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인생에서 88살이 가장 좋은 때다.” 라면서 99수를 누리다가 지난 11일 입적한 일본의 비구니 스님 세토우치 자쿠초(瀬戸内寂聴)! 서점 어딜 가나 세토우치 자쿠초 스님의 책들은 진열대 가장 앞줄에 놓이곤 했다. 심지어는 나리타공항이나 간사이공항 내의 기념품 겸 서점 코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어 나 역시 가끔 세토우치 스님의 책을 사서 읽었다. 그의 책은 읽기 쉽고, 읽는 순간 고개가 끄떡여진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의 웃는 모습은 해맑다. 해맑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금새 기분이 좋아질 만큼 밝은 기운을 선사한다. “현대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로 인기를 끌어 반전·평화를 호소하는 사회 활동에도 정력적이었던 작가이자 승려, 문화 훈장 수상자인 세토우치 자쿠초(瀬戸内寂聴)씨가 9일,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99살이었다. 토쿠시마시 태생, 이름은 하루미로 불렸다. 도쿄 여자대학 재학 중에 결혼해, 졸업 후에는 남편의 근무처였던 북경으로 건너갔으며, 패전으로 1946년에 귀국, 이후 남편의 옛 제자와 사랑에 빠져 어린 외동딸을 남겨두고 교토로 옮겨 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계면조는 우조(羽調), 또는 평조(平調)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슬픈 느낌이 들게 하는 음조직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영산회상은 시김새, 형식, 장단, 기보체계, 변천과정, 향제 줄풍류의 전승현황, 풍류명인과 전승계보, 풍류문화 등을 다양하게 살펴야 이론적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영산회상을 위시하여 정악의 매력이 어떤 점인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곡가 알렌 호바네스,(Alan Hovhness)는 일찌기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당시 영산회상을 비롯한 정악(正樂)과 가곡(歌曲) 등, 한국 정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듣고, 그 소감을 이렇게 피력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정악곡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선율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윽하고도 유장한 젓대 독주의 <상령산>이나 영롱한 단소 독주의 <세령산> 가락을 듣거나, 혹은 여러 악기가 엎치락뒤치락 어우러져 가며 장려하게 엮어가는 합주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어느덧 선율의 매혹에 홀려 이내 현실을 잊고 끝없는 환상의 피안(彼岸)에 몰입하기 마련인 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11월 22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 째 절기로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입니다. 눈이 내려 추위가 시작되는 때여서 겨울 채비를 합니다. 그러나 한겨울이 아니어서 아직 따뜻한 햇볕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하지요. 이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추워지므로 사람들은 김장하기 위해 서두릅니다. 또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하는데 무를 구덩이에 묻고,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하고, 겨우내 소가 먹을 볏짚을 모아두기도 하지요.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소설은 ‘손돌이 죽은 날’이라고 합니다. 고려시대에 임금이 배를 타고 통진과 강화 사이를 지나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고 임금은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들어 그런 것이라고 사공의 목을 베었습니다. 사공은 아무 죄도 없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 사공의 이름이 손돌이었지요. 그래서 해마다 그날이면 큰바람이 불고 날씨가 찬 데, 이는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원혼 때문이라고 하여 강화에서는 이날 뱃길을 나가지 않습니다. 이때의 추위를 손돌추위, 그 바람을 손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현대인의 삶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표준시간이 없었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알았을까요? 인류가 처음 활용한 자연시계는 해였습니다. 하지만 해만 올려다보고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림자의 길이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해시계는 해와 그림자를 만드는 막대기만 있으면 되니 복잡하지도 않고 지구가 자전하는 한 고장 날 일도 없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작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기계식 시계가 나오기 전까지 다양한 문명권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더 많은 백성이 시간을 알게 하라, 오목해시계 조선 세종 때 대표적인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 ‘하늘을 떠받드는 가마솥[仰釜]’과 같이 오목한 모양의 해시계라는 뜻입니다. 보통 해시계는 해그림자가 표시되는 시반면(時盤面)이 평면인 경우가 많은데, 앙부일구는 특이하게도 시반면이 오목한 반구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구’는 ‘해그림자’라는 뜻으로 해시계를 이르는 말입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앙부일구 곧 오목해시계는 세종 16년(1434) 10월 2일 혜정교(惠政橋)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26년 전인 1895년 10월 8일, 조선의 국모인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관련된 편지가 일본에서 발견되었다고 11월 16일치 아사히신문이 크게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편지는 단순한 시해사건 내용이 아니라, ‘자신들이 궁궐에 들어가 명성황후를 시해했다’는 자백의 편지라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들이 왕비를 죽였다’고 자백한 사람은 당시 조선의 영사관보였던 호리구치 구마이치(1865~1945)다. 이번에 발견된 편지는 호리구치가 자신의 고향인 니가타현 나카도리무라(현 나가오카시)에 사는 친한 친구이자 한학자인 타케이시 사다마츠에게 1894년 11월 17일자로부터 사건 직후인 1895년 10월 18일자까지 보낸 8통의 편지다. 이 편지 가운데 여섯 번째가 명성황후 시해 다음 날인 1895년 10월 9일자다. 이 편지에는 사건 현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진입은 내가 맡았다. 궁궐 담장을 넘어 황후침전에서 왕비를 시해했다’ 라고 하면서 '생각보다 시해가 간단해 매우 놀랐다'라는 느낌까지 적고 있다. 편지에서 밝힌 이른바 ‘왕비 시해 그룹’은 일본 외교관, 경찰, 민간인 등이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편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영산회상이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악곡으로서의 값어치도 크지만, 국악의 이론적 연구 자료로서도 값어치도 크다고 이야기하였다. 일반적으로 영산회상은 3음, 혹은 4음 음계의 계면조(界面調) 음악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국악의 계면조란 무슨 뜻이고 음 구성은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본다. 전통음악의 음계는 크게 평조와 계면조로 구분된다. 평조는 쏠-라-도-레-미와 유사한 음계이고, 계면조는 라-도-레-미-쏠로 구성된 음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 대표적인 음악이 조선 초기의 종묘제례악이나 전통가곡과 같은 음악이다. 종묘제례 때의 음악은 크게 두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하나는 평조 음계로 지어진 <보태평>이고, 다른 하나는 계면조로 지어진 <정대업>이라는 음악이다. 그런데 평조는 예나 지금이나 5음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면조의 음악은 5음의 구성에서 제2음을 생략하여 4음 음계로 변화되어 쓰이고 있어서 다소 달라진 것이다. 국악의 음계를 논의할 때, 자주 쓰이는 우조(羽調)란 말이 있는데, 이는 음계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웃조, 곧 높은 조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금강산을 바라보다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은 바라보는 주체와 바라봄의 대상이 모두 표현된 특별한 그림입니다. 그림 오른편에는 단발령에 서서 저 멀리 금강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단발령은 금강산 여행이 시작되는 고개로, 이 고개에서 바라본 광경이 너무나 황홀해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 승려가 된다는 뜻의 이름입니다. 정선은 단발령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길과 그곳에서 느낀 강렬한 첫인상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화면 왼쪽 위에 그려진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는 하얗게 칠해져 은빛 수정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정선은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당시의 벅찬 감동을 담고자 근경과 원경 사이를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정선의 그림은 조선 말기 학자인 이상수(李象秀, 1820~1882)의 글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늘이 드높은 가을날 저녁볕이 동쪽을 비출 때, 저 멀리 하얗게 솟아오른 금강산을 바라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정신이 황홀하여 결국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된다고 한다. 봉우리마다 하얗게 눈이 내린 듯하고 그 바위의 생김은 마치 늙은 신선들 같아, 구슬 관을 쓰고 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1월, 일본의 전통 행사인 ‘시치고상(七五三)’ 풍습을 볼 수 있는 달이다. 예전에는 11월 15일에 ‘시치고상(七五三)’ 행사를 했으나 요즈음은 ‘10월부터 11월 사이에 형편이 좋은 날’을 잡아 행사를 치르는 이들이 많다. 시치고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일본 어린이들을 위한 신사참배 날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에는 한국 아이들처럼 돌잔치가 없다. 그 대신 시치고상을 신사에 가서 치른다. 말 그대로 3살, 5살,7살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전통 옷을 입혀 신사 참배를 시킨다. 이 무렵이 되면 시치고상을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입힐 기모노를 파는 가게, 머리 손질을 해주는 미용실,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등이 분주해진다. 시치고상은 남자아이의 경우 3살과 5살 때 여자아이는 3살과 7살이 되는 해에 치룬다. 이러한 풍습은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비는 일생의 통과의례 행사인 것이다. 유래는 1681년 도쿠가와 집안의 5대 장군인 도쿠가와 츠나요시(川綱吉)의 장남 도쿠가와 도쿠마츠(川松)의 건강을 빌기 위해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신사에서 시치고상 의식을 치른 아이들은 손에 ‘치토세아메(千歲飴)’를 하나씩 받아 드는데 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별곡의 한 종류가 곧 민간에서 연주되는 <가진회상>이며, 영산회상을 연주하되, 중간에 <미환입>을 첨가하고 <군악>의 뒤를 이어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도드리>까지를 연주한다고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악영산회상은 9곡의 모음곡이고, 평조회상과 관악영산회상은 각각 8곡이어서 모두 25곡이다. 여기에 <가진회상> 가운데 현악영산회상과 중복되지 않는 <도드리>,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 등 4곡을 포함하면 모두 29곡이 되는 셈이다. 이 악곡들을 피리나 대금, 해금, 단소, 또는 거문고나 가야금 등, 6개의 주요 선율 악기들이 각각 독주로 1~2곡씩을 연주한다면 오랜 시기간 음악회를 꾸밀 수 있는 분량이 된다. 그래서 4종의 영산회상이 연주계의 주요 연주곡목이 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악영산회상>의 경우에는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양금, 장고 등, 8인의 단잽이(1악기에 1인 연주자) 편성을 관습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울긋불긋 단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단풍이라 하면 일본도 그 어디에 뒤지지 않을 만큼 명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맘때면 앞다투어 단풍 명소를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다. 코요 월커 플러스(koyo.walkerplus)의 경우에는 단풍명소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1)지역 중심으로 찾기 2)전국 단풍 랭킹으로 찾기 3)지금 가장 볼만한 명소로 찾기 4) 가까운 시일내에 볼만한 곳으로 찾기 5) 지난해 11월, 아름다웠던 곳으로 찾기 등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국단풍명소랭킹’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랭킹 1위는 도쿄 다치가와시(立川市)에 자리하고 있는 국영소화기념공원(国営昭和記念公園)이다. 이 공원은 소화(昭和)왕 재위 중인 1983년에 설립한 공원으로 ‘보고, 놀고, 먹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으며 4계절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공원 안에는 소화천황기념관도 조성되어 있다. 2위는 기후현 다카야마시(岐阜県高山市)에 있는 히다미노개울가도(飛騨美濃せせらぎ街道)이다. 히다미노지역은 64km 길이의 드라이브 코스로 참나무, 너도밤나무, 낙엽송 등 활엽수가 황금색으로 변하는 광경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