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옛날 히에이산에 있던 가난한 승려가 부처님의 계시를 꿈속에서라도 보기 위해 구라마사(鞍馬寺)에 기도하러 갔다. 그러나 7일간 정성껏 기도를 해도 답이 없자 다시 7일을 연장하고 또 다시 100일 동안 기도 정진에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부처님은 나타나지 않고 사자(使者)가 나타나 기요미즈사(淸水寺), 가모신사(賀茂神社) 등으로 자꾸 기도처를 옮기라고 해서 히에이산 승려는 기대를 걸고 사자의 지시를 따른다. 그러다 꿈에도 그리던 계시를 받는데(작품에서는 계시자가 부처라는 이야기는 없다) 승려에게 흰종이와 쌀을 내려주겠다는 소리를 들은 승려는 ‘그렇게 힘들게 기도를 했는데 고작 흰종이와 쌀이 무엇이냐 싶어 원망스런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흰종이와 쌀은 생각과 달리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이었다.” 이는 일본 중세의 설화집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제6권 제6화 ‘가모신으로부터 신전에 바치는 흰종이와 쌀 등을 받은 이야기’의 요약이다. 이야기 끝에는 ‘신과 부처에게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기도 정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이 붙어 있다. 이와 같은 설화가 197화 수록되어 있는 일본 중세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어머니! 밤이 깊어 갑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호롱불 밝히고 태극기 만든 것은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던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함입니다 어머니! 태극기 높이들어 일제 만행에 저항하다 죽더라도 울지 마소서 조선의 딸들이 겪은 고초 겨레의 꽃으로 피어나리니 슬퍼하지도 마소서. 위 시는 이윤옥 시인의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 9권에 나오는 김신희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헌시다. 김신희 여성독립운동가는 신흥학교 지하실에 모여 호롱불을 켜 놓고 태극기와 선언서를 밤새 만들어 1919년 3월 13일 전주 장날 만세운동에 참여한 14명의 기전여학교 학생들 가운데 한 분이다. 지난 2018년 8·15광복절에는 26명, 제79회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에도 32명여성독립운동가들이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아 서훈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모두 357명이 되었다. 이 숫자는 남성 서훈자 15,180명에 견주면 아직 적은 숫자지만 꾸준히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문제는 이렇게 서훈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여전히 여성독립운동가에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조명 받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여 독립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올 1월에도 어김없이 고교친구들은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고교 1학년에서 또 3학년에서 권오길 선생님을 담임으로 모셨던 친구들이 매년 1월이면 선생님을 모시고 세배를 드립니다. 이번에도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주기 위하여 새로 낸 책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한 권, 한 권 정성스레 제자들 이름을 쓰시고, 그 무거운 책을 춘천에서부터 들고 오셨네요. 이번에 내신 책 이름은 《생명의 이름》입니다. 부제는 ‘달팽이 박사의 생명 찬가’, 선생님은 달팽이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책을 두르는 테두리 종이에는 ‘호기심은 동심이요, 동심은 시심(詩心)이며, 시심은 과학심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선생님은 지금도 나이보다 젊어보이시는데, 선생님의 호기심이 선생님을 동심으로 이끌기에 젊게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피부만 보면 환갑 넘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는데, 저 또한 선생님을 닮아 호기심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책을 받으면서 선생님께 “벌써 내신 책이 40권 넘지요?” 했더니, 50권이 넘는다고 하시네요!!! 그야말로 생물 수필의 달인이십니다. 30년 넘게 생물 수필을 써오신 선생님! 선생님은 머리말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점심 먹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책상 위에 소포가 놓여 있습니다. 형태를 보아하니 책이 들어있는 듯합니다. 보내는 사람은 윤재윤 변호사. 재윤이 형이 또 책을 내셨나? 뜯어보니 역시 예상대로 책이 들어있습니다. 《소소소(小素笑)》, 형이 2010년 수필집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을 낸 이후 두 번째 수필집을 내셨네요. 윤재윤 선배는 춘천지방법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퇴임하고 지금은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교 5년 선배인 재윤이 형을 보면 신부님이 연상됩니다. 항상 겸손하시면서도 남의 말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재윤이 형이 신부님이 되셨어도 멋진 성직자가 되었겠다.”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책을 손에 들자, 형의 저번 수필집을 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 책을 받은 날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부터 곧바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형은 이번 책에 저번 수필집에 마저 못 담은 판사 시절 재판 이야기를 실었고, 또 소소한 일상에서도 깊은 성찰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인생의 의미를 길어 올립니다. 그나저나 책 이름이 왜 《소소소(小素笑)》일까요? 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 초등동창 송년모임에서 친구 보구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습니다.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 - 보구의 딸 김나연(요니 킴)이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쓴 책으로, 요니 킴이 무작정 떠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1년간 살아보고 돌아와 쓴 책이지요. 190쪽밖에 안 되는 책은 그나마 글보다는 그림과 약간의 사진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 보다는 사진과 그림 위주의 요즘 젊은이들 책에 색안경을 끼고 있던 저로서는 솔직히 ‘친구 딸이 낸 책이라니 읽어는 봐야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요니 킴은 금방 그러한 저의 편견에 어퍼컷을 올립니다. 우선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그린 일러스트 그림이 재치와 해학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저를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글에도 역시 재치와 따뜻한 감성이 담긴 것이 조금만 다듬으면 그대로 시 한 편이 될 것 같은 글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처음 캐나다에 도착하여 느낀 외로움을 쓴 다음과 같은 글에서 시의 느낌을 받겠더군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던 과거의 나는 거짓이었던가 어쩌면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연말에 지인으로부터 《임정로드 4000㎞》(김종훈ㆍ김혜주ㆍ정교진ㆍ최한솔 지음, 필로소픽)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부제로는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 가이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웃 중국에서 ‘광복’을 찾기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피나는 노정을 따라나선 답사기록이다. 이 책을 받아들자 문득, 9년 전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서 우리들이란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 답사단’을 뜻한다. 그때 우리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 27년의 노정을 상징하는 27명의 답사단을 꾸려 《임정로드 4000㎞》를 샅샅이 밟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돌아와 《김구 따라잡기》(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 답사단 지음, 옹기장이, 2012)라는 책을 냈다. 그 책의 머리말을 쓴 사람은 필자였다. 중국의 현지답사 책, 9년의 시차를 두고 손에 받아 든 《임정로드 4000㎞》 첫 장을 펴면서 필자는 많은 감회에 젖어들었다. 우리가 9년 전에 임정로드(임시정부 피난 길)를 떠나기로 했던 것은 국치 100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씻을 수 없는 치욕의 1910년은 한일강제병합의 해였고 2010년은 국치(國恥) 100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1월 17일 토요일 낮 1시 반, 일본 오사카 시내에 있는 유서 깊은 오사카중앙공회당(大阪中央公会堂, 국가지정문화재) 지하 어웨이크 레스토랑에서는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 건물은 1918년에 준공되어 올해 100년을 맞이하는 오사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이 유서 깊은 건물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출판기념회를 가져 더욱 뜻 깊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올해 나이 85살의 아베 다케시(阿部建) 씨가 일제강점기 조선을 무대로 쓴 소설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 펴냄을 기리기 위한 자리였다. 기자도 이날 초대를 받았지만 서울에서 순국선열의 날 행사가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 기자를 위해 아베 다케시 씨는 신간 《중천의 반달(中天の半月)》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기자와 아베 다케시(85살) 씨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다케시 씨는 2016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4박 5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다리가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은 8순 노인인 그가 한국을 찾은 까닭은 그의 가족사와 관련된 소설을 쓰는 도중 자료 수집차 방한한 것이었는데 그때 기자는 평안북도 《박천군지(博川郡誌)》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올해는 세종 즉위 600돌이 되는 해이다. 그간 세종의 사상은 정치철학의 형태로 논의되어 왔으며, 세종의 정치를 민본ㆍ실용ㆍ자주나 중용ㆍ융합 등으로 설명해 왔다. 이에 수원대 김광옥 명예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세종 사유의 정치를 생각하며 세종의 철학이 가능할까 하는 물음을 가지고 경인문화사를 통해 《세종 이도의 철학(생생의 길, 생민과 변역)》이란 책을 펴냈다. 김 교수는 책에서 먼저 《세종실록》 속의 세종 용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그 근원으로서의 사상[철학]의 체계를 구성해보려 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말 가운데 ‘생생(生生)’(《세종실록》 26건/조선실록 169건, 성종(29건) 다음으로 2번째), ‘생민(生民)’(114건/2,008건, 중종ㆍ영조ㆍ선조ㆍ고종에 이어 5번째), ‘변역(變易)’(15건/198건, 숙종 다음 2번째)이란 말들을 복합적으로 보면 어느 시대 임금보다 세종이 앞서 간다. 여기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생생지락(生生之樂)’은 모두 16건 가운데 절반인 8건이 세종시대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삶 속에서 사람이 새로워지는 ‘생민[生民, 거듭나기]’과 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절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내가 착해서가 아니고 영리해서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 기업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는 《애터미 그리고 박한길의 “아름다운 마케팅을 찾아서”(유광남, 티브이펀)》 책에 나오는 애터미 박한길 회장이 말이다. 세계적인 다단계 기업 《암웨이(Amway)》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애터미(atomy)》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6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암웨이와 10년의 애터미를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리원칙에 의해서만 한다.’ ‘다단계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주식회사 애터미와 박한길 회장의 구호는 다단계의 60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책에는 “다단계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다단계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위선과 병폐, 거짓 술수와 사기성 불법들을 모조리 정화하여 새롭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각오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원리원칙은 오늘날 우리 가정과 사회에서 망각했던 아주 중요한 단어이다. 원리원칙에는 위대한 힘이 존재한다. 원리원칙대로만 하면 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서울법대 최고지도자 과정(ALP) 6기 동창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정우철 회장님이 참석한 동기들에게 책을 선물해주셨네요. 평소 독서를 많이 하시는 정회장님은 책을 읽다가 감명을 받은 책이나 다른 사람들도 같이 보았으면 하는 책은 다량으로 구입하여 주위 지인들이나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선물합니다. 전에 사무실로 정회장님을 방문하니, 회장실 옆방을 아예 서가실로 꾸며놓았더군요. 정회장님이 이번에 선물한 책은 일본의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1933 ~ )가 쓴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다산초당)》라는 책입니다. 책 표지에는 부제로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부제를 보니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은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살려면 둔감해져야 한다는, 와타나베가 의사로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인생에서 체득한 지혜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책입니다. 2007년 2월에 나온 이 책은 일본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군요. “인생은 연극무대다.”라는 말이 있지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자신의 본래 모습대로 살지 못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에서 벗어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