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11월 1일 창간, 1934년 3월 1일 통권 101호를 끝으로 폐간된 ≪별건곤(別乾坤, 월간문학지)≫에는 별스런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1930년 10월 1일에 펴낸 제33호에는 온 나라에 강연하러 다니던 소파 방전환 선생의 글 “연단진화(演壇珍話)”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엔 지방마다 다른 사투리 얘기도 나오지요. “平安北道에 가서 『새장』이라닛가 少年들이 못 알아듯고 갑갑해 하는 눈치인고로 『새색기를 잡아 너어서 길느는 그릇을 여기서는 무어라 하느냐.』고 무르닛가. 『도롱이요』한다. 도롱은 「鳥籠」이란 말이다. 慶尙南道에 갓슬 때는 갓난아기의 오줌 밧어내는 俗稱 기조기를 못 알아듯고 『살두둑이』라 하여야 알아듯는다.” 평안도에서는 새장을 한자말 “조롱(鳥籠)”이 변한 “도롱”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경상도에서는 기저귀를 “살두둑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고 소개하지요. 물론 “살두둑이”는 사전에 오른 말이 아닙니다. 정감있는 사투리들이 모조리 빠진 ≪표준국어대사전≫ 은 맹탕이며 말이 없어짐으로써 문화도 없어져 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영남지방에는 일제의 강압으로 맥이 끊겼던 “꽹말타기(호미씻이)”라는 민속놀이가 있었는데 그 꽹말
“보릿고개”란 말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는 지금도 여전히 굶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런데 50~60년대 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며칠씩 굶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보릿고개”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면 그 “보릿고개”란 말은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조선왕조실록≫에도 보릿고개를 뜻하는 말이 나오는데 물론 한자로 쓰여있지요. 맨 먼저 보이는 것은 세조실록 11권 4년(1458) 2월 7일의 춘기(春饑)인데 “봄의 가난한 때”라는 뜻입니다. 또 명종 11권, 6년(1551) 1월 18일의 “궁춘(窮春)”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 "궁춘‘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그밖에 명종 32권, 21년(1566) 2월 23일의 “춘빈(春貧)”, 현종 5권, 3년(1662) 3월 14일의 “춘기(春飢)”, 숙종 8권, 5년(1679) 3월 6일의 “춘기근(春飢饉)”, 숙종 58권, 42년(1716) 8월 8일의 "춘궁(春窮)", 고종 3권, 3년(1866) 5년) 3월 26일의 "궁절(窮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특히 “보릿고개”라는 이름으로 딱 들어맞는 “맥령(麥嶺)"은 정조 12권, 5년(1781
토박이말 사랑, 문학은 '말꽃'이다 [서평] 김수업의 우리말 사랑 이야기 ▲ 책 표지 김수업의 책 "말꽃타령" 표지 ⓒ 김영조 “옛날 어느 마을에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처가에 가서 자는데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을 물어 갔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장모와 내외뿐인 터이라, 어쩔 수 없이 선비가 지붕에 올라가 소리쳐 마을 사람을 불러 모았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칙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먼 산 큰 범이 와서 우리 장인을 앞산으로 물고 갔으니 총을 가진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고 창을 가진 사람은 창을 들고 나오십시오! 어서요. 어서!' 뜻인즉 이렇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가 총이며 창을 들고 뛰어나올 것인가?”위 글은 에 나오는 대목이다. “범이오 범! 범이 우리 장인을 물어갔오! 어서 나와 보시오”라고 하면 될 것을 문자를 좋아하는 선비가 잘난 체 하는 것을 비꼰 말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지금 우리말교육대학원장,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를 하는 김수업이 쓰고, 지식산업사가 펴낸 이 책의 내용은 바로 “토박
[퍼옴] '오렌지'나 '어륀지'나 미국인에겐 똑같습니다_데니스 하트 [제국에서 띄우는 편지 ⑪] 미국인의 눈에 비친 이명박식 '황당무계' 영어교육 정책 - 오마이뉴스 2008.02.05 15:08 ▲ 인수위원회 영문 홈페이지입니다. 영어 좋아하는 인수위원회에서는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 보려고 가봤더니 엉망이었습니다. 문법 오류, 어색한 문장, 뜻이 통하지 않는 표현과 어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greetings from chairperson"(사실은 "greetings from the chairperson"이라 해야 맞습니다)처럼요.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영어몰입교육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영어몰입교육 및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대한 뉴스를 여러 꼭지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외국인이니까 한국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처지가 되지 못합니다만, 한국에서 몇 년 살았고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으로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국어와 국사를 포함한 전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기막힌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황당무계한 발상인가 싶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몰입교육방안 자체
고1(?)학생이 인수위에 올린 글 글쓴이: 조상민 고1 학생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라디오 영어프로를 1시간씩 듣고 저녁에 EBS 영어회화를 보고 영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토익은 만점 나오고요. 외국인과 의사소통 전혀 문제없습니다. 인수위의 정책들 보면서 정말 한숨이 나옵니다.인수위식의 영어는 배우기 싫습니다. 이나라 교육이 몇년째 영어랑 씨름중입니까? 20년 전에도 국.영.수 세과목이 이 나라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10년 전에도 국.영.수 세과목이 이 나라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거리에 나가서 사람들 붙잡고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학창시절에 정말 제대로 배웠으면 했던 과목이 무엇이었냐? '한문'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역사'라고 할 사람도 있을겁니다. 3학년 수험생이 되는 순간부터 '자습'시간으로 변해버리는 '음악'과 '미술'과 '체육'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금 현장에 나가서 학생들한테 물어봐주세요. 뭐가 가장 배우고 싶은지요. 영어 말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면 사교육 안할것 같나요? 이명박 당선자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외국에서 대학하고 MBA한 사람들을 한국에 불러서 자원봉사" 시키겠다구요? 원어민도 아닌 교사 아
인수위원장 이경숙 숙대 총장에게 (퍼옴) 글쓴이: 조상민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리려했더니 올려지지지 않습니다.)위원장님!저는 교사 경력 29년째 되는 영어교사입니다. 지금 귀하께서 추진하는 영어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문제는 방법입니다. 비전문가인 이명박 당선자, 및 인수위원회는 문제 제기한 것으로 끝내야합니다.그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은 영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제가 감히 인수위원회 사람들을 비전문가라고 말하니 기분 나쁘실 수 있습니다.적어도 영어에 전문가라고 한다면 미국뉴스와 드라마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고 수준높은 영어를 구사하며 자기 주장를 펴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그 정도는 이 여사님처럼 외국에 가서 몇 해 공부를 했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 실력은 해외에서 몇 년을 공부했는가와는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영어에 투자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미국 공학박사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감히 묻는 겁니다. 과연 인수위원회 사람들은 영어 정책을 추진할 영어의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이 여사님은 어떠신가? 겨우 어설픈
아시아는 마지막 남은 위대한 순례지 이상규(국립국어원장) 언어를 비트는 것만큼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일은 없다. 필리핀의 국민작가인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는 장편 소설 『에르미따』의 서문에서 미국 작가 제임스 펠로즈의 말을 인용하여 오늘날의 필리핀의 불행은 ‘손상된 문화’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필리핀의 ‘손상된 문화’의 속성을 호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한 젊은 작가가 제게 타갈로그, 일로카노, 비사야 말로 글을 쓰는 작가들과 한 무리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영어로 글을 쓰며 예술가인 체하는 작가들, 그중의 일부는 대학에 몸담고 외국에서 최신 문학의 흐름에 영향을 받았는데, 제가 그들 중에 속한 사람이었다면 그러했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일본, 미국으로 이어진 오랜 식민지, 필리핀의 언어 혼란이 바로 그들의 문화의 손상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말이다. 언어의 다양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우? ??끌어와 쓸 수 있는 지적 기반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인류의 적응력은 현저히 감소된다. 원주민의 언어는 지구에서 한 번 없어지면 대체가 불가능한 천연자원과도 같은 것이다. 《현대문예》10월호에 실린 필자가 쓴 라는
561돌 한글날, 영어에 숨 막혀 “나라말지키기서명운동” 시작 ▲ 우리에게 위대한 한글을 만들어주신 세종임금의 동상 ⓒ 김영조우리나라는 지금 누구나 정보통신(IT)강국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것은 한글이 으뜸으로 큰 몫을 했다고들 말한다. 한글이 그 어떤 글자보다 정보통신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와 컴퓨터 자판에는 알파벳보다 한글이 훨씬 잘 맞는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영자 자판과 비교할 때 그 운용체계가 훨씬 합리적인 까닭이다. 예를 들면 '널 사랑해'와 'I love you'를 견주어보면 자모음의 자소 자체는 한글은 10자, 영어는 8자로 영어가 적다. 그러나 실제 휴대전화 자판 누르는 횟수를 보면 한글은 18번, 영문은 커서를 옆으로 옮기는 것을 제외하고도 26번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한글 자판은 왼쪽은 자음, 오른쪽은 모음으로 확연히 갈라져 배우기 쉽고 치기 쉬운데 영어는 모음 글쇠 위치가 일정한 규칙이 없고 실제 칠 때도 ‘read'처럼 오로지 왼손으로만 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영문 자판을 쓰면 한글로 쓸 때보다 컴퓨터 증후군, 곧 어깨가 결리는 일이 잦다고 알려졌다. ▲ 컴퓨터와 휴대전화 자판에 한글은 가장
우리말 지킴이에 ‘김텃골돌샘터’, 헤살꾼에 제주지원위원회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발표 ▲ 지난해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발표하는 운영위원들 ⓒ 김영조 충남 태안에서는 “뜰에새봄결”이란 약국이 있다. 그 약국은 ‘김텃골돌샘터’ 씨가 아내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그는 대만과 중국에서 유학을 했을 때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니까 중국 사람들이 중국식으로 발음하여 다른 이름이 되는 것에 놀라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온 식구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었는데, 남편은 ‘김텃골돌샘터’, 아내는 ‘강뜰에새봄결’, 아들은 ‘김빛솔여울에든가오름’, 딸은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다. 그는 자그마치 여섯 차례나 재판을 해서 식구들의 긴 이름을 정당하게 쓸 수 있게 하였고, 여권, 주민등록증, 그리고 학교의 출석부에도 물론 이렇게 긴 이름들이 올라 있다. 알면 알수록 한글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이웃에 아이들 이름, 상호 등을 종종 지어줬다고 한다. 그런 뜻을 높이 사서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이하 모임)은 올해의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았다.▲ 2007 우리말 으뜸 지킴이에 뽑힌 김텃골돌샘터 씨 가족 ⓒ 김텃골
한글로 만든 중국어 자판, '중국 표준' 될까? 안마태 신부가 개발한 '안음 3.0'에 중국 반응 뜨거워 ▲ '07 다종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에 참가 중인 안마태 신부(앞줄 맨 왼쪽). ⓒ 김영조 지난 7월 3일부터 3일 동안 중국 연길에서는 '07 다종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 48명, 북한 16명, 중국 소수민족 대표 11명을 포함한 중국 50명, 미국 3명 등 총 11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했다.이 학술대회에서는 다국어 입력방식, 정보처리와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와 기계번역,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회의장 들머리엔 중국어 자판을 시연하는 자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바로 안마태 신부가 한글을 이용한 중국어 자판 '안음(安音) 3.0'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엔 미국 국적의 한국인 안마태 신부(성공회)가 중국인 직원들과 함께 안음 3.0을 설명하기에 바빴다.중국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 '안음 3.0''안음 3.0'은 이렇다. 한어병음에서처럼 한 낱말을 소리나는 대로 자판에 옮기되 그동안 발음기호로 써왔던 영어 대신 한글을 이용한다.예를 들어 '등소평'이라는 이름을 자판에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