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때는 유럽의 강국이었던 오스트리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공되고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핵 없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있는 츠벤텐도르프 원전(Zwentendorf Nuclear Plant)은 1978년 완공된 오스트리아의 첫 원전이다. 핵연료 반응을 조절하는 제어봉 등 여러 주요 시설이 해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지만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민주주의에서 국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값싸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이 등장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4~6개의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자력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깨끗한 에너지원은 아니었다. 원전에서 대기오염물질은 나오지 않지만 방사능 오염과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오스트리아에서 반핵 운동이 일어났다. 여러 도시에서 원전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뉴스에 빈번히 보도됐다. 결국 이 문제는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1978년 11월 5일 이루어진 국민투표 결과 불과 0.9%(약 2만 표) 차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2년 2월 3일 생중계된 대선후보 4자 토론에서 전문적인 경제 용어가 튀어나와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하였다. 이재명 후보가 “‘RE100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윤석열 후보는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뭔지 다시 물었다. RE100은 대다수 국민에게도 낯선 말이며 윤석열 후보가 모른다고 해서 치명적인 흠은 아닐지도 모른다. 필자는 2021년 8월 5일 자 우리문화신문 기사에서 RE100에 관해 설명한 적이 있으므로 관심있는 독자는 아래 주소에서 참고하기 바란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 한순간에 망할 수도> 기사 보러 가기 https://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31455 이재명 후보는 이어서 "EU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된 논의가 있지 않으냐!"라며 "원전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 생각이시냐?"라고 물었다. 윤석열 후보는 "유럽을 봐도 독일이 원전을 없앴다가 결국은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또 러시아에서 가스를 들여오고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제가 드리는 말씀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1945년 해방 직후 아시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 33,000달러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받지는 못하고 빈부격차와 도농격차로 인한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발전 목표를 이제는 국민소득 증가에서 국민행복 증가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나날이 심각해진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4.5%인 231만 명에 불과하다. 필자가 사는 평창군의 면적(1464km2)은 서울시 면적의 2.4배에 달하지만, 인구수는 겨우 42,000명에 불과해서 서울이나 부산의 1개 동의 인구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민 1인당 경작면적은 0.68ha(약 2,000평)에 불과하며 가구당 농가소득은 연 3,300만 원(주: 1인 가구를 포함한 2019년 통계)에 불과하다. 농지의 감소로 식량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쌀은 자급한다고 해도, 나머지 곡류와 가축 사료를 수입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선일보 2021년 12월 6일 자 인터넷판에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제목: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습니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창립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무어(74) 박사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탈원전 정책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된 말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이 기사가 나왔을 때는 12월 초로서 양당의 대선 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와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탈원전 정책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야당 후보의 탈원전 포기 정책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과거에 견줘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1년 10월 19일 환경운동연합에서는 <녹조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남세균 독소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같은 날 탐사 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를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dAf3GnHb3r8)로 보도하였다. 보도 자료의 내용은 필자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의 보도는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추잎에서 남세균 (Cyanobacteria)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9 마이크로그램(µg/kg)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라 밖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여럿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 부경대의 이승준 교수와 이상길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잎 6장만 먹어도 마이크로시스틴의 WHO 기준치를 초과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규모 녹조 창궐이 해마다 발생한다. 낙동강은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 사는 1,000만 국민의 생활용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상 모든 나라, 모든 인류가 피해를 본다.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전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탄소중립이 모든 국가의 국정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구온난화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한다. 지난 2021년 10월 17일에 서울의 최저 기온이 1.3도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추위는 6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가 더워진다는데 왜 이렇게 추운가? 지구온난화는 거짓이 아닐까?”라고 의심을 할 만하다. 이러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들어낸 인물이 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재임시인 2018년 11월 22일 미국 동부의 기록적인 한파 소식을 전하면서 “잔혹하고 매서운 추위가 모든 (한파) 기록을 깰 수 있다”라며 “지구온난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네델란드 기후 전문가 뵐렌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지구온난화)와 날씨(한파)를 혼동했다”하고 지적했다. 영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독교 내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환경운동을 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라는 단체가 있다(아래 ‘기환연’이라고 줄여 부름). 기환연에서는 환경부와 기후환경네트워크의 후원을 받아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환연에서는 2021년 지구의 날인 4월 22일부터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까지 7주 동안 누리집과 유튜브를 통해 기후위기 비상 행동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운동을 진행하였다. 기환연은 “탄소중립을 위한 일곱 가지 실천으로 창조세계를 온전히 회복합시다”라는 구호 아래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행동 지침으로 7가지(생명경제, 녹색서재, 그린에너지, 녹색교통, 기후미식, 슬로우패션, 미니멀라이프)를 내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미식’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기후미식이란 무엇인가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기후미식(氣候美食, Climate gourmet)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식생활”을 뜻한다. 기후미식이 필요한 근거로서 기환연에서 제시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식품의 생산과 운송, 보관, 폐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특히 육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 운동은 주로 개인의 소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각성’한 개인이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를 알아보고 방문하여 물건을 사는 식이다.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소비행동은 ‘윤리적 소비’ 또는 ‘착한 소비’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으로 공정무역 운동의 질적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정무역 마을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 마을운동은 2000년 영국의 작은 마을 가스탱에서 시작됐다. 그 뒤 이웃나라들로 퍼져 지금은 세계 35개 나라에 2,030개의 공정무역 마을이 있는데, 유럽에 95% 이상이 몰려 있다. 독일이 687개로 가장 많고, 영국(425개), 오스트리아(207개) 등이 뒤를 잇는다.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달성하면 심사를 거쳐 공정무역 마을로 오른다. 심사의 기준이 되는 다섯 가지 기준은 1) 지방정부 및 의회의 지지 2) 지역 내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 확보 3) 공동체에서 공정무역 제품 사용 4) 미디어를 통한 홍보와 대중의 지지 5) 공정무역위원회 구성 등이다. 지방정부의 지지와 지역 내 주민들의 참여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길상 교수가 지난주 8월 19일에 ‘커피 세계사+한국 가배사’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고종이 아관파천(1896년)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는 동안 커피를 즐긴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역사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라면서 “고종이 커피를 좋아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커피를 최초로 마신 조선 사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책에 썼다. ‘우리나라 커피 역사의 기원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이길상 교수는 천주교를 통해 한국에 커피가 들어왔을 거라고 본다. 한국에 부임한 프랑스인 베르뇌 주교가 1860년 홍콩 주재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에 보낸 서신에 다량의 커피를 주문한 기록이 있다. 당시 파리외방전교회는 중남미와 동남아 포교에 커피를 활용했다. 베르뇌 주교가 주문한 커피가 조선 땅에 도착한 것이 1861년이었으므로 이때 주교 주변의 신자들이 조선인으로선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길상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 커피 역사는 160년이나 되는 것이다. 커피는 이제 전통차를 제치고 전 국민이 애용하는 음료가 되었다. 필자가 사는 강원도 평창에서는 대부분 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7월부터 우리나라는 열대야 현상으로 대도시 시민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심상치 않다.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의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코로나보다도 더 심한 충격을 줄 것이며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기후위기는 지구촌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이제 모든 나라의 정부와 기업, 개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입법을 추진중에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운동을 소개한다. 첫째는 RE100운동이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 새로운 용어로서 2014년에 다국적 비영리재단 The Climate Group의 주도 아래 시작된 지구 차원의 운동이다. 이 운동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