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 사진 보신 분들 많으시겠지요? 미 육군 소령 로버트 압보트(Robert Aborr)가 1950년 7월 무렵 대전 인근에서 찍은 사진이라는데, 《100년 동안의 폭풍우》에도 이 사진이 실렸습니다. 저자 김영란 선생은 보도연맹원 학살을 얘기하면서 이 사진을 책에 실었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한때 좌익이었던 사람들도 전향하면 자유대한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주겠다며 보도연맹을 만들었었지요. 그런데 6.25 전쟁이 터지니까, 이들이 위험인물이라며 즉결처형 하도록 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는지 정확한 숫자도 알 수 없는데, 적게는 10만 명 많게는 30만 명이 학살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합니다. 두 발이 붙잡혀 엎드려있는 사람을 보십시오. 그 사람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움찔한 것입니다. 학살되어 구덩이에 내팽개쳐진 사람들처럼 저 사람도 사진이 찍힌 지 얼마 안 되어 학살되었을 것입니다. 죽기 직전에 애처롭게 쳐다보는 눈길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쳐집니다. 저 사람은 누굴까? 시신은 제대로 찾기나 했을까? 아무리 전쟁이라는 비상상황이라지만 잘잘못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전 서울법대 문우회 회장인 김영수 시인이 《The long road to the sixth ROK)》라는 책을 뒤쳤습니다. ROK라면 ‘Republic of Korea’의 약자인데, 그러면 제목을 직역하면 ‘제6공화국으로의 기나긴 길’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김 시인은 이를 《한 가족의 삶에 드리운 100년 동안의 폭풍우》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습니다. 한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자기 아버지가 태어난 1907년 무렵부터 100년 동안 한국 격동의 역사와 그 폭풍우 같은 역사 속을 헤치고 나온 가정사를 버무린 책입니다. 책 제목을 저자는 한국이 군사정권을 끝내고 민간정부로 들어선 6공화국까지의 공적 역사에 중점을 두고 정했다고 한다면, 역자는 그 공적 역사에 휘둘린 한 가정의 가정사를 중시하여 제목을 붙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영문책을 뒤친 것이니까, 저자는 일응 외국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저자가 미국 시민권자이니까 외국인이긴 하지만, 저자는 김 시인의 친누님이십니다. 누님인 저자 김영란은 1960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그대로 미국에 눌러앉아 미국 시민이 되신 분입니다. 책을 읽으면 우리가 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윤재윤 변호사는 수필집 《잊을 수 없는 증인》에서 ‘10분이 주는 자유’에 대해 얘기합니다. 재윤 형이 예전에 인천지방법원에 근무할 때입니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로 출퇴근을 하는데, 운전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윤 형은 운전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이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씁니다. 이렇게 1시간 이내로 줄이려다 보니 앞차가 좀 느리게 갈라치면 슬그머니 짜증도 났고요. 그리고 출근시간이 1시간을 넘긴 날은 하루 출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렇게 출퇴근 전쟁을 벌이던 어느 날 출근길에는 남동 인터체인지에서 차들이 꼼짝하지 않습니다. 앞쪽에서 충돌사고가 난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나들목(인터체인지)에 들어섰으니 차를 돌릴 수도 없고, 차를 들고 사고 지점을 넘어갈 수도 없고... 이때 재윤 형은 창문을 내리고 길가를 바라다봅니다. 글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재윤 형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그때 재윤 형의 눈에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이 들어옵니다. 코로는 싱그러운 풀냄새가 들어오고요. “여기에 이렇게 꽃이 많이 피어있었던가?” 평상시에는 1시간 목표를 위한 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당 이회영과 범정 장형의 발자취를 따라서》 책을 보면서, 우당과 범정의 독립운동 뿐만 아니라, 범정 선생이 어떻게 단국대를 설립하게 되었는지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단국대 설립에 관해서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임시정부는 1945년 11월 29일 광복된 고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듬해 3월 3일 국민대학 설립기성회를 발족시킵니다. 《백범일지》에 이런 말이 나오지요.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문화의 나라가 되기를 바라던 백범이었으니, 백범이 중심이 된 임시정부도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국민대학 설립기성회를 발족시킨 것이지요. 범정은 이 기성회에 독립운동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이사진에 참여합니다. 국민대학은 1946년 9월 1일 개교합니다. 그렇지만 기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아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국민대학관(야간)으로 출발합니다. ‘학관’이란 광복 직후 유행했던 학제로 전문학교 수준의 학교라고 하지요. 그나마 기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새로 낸 책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을 읽어보았다. 책은 미국판 입시부정 이야기로 시작한다. 2019년 3월 연방 검찰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33명의 부유한 학부모들이 명문대에 자녀를 집어넣기 위하여 교묘히 설계된 입시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른바 ‘조국 사태’라 불리우는 입시부정으로 한창 시끄러웠는데, 미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입시부정으로 시끄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평등을 주장해오던 진보주의자들이 이런 부정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이라고 하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기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어 누구나 재능이 이끄는 만큼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됐지 않은가? 그런 미국도 지금은 대학이라는 간판, 그것도 명문대학이라는 간판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나라가 되었나 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단 입시부정까지 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입시 스펙을 쌓고 다듬기 위해서, 또 학력을 높이기 위한 사교육비 등으로 고액의 돈이 들어간다. 또한 고급 입시정보나 기회는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당 이회영과 범정 장형의 발자취를 찾아서》를 보면 우당이 고종 망명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다 고종이 갑자기 붕어하는 바람에 실패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래 이규설의 신한혁명단에서 1915년 고종 망명을 추진하다가 실패하였는데, 우당은 1918년 11월 자신의 아들 이규학이 고종의 조카딸과 신부례를 올리는 것을 기회로 삼아 고종의 망명을 다시 시도합니다. 신부례란 신부가 시집에 와서 처음으로 올리는 예식이라고 하는데, 우당은 신부례를 올리는 것을 기회로 고종과 접촉하여 망명을 타진하려고 한 것이지요. 그렇기에 아들 이규학이 이미 3년 전에 고종의 조카딸과 결혼하였지만, 고종 망명을 추진하면서 이때 신부례를 추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종의 시종 이교영을 통하여 고종에게 망명을 타진하였고, 고종으로부터 흔쾌한 승낙도 받습니다. 당시 고종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발표되자 이에 고무되어 망명을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고종이 이렇게 망명을 결심하자 우당은 홍증식과 함께 고종의 측근인 전 내부대신 민영달을 만나 의사를 타진합니다. 민영달은 황제의 뜻이 그러하다면 자신도 분골쇄신하더라도 황제의 뒤를 따르겠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노회찬 의원의 삶과 정치 철학을 그린 영화 <노회찬6411>이 우리 앞에 옵니다.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인 상영에 들어가는데, 그에 앞서 5일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저에게도 시사회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의 노회찬 이름 다음에 붙인 숫자 ‘6411’은 무엇인가요? 노회찬 수감번호? 아닙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출발하여 강남을 통과하여 개포동 주공2단지까지 가는 시내버스 노선번호입니다. 새벽에 이 버스에는 강남 빌딩 청소 아줌마 등의 노동자들이 주로 탑니다. 노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문에서 6411번 버스의 노동자들을 얘기하였는데, 노의원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숫자라 생각하여 영화 제목을 ‘노회찬6411’이라고 한 것이겠지요. 영화는 노의원이 대학 졸업 후 용접공으로 노동현장에 투신하는 때부터 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니까, 아무래도 노의원의 삶과 정치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많이 나오는데, 첫 번째로 반가운 인물이 인터뷰하네요. 노의원과 같이 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윤옥 교수가 이번에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책을 냈습니다. 그동안 이 교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을 안타까이 여기고, 10년 이상을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밝혀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리하여 <서간도에 들꽃 피다>라는 제목으로 한 권에 20명씩 총 10권으로 20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2018년에는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선정한 여성독립운동가 298명에다가 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더하여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도 냈습니다. 이 책을 낼 때만 하더라도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여성 독립운동가가 298명에 불과하였군요. 그런데 2021. 3. 31. 현재에는 도합 526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국가유공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광복 후 2018년까지 298명에 불과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그 후 3년 만에 526명으로 늘었다면 상당히 늘어난 것이겠네요. 그렇지만 이 교수는 이 숫자도 얼마 안 된다며 아쉬워합니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서훈이 늘어나게 된 데에는 이 교수의 공도 적지 않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사람이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어떤 모임에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일생의 지기(知己)를 발견한 듯한 기쁨을 느낀다던가, 여행하다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소를 만나게 되든가 할 때 말입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이런 보석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런 뜻하지 않는 보석 같은 책을 만났는데, 오래간만에 ALP 6기 동기인 정우철 회장님 사무실을 방문한 때였지요. 정 회장님은 회장실 옆에 따로 서재를 만들어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많이 사서 비치해둡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모임을 못 하지만, 예전에 동기 모임 때면 정 회장님은 가끔 이런 책을 갖고 오셔서 동기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방문하였을 때 정 회장님이 《가문비나무의 노래》라는 책을 주셨습니다. 바로 이 책이 오래간만에 발견한 보석이었습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마틴 슐레스케라고 독일의 바이올린 제작 장인이 쓴 책입니다. 가문비나무는 바이올린의 재료가 되는 나무인데, 슐레스케는 가문비나무로 바이올린을 만들면서 느낀 점을 《가문비나무의 노래》라는 책으로 낸 것입니다. 단순히 바이올린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7호선 철산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올라오면, 바로 앞에 낮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능선은 바로 앞의 도덕산에서 시작하여 구름산 – 가학산 – 서독산으로 이어지며, 서독산에서 내려오면 서해안 고속도로 밑을 지나 바로 안양의 수리산 줄기로 올라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광명의 네 산을 광명 알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얼마 전에 광명 알프스를 걸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팀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뭐에 관해 쓸까 생각하다가, 구름산 자락에 있는 사적 제357호 '영회원(永懷園)'이 생각났다. 영회원은 소현세자의 아내 민회빈(愍懷嬪) 강 씨의 무덤이다. 하여 13년 만에 다시 철산역에서 도덕산을 넘어 구름산 자락의 민회빈을 찾아간 것이다. 13년 전에 찾아왔을 때도 민회빈은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더니, 이번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이번에도 영회원 옆을 따라 구름산으로 오르며, 나무들 사이로 힐끗힐끗 영회원에 잠들어 있는 민회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운의 세자비 민회빈 강 씨, 시호는 민회빈이나 사람들은 보통 강빈이라고 많이 부른다. 나도 강빈이라 부르겠다. 강빈은 청나라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