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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일본 작가가 본 1985년 부산은 어땠을까?

오오타 준이치의 <반도의 스케치 1985>전,
인천관동갤러리서 10월 19일까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기억과 재생의 공간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12일(금)부터 열리고 있다. 일본의 사진작가인 오오타 준이치(太田順一, 75)의 <반도의 스케치 1985> 전이 그것이다. 어제 14(일), 낮 2시부터 오오타 준이치 작가와의 만남(갤러리 토크) 시간이 마련되어 있어 1시간 먼저 도착하여 갤러리 1, 2층에 전시된 사진 작품을 감상하다가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사진 속에는 ‘우정다방, 산수다방, 부남이용원, 꽃동네 수예, 사교땐스 지도, 미랑미용실 등의 간판이 낡아 보이는 건물 2층과 3층에 빼곡이 걸려있고 건물 1층은 상가였다. 골목을 끼고 길게 줄지어 선 첫 가게에는 크고 작은 선풍기 20여 대가 마치 노점상의 과일처럼 노출된 채 진열되어 있었다. 요즘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정경이지만 1980년대라면 부산 아니라 서울의 골목 상점가에서 흔히 목격되었을 풍경이다. 그 무렵 20대를 보낸 기자로서는 오오타 준이치 작가가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추억의 사진인양 느껴졌다. 사진 감상을 막 마쳤을 때,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날 행사의 사회는 사진작가 류은규 씨가 맡았고, 관동갤러리 도다 이쿠코 씨가 통역을 맡아 진행하였다.

 

 

 

 

“오사카 츠루하시역 주변이 지금은 번듯한 코리아타운으로 변모해있지만 제가 재일조선인(아래, 재일동포)들의 삶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이곳은 돼지를 키우던 곳(猪飼野, 이카이노)이란 뜻의 동네로 그들이 밀집해 살던 곳이었습니다. 40여 년 전, 그때 저는 일본인인 나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재일동포 2~3세 젊은이들이 남북의 입장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어 민족 문화와 마음을 지켜가자고 '이쿠노 민족문화 축제'를 개최하려고 했었고, 이카이노에는 그 준비에 분주한 그들의 열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오오타 준이치 작가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오사카의 재일동포를 찍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설명해나갔다. 1983년부터 이곳을 드나들며 재일동포들의 억척스러우면서도 활기 넘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해서 나온 사진집이 『여성들의 이카이노(女たちの猪飼野)』(1987, 晶文社)였다. 그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1985년 여름, 재일동포들의 부모님, 조부모님이 태어난 ‘고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한국을 찾게 된다.

 

 

 

 

그가 찾은 곳은 대도시 서울을 피해 첫 목적지로 택한 곳이 경주와 부산이었다. “불과 1주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저에게는 처음 접하는 외국이었고, 무척 긴장한 상태에서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커다란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낯선 곳을 찾아 현지 사람들 틈에 끼어들 때, 내 곁에는 ‘통행 어음’과 같은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전에 저는 벼락공부로 외운 말 ‘사진을 찍어도 좋습니까?’를 뇌까리면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오오타 준이치 작가는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언어로 자신이 재일동포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이야기를 모니터 화면을 통해 흑백 사진을 한 장씩 넘겨 가며 소개해주었다. 『여성들의 이카이노(女たちの猪飼野)』는 그가 사진가로서 오사카 재일동포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한 첫 작품집이다. 그러나 그는 이 사진집이 나오기 전까지 오사카 재일동포들의 일상만을 찍은 것은 아니다. 한국 방문은 오사카의 재일동포 곧 '피사체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이번 전시 <반도의 스케치 1985>는 그때 찍은 사진들로 벌써 40년 전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오오타 준이치 작가의 사진들을 저는 경계(境界)의 사진으로 봅니다. 과거의 사진이 갖는 의미를 ‘기록’에 있다고 본다면 오오타 준이치 작가가 찍은 ‘1985년 부산’ 사진은 ‘해석’의 관점에서 봐야할 것입니다. 이 사진들을 통해 1985년의 부산 상점 모습, 거리, 식당, 다방, 골목 등의 모습과 거기에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해석해 낼 수 있다는 점은 사진이 지닌 또 하나의 가치라고 봅니다.”

 

중견 사진작가 류은규 씨는 오오타 준이치 작품에 대해 청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을 곁들여 이날 행사 진행을 2시간 동안 매끄럽게 해나갔다. 흔히 사진 감상은 그림 감상과 달리 눈으로 보기만 해도 ‘감상이 제대로 된 것’ 같지만 어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얻은 것은 ‘사진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사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찍게 된 배경과 시대 상황, 나아가 작가의 관점까지 이해했을 때 비로소 제대로된 감상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것은 ‘피사체(오사카 재일동포)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어서 자신이 한국을 방문했다’라는 오오타 준이치 작가의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사는 재일동포들의 사진을 그냥 찍는 것과, 그들의 고국을 방문하고 나서 찍는 것의 차이를 관람자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은 무언의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와의 만남을 마치고 기자는 다시 1, 2층에 전시된 사진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20대 시절을 그대로 각인해주고 있는 작품들이 나도 모르게 나의 마음속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여운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들꽃 향수처럼 가슴을 적셨다.

 

 

<작가 오오타 준이치 약력>

1950년생. 와세다대학교 중퇴 후 오사카 사진 전문학교를 졸업하여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다가 1982년부터 사진작가로 활동 중. 재일교포가 모여 사는 동네를 찍은 『여자들의 이카이노』를 비롯하여 한센병 요양원 사람들, 공업지대 황무지에 피는 꽃,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 빈집에 남는 옛 삶의 흔적 등을 주제로 촬영해 사진집을 다수 출간했다. 일본 사진가협회 작가상, 이나 노부오 상, 사가미하라 사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전시안내>

*9월12일(금)~10월19일(일)10:00~18:00 (금토일만 개관, 10/3,4,5는 휴관)

*기억과 재생의 전시공간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전화 : 032-766-8660 //gwandong14@gmail.com

관장 : 도다 이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