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함께 이건자 명창 <경기 산타령> 발표회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꾼 유지숙 명창이 제작한 <서도 산타령> 음반을 중심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발림>이란 노래를 소개하였다. 이 곡은 빠른 4박 장단으로 구성되며 선창(先唱)자의 소리를 여러 사람이 받는 형식으로 받는 노래라는 점, <경기 산타령>에서는 동해안의 관동팔경(關東八景)을 노래하지만, <경발림>에서는 관서(關西) 지방의 팔경(八景)을 엮어나가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는 이야기와 함께 경발림의 사설 일부를 소개하였다. 이처럼 산타령은 각 지역의 산천경개를 두루두루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의 내용이 매우 건전하다는 이야기,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장단형이든가 활달한 창법,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 합창으로 부르며 집단의 단합을 통해 상대와 내가 더불어 사는 방법이나 질서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노래임을 강조하였다. 이번 주에는 이건자 명창이 그의 제자들과 함께 꾸민 제13회 <경기산타령 발표회>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이건자 명창은 서울 성북구가 자랑하는 국가무형문화유산 <선소리 산타령>의 ‘전승교육사’로 활동하는 국악인이다. 국악계에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가로부터 해당 분야 전승교육사로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은 말처럼, 그렇게 쉽고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아마도 최소한 30년 이상의 경력은 담보되어야 넘볼 수 있는 자리다. 경기지방의 다양한 소리 가운데서도 그의 주전공 분야는 입창(立唱)이다. 다시 말해, 앉아서 혼자 길게 이어가는 좌창이나, 또는 긴소리에 견주어 ‘입창’, 또는 ‘선소리’라고 하는 서서 부르는 형태의 노래로, 그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산타령>이다. 이 노래는 여러 소리꾼이 모여서 대형을 만들어가며 합창으로 부르는 신명의 소리를 말한다. 앞에서 서도지방의 산타령 관련 이야기를 소개해 왔지만, 이건자 명창이 주로 부르고 가르치는 분야는 경기지방의 산타령으로 놀량-앞산타령-뒷산타령-자진 산타령으로 이루어진 노래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성북구에 개인 소리 학원을 개원하여 찾아오는 제자들과 함께 산타령을 부르고 있다. 왜 그는 줄기차게 <산타령>을 즐겨 부르며 해마다 발표회를 열어오고 있는 것인가? 참고로, 경기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이 <산타령>이란 종목은 1960년대 말, 국가가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종목이다. 지정당시에는 김태봉, 정득만, 김순태, 유개동, 그리고 이창배(李昌培) 등, 5인의 명창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나, 당시에 이미 대부분이 노쇠하였기에, 정득만과 이창배가 주로 후진들을 양성해서 다행스럽게도 여러 명의 제자가 현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이건자는 황용주에게 배웠고, 황용주는 이창배로부터 익혔기에 그의 계보는 정통 계보로 평가받는다. 현재 그는 전승교육사의 직책을 받고, 이 소리를 전승시켜 나가고 있으므로 이건자 명창이 산타령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국가가 그에게 맡긴 책무를 다하는 길, 곧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지켜가는 길이다. 이 명제를 안고 우리가 참고로 알아두어야 할 상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해당 종목의 전승교육사가 되는 길은 순전히 소리 실력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소리 실력이 우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각 장르의 음악적 특징과 이론적 지식을 갖추기 위해 책이나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한다. 이건자 명창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흔치 않은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월등한 실기 능력이라든가, 이론적 지식보다도 더 중요한 절대적인 조건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웃을 섬기는 자세나 대인관계가 원만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겸손과 배려가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산타령의 전승교육사 이건자 명창은 소리 실력 말고도 인품과 겸손을 갖춘 명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오래전에 성북구에서 사설 국악원을 개설하고, 지역을 위해 열심히 봉사한다는 소문은 일찍부터 나 있었으나, 정례 발표회가 13회를 기록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참으로 그는 노력하는 명창이란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2025년에도 해를 넘기기 전, 제자들과 함께 소리판을 열어, 지역 구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 주요 내용들은 경, 서도지방의 입창과 좌창, 그리고 각 도의 민요 한마당, 등이다. 특히 그의 어린 제자들인 성민(초등학교 4년생)과 최예림(대학원생)양이 부르는 <제비가>라든가, ‘장구야 놀자’의 웃다리 사물놀이, 버꾸춤, 진도 북춤, 설장구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청중의 큰 손뼉을 받았다. 한 해를 보내는 길목에서 모처럼 마련된 <이건자 명창의 소리판>이 지역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어두웠던 모든 그림자를 시원하게 날려 보낼 희망과 용기, 그리고 신명의 한 판 무대가 된 것이다. 늘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 기회를 마련해 준 성북구청 여러분과 문화원의 관계자분들, 그리고 구민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 지역의 자랑스러운 소리꾼, 이건자 명창을 위시하여 그가 아끼는 그의 제자들과 초청국악인, 특별 출연자 모두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