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57) “네가 들려준 소리들이 우리글을 만드는 데 크게 쓰였다. 아비의 마음 같아서는 온 백성들이 나의 딸이 함께했다는 것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정의는 또 얼마나 기뻤을까 생각했단다.” “아바마마….” “세상에 너의 공을 알리지 못함이 속상하지는 않더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조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아바마마께서 직접 만드시고 이룩해내신 크나큰 업적이옵니다. 저는 다만 미력한 힘을 보탰을 뿐입니다.” 한글은 참 쉽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혀 금방 ‘까막눈’을 면할 수 있다. 글자를 모르고 살아가던 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한 임금, 세종은 어떻게 그 어려운 일을 집현전 학사나 신하들의 도움 없이 해낼 수 있었을까? 훈민정음 창제는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였다. 나빠진 건강을 이유로 세자였던 문종에게 정무를 맡기고, 본인은 본격적으로 문자 연구에 매달렸다. 이때 세종을 도와 한글 창제에 큰 도움을 준 이가 바로 딸 정의공주였다. 박연아가 쓴 이 책, 《정의공주》는 훈민정음 창제의 숨은 공신이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정의공주의 일생을 다룬다. 정의공주는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 사이에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팝나무 - 양광모 어머니, 밥은 잘 드시는지요 그곳의 식사 물리시거든 잠시라도 한 번만 다녀가 주세요 한솥 가득 흰쌀밥 지었는데 식기 전에 먹어라, 말해주시던 그 목소리 들리질 않아 올해도 이팝나무 아래 허기가 집니다 아무래도 저 꽃잎이 당신 얼굴만 같아 올해도 이팝나무 아래 그리움이 됩니다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일곱째 입하(立夏)다. 입하는 '여름(夏)에 든다(入)'라는 뜻으로 푸르름이 온통 뫼(산)와 가람(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다. 입하 때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꽃을 본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창의성에 대해서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대체로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이리저리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기존에 있던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 만드는 ‘융복합’이 창의성이라는 거다. 그렇게 보면 조선에서 창의성으로 으뜸가는 인재가 있다.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학자이자 정치가이고, 작가이자 교육자이고, 의사이자 건축 기술자였다. 요즘 말로 하면 문과, 이과가 다 되는 천재였던 것이다. 단지 문학, 사학, 철학만 잘한 것이 아니라 산술, 의학 등에도 능해 진정한 ‘융복합 인재’라 불릴 만했다. 고정욱이 쓴 책, 《다산, 조선을 바꾸다》는 ‘정약용에게 배우는 융합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정약용의 이런 다재다능한 면모를 조명한 책이다. 정약용은 ‘실학’의 선구자인 만큼 세상과 학문의 접목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늘 배우며 협력하고, 정보를 모으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삶의 태도가 ‘유배형’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시련을 만났을 때 오히려 아름답게 피어났다. 그러나 아무리 유배지에서 시간이 많았다지만 어떻게 그렇게 방대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육아법을 코칭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중요 이슈가 되었다는 반증이다. 『좋은 엄마 학교』는 일종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첨단기술을 동반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가 ‘엄마 역할’에까지 깊숙이 개입하여 ‘나쁜 엄마’들을 양산해 내며 ‘좋은 엄마’의 기괴한 이상을 강요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남편과 이혼 후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에 전전긍긍하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 프리다는 2시간 넘게 아이를 집에 혼자 방치했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잃고 ‘좋은 엄마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교도소를 연상시키는 이 학교는 엄마를 교화시키는 학교로, 자신의 자녀와 유사한 인공지능 인형을 대상으로 엄마 역할을 실습하게 한다. 프리다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딸을 만날 수 있다. 시험 과목은 ‘5분 안에 우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같은 것이다. 과연 프리다는 이 학교 교육을 무사히 통과하고 딸을 만날 수 있을까? 가상의 미래를 묘사한 소설이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엄마들에 대한 높은 기준, 완벽에 가까운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만 보아도 알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완 성 - 나태주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절제와 담백함으로 빚어내 순백의 빛깔과 둥근 조형미가 아름다운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큰 항아리를 한 번에 굽에서부터 몸체, 어깨, 아가리까지 물레로 성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였다. 이렇게 붙이면 붙인 부분이 굽는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완전한 원형을 이루기가 어렵다. 따라서 달항아리는 살짝 이지러져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며,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형이라고 모두 같은 대칭의 원형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현정 학예사는 “이러한 형태는 고요하기만 한 듯한 달항아리에 미세한 움직임과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실제 달과 같이 둥글고 자연스럽고 또 넉넉한 느낌을 준다. 분명 담박한 선으로 표현된 부정형의 정형을 보여주는 달항아리의 형태는 어디에도 없는 조선만의 형태다.”라고 말한다. 실로 조형미의 극치라는 평가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귀신들린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귀신’은 우리가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하는, 두렵지만 알고 싶은 그 무엇이다. 인간의 본능에는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엄격히 기록으로 남겨진 ‘정사(正史)’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야사(野史)’가 더 흥미롭기도 하다. 소설가 이병주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출판기획자 겸 여행작가인 지은이 유동후가 쓴 《귀신들린 책》은 달빛에 물든 설화다. 민담과 야사에서 선뜻 믿을 수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려 뽑아 우리 전통문화의 깊은 뿌리를 보여준다. 제1장에서는 아랑 전설, 죽어서 뱀이 된 비구니 등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2장에서는 황소로 둔갑한 도승과 오백나한, 화랑으로 현신한 미륵불, 무심천에 나타난 일곱 부처님 등 절의 연기설화를 담았다. 제3장에서는 무학대사와 간월도 설화, 백제왕과 천안 위례산 건설 등 온 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명 관련 설화를 보여준다. 제4장에서는 야광주에 얽힌 사내 이야기, 연개소문전, 전우치전 등 서사성이 뛰어난 이야기를 수록했다. 그 가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새들은 어떻게 소통하며 그 먼 거리를 이동할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자연현상의 법칙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과학자의 에세이인 이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도로 입문한 대학 시절, 본격적인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던 연구기관과 대학 재직시절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특히 25세에 노벨물리학상을 아쉽게 놓치면서 깨달은 저자의 과학자로서의 고찰은 과학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곳곳에서 자신이 연구했던 과학이론에 관해 찬찬히 설명해 준다. 상전이, 스핀유리 모형, 복제기법 등 다소 전문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본문 곳곳에 옮긴이 첨언이 붙어있어 비교적 어려운 과학이론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한다. 책 후반부의 인명 정보와 용어색인도 과학이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과학을 실험실 밖 세상으로 가지고 오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경이로움을 발견해 보면 어떨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4월의 노래 - 박목월 시ㆍ김순애 곡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산천초목이 기지개를 켜고 세상이 활짝 깨어난다. 이때 꽃들은 대부분 잎을 먼저 내지만, 더러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피기도 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꽃이 진달래, 개나리, 목련이다. 목련꽃의 봉오리는 터지기 전에는 많은 털이 감싸고 있어 차가운 봄, 꽃샘추위를 견디다 꽃망울을 피우는데, 그때의 봉오리 진 모습은 마치 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봉오리와 비슷하고 또 꽃으로 피어난 모습도 언뜻 연꽃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꽃을 나무에서 피어난 연꽃이라 하여 목련(木蓮)이라 부른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지난 4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슈샨보오이’를 비롯한 박목월의 미발표 시 166편을 공개했다. 이 작품들은 박목월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소장한 공책 62권, 경북 경주시 동리목월문학관에 보관 중인 공책 18권에 담겨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 아름답고 똑똑하고 용감한 그 여인한테 공민왕은 첫눈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원나라의 보탑실리 공주. 안타깝게도 공민왕은 고려를 침략한 철천지원수, 원나라의 공주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공민왕과 노국공주. 이들은 부부였다. 그것도 금슬이 아주 좋은 부부. 둘의 사랑은 무척 강력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둘의 사랑이 없었다면 고려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공민왕이 오랫동안 선정을 베풀고 조선의 탄생은 영영 없었을 수도 있다. 이 책, 권기경ㆍ고정순의 《칠백 년을 함께한 사랑 –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우리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인 두 사람의 사랑을 다정한 문체로 들려준다.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답게 정보와 재미를 둘 다 잡은 책이다. 둘은 공민왕이 원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던 때에 혼인했다. 충숙왕의 둘째 왕자, 공민왕은 십 년이 넘게 연경에 볼모로 잡혀 있던 차에 원수의 나라인 몽골 공주와 혼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원 황실의 부마가 되면 고려의 왕이 될 수 있었기에 혼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언제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생이 출국하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나에게 영문소설을 하나 주고 갔다. 리사 시(Lisa See)라는 미국 여류작가가 올 3월에 펴낸 《The Island of Sea Women》라는 소설이다. 동생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 원어로 된 소설을 읽어본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곧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영숙과 그녀의 친자매 같았던 친구 미자라는 해녀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의 삶을 그린 것인데, 소설을 통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 슬픔 등이 피부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제주의 풍토, 민속 신앙, 역사 등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여 나는 작가가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백인 여자다! 비록 증조부의 중국인 피가 조금 섞여 있긴 하지만, 외모는 완전 백인 여자다. 어떻게 백인 여자가 제주를 우리보다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리사는 어느 잡지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언젠가 제주 해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