고 싶다. 얼마 전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색소폰 연주를 들었다. 지긋한 노년은 눈을 감고 스스로 색소폰 소리에 빠져들었다. 정년퇴직한 뒤 그대로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 잡았다는 색소폰은 이제 그의 동반자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1846년 앙투안 조제프 삭스가 개발하여 파리에서 특허를 얻었다는 색소폰. 색소폰은 군악대 연주뿐 아니라 대중음악이나 재즈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널리 쓰이고 있다. 원래 삭스가 색소폰을 개발한 뜻은 목관악기의 작동원리를 금관악기에 옮겨 두 악기의 장점을 모두 갖는 악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아예 색소폰만의 오케스트라를 꾸밀 수 있게 다양한 악기를 만들었는데 가장 높은 키의 소프라니노부터 가장 낮은 키의 콘트라베이스까지 모두 일곱 종류에 더해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세 종류의 색소폰까지 개발했는데, 이 가운데 최근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색소폰만 살아남았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은 장 도 - 김남희 가까이 오지마라 나는 시퍼렇게 독기 품은 조선의 여자다 굽힐 줄 모르는 정절 당당함이 미덕이다 가슴에 숨기고 살아온 꽃다운 순애보 조선 여자의 자존심이다 맺히고 맺힌 한 올올이 풀어 흰 버선코 날 세운 도도함으로 그대 앞에 선 수호신이다 지난 1982년 8월 5일부터 1982년 10월 29일까지 방영된 MBC 텔레비전에서는 여인열전 세 번째 시리즈로 이혜숙, 유인촌 주연의 <은장도>가 방영되었다. <은장도>는 사대부 가문에서 양반집 여인이기에 겪어야 하는 정한 속에서 굴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여인의 역정을 그렸다. 은장도는 은으로 장식한 작은 칼로 고려시대부터 성인 남녀들이 호신용으로 지니고 다녔으며 특히 임진왜란(1592) 이후부터는 사대부 양반가문의 부녀자들이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몸에 지녔다. 여인들의 장도는 이후 노리개 장식으로도 쓰여 화려한 모습도 나타나게 되었다. 여인들이 몸에 지녔던 것은 은(銀)장도가 주였지만 은장도 말고도 칼자루와 칼집의 종류에 따라서 백옥(白玉)장도, 죽(竹)장도, 먹감장도, 오동(烏銅)장도, 대모(玳瑁, 바다거북의 등딱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노 을 - 백성일 서녘 하늘 붉게 이글거리는 노을 아무도 모르게 한 바가지 퍼담아 늦은 저녁나절 울타리 물주는 내님 손톱을 슬쩍 담갔더니 봉숭아 꽃물 붉게 물들었네 우리 겨레의 풍속 가운데 입하와 소만 무렵에 있었던 것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었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계집애들과 어린애들이 봉숭아를 따다가 백반에 섞어 짓찧어서 손톱에 물을 들인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봉숭아꽃이 피면 꽃과 잎을 섞어 찧은 다음 백반과 소금을 넣어 이것을 손톱에 얹고 호박잎, 피마자잎 또는 헝겊으로 감아 손톱에 붉은 물을 들인다. 이 풍속은 붉은색이 사악함을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요즈음도 소만 무렵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첫사랑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노을에 대해 조병화 시인은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놓고’라고 했고, 김규동 시인은 ‘노을은 신이 나서 붉은 물감을 함부로 칠하며 북을 치고 농부들같이 춤을 춘다’라고 했으며, 김광균 시인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라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산사(山寺) 돌계단 - 김 상 현 중생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주는 절간 오르는 돌계단이 바로 누워있는 부처님이시다 “절간에 부처가 있나? 절간은 스님들 숙소지 부처는 한 놈도 없다. 여러분이 못하는 일을 공양주가 하고, 처사가 한다. 그들을 선지식으로 받들어 모셔라. 여러분이 하지 못하는 하찮은 일을 하는 그들이 문수고 보현이야.” 설악산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 스님이 지난 2012년 동안거 해제법회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어서 스님은 말씀하신다. “내 주변에 있던 내게 밥해주던 공양주보살, 군불 때주던 부목처사가 선지식이다. 산문을 나서서는 주막의 주모가 선지식이었고, 어부ㆍ대장장이ㆍ서울 시청 앞 노숙자가 내 삶의 선지식임을 깨달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 스승이었다.” 엄청난 말씀이다. 고매한 조실스님께서 공양주보살ㆍ부목처사ㆍ주모, 어부ㆍ대장장이ㆍ노숙자가 바로 문수고 보살이요 자신의 스승이라고 일갈하셨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공양주보살과 노숙자들이 그런 대접을 받고 있을까? 사실 정치인과 공무원은 국민의 종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스님의 말씀처럼 국민을 공양주보살ㆍ부목처사로 생각지 않는 듯하다. 강원도 고성군에는 천년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가 바라는 세상 - 이기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풀꽃>에서 노래한다. 여기서 나태주 시인이 말한 “너”는 바로 “쥐꼬리망초”를 보고 노래한 것일지 모른다. 쥐꼬리망초는 꽃의 크기가 2~3m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꽃이어서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다. 이 꽃은 한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한 개나 두 개씩 차례로 천천히 꽃을 피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단번에 터뜨리는 것이 두려워서 조심스럽게 꽃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바 람 - 소 복 수 바람 소리에 무심하고져 삶의 처마 끝 풍경을 뗀다 가만히 불 밝혀 차 따르고 혜능선사의 지혜를 읽으면 바람이냐 깃발이냐 그건 결국 마음이라고, 내 속 뜰엔 여전히 꽃잎 지고 산새도 노래를 그치지 않는데 다시금 풍경을 달아야겠다. 애꿎은 바람 한 자락 내 안에 있음을. 속세를 벗어난 숲속 고요한 산사. 그 산사 아름다운 처마 끝에 고즈넉한 풍경 하나 걸렸다. 그리고 그 풍경이 청아하고 작은 소리를 내고 있다. 저기 바람이 불고 있음이렸다. 풍경은 바쁜 이 시대 사람들이 마음속에 일렁이는 온갖 상념을 가라앉히는 소리, 그리워해도 좋을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소복수 시인은 그의 시 <바람>에서 그 바람 소리에 무심하고져 삶의 끝 풍경을 떼었단다. 그 작고 아름다운 풍경 소리마저도 거부하려는 몸짓인가? 그러나 혜능선사는 바람이나 깃발 탓이 아닌 결국 마음 탓이라고 달랜다. 풍경을 떼도 여전히 꽃잎도 지고, 산새도 노래를 그치지 않는데 애꿎은 바람 한 자락, 풍경 하나 탓할 일이 아니란 속삭임이다. 그래서 소복수 시인은 다시금 풍경을 달아야겠다고 손을 들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