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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신초 학생들의 '독립전사'에 대한 편지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희옥 애국지사님 가족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동신초등학교 6학년 1반 이수빈입니다. 저희 반에서 대대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가 일제의 탄압 속에서 독립운동으로 저항하며 광복을 바랐던 독립운동가들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아프고 큰 상처를 6학년이 돼서야 깨닫게 된 것이 그저 후회되고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오희옥 애국지사님을 알게 된 계기였던 프로젝트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빼앗긴 위험 속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독립운동가들을 알아가고 그에 관련된 체험활동을 하며 그분들의 활동에 감사함을 전하는 일입니다. (중간줄임) 편지를 쓰기 전 오희옥 애국지사님께서 '광복절 경축식'에서 임시정부 시절 애국가를 부르시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꽃 같은 나이 14살에 어떻게 독립운동이란 길을 선택을 하셨는지 상상이 안 갑니다. 그 당시 정말 무섭고 두려우셨을 텐데 용기를 내신 것이 감히 제가 말을 못할 정도로 대단하시고, 또 감사합니다. 오희옥 애국자사님께서 애국가를 부르실 때 진심이 느껴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부디 하늘에서는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광복에 이어 평화통일을 바라셨던 오희옥 애국지사님의 꿈이 꼭 이뤄지길 기원하겠습니다. - 부산동신초등학교 6학년 이수빈 올림, 2025.11.16.” 초등학교 6학년생이 쓴 이 편지는 추워지는 날씨에 기자의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해주었다. 이수빈 학생이 쓴 편지 속 주인공은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2024년 11월 17일 세상 뜸 1990, 애족장)였다. 오희옥 지사는 아버지 오광선 장군과 어머니 정현숙 지사의 따님으로 어린 나이에 중국에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광복 후 고국으로 돌아와 만 38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독립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을 손수 가르쳐 오셨고, 정년 이후 98살를 일기로 숨을 거두기까지(지난해 11월 17일) 독립운동 최일선에서 활동했던 이야기를 후학들에게 열성적으로 직접 들려주시던 분이다. 오희옥 지사께 편지를 정성껏 쓴 학생들은 이수빈 학생을 비롯한 부산동신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편지가 들어 있는 두툼한 우편물을 받은 이는 오희옥 지사의 아드님인 김흥태 선생으로 우편물 꾸러미를 보내준 분은 부산동신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호승 선생이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선호승 선생은 2022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한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2024년 11월 별세)였던 오희옥 지사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하여 학생들과 2024년 12월 학예회 때 ‘오희옥 애국지사’를 다룬 뮤지컬을 준비했다. 그러나 뮤지컬 공연을 한 달여 앞둔 11월 17일, 그만 오희옥 지사께서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큰 슬픔에 잠겼던 선호승 선생은 학생들과 뮤지컬 공연을 더욱 열심히 연습하여 이 시대 마지막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하는 공연을 마쳤다고 했다. 오희옥 지사의 아드님인 김흥태 선생은 “광복 이후에도 만 38년의 교직 생활 동안 학생들에게 독립정신과 나라사랑을 가르치신 어머니(오희옥 지사)와 부산지역에서 여러 해 동안 학생들에게 독립의 생생한 역사와 선열들의 발자취를 교육하고 있는 선호승 선생과는 아마도 전생의 큰 인연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해 학예회 때 참여한 (지금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현재 동신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이 정성껏 써서 보내준 손편지를 보고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분명 기뻐하실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나라는 잃었어도 조국 광복을 위한 일념으로 교육에 전념했던 민족의 스승이 있었듯이 교육현장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계시는 선호승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스승의 지도 아래 오희옥 지사 뮤지컬 장면을 담은 공연 영상과 더불어 정성껏 쓴 학생들의 손편지를 받고 감동했습니다. 이들 자료는 앞으로 용인지역에 들어설 <월호 오희옥 지사 기념관>에 기증하여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기자에게 했다. 놀랍게도 오희옥 지사깨서 세상을 뜨신 이후, 학예회 바로 전날, 월남전에 참전하셨던 선호승 선생의 장인인 조성동 어르신께서도 별세하셨는데 이 두 분 모두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제2충혼당 616실에 안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오희옥 지사는 616실 023호이고, 조성동 어르신은 616실 356호이다.) 오희옥 지사는 독립유공자로, 조성동 어르신은 국가유공자로 두 분 모두 대한민국의 수호 전사(戰士)로 뛰었다는 점에 대해 기자 역시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명복을 빌었다. 아울러 학생들의 나라사랑정신이 가득한 손편지를 읽으며 선열들께도 장하고 뿌듯한 마음이 전해지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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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매조지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철이, 온이 겨울로 가득차는 온겨울달, 12월의 첫날입니다. 오늘 거리에는 딸랑거리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랑의 온도를 높이기 비롯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살림을 꾸리는 국회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별이 들려옵니다. 해끝 바람빛(풍경)이 나눔과 다툼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온겨울달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입니다. 이렇게 값진 때에 흐지부지한 끝맺음 대신, 야무지고 단단한 마무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매조지하다'입니다. '매조지다'라는 말, 소리 내어 읽어보면 참 단단하고 찰진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마무리하다'라는 말보다 훨씬 더 야무진 느낌을 주지요. 이 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매다+조지다'라고 할 수 있는데 끈이나 매듭을 묶는다는 뜻의 '매다'와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도록 단단히 맞추어서 박다는 뜻을 가진 '조지다'가 더해진 말이지 싶습니다. 그저 일을 끝내는 게 아니라, 풀리지 않도록 꽉 묶어서 빈틈없이 끝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까요?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 거칠지만 참마음이 담긴 삶의 몸씨(태도)를 보여줄 때 자주 쓰였습니다. 김주영 님의 소설 <객주>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지붕 이을 이엉도 엮으며 저희 딴엔 끼닛값을 하느라고 시늉껏 했습니다만 처소의 동무님들과는 일 매조지는 솜씨가 비견될 바 아니었지요." '매조지'라는 이름씨꼴로도 쓰는데 조정래 님의 소설 <아리랑>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자네가 나서서 매조지를 하게. 내사 주먹이라도 쥐고 덤빌 것 같으이까." 어수선한 됨새(상황)을 누군가가 나서서 제대로 갈무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매조지'라는 낱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흐물흐물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뒤탈이 없도록 깨끗하게 매듭짓는 몸씨(태도)가 이 말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멋진 말을 나날살이에서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먼저 오늘 아침에 기별종이(신문)에서 본 안타까운 이야기부터 토박이말로 다듬어 보고 싶습니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는 딱딱한 말 대신, "국회가 나라 살림을 가지고 다투지 말고 슬기롭게 매조져 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서로를 탓하는 날 선 다툼보다, 일을 제대로 끝내라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더 잘 이어질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마주이야기에서도 이 말을 써보세요. 한 해를 보내며 지쳐 있는 동무에게 "끝까지 힘내"라는 흔한 말보다는 이렇게 건네는 겁니다. "올 한 해 참으로 애 많이 썼어요.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멋지게 매조져 봅시다." 또, 눈 내리는 바람빛이나 12월의 달력을 찍어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에 올릴 때도 좋습니다. "벌써 온겨울달, 12월이네요. 헐거워진 마음의 끈을 다시 묶으며 올 한 해를 아름답게 매조지고 싶습니다."라고 적어보세요. 읽는 이들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비롯(시작)만큼이나 값진 것이 끝맺음입니다. 옷의 단추를 채우듯, 신발 끈을 묶듯, 지난 열 한 달을 차분히 돌아보고 갈무리해야 할 때입니다. 12월의 첫날, 여러분은 어떤 매듭을 짓고 싶으신가요? 흐지부지 흘려보내기보다, 야무진 손끝으로 삶의 매듭을 짓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도린곁](http://www.koya-culture.com/data/cache/public/photos/20251148/art_17644571431909_38ff88_90x60_c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