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해조사(海潮詞) 이육사 동방(洞房)을 찾아드는 신부(新婦)의 발자취같이 조심스리 걸어오는 고이한 소리! 해조(海潮)의 소리는 네모진 내 들창을 열다 이 밤에 나를 부르는 이 없으련만? 남생이 등같이 외로운 이 서-ㅁ 밤을 싸고 오는 소리! 고이한 침략자여! 내 보고(寶庫)를 문을 흔드는 건 그 누군고? 영주(領主)인 나의 한 마디 허락도 없이. 코카서스 평원을 달리는 말굽 소리보다 한층 요란한 소리! 고이한 약탈자여! 내 정열밖에 너들에 뺏길 게 무엇이료 가난한 귀향살이 손님은 파려하다. 올 때는 그리 호기롭게 올려와서 너들의 숨결이 밀수자(密輸者)같이 헐데느냐 오-그것은 나에게 호소하는 말 못할 울분인가? 내 고성(古城)엔 밤이 무겁게 깊어 가는데. 쇠줄에 끌려 걷는 수인(囚人)들의 무거운 발소리! 옛날의 기억을 아롱지게 수놓는 고이한 소리! 해방을 약속하던 그날 밤의 음모를 먼동이 트기 전 또다시 속삭여 보렴인가? 검은 베일을 쓰고 오는 젊은 여승(女僧)들의 부르짖음 고이한 소리! 발밑을 지나며 흑흑 느끼는 건 어느 사원을 탈주해 온 어여쁜 청춘의 반역인고? 시들었던 내 항분(亢奮)도 해조처럼 부풀어 오르는 이 밤에.
[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연보(年譜) 이육사 너는 돌다릿목에 줘왔다.던 할머니의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 언덕 그 마을에 버려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길 우에 간(肝) 잎만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우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레이며 파람도 불지.
[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강 건너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내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 건너갔소. 강 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닿은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나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불에 떨어져 타 죽겠죠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가락 여기 두고 또 한 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갔소
[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주난흥여(酒暖興餘) 이육사 酒氣詩精兩樣蘭 술기운과 시정(詩情)은 다 한창인데 斗牛初轉月盛欗 북두성 지긋하고 달도 난간에 가득하다 天涯萬里知音在 하늘 끝 만리 친구는 멀고 老石晴霞使我寒 이끼 낀 돌 맑은 이내 마음이 시려온다 (김용직 옮김)
[우리문화신문=마완근 기자] 편복(蝙蝠) 이육사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城砦)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빡쥐여! 어둠에 왕자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고(庫)간으로 도망했고 대붕(大鵬)도 북해(北海)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世紀)에 상장(喪裝)이 갈가리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빡쥐여! 고독한 유령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어 보지도 못하고 딱짜구리처럼 고목을 쪼아 울리도 못 하거니 만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遺傳)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교(呪交)일사 못 외일 고민(苦悶)의 이빨을 갈며 종족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빡쥐여!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는 불사조는 아닐망정 공산(空山)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을 노려도 봤을 너의 머―ㄴ 조선(祖先)의 영화롭던 한시절 역사도 이제는 아이누의 가계(家系)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빡쥐여! 멸망(滅
[한국문화신문=마완근 기자] 반묘(班猫) 이육사 어느 사막의 나라 유폐(幽閉)된 후궁의 넋이기에 몸과 마음도 아롱저 근심스러워라. 칠색(七色)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동자에 고향의 황혼(을 간직해 서럽지 안뇨. 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 산맥을 느낄사록 끝없이 게을러라. 그적은 포효(咆哮)는 어느 조선(祖先)때 유전(遺傳)이길래 마노(瑪瑙)의 노래야 한층 더 잔조우리라. 그보다 뜰 아래 흰나비 나즉이 날라올 땐 한낮의 태양과 튜맆 한송이 지킴직하고
[한국문화신문=마완근 기자] 광인(狂人)의 태양 이육사 분명 라이풀 서(線)을 튕겨서 올라 그냥 화화(火華)처럼 살아서 곱고 오랜 나달 연초(煙硝)에 끄스른 얼굴을 가리면 슬픈 공작선(孔雀扇) 거칠은 해협(海峽)마다 흘긴 눈초리 항상 요충지대(要衝地帶)를 노려가다
[한국문화신문=마완근 기자] 청 포 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절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 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실제(失題) 이육사(李陸史) 하늘이 높기도 하다 고무풍선 같은 첫겨울 달을 누구의 입김으로 불어 올렸는지? 그도 반 넘어 서쪽에 기우러졌다 행랑 뒷뒤골목 휘젓한 상술집엔 팔려온 냉해지(冷害地) 처녀를 둘러싸고 대학생(大學生)의 지질숙한 눈초리가 사상선도(思想善導)의 염탐 밑에 떨고만 있다 라디오의 수양강화(修養講話)가 끝났는지? 마-장 구락부(俱樂部) 문(門)간은 하품을 치고 빌딩 돌담에 꿈을 그리는 거지새끼만 이 도시(都市)의 양심(良心)을 지키나보다 바람은 밤을 집어삼키고 아득한 가스 속을 흘러서 가니 거리의 주인공(主人公)인 해태의 눈깔은 언제나 말갛게 푸르러 오노 - 십이월초야(十二月初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