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일본 큐슈의 무사들이 1868년에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키고 국제사회에 문을 연 뒤 먼저 추진한 사업이 북해도를 농업기지로 바꾸는 계획이다. 유신 8년만인 1876년에 삿포로 농학교를 설립해 운영한 것도 그 하나인데 이때 2기생으로 입학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열심히 받은 2명의 동급생이 있었으니, 바로 우치무라 간조(內村監三 1961~1930)와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 1862~1933)다.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는 5년 만에 이 학교를 졸업한 뒤 3년 뒤 자비를 들여 미국 유학길에 올라 신학공부를 하다가 귀국해 고등학교 영어 선생을 거쳐 1897년에는 한 신문의 영어판 주필이 되어 일하면서 잇달아 영어로 된 글들을 발표한다. 1900년에는 《성서연구》지(誌)를 창간하고 1901년에는 《무교회(無敎會)》라는 잡지를 펴내면서 무교회주의 사상을 전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이미 영어로 자기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고도 남을 수준이 된 우치무라는 1894년에 《Japan and The Japanese》(日本及び日本人)란 제목으로 책을 쓰고는 이 책을 1908년에 《Representative Men of Japan》(代表的日本人)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봄은 섬진강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섬진강 강가에 매화 농원이 죽 이어져 있어 길 이름도 매화로이고 봄이 되면 활짝 핀 매화가 봄을 재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섬진강에는 두꺼비 석상이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섬’자가 두꺼비 ‘섬(蟾)’을 쓰기 때문인데요. 고려 1385년에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고 하는 전설이 있어 그 뒤로 섬진강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매화가 언제 들어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백제 왕인의 시에 매화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매화나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설중매(雪中梅)’라고 하며 이른 봄 눈을 뚫고 피어나는 지조와 품격을 지닌 꽃이기에 사군자의 으뜸 위치에 놓여 있는 꽃이기도 하지요. 아직 쌀쌀하고 추운데 죽은 듯 한 가지 사이로 예쁜 꽃이 핀 것을 보면 생명의 신비에 경이감이 느껴집니다. 매화는 꽃의 색에 따라 홍매화ㆍ분홍매화ㆍ청매화ㆍ백매화로 분류하는데 매실을 얻기 위해서는 백매화를 심어야 합니다. 약 열흘 상간에 벚꽃이 피기도 하여 많은 사람이 벚꽃과 매화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벚나무는 키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제대로 된 한옥 사진집을 발견했다.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의 사진기자였던 이동춘과 경희대 주거환경학과 교수였던 홍형옥이 합작한 사진집, 《한옥ㆍ보다ㆍ읽다》가 그 책이다. 한옥의 멋과 매력을 한껏 담은 사진은 물론이고, 사진에 담긴 한옥을 설명하는 글 또한 으뜸이다. 모르고 보면 ‘한옥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알고 보면 한옥만큼 다채롭고 개성이 살아 있는 우리 문화도 없다. 월간지 기자로 일하며 전통문화를 지키는 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던 글쓴이는 자유기고가로 독립한 뒤, ‘내 것’을 찍기 위해 고심하다가 마침내 전통문화를 화두로 삼았다. 그때부터 전국 방방곡곡의 한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월간지 시절 찍었던 한옥 사진과 자유기고가 시절 찍은 사진, 그리고 홍형옥 교수의 설명에 어울리는 한옥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 찍은 사진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공들여 찍은 사진이 많은 만큼,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풍부한 사진과 자세한 해설이다. 내용이 알차면서도 편집을 공들여 한 덕분인지 잘 보이고, 잘 읽힌다. 한옥이란 어떤 집이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오늘날에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빨간색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빨갈 수가 없다. 보통 빨간색 꽃은 햇빛에 비쳐서 분홍으로 보이기에 십상인데 이 꽃은 빨강이 너무 진해서 오히려 검은색이 섞여 있는 듯하다. 해마다 이맘때쯤 봄소식을 겸해 자주 소개되는 구례 화엄사의 홍매이야기다. 그래 이 매화는 홍매가 아니라 흑매란다. 그래도 사람들은 홍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게 잘못되었다고 누가 시비를 할 것인가? 보통 우리가 매화의 덕을 찬양하고 가까이하려는 것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뚫고 홀로 꽃피는 것으로 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조를 지키는 고매한 인격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인데, 이때는 맑은 흰색, 우유빛의 매화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제법 봄기운이 우리 몸에도 느낄 때가 지나면 이 지리산의 귀한 여배우는 그 농염한 자태를 자랑하며 우리에게 정말로 봄, 그것도 화려한 잔치로서의 봄이 왔음을 알려주지 않던가? 흔히 우리나라의 4대 매화라고 하면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 등 네 군데 매화를 일컫고 그것들이 2007년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각각 지정되었기 때문인데, 이때 지정된 매화나무는 들에서 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천 원권 지폐의 앞면에 나오는 도산서원의 주인공, 퇴계 이황. 그가 17살의 어린 임금을 걱정하며 마지막 충정으로 바친 책이 있으니, 바로 《성학십도》다. 이 책은 성학(性學), 곧 성리학을 잘 깨우칠 수 있는 열 개의 그림을 엄선한 것으로, 어린 임금도 쉽게 그 이치를 살펴 바른 정치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하면 ‘성리학 인포그래픽(데이터 시각화 인포메이션 그래픽)’쯤 될까? 퇴계 이황은 성리학의 주요 내용을 도표로 정리한 것은 물론, 형이상학적인 관념 체계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껏 그림을 그렸다. 퇴계 이황 같은 성리학의 대가가 평생 쌓아 올린 학문적 성취를 열 장의 그림으로 압축한 ‘족집게 과외’를 받을 수 있었던 선조는 운이 좋은 임금이었다. 성학은 한마디로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수양하고 닦아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사단칠정(士端七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단은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를 일컫고 칠정은 희, 로(노여움), 애(슬픔), 락, 애(사랑), 오, 욕의 일곱 가지 감정을 말한다. 천변만화하는 마음을 다스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Perhaps love is like a resting place A shelter from the storm It exists to give you comfort It is there to keep you warm~ "아마도 사랑은 휴식하는 곳 . 폭풍우로부터의 피난처. 당신에게 위로를 주고 따뜻하게 해주려고 거기 있지요 ~" 이런 내용을 영어로 깊고 묵직한 목소리가 부르면 다음 소절에서는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사랑의 다른 측면을 일깨워준다. ♪♪Perhaps love is like a window Perhaps an open door It invites you to come closer It wants to show you more~ "아마도 사랑은 창문이고 열려있는 문이지요 가끼이 오라고 초대하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지요~" 앞의 묵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세계 최정상이었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1941~)였고 뒤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는 역시 당시 세계 정상에서 활약하던 미국 대중가수 존 덴버(1943~997)였다. 1982년 이 노래가 발표될 즈음 두 사람은 40대에 들어서는 비슷한 나이여서 곧 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공부(工夫). 이 단어 하나에 무수한 애환이 녹아있다. 공부는 예로부터 한국인에게 숙명 같은 존재였다. 공부에 울고 웃는 한국인, 그 ‘공부 DNA’를 추적해보면 선비의 공부가 있다. 선비에게 공부는 응당 해야 하는 것이었고, 평생 갈고닦아야 하는 거울 같은 것이었다. 이 책,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은 이런 선비들의 공부법을 정리한 책이다. 중요한 내용은 옮겨 쓰며 공부했던 정약용의 초서 공부법, 거울을 닦듯 매일 꾸준히 공부했던 이황의 반복 공부법, 스스로 생각하고 이치를 구하며 사색을 중요시했던 서경덕의 사색 공부법 등 오늘날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많은 공부법이 유형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지은이가 분석한 선비들의 공부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공부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고, 둘째, 공부는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지 출세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셋째, 공부한 것을 반드시 실천하여 앎과 행함이 어우러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누구나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또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 선비의 공부법이라는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워낙 과거제도가 치열했던 만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손원표 길 문화연구원 원장이 《보차공존도로》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보차공존도로’가 무엇일까요? 보행자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도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전용도로나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이 아닌 이상, 도로에 보행자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언뜻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 공존하는 보행자와 자동차 가운데 그동안 누가 우선이었습니까? 자동차가 우선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한 번 따져봅시다. 원래 길의 주인은 사람 입니다. 그러다가 자동차가 발명되고 그 자동차가 점점 속도를 높여가면서 사람은 점점 길에서 밀려났습니다. 정책도 어떻게 하면 자동차가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느냐에 집중이 되었지, 사람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래서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사람은 자동차의 눈치를 보며 다녀야 했고, 자동차는 사람이 비키지 않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경음기를 빵빵 눌러댔습니다. 그리고 아무 눈치도 안 받고 여기저기 자동차를 주차하여, 사람들은 이런 자동차를 피해서 다녀야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심해지면 반동이 오는 법. 사람들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주에 지구가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이다. 과학자들이 화석을 연구한 결과 지구에 생명체가 태어난 것은 약 30억 년 전이라고 밝혀졌다. 화석에 나타나는 다양한 생명체의 흔적을 연구하여 지질학적 연대기를 구성한 것이 지질 시대이다. 지질 시대 가운데서 가장 큰 것이 대(代)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지질 시대를 시생대ㆍ원생대ㆍ고생대ㆍ중생대 ㆍ신생대로 나눈다. 대는 다시 몇 개의 기(期)로 나누어지고 기는 몇 개의 세(世)로 구분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이 활보했던 중생대(2억 5,100만 년 전 ~ 6,500만 년 전) 말에 지구는 커다란 운석과 충돌하여 생물의 대멸종이 일어났다. 이때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5번째로서 지구에 사는 생물종의 75%가 사라졌다. 중생대가 끝나고 6,5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신생대라고 한다. 신생대는 포유류와 꽃 피는 식물(속씨식물)이 특징인 시대다. 영국의 지질학자 라이엘은 1833년에 지질 시대를 지층의 특성에 따라 제1기 ~ 제4기로 나누었다. 그 후 1872년 학계에서는 동물 화석에 따라 지질 시대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재분류하였다. 이때 제1기는 고생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상황1) 우체국에서 소포를 부치는데, 받으실 분 이름을 한자로 쓴 것을 담당직원이 못 알아보는지 이름의 발음을 묻는다. 그래 읽어주었더니 그 직원이 소포 등록을 해서 보냈는데 나중에 배달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온 것을 보니까 발음이 틀렸다. 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아주 쉽고 기초적인 글자인데 모르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 이름에는 ‘明’과 ‘大’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을 ‘영배’로 등록해놓은 것이다. 한동안 좀 멍한 상태가 되었다. 우체국에서 대민업무를 맡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 한자도 모르고 근무한다는 말인가? 우리 속담에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리 늘 하는 말로 '몸이 피곤해서 방안에 큰 대 자로 누워'라는 게 있는데 이 큰 대(大)라는 한자 글자를 모른다는 말이니 그 속담 뜻도 당연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좀 어려운 글자라면 모를까 일상에서 쓰는 아주 기초적인 한자도 전혀 모르는 세대들이 우리 정보사회 일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말로 이분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에서 자(字)의 의미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할 수 있다.. '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