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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가는 거북이의 삶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느 날 장자가 강가에서 낚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초나라 임금이 신하를 보내 장자에게 관직을 제안하지요. 초왕은 장자의 지혜와 명성을 듣고 그를 벼슬에 임명하여 자신의 치세에 도움을 받고자 했습니다. 장자는 신하의 제안을 듣고도 낚싯대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돌아보지 않은 채 묻지요. "제가 듣기로 초나라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죽은 지 이미 3천 년이 되었지만, 왕께서 그 거북을 신성시해 헝겊에 싸서 묘당 위에 모셔 두었다고 하는데 그 거북이 처지에서 보면 죽어서 귀하게 대접받기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까요?" 신하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그거야 당연히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서 돌아가시오. 나도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고 싶으니까요." 세상은 참으로 시끄럽고 위험합니다. 임금이 되려면 화려한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고 권력자가 되려면 찬란한 비단의 속박을 견뎌야 합니다. 어쩌면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사는 삶은 세인이 덧없이 흘겨볼지라도, 이것이야말로 가장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는 찬란한 명예의 사슬에 묶여 숨 막히는 웅대함 속에 갇히느니, 차라리 작은 진흙탕에서 삶의 주인이 되어 뒹구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지요. 바람이 불어와 풀잎을 흔들고, 잔잔한 물결이 발목을 간지럽힐 때, 가장 아름다운 삶은 가장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현대 사회는 성공을 부와 명예로 측정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지만 물질적 성공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삶도 중요하지요. 거북이가 흙 속에서 꼬리를 끌듯, 우리도 자유를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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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박애리의 심청가 – 강산제>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3월 7일(토)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완창판소리 – 박애리의 심청가>를 공연한다.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국악계와 방송계를 두루 섭렵한 국악스타 박애리 명창이다. 박애리 명창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나 아홉 살이 되던 해 판소리에 입문, 안애란 명창에게 김세종제 ‘춘향가’를, 성우향 명창에게 김세종제 ‘춘향가’와 강산제 ‘심청가’를, 안숙선 명창에게 정광수제 ‘수궁가’를 사사하며 소리를 익혔다. 1994년 제12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판소리 부문에서 장원, 1996년 제12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 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박애리는 입단 1년 만에 창극 <배비장전>의 여주인공 애랑 역에 발탁돼 주목받았다. 이후, 17년 동안 국가브랜드공연 <청>, 창극 <춘향>ㆍ<제비>ㆍ<시집가는날>ㆍ<메디아>ㆍ<숙영낭자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뛰어난 소리와 연기력을 인정받아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2005년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뽑혔으며, 2005년 제8회 남도민요경창대회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어 2010년 제37회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 2019년에는 제46회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으며 명창 반열에 올랐다. 2015년에는 창극 <아비, 방연>에서 작창가로 활약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해 온 박 명창은 텔레비전ㆍ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 중이며 현재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과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박애리 명창이 들려줄 소리는 강산제 ‘심청가’다. 판소리 ‘심청가’는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바친 심청의 지극한 효심을 그린 작품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슬픔을 토로하는 비장한 대목이 많아 전 바탕을 완창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량이 요구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강산제는 조선 말기 명창이자 서편제의 시조로 꼽히는 박유전(1835~1906)이 전남 보성 강산리에서 여생을 보내며 창시한 소릿제로, 박유전ㆍ정재근ㆍ정응민ㆍ성우향으로 전승됐다. 서편제의 구성짐과 동편제의 웅장함이 어우러지며, 맺고 끊음이 분명해 절제된 소리가 특징이다. 또한, 불필요한 아니리(사설의 내용을 일상적인 어조로 말하듯이 표현하는 것)를 줄여 소리 자체의 미감을 살리는 데 주력하며, 음악적 형식미와 이면에 충실한 소리 구성, 정갈한 감정 표현이 돋보인다. 2018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에서 김세종제 ‘춘향가’를 선보인 박애리 명창은 같은 무대에서 8년 만에 더욱 깊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박애리 명창은 이번 무대에서 5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강산제 ‘심청가’ 전체를 완창하며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깊이 있는 성음, 그리고 창극 배우로서 갈고닦은 연극적 표현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일 예정이다. 박애리 명창은 “2018년 국립극장에서 첫 완창을 마쳤던 순간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다”라며 “이번 무대에서도 관객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소리에 흠뻑 빠지실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고수로는 명고 김청만ㆍ이태백ㆍ전계열이 함께하며, 해설과 사회는 성기련 서울대학교 교수가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값어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대표 상설공연이다. 1984년 12월 ‘신재효 타계 100돌 기림’으로 처음 기획됐으며, 1985년 3월 정례화된 이래 현재까지 41년 동안 339회 공연을 이어오며 판소리 완창 공연으로는 최장ㆍ최다를 자랑하고 있다. 소리꾼에게는 으뜸 권위의 판소리 무대를, 관객에게는 명창의 소리를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해 왔다. 2026년에도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아온 소리꾼들이 매달 무대에 올라, 소리의 멋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