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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원시 숨결을 찾아서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칠로에섬의 카스트로에서 차를 페리에 싣고 물길을 가르길 5시간. 드디어 남위 40도 아래, 거친 야생의 에너지가 살아 숨쉬는 파타고니아의 관문 차이텐(Chaiten)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차이텐에서의 여정은 울창한 숲속 방갈로에 짐을 푸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먼저 칠레의 고대나무 '알레르세'를 만나러 원시림 트레킹을 했습니다. '알레르세'는 5,000년이나 살 수 있는 지구 최고령 침엽수입니다. 한때 배와 집을 짓기 위한 과도한 벌목으로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귀한 존재입니다. 깊은 숲속에서 만난 알레르세는 신령스러운 기운마져 느껴졌습니다. 이끼를 가득 머금은 거대한 몸체 위로 이름 모를 식물들이 예쁜 꽃을 피우고 그 사이로 검정빛 달팽이와 도마뱀, 엉덩이에 가짜 눈이 달린 희귀한 곤충들이 분주히 오가는 생명의 보고였습니다. 이어진 발걸음은 '푸말린 국립공원(Pumalin national park) '으로 향했습니다. 운좋게 맑게 갠 하늘 아래, 안데스산맥의 웅장한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뾰족하게 솟은 '코르코바도 '화산과 빙하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미친마우리나'화산 정상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강산이 보존될 수 있었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라스 톰킨스의 막대한 기부와, 그의 사후 유업을 이어받은 아내 크리스틴(전 파타고니아CEO)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이 원시림을 거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부부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친 파타고니아에 서울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땅을 사서, 개발하지 않고 보전하는 조건으로 정부에 기부한 것입니다. 여정의 마지막은 코르도바산이 아스라이 보이는 해변에서 맞이했습니다. 2025년의 마지막날 현지인들의 따뜻한 초대로 마을 파티에 함께했습니다. 저녁 9시 30분, 해가 바닷속으로 몸을 감추는 순간 우리는 일제히 와인잔을 높이 들고 외쳤습니다. "살룻(salud)!"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그들의 활기찬 인사가 파도소리와 섞여 퍼져 나갔습니다. 해넘이 뒤 서서히 나타난 남반구의 별들은 이번 여행 중 또 하나의 선물로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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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갑사에서 말띠해를 열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계룡산 매운바람 잠든 숲을 흔들고 빈 가지 사이로 몰아친 숨결에 조릿대 서걱대며 생(生)을 깨운다 천 년 고찰 갑사에 떠오르는 아침햇살 가르며 청아한 댓잎 소리에 묵은 마음 씻어본다 찬 공기 뚫고 솟아오른 병오년 첫 태양 비워진 나무들은 비로소 하늘 소리를 담아내고 서로 몸 부딪쳐 깨어나는 푸른 대숲의 아우성은 시련을 견디고 일어설 강인한 생명의 예언이다 굽이치는 세월의 골짜기를 지나온 고요한 다짐 계룡산의 기개가 이 아침 남은 생의 빛으로 다가온다. - 계룡산 갑사에서 이윤옥 - '춘마곡 추갑사'라 불릴 만큼 가을 단풍이 빼어난 계룡산 갑사엘 추운 겨울에 다녀왔다. 바로 어제(2일)였다. 차 시동을 켜니 밖의 온도 는 영하 7도다. 아침 5시 반, 충남 계룡산 갑사를 목적지로 잡았다. 어제와 그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종로 보신각에 모인 인파와 시시각각으로 중계되는 전국의 명소 해돋이 장관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했지만 그 엄청난 인파에 몸을 맡길 엄두가 나지 않아 초하루가 지난 초이틀 고요한 산사행을 택했다. 세 시간을 달려 갑사에 도착한 시각은 8시 조금 넘은 시각, 절은 고요하다. 나목(裸木)사이로 겨울 바람 한줄기가 훅하고 지나간다. 고요해야 비로소 시심(詩心)이 떠오르는 것은 ‘글 못쓰는 사람의 대표적 이상 증상’ 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고즈넉한 산사를 걸어본다. 산공기가 깨끗하듯 모든 것이 정갈하다. 마음이 그냥 공(空)하다. 번잡함을 벗어나야 한다느니,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느니....그런 주문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고즈넉한 산사의 뜰을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병오년 초이틀, 어제는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즐긴 그런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