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던해는 짧아지고 짧든해는 길어지기 시작하는 하지가 오늘이다. 농가에서는 하지를 마지막으로 모를 심지만 비는 여전히 오지 않아 못자리들이 말라 모판이 터지고 있다. 총독부 수리과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논 110만 정보 중 90만 정보가 천수답이라고 한다. 만일 비가 오지 않으면 큰 흉작을 면할 수 없다고 한다.” 위는 1929년 6월 22일 동아일보 기사로 “오늘이 하지인데 비가 올 가망은 아득”이라는 제목으로 가뭄 걱정을 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83년 전 하지와 오늘은 하루 차이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은 같습니다. 모내기도 그렇고 밭작물들도 바사삭 타들어가고 있어 하루속히 비가 내려야 하는데 하늘은 야속하게 맑기만 한 게 요즈음입니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가뭄 때에 별 수 없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정성껏 기우제를 지냈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왕이 손수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수두룩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가장 마지막 기록인 고종 때만도 186건의 기우제 기사가 보이는데 고종실록 19년(1882) 5월 4일에 “삼각산과 목멱산에서 여섯 번째 기우제를 지내다.”라는
1809년(순종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엮은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 《규합총서 (閨閤叢書)》에는 “혼돈병(渾沌餠)”이라는 낯선 이름의 떡이 있습니다. 그럼 이 떡은 먹으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떡인가요? 아니면 정신 차리고 빚어야지 잘못 빚으면 이상한 떡이 된다는 것인가요? 이 떡은 아마도 보통 떡보다 배 정도로 손이 가고 재료와 과정이 복잡하여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도 잘못 빚을 수 있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인 듯싶습니다. 혼돈병은 찹쌀가루에 꿀, 승검초(당귀가루), 계핏가루, 후춧가루, 말린 생강, 황률(말려서 껍질을 벗긴 밤), 굵은 잣가루 같은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 떡은 안칠 때 떡 모양을 보시기 크기로 하나씩 떠낼 수 있게 소복하게 한다 하여 “봉우리떡”이라고도 하며, 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안쳐 그 모양이 그릇 “합”과 같다 하여 “합병”, 썰어 먹지 않고 도독하게 하나씩 먹는 떡이라는 뜻으로 “후병”이라고도 부른다지요. 1766년 나온 《증보산림경제》에도 ‘혼돈병’이라는 떡 이름이 나오지만, 만드는 법이 ‘메밀가루를 꿀물에 타서 죽처럼 만들
옛 그림을 형태별로 나눠보면 두루마리 그림, 축화(軸畵), 화첩(畵帖), 선면화(扇面畵), 병풍(屛風)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두루마리 그림은 둥글게 말린 그림을 펼쳐가면서 보는 것으로 한자말로는 수권(手卷), 권화(卷畵), 횡권(橫卷)이라고도 합니다. “가례반차도(嘉禮班次圖)”는 두루마리 그림의 목적과 형식을 잘 갖춘 그림이지요. 그런 기록화 말고 순수 그림으로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가 있는데 가로 길이가 무려 856cm나 되는 조선후기 가장 큰 작품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많은 그림은 세로로 긴 축화(軸畵)로 박물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림을 모아 엮은 책 화첩(畵帖)이 있는데 그림의 보관과 감상을 편리하게 하려고 만들었으며, 규모가 작고 간편하여 문인들이 즐겨 사용하였지요. 대표적인 화첩으로는 강세황의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 안견의 사계산수도화첩(四季山水畵帖), 정선의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 김홍도의 풍속화첩(風俗畵帖)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채 위에 그린 선면화(扇面畵)는 정선의
“당산에서 멸치를 보고 어 어허야 디야 망선에 서서 그물을 친다 어 어허야 디야 서쪽 고리는 서쪽으로 어 어허야 디야“ 위 노래는 제주도 민요 입니다.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첫 줄부터 셋째 줄까지 모두 뒷부분에 “어 어허야 디야”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요에는 반복될뿐 특별한 뜻이 없는 후렴구들이 있는데 이것이 받는 노래입니다. 앞의 메기는 노래는 전체 소리를 이끄는 사람이 홀로 하는 소리이고, 받는 소리는 나머지 사람이 모두 함께 부르는 소리를 말하지요. 제주민요만이 아니고 경기민요의 군밤타령 가사를 보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 연평 바다에 어허얼싸 돈바람 분다 /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여 /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 봄이 왔네 봄이 왔네 / 금수강산에 어허얼싸 새봄이 왔네 /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여 /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인데 역시 각 절마다 뒷부분에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가 따라옵니다. 특히 일하면서 부르는 노동요들은 이 메기고 받는 소리의 형식을 잘 따릅니다. 각 지방의 논 매는 소리, 벼 터는 소리, 모 찌는 소리, 고기
"하는 일마다 안 풀리고, 이유없이 몸이 아플 때, 사업 실패나 가정 불화 등 답답하고 궁금한 일이 있을 때 찾게 되는 용한 점집, 오늘은 믿을 수 있는 소문난 점집을 소개해 드립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한 무속인의 광고문구이지요. 매사 운이 좋아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무언가 고통을 받는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때 고민하다 찾아가는 곳이 점집이지요. 점집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신 내림을 받아 모시는 신을 통해 굿을 하고 점을 치는 무속인이 있으며, 주역(周易)을 바탕으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철학관이 있지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점치는 일을 미신이라 하여도 점집은 여전히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 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미아리 고개 근처에는 수많은 점집이 있었지요. 이 점집의 무속인이 남자신을 모시면 장군보살, 여자신을 모시면 선녀보살이라 하는데 장군보살은 최영장군보살, 애기동자보살, 백마장군보살, 천관장군보살, 관우장군보살 작두장군 보살 등이 있으며, 선녀보살은 연꽃선녀보살, 일월선녀보살, 천일화선녀보살, 나비선녀보살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는 1895년 10월 8일 일본순사 와타나베에게 시해당했고 그로부터 24년 뒤인 1919년 1월 21일 고종도 죽었습니다. 궁궐에서는 명성황후와 고종의 영전에 아침저녁 상식(上食, 상가에서 아침저녁으로 죽은 분에게 올리는 음식)을 올리고, 낮에는 차를 올렸습니다(茶禮). 이때 상식과 차를 올리면서 “상식발기(上食發記)”와 “다례발기(茶禮發記)”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것은 음식발기(飮食發記)의 하나로 찬품단자(饌品單子)라고도 하며, 궁궐에서의 일상식과 잔치음식, 제사음식에 이르기까지 쓰는 모든 품목의 수량까지 기록한 자료입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진주 경상대 도서관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빈소·영전에 바친 궁중음식 498종의 이름을 적은 발기류 205점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이 발기에 기록된 궁중음식들 가운데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속금배차탕’(배추탕의 하나)”, “잡과감태밀점증병(여러 재료가 들어간 찐떡)”, “나복황볶기탕(무 볶음 탕)”, “염고도어(염장 고등어)”, “티각증(찜)” 같은 177가지의 음식 이름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2012년, 6월 14(목요일) 오전 10부터 성동구 왕십리에 있는 소월 아트홀(성동문화원)에서는 벽파 이창배의 생애와 예술을 조명해 보는 학술모임과 기념공연이 한국전통음악학회 주최로 개최된다. 이 대회에서 발표될 필자의 기조강연 내용을 몇 회로 나누어서 매주 얼레빗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좌장으로부터 소개받은 전통음악학회 회장 서한범입니다. 이 행사를 주최하게 되어 영광스럽고 또한 보람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목청을 높여 <전통예술의 진흥>을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전통음악은 구시대의 낡은 유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 국가를 경영하는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전통음악은 소수의 특수 계층이 그 명맥을 이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해서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의 일입니다. 전직 국회의원 한 분과 00감독원장, 기업체 회장을 지낸 분들과 담소하는 자리에서 한 분이 “거 서 교수가 쓴 책 추임새에 인색한 세상 있잖아,” 하니까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 “추임새요? 무슨 새의 이름입니까?” 하고 되물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경기민요의 대명사 이은주 명창의 제자인 노경미 씨가 경기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12좌창 전곡을 음반에 담아냈다. 좌창(坐唱)이란 글자 그대로 앉아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이다. 이는 서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의 입창(立唱)과 구별 짓기 위한 이름이다. 입창을 순 우리말로 선소리라 부르는 것은 한자의 입(立)이 설 “입”이어서 같은 의미이지만, 좌창을 달리 잡가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하여튼 좌창이나 입창, 이들은 줄곧 잡가라는 이름으로 전해 온 노래들로 상류 지식인 사회에서 즐겨 부르던 정가(正歌)의 대칭개념인 것이다. 좌창 중에서 12곡으로 선정하고 있는 곡들은 다음과 같다. 1) 유산가(遊山歌) 2) 적벽가(赤壁歌) 3) 제비가(燕子歌) 4) 소춘향가(小春香歌) 5) 선유가(船遊歌) 6) 집장가(執杖歌) 7) 형장가(刑杖歌) 8) 평양가(平壤歌) 9) 십장가十杖歌 10) 출인가(出引歌) 11) 방물가(房物歌) 12) 달거리(月令歌) 일반적으로 앉아서 부르는 연창형태는 적극적인 표현을 절제하는 노래들이다. 가곡이 그렇고 가사와 시조가 그렇다. 그래서 대부
어디까지 닿았는지 한숨쉬고 있을까 몸도옷도 다꽃이던 그한때는 간데없고 어딘지 알곳없는 땅더위만 가득차니 일본에서는 첫여름 소리 들으면 어째선지 간봄이 그립다 봄이 한창이던 때 나무는 입도 줄기도 가지도 다 꽃이던데 가버리면 남은 꼴은 푸르싱싱한 잎 모습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메푸르고 가람맑고 하늘낮고 땅지고 어느새 봄은가고 첫여름이 찾아왔다 그러리 바쁘다한들 비맞고 가려는가 요즈음 많은 사람이 바쁘다. 왜 그렇게도 바쁜가? 조금만, 스스로 낮추면, 스스로 욕심을 참으면 천천히 먼 곳까지 나아갈 수 있고 맘도 가라앉는데, 자나깨나 돈, 돈이니 스스로 재능도 인간성도 다 깎이고 썩는 줄을 모르고 있다. 비가 오면 비옷을 입으면 그만일 것을 걸치지 않고 막 뛰니 참으로 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발 우리 좀 천천히 살자. 한 끼니쯤은 굶으면서 살자. 한 술쯤은 남을 위해서 베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