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앞줄임) 마음속 다짐에도 애상에 젖는 그 밤중 황톳물 소용돌이에 휩쓸려 할미와 네가 자꾸 떠내려가는 꿈 깨어나 시계보고 또 잠들어 꾸는 흉몽 흰옷 입은 내 몸에 무수히 달라붙는 검은 나비 떼에 놀라 몸서리치는 순간 일제히 하늘로 오르는 검은 리본 (뒷줄임) -허정분 ‘불길한 꿈’- 86개월(7년 여)이란 짧은 생을 살다가 간 손녀를 보살피던 할머니 시인은 늘 이처럼 불길한 꿈을 꾸었을지 모른다. 그 손녀를 하늘나라에보내고 할머니는 슬픔에 젖었다. “어여쁜 손녀가 하늘나라별이 되고 난 후 온 집안을 장악한 적막, 거실에 안방에 놀이방에 있어야 할 아이가 없는 공간에 피붙이들의 눈물과 회한이 자리 잡고 슬픔을 깔았다. 내애기, 내손녀, 어린 천사가 피우던 웃음꽃 울음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송아지 눈망울로 말문이 트여 책 읽는 소리가, 고사리 손의 그림들이 손녀와 함께 사라진 집에서 참척의 애달픔이 할미의 넋두리로 흩어지곤한다. ” 슬픔과 회한과 그리움 덩어리를 허정분 시인은 《아기별과 할미꽃》 (학이사.2019.5.5.)으로 승화해 내었다. 유진이 할미 허정분 시인은 노래한다. “그 절집에 너를 버리고 와서 텅 빈 집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나는 걸어갑니다. 이제는 사뿐사뿐 걸어도 좋고 타박타박 걸어도 좋아요. 이제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마구 달리지도 않고, 일본 경찰에게 쫓기면서 허겁지겁 도망치지도 않아요. 독립이 된 우리나라에서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뚜벅뚜벅 나는 걸어갑니다. 일본 경찰에 쫒기면서 허겁지겁 도망치지 않아서 좋단다. 바로 위 글은 담벼락에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글을 쓰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심한 고문을 받아 숨진 김용창 독립지사가 한영미 동화작가의 입을 통해서 한 말이다. 어제 화성시 향남읍 상두리에서 있었던 김용창 애국지사 추모제에서 한영미 동화작가는 올초에 펴낸 자신의 동화책 《낙서 독립운동》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글을 낭독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화성시 작은마을 상두리에서 태어난 김용창 지사는 15살에 상경하여 낮엔 우체국 사환으로 일하고 밤엔 덕수공립상업학교에 다니며 공부했다. 직장에서 일본인들이 행하는 차별과 일제의 노골적인 식민지 정책에 분노하여 스스로 우리 역사를 공부하면서 민족의식에 눈을 떴다. 1944년 5월 종로 거리와 건물들의 담벼락에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글을 쓰다가 일본 경
[우리문화신문=이윤옥기자] “저한테 얼마나 ‘살갑게’ 구는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지가 않더라구요” “다른 사람한테 ‘암팡지다’라는 말을 들어야 할텐데 마음처럼 될지 모르겠네요” “부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앞으로 그 모임이 ‘옹골진’ 모임이 되길 바라봅니다” “큰 아이와 같이 지내는 아이 가운데 감푼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살갑다, 암팡지다, 옹골지다, 감풀다...와 같은 말들은 한자말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고 우리 겨레가 예전부터 써오던 말이다. 이러한 말을 가리켜 ‘토박이말’이라고 부른다. 듣기에도 살갑고 뜻이 오롯이 살아나는 토박이말은 그러나 일상에서 즐겨 쓰지 않는다. 《토박이말 맛보기 1》(누리다솜 만듦)는 이러한 사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오랫동안 학교 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알기쉬운 우리 토박이말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이창수 선생이 쓴 책이다. 《토박이말 맛보기 1》에는 이창수 선생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해하기 쉽고 편한 말글살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 책에는 거울지다, 게정거리다, 구순하다, 너울가지, 소담하다, 애면글면, 열없다, 입다짐, 적바림, 코숭이, 희나리 등 토박이말 100여개를 골라 뜻(의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가 한국어판 《백범일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일이다.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답사단 단원이 되면서 부터이니 어느새 올해로 10년째다. 그 이전에도 《백범일지》를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조직적으로, 구체적으로, 낱낱이 《백범일지》를 읽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다. 그렇게 시작한 《백범일지》공부는 2년 뒤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난의 27년 노정답사로 이어졌고 답사단은 《김구 따라 잡기》(2012. 옹기장이출판)라는 책으로 ‘백범일지 공부’를 마무리했던 적이 있다. 그것으로 끝난줄 알았던 《백범일지》와의 인연은 또 다른 곳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어지고 있다.얼마전 일본어판 《백범일지(白凡逸志)》(류의석 번역), 2019.3.8. 도서출판 하우)를 받아 든 것이 그것이다. 《백범일지》를 일본어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4년 전 《백범일지》의 일본어판 원고를 받아들었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일본어로 《백범일지》를 번역한 사람은 류의석(柳義錫:1933~2014) 선생이다. 나는 류의석 선생을 본 적이 없지만 대학 후배인 그의 딸, 류리수 박사(한국외대 강사)를 통해 우연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연말 일이 있어 교토에 갔을 때 우에노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책한 권을 받았다. 《한우를 사랑해요》라는 한글 제목의 책이었다. ‘한우를 사랑한다고?, 뭐하려고?, 먹으려고?’라는 궁금증에 돌아오자마자 책장을 넘겼다. 지은이는 농업 평론가이자 축산 학자인 마쓰마루 시마조(1907 ~ 1973) 씨로 도쿄대학 졸업 후 조선총독부 축산과장을 역임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귀가 솔깃했다. 경력으로로 보아 한국의 한우를 잘 아는 인물이다 싶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자니 짐작대로 마쓰마루 씨는 ‘한우의 매력에 빠진 사람’ 이었다. “‘우리 고장에는 시커멓고 키 작은 소가 많아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지방에서는 ‘이전에는 시커먼 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 누렁소만 길러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소는 꺼먼 소로 와규(和牛)라고 하지만 한국소는 누렁소로 한우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 있는 누렁소는 한국에서 건너온 소로 한우는 우수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소인데 일본인들이 잘 알지 못해 주어진 보물을 몰라보고 무심하게 지내왔다. 목축학자로서 풍부한 소질을 가진 한우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일본의 소년소녀들 그리고 모든 일본인
[우리문화신문=김철관 기자] 1일 3.1만세운동 100돌을 맞아 중국과 일본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시집이 눈길을 끈다. 3.1운동(1919년 3월 1일, 기미년) 100돌을 맞아 펴낸 ‘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이윤옥 시인의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얼레빗, 2019년 1월) 9권과 10권에는 각각 20명의 여성애국지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가운데 중국 여성으로서 조선독립을 외친 두쥔훼이 지사와 일본 여성으로서 독립운동을 한 가네코 후미코 지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 9권과 10권은 같은 날 출판했고 9권에는 두쥔훼이를, 10권에는 가네코 후미코를 시와 글로 조명했다. 중국인으로 조선의 독립을 외친 두쥔훼이(이윤옥 시인의 시) 죽음보다 견디기 어려운 겨레의 굴욕 속에 국권회복을 갈망하던 조선인 친구 되어 중국인 몸으로 함께 찾아 나선 광명의 길 임의 조국은 조선이요 임의 몸도 조선이라 빛 찾은 겨레의 동무들이여 그 이름 석 자 천추에 새겨주소서. 두쥔훼이(1904~1981) 애국지사는 독립운동가 운암 김성숙 지사의 부인이다. 중국 현대사에서 여성 엘리트로 혁명가로 더 나아가 중국 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내가 김란사(1868-1919)라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알게 된 것은 8년 전 일이다. 그때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 2권을 집필 중이었다. 권당 20명의 여성독립운동가가 등장하는 이 책에 실을 인물을 고르던 중 김란사 지사를 알게 되어 주저 없이 <2권> 인물로 점을 찍었다. 당시는 김란사가 아니라 하란사였다. 남편 하상기 씨와 결혼하여 남편 성을 따르는 바람에 그동안 하란사로 불렸으나 2018년 4월 원래 성씨를 찾아 김란사로 부르게 되었다. 그 뒤 또 한 번 김란사 지사와의 해후(?)는 2017년 2월,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열렸던 ‘신여성 김란사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위대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전시회 자리에서 였다. 그때 나는 김란사 지사를 위해 지은 시를 낭송한 적이 있다. 이렇듯 김란사 지사와의 인연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이뤄진 것이라서 누가 ‘김란사 지사’ 이야기만 해도 귀가 쫑긋해진다. 그런데 지난 2월 20일, 김란사 지사의 후손인 김용택 선생으로부터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황동진 글그림, 초록개구리)》는 어린이를 위한 신간 책을 받아 들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꽤 오래전 일이다. 어린이 책을 전문으로 만드는 ‘상수리’라는 출판사 이름이 찍힌 명함을 건네며 나를 찾아 온 사람이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책을 만들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무렵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책인 《서간도에 들꽃 피다》 3권 작업을 마칠 때였다. (2019년 1월 10권 완간) 뜻은 아주 좋으나 어린이를 위한 책을 집필할 시간이 없어 정중히 사양하고 대신 어린이 책에 들어갈 여성독립운동가를 추천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한 적이있다. 그 뒤 오래지 않아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풀어 쓴 글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곁들인 《나는 여성독립운동가입니다》 라는 책이 나에게 배달되었다. 2013년 2월의 일이다. 김일옥 작가가 쓰고 백금림 화가가 그린 책을 드는 순간 무척 설레고 기뻤다. 이 땅에 어린이를 위한 여성독립운동가 책의 등장은 우리 모두가 함께 축하할 일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을 하고도 전혀 사회의 조명을 받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을 상수리 출판사에서 해냈구나 싶어 울컥 눈물이 났던 기억이 새롭다. 이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문화신문=김철관 기자]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한 화가가 남은 인생 5년을 가정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책을 냈다. 화가 김미경 작가이다. 그는 지난 5년 전부터 서울 서촌의 옥상과 길거리에서 동네 풍광을 펜으로 그려 ‘서촌 옥상화가’라고 불린다. “지난 5년처럼 살고 싶다. 매일매일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팔고, 그림 그리며 만나는 새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 속으로 쑥쑥 들어가며 살고 싶다. 여행을 더 다니고 싶고, 딸 옆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 -본문 중에서 김미경 작가가 소중한 것들에 대해 기록한 책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한겨레출판, 2018년 11월)는 20여 년 간의 기자생활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마감하고 전업화가로 살아가는 법을 제시했다. 지은이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20여년의 기자생활을 비롯해 아름다운재단 등 27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14년 쉰 네 살이 되던 해에 전업화가가 돼, 서촌의 그리움과, 시간과 추억, 꽃과 나무, 자유 등을 그림 속에 담았다. 그림 농사꾼으로 옥상, 길거리 등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며 살기 시작한 지난 5년, 그림 판 돈으로 넉넉하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발로 철학하기》 - 수석회 수필집 53권의 제목입니다. 수석회는 문학을 하는 의사들의 모임입니다. 저랑 같이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을 하는 유석희 박사가 얼마 전에 이 수필집을 보내주셨네요. 그 전부터 유 박사님이 글을 잘 쓰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봤더니 수석회 회장이셨군요. 수필집 이름을 참 멋지게 지었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쳐 목차를 보니, 이성낙 선생의 수필 제목을 수필집 전체의 제목으로 정한 것이네요. 수석회 회장인 유 박사님은 ‘나와 하숙 생활’과 ‘후지산의 일출을 보며’ 두 글을 올리셨습니다. ‘나의 하숙생활’에서는 1966년 서울의대 예과 1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그 후 13번이나 이어진 하숙생활을 추억하며 쓴 글이고, ‘후지산의 일출을 보며’는 5년 전에 후지산 등산하면서 특히 후지산 일출을 본 장엄한 느낌을 쓴 산행기입니다. 수필집에는 모두 18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글을 실었습니다. 그 중에 정지태 선생은 모임에서 경품으로 드론을 타서, 드론을 띄우고 능숙하게 조정하기까지의 고생담을 ‘나도 드론 띄우는 사람입니다’라는 글로 맛깔스럽게 표현하셨습니다. 음악 애호가인 오재원 선생은 이번에는 음반을 감싸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