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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만 샅샅이 뒤지는 그대에게, '톺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많은 기별들을 보고 듣기가 무섭습니다. 서로 손가락질하고 깎아내리거나 상대방이 한 실수나 작은 잘못을 이 잡듯 뒤져서 누리에 까발리는 모습들 때문입니다. 나랏일을 서로 꼼꼼히 살피겠다는 다짐은 간데없고, 오직 상대방을 무너뜨릴 빈틈만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서른 해 가까이 우리말을 갈고닦아 온 저는, 오늘 이 서글픈 바람빛 앞에서 아주 날카로운 낱말 하나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톺다'입니다. 본디 '톺다'는 삼베를 짤 때 껄끄러운 껍질을 훑어내어 부드럽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손길을 뜻했습니다. 또는 험한 산길을 한 발 한 발 더듬으며 꼭대기를 향해 나아가는 끈질긴 마음을 말하기도 했지요. 참으로 귀하고 단단한 마음이 담긴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남을 마주하는 '톺기'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상대의 참마음을 살피는 대신, 상대의 못난 모습과 허물만 '톺아'냅니다. 먼지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 눈을 부라리고, 빈틈만 보이면 샅샅이 뒤져서 기어이 상처를 내고야 마는 칼날 같은 말들. 이제 '톺다'는 누군가를 돕기 위한 손길이 아니라,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말의 갈고리'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껍질을 훑을 것인가, 살점을 도려낼 것인가 나랏일 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도 살아가며 누군가를 미워할 때 그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톺아'대는지요. 잘한 일 열 가지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잘못한 일 한 가지는 샅샅이 뒤져내어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남의 허물을 톺아내느라 쏟는 그 앙칼지고 모진 힘은 끝내 내 마음 밭을 거칠게 만듭니다. 상대를 훑어내던 그 날카로운 갈고리가 결국은 나 자신의 품격마저 긁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눈길은 어디를 '톺고' 있나요? 남의 못난 구석을 찾아내려 눈을 가늘게 뜨기보다는, 내가 오늘 걸어온 길을 가만히 톺아보십시오. 내 마음속에 남을 찌르는 가시는 없는지, 내가 누군가에게 내뱉은 말이 가시 돋친 갈고리는 아니었는지 샅샅이 뒤져보아야 합니다. 참, 진짜 '톺기'는 남을 무너뜨리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르게 세우는 데 써야 하는 법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은 남이 아닌 '나'를 톺아보는 날입니다." 남의 허물을 찾아내던 그 날카로운 눈을 잠시 감고, 내 마음속을 샅샅이 뒤져보세요. 그리고 발견한 '나의 예쁜 구석' 하나를 자랑해 주십시오. "나는 오늘 남의 실수에 눈감아준 나의 너그러움을 톺아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이웃에게 먼저 웃어준 나의 다정함을 톺아보았습니다." 남을 헐뜯는 긴 글은 넘쳐나도, 나를 돌아보는 한 줄은 참 귀한 요즘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톺아낸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들려주세요. #톺다 #내마음톺아보기 #말의갈고리 태그와 함께 당신의 멋진 마음을 보여주십시오. 비난을 퍼뜨리는 것보다 내 마음을 살피는 것이 이 누리를 바꿉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톺다 뜻: 1. 가파른 곳을 오르려고 발끝을 더듬으며 가다. 2. 틈이 있는 곳마다 빠짐없이 샅샅이 뒤지다. 보기: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고 온 방 안을 샅샅이 톺아 보았습니다. [한 줄 생각] 남의 허물을 톺는 자는 갈고리를 남기지만, 제 마음을 톺는 자는 길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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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그려낸 몽유도원도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창극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이하 <보허자>)를 3월 19일(목)부터 3월 29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조선 제7대 임금 세조(수양대군)와 그의 권력욕으로 희생된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을 소재로 한 창작 창극이다. 2025년 초연 당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입힌 섬세한 서사로 호평받으며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으로, 1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작품의 칭작 동기가 된 ‘보허자(步虛子)’는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전래하여 조선 궁중음악으로 자리 잡은 악곡으로, 무병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축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창극 <보허자>는 ‘허공을 걷는 사람’이라는 악곡 이름의 함축적 의미에 집중했다. 작품은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동경하지만, 현실의 굴레에 묶여 발 디딜 곳 없이 허공을 거니는 듯 위태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을 은유한다. 극은 수양대군이 동생 안평대군과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되는 계유정난(1453년)을 배경으로 하되 참혹한 비극 자체보다 27년 뒤 역사의 어둠 속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극본을 쓴 배삼식 작가는 안평의 죽음을 증명할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에 착안, 그의 딸 ‘무심’, 화가 ‘안견’, 애첩 ‘대어향’ 등 안평을 둘러싼 실록 속 인물들을 재해석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꺾인 인물들이 안평의 꿈을 그린 ‘몽유도원도’를 찾아 대자암으로 떠나는 여정은 비참한 현실과 대비되는 자유로운 삶을 향한 갈망을 보여준다. 연출은 연극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연출가 김정이 맡았다. 그는 초연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장면을 보완해 더욱 밀도 있는 전개를 완성했다. 김 연출은 “저마다의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폐허가 된 현실 위로 흩날리는 복숭아 꽃잎처럼 관객들의 삶에 깊은 공감과 고요한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작창과 작곡은 국립창극단과 다수의 작품을 작업한 음악감독 한승석이 맡고, 창극 <심청>, 작은창극시리즈 <옹처>의 장서윤이 작곡가로 합세했다. 거문고, 25현 가야금, 생황, 양금 등 선율악기 위주의 반주로 서정성을 극대화했고, 궁중음악인 보허자의 결을 살리기 위해 그간 창극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은 철현금, 운라, 편종, 편경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시를 읊는 듯 관조하는 노랫말에 주목해 시김새나 부침새 등 화려한 기법을 덜어낸 담백한 창법으로 초월적 정서를 강조했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장태평 지휘자가 새롭게 합류해 국악기 편성의 14인조 라이브 연주로 몰입감을 높인다. 처연한 선율 사이로는 현대무용가 권령은의 안무가 더해져 인물들의 들끓는 내면을 현대적인 움직임으로 직조해 낸다. 국립창극단 <보허자>는 시처럼 쓰인 아름다운 극본과 강렬한 음악뿐만 아니라,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무대 미학으로도 호평받았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꿈의 폐허’를 열쇠말로 비극이 휩쓸고 간 자리를 시각화했다. 거친 질감의 합판으로 재현한 무너진 기둥과 난간은 비극의 잔해를 상징하며, 무대 중앙의 거대한 언덕은 인물들이 걸어온 고단한 생의 여정을 형상화한다. 특히, 후반부 무대 위로 흩날리는 복숭아 꽃잎과 함께 펼쳐지는 ‘몽유도원도’ 장면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모두 35명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더욱 깊어진 연기와 웅장한 소리를 선보인다. ‘나그네(안평)’ 역의 김준수, ‘수양’ 역의 이광복을 비롯해 안평의 딸 ‘무심’ 역에 민은경, 안평의 꿈을 그려낸 화가 ‘안견’ 역에 유태평양 등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들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올라 한층 농익은 소리와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대자암의 비구니 ‘본공’과 ‘도창’ 역에는 중견 단원 김미진이, 안평이 사랑했던 여인 ‘대어향’ 역에는 이소연이 새롭게 출연해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