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흥부(順興府)는 경북 영주시 일대의 고려시대 행정구역을 이릅니다. 고구려 때는 급벌산군(及伐山郡), 통일신라 때는 업산군이라 하다가 고려 초 흥주(興州)라 바꾸고 충목왕 때 승격하여 순흥부가 되었지요. 그런데 1458년(조선 세조 4) 관내에 역모사건이 발생하여 부를 폐지하고 영주와 봉화(奉化)로 나눴습니다. 순흥안씨(順興安氏)의 본관으로 알려진 이곳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1914년 군이 폐지되고 각각 봉화와 영주에 편입됩니다. 예전 그 순흥부에 몇백 년 되어 잎과 가지가 무성한 은행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종이 임금에 오른 두 해 뒤 은행나무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말라죽어 갔습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까닭도 모르는데다 워낙 오래된 신령스러운 나무라 사람들은 감히 손을 대지 못했지요. 그때 조정에서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임금에 올랐고 친동생인 금성대군은 단종 편을 거들었다고 하여 순흥부로 귀양 가 죽게 됩니다. 이때 순흥지방에는 “은행나무가 되살아나면 순흥부가 다시 설치되고 그렇게 되면 노산군도 복위 되네.”라는 노래가 떠돌았습니다. 그 뒤 220 여 해가
조선 초기 안평체의 이용(안평대군), 중기 석봉체의 한호(석봉), 말기 추사체의 김정희와 더불어 원교체(圓嶠體)라는 독특한 필체의 이광사(李匡師, 1705~1777)는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입니다. 전남 구례의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에는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수체(水體)로 쓴 ‘智異山泉隱寺’(지리산 천은사)'라는 편액이 걸려있지요. 천은사는 원래 이름이 감로사(甘露寺)였는데 숙종 때 고쳐 지으면서 샘가의 구렁이를 잡아 죽이자 샘이 사라졌다고 해서 ‘샘이 숨었다’는 뜻의 천은사(泉隱寺)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그러나 그 뒤 원인 모르는 불이 자주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두려워했는데 이광사 글씨의 편액을 붙인 뒤로는 불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지금도 고요한 새벽 일주문에 귀를 기울이면 현판에서 신비롭게도 물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당시 이광사의 글씨는 신비스런 경지에 다다른 것이 분명하지요. 이광사는 글씨를 쓸 때 소리꾼에게 노래를 시켜 노랫가락이 맑고 씩씩한 우조(羽調)이면 글씨도 우조의 분위기로 쓰고, 평
남나라 불여름(1) 밭나라 서른 해니 아들아이 한창이니 남나라 해바라기 풀 막힌 자리라 키워서 곱게 키워서 한 나라 보고파 * 불여름 : 염천 * 밭나라 : 해외, 바깥나라 * 아들아이 : 손자 * 한창 : 청춘 * 풀 : 기운 * 한 나라 : 통일조국 . 모국을 멀리 떠나 30년을 살면 손자도 청춘이다. 남나라의 해바라기는 피었건만 재일동포는 기를 펴지 못한다. 그것은 모국이 둘로 쪼개지고 있기 때문이니 통일만 되면 다 행복하게 사니 통일일꾼을 곱게 키워내자. . ▶ 김리박 시인 세미나 기사 "망국노,망향자,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는 이것”바로가기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 영자꽃을 찾으러 왔단다….” 어렸을 적에 누이동생은 집 앞마당에서 동네 또래 아이들과 이런 노래를 부르며 놀곤 했습니다. 무슨 꽃? 이라고 물으면 ‘영자’라든지 ‘민숙이’라든지 반대편 아이들 이름을 불러 세워 놓고 뭐가 그리 재미나는지 까르르 웃으며 뛰어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렸을 때 놀던 쎄쎄쎄, 여우야여우야 뭐하니? 똑똑똑 누구십니까? 같은 숱한 노래가 일제의 잔재라고 노동은 교수는 ‘우리 동요와 일본동요의 유사성’에서 밝혔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스스로 노래를 지어 부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동요작가가 만들어 준 노래를 부르며 커 나가지요.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에게 곱고 아름다운 노랫말과 곡을 붙여 주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 아래서 음악교육을 받은 이들이 일본어린이와 조선어린이를 구별 못 한 채 동요랍시고 일
조선 후기 2백 년을 대표하는 화가로 3원3재(三園三齋, 단원, 혜원, 오원, 겸재, 관아재, 현재) 가운데 한 사람이 현재 심사정입니다. 그의 작품에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라는 것이 있습니다. 심사정 작품으로는 특이하리만큼 화사한 빛깔로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을 보면 연못에서 헤엄치는 오리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오리는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좋아 부부금실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그림에서 오리는 장원급제를 바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림 이름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를 보면 오리 “압(鴨)” 자가 있는데 이 “압(鴨)” 자를 나눠보면 “갑(甲)”과 “조(鳥)”가 됩니다. 여기서 “甲”은 으뜸 곧 장원급제를 뜻하는데 오리가 두 마리면 “二甲” 곧 향시(鄕試)와 전시(殿試)에서 모두 장원급제하라는 뜻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연지(蓮池) 곧 연못에는 연밥이 있는데 연밥을 뜻하는 “연과(蓮顆)”는 잇달아 합격한다는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연못에 오리가 두 마리면 ”연과이갑(連科二甲)" 곧 잇달아 두 과거시험에 장원급
지난주에 이어 일본이야기는 100회 특집으로 51회부터 99회까지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한다. <51회> 때는 1945년 8월 24일 오후 5시20분. 강제징용에서 풀려나 부산항으로 가는 4,730톤급 해군특무함대 ‘우키시마호 (浮島丸)’를 타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을 밟기 직전 일본의 잔악한 귀국선 폭파로 수많은 조선인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마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승선자 7,000여 명 중 4,000여 명이 교토 마이즈루항 앞바다에 수장 된 지 올해로 65년(2010년)을 맞이한다.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우키시마호의 도리우미 함장은 사건전모를 발표하고 조선인 3,735명 중 524명과 일본인 25명을 합해 총 54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하였으나 승선장부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측의 이런 숫자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부산항으로 향하지 않고 진로변경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①음료수를 실으려고 ②패전 후 해군의 사기저하로 부산항까지의 운항 거부 등을 들고 있으며, 폭발 원인은 미군의 기뢰를 건드렸기 때문 등으로 발표하였으나 선박 인양이 되고 난 후부터 의도적으로 폭발시켰다는 의혹설이 제기된 가운데 1
100. 일본 이야기 100회를 맞이하면서(1) -다이아몬드 한 상자보다 소중한 것- 이번 주로 일본이야기가 100회째를 맞이합니다. 그간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백일잔치니까 수수팥떡과 흰설기를 쪄서 돌려야겠지만 일본이야기니 만치 일본의 풍습을 따라야겠지요? 일본은 백일잔치가 없습니다. 그 대신 오미야마이리(お宮參り)라고 해서 태어난 지 30일 되는 아기를 강보에 싸서 신사참배를 합니다. 백일잔치는 아무래도 집안잔치라고 볼 수 있고 신사참배는 신과의 연결고리이니까 왁자지껄하고 사람 냄새나는 잔치 느낌은 한국의 백일잔치에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영조 소장님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오늘로 2,143회를 맞이하므로 일본이야기와는 속된말로 게임이 안 되지만 돌이켜보니 1주일에 글 한 편 쓰기도 어지간히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입니다. 이른바 원고 청탁의 경우에는 며칠까지 무슨 내용으로 써달라는 주문에 따라 쓰면 되는 것이지만 혼자 글감을 고르고 원고를 완성해야 하는 일은 망망대해를 건너는 심정입니다. 때로는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지만 반면 늘 무엇을 쓸까 궁리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지난주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정순임 명창은 해마다 여름, 경주 보문관광 단지 내에 있는 야외무대에《유관순 열사가》를 비롯한 《이차돈》, 《놀보전》과 같은 창극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려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월 초, 경상도 일대에 국지성 소나기가 예고되어 있어 가슴을 졸이는 가운데, 단원들은 수궁가를 바탕으로 마당극 개념을 도입한 《약 일래라, 토끼 간이 약 일래라》를 총연습하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무료 봉사였기에 하늘이 도왔는지 끝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경주에서 창극이 공연될 수 있는 배경은 정순임의 열의와 경상북도의 지원, 그리고 그를 돕는 스태프와 제자들의 의욕이 충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극을 오페라 혹은 가극이라 부른다. 창극은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이다. 경기소리나 서도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극은 창극이라 부르지 않고 경서도 소리극이라 부른다. 창극의 기본은 판소리이다. 소리가 어느 정도 익어야 창극이 가능한 것이다. 소리가 익지 않으면 아무리 연기가 훌륭하고 사설을 재미있게 옮긴다 해도 가슴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정순임은 제자들에게 소리공부를 가장 중요하다고
지난 7월 초, 중국 연변에서는 한국전통음악학회와 중국 연변예술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3회 전통음악교류회가 열렸는데, 학술 토론과 공연 교류 행사에 국내 유명 교수들과 명인명창 40여 명이 참가하여 교류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 바 있다. 이 행사에 참가했던 판소리 명창 정순임 씨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을 실연하였는데, 소리도 소리이려니와 멋들어진 발림(사설에 맞는 몸동작)으로 객석의 열띤 갈채를 받았다. 중국의 연변지역이란 곳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중조(中朝)변경지역이다. 폭 30~40m의 두만강은 노래 가사에 나오는 환상적인 푸른 물이 아니라 뿌옇다 못해 완전히 죽어 버린 강이 되었다.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인 중국의 도문 시와 남쪽인 북한의 남양 땅이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이다. 이 연변지역은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어나 음식의 불편이 거의 없다. 거리의 간판은 모두 한글을 먼저 쓰고 밑에 한문을 달아 무엇을 하는 건물인지 무슨 물품을 파는 곳인지 알 수 있어 딴 나라 같지 않고 친숙하다. 연변은 전통문화를 비롯해 여러 방면으로 북한의 영향을 받은 곳이다. 그
아침 놀 물든 새쪽 저녁녘엔 비가 올지 비 오면 고장 돋아 아비는 술을 하고 어미는 온 밤새우며 어버이를 생각하니. * 새쪽 ; 동쪽 재일동포는 격렬한 차별과 멸시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본국도 오랫동안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니 고향이 그리워 비가 와도 눈물이고 개여도 눈물이었다. 힘 잃은 아버지는 술로 스스로 달래었고 어머니는 부모를 생각하여 스스로 외로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