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음이 아련해왔다. 대상도 없는 그 누군가가 그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수업을 빼먹기로 마음을 굳히고 상경대 강의실을 기웃거렸다. 한동네 친구 유철이를 불러내 막걸리 내기 당구나 치러 가자며 꼬드겼다.” - 최양숙 <가을편지> - “강원도 산골은 겨울이 유난히 길다. 예전에는 동짓달이면 벌써 외부세계와 왕래가 단절되는 마을이 수두룩했다.” - 현경과 영애 <참 예쁘네요> - 흑갈색 강물 빛이 조금씩 묽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물기둥은 처음이었다. 물이 서서 달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당목이 떠내려가고 서낭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한영애 <여울목> - 노래 한 곡 한 곡을 해설하는 글들이 정겹다. 모두 한 편의 시다. 그냥 시가 아니다. 그것은 예전 음악다방에서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 디스크자키의 중저음 목소리요, 아련한 추억의 노랫말이요, 해설이다. 이런 모든 것을 담아낸 ‘추억과 낭만의 LP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김상아의 음악편지》가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김상아 작가는 <한국교통방송 강원본부>, <CBS 춘천> 등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사진에세이 3집 《길》(도서출판 느린걸음)이 나왔습니다. 현재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그 전시와 함께 사진에세이집도 나온 것이지요. 전에 나온 사진에세이집 제목은 《다른 길》인데, ‘길’은 박 시인의 인생 화두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집을 펼치니 서문의 제목은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이네요. 박 시인은 우리 모두는 길 위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많은 지식이 흘러 다니고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우리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것은 길이 사라져 버려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길이 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박 시인은 계속 말합니다. "우리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져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 그리하여 길을 잃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이 길이 되고 말았다. 다들 가니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 여행을 간 사람 치고 오사카, 교토, 나라가 들어간 경로를 빼놓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곳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수도인 도쿄에 견주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국제도시 도쿄에서 맛볼 수 없는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사카, 나라, 교토는 일본의 천년 고도(故都)였던 만큼 불교 유적이 유달리 많다. 그렇다면 그 도시들을 빛내고 있는 일본의 불교 유입은 언제, 어디서부터였을까? 이윤옥 박사의 새책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의 시작은 이 답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이윤옥 박사(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는 일본 사료들에만 남아 있는 고대 한국 승려들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들의 활동을 이 책에 총체적으로 정리하였다.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은 720년에 나온 《일본서기》를 시작으로 1702년의 《본조고승전》까지 약 1,000여 년의 시간 동안 간행된 일본의 각종 사료들에서 고대 한국 승려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가를 추적하여 그들의 활약상을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새금융사회연구소’ 장일석 이사장이 《효사재 가는 길》이라는 자서전적 책을 냈습니다. ‘자서전적’이라고 한 것은 본인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장 이사장은 동문회지에 실을 원고 때문에 찾아온 대학 후배에게 틈틈이 써놓은 원고를 보여준 뒤 시간 나는 대로 후배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 결과물이 《효사재 가는 길》로 출판된 것입니다. 효사재는 장 이사장이 태어난 생가의 이름입니다. 인생 마지막은 효사재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고 싶어 제목을 그렇게 했나요? 서울법대 최고지도자 과정(ALP) 동문인 장 이사장이 저에게 책을 보내왔을 때는 그저 의무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와! 책 재미있데요. 《효사재 가는 길》은 재무부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한 공돌이의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는 제 편견을 싹 씻어준 책입니다. “한양을 오르내리는 손길 가운데 굶은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왔어. 그뿐만 아니라 먼길을 오가는 손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한 끼 청할 때가 다반사였지. 그 집 문턱을 넘는 데에는 어떤 조건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노라이프 김석영 대표가 세 번째 시집 《나무가 되고 싶었다》를 냈습니다. 2018년에 첫 시집 《길》을 내더니, 벌써 3집 시집을 냈네요. 김 시인은 처음에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바람에 날리는 추모 리본을 보면서 갑자기 시심(詩心)이 트였다고 하더니, 한 번 트인 시심의 샘물에서 계속하여 시의 냇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입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나무가 되고 싶었다》군요. 평창 속사리의 숲속에 땅을 사서 주말이면 달려가 손수 목공이 되어 게스트하우스를 짓더니, 아예 나무가 되고 싶었던 건가요? 나무가 되고 싶었다 누구나 나의 그늘에 누구나 잠시 머물며 맘 편히 쉬어 가도록 (중간 줄임) 나무가 되고 싶었다 만남과 이별 너머로 가을을 떠나보내고 외로운 자의 친구로 시집의 제목이 된 시입니다. 평소 넉넉한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돌봄을 아끼지 않는 김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시이군요. 이런 따뜻한 시인이기에 지갑 속에는 늘 천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다닙니다.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 있습니다. 유혹을 대비하여 지갑 속에는 항상 천 원짜리 두세 장을 넣어 놓습니다. (중간 줄임) 터미널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불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여자 안중근이라 불리는 남자현 지사가 남긴 유언이다. 남자현 지사처럼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불굴의 투지로 뛴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한분 한분의 발자취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나서 꾸준히 우리에게 그들의 삶을 소개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윤옥 작가다.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 발자취를 찾아서》는 이윤옥 작가가 지난 10여 년 동안 나라 안팎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가 쓴 기록이다. 이 책은 1장 3.1만세운동으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2장 광복군으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3장 임시정부와 동고동락한 여성독립운동가, 4장 만주방면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5장 미주방면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 6장 문화활동ㆍ의병ㆍ해녀출신 여성독립운동가로 각각 나눠 활동 영역별로 알기 쉽게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14살 댕기머리로 독립만세 시위에 앞장선 목포의 김나열 지사, 3.1 만세시위날 왼팔이 잘리는 고통 속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아, 우리 중씨(仲氏)께서는, 예사 무리에 뛰어났다. 의표(儀表)가 번쩍이는 듯하고, 내심은 봄날같이 온화하였다. 아름다운 재주가 숙성(夙成)하여서, 소문이 날마다 새로워졌다. 과거에 이름을 걸어, 청운(靑雲)의 길이 피곤하지 않았다. 요직을 두루 거치며, 충성스러운 왕신(王臣)이었다. 도량(度量)은 포용(抱容)함이 있었고, 몸가짐(操守)은 더욱 진중(珍重)하였다. 사사로이 당패를 심음이 없었고, 권요(權要)에 아부하지 않았다. 큰 환란이 나라에 다가오는데, 감히 미리 아뢰지 않을 것이랴.“ 이는 퇴계 이황이 형님 온계(溫溪) 이해(李瀣)의 묘비문에 쓴 글이다. 퇴계는 평소에 가장 가까이에서 본 형님의 성품과 행동에 대해 묘비에 자세히 기록해 놓고 피 끓는 마음으로 형님을 애도한다. 최근 KBS에서 문화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으며, 보도제작국장을 지낸 이동식 작가가 휴먼필드를 통해 《온계 이해평전》을 펴냈다. 이동식 작가는 온계 이해 선생의 15세 후손이기도 하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하늘이 명한 것[天命], 인간이 지키고 알아야 할 본성[性]을 자각하고 그것, 그러한 자각으로 인간의 도리[理]를 끝까지 추구하는 것, 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언어와 문자는 인간의 삶과 이상과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문화 그 자체다. 문자가 만들어진 뜻과 그 과정을 알면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신간 《漢字 創造의 뜻》은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비교적 쉽게 풀이한 책이다. 한자는 ‘뜻글자’로 하나의 모양에 하나 또는 여럿의 뜻을 품고 있다. 처음에는 모양을 본떠 그림으로 단순화하여 뜻을 나타내었으며 이를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한다. 그렇다면 형체가 없는 추상명사나 형용사는 어떻게 나타내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사람’에 두고 있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안쪽’을 나타낸 내(內)자와 ‘바깥’을 나타내는 외(外)자를 보면 사람이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를 지사문자(指事文字)로 볼 수 있지만 해석하는 틀이 다르다. 이 밖에도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인 형성(形聲), 회의(會意), 전주(轉注), 가차(假借) 등을 다루고 있지만 해석하는 방법이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漢字 創造의 뜻》을 쓴 저자(오문규 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산 분이지만 최소한 한자와 고전에 관해서는 그 어떤 것을 누가 질문하여도 막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술을 통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문화전을 세계적으로 열고 있으며 사랑과 평화, 치유와 화해의 꽃이 피길 소망하고 실천하고 있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고명주 작가의 첫 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도서출판 얼레빗)가 출간되었다. “3.1만세 운동 및 임시정부 100돌 기념”이라는 부제를 단 이 시집은 대자연에 핀 들꽃을 오래전부터 사진에 담아오면서 일상과 역사기행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을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낸 게 특징이다. 이번에 펴낸 고명주 작가의《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는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들꽃ㆍ대자연, 2장은 사랑ㆍ그리움, 스승님 3장은 고향ㆍ직장, 4장은 역사ㆍ순국선열추모ㆍ애국의 장으로 특히 4장에 실린 작품들은 려순감옥, 봉오동 전적지, 황포군관학교, 항주ㆍ진강ㆍ장사ㆍ광주 등 임시정부 유적지를 직접 발로 뛰어 찾아가서 쓴 것으로 작품마다 현장감이 생생히 녹아있는 작품이 돋보인다. 고명주 작가는 '순국선열추모 글로벌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신이 찾은 수많은 순국선열의 발자취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는 그렇게 고명주 작가가 발로 뛰어 쓴 책으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나간 세상은 흘러간 송장이요, 앞으로 올 세상은 지금과 상관없는 미래지사예요. (중간줄임) 직장생활을 하고 돈 벌고 하는 것들은 다 무엇을 의미합니까? 다 살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세상 산다는 뜻이 어디 있겠는가. 고깃덩어리 백 년 동안 꿈틀거리다 가는 그게 과연 참 삶이냐 말입니다. 그대로는 백년 사나 이백년 사나 깨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한 찰나를 살더라도 사는 이치를 알 때 영원히 사는 빛나는 인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는 서암 스님의 법어(法語) 가운데 하나다. 서암 스님의 법어집 《그건 내부처가 아니다》(2013. 정토출판)을 읽으며 한 말씀 한 말씀이 옥구슬이란 느낌이 든다. 흔히 좋은 문장을 주옥(珠玉) 같다고 하는데 서암 스님의 법어가 거기에 딱 맞는 말이다. 어느 구절을 펴도 공감이 가는 말들로 그득하다. “우리는 위대한 마음의 힘을 계발하지 못하고 몇 푼어치 안 되는 현대문명에 현혹되어 몸과 마음이 약해져 온갖 병 속에 쩔쩔매며 산다. 잘 먹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해서 행복한 게 아니다. 조용히 앉아서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는 게 중요하다.” 방학만 되면 아이들과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