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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누구’와 ‘아무’

<우리말은 서럽다> 15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명예교수]  누구아무는 요즘 거의 가려 쓸 수 없는 낱말처럼 되었다. 국어사전들을 들추어 보아도 두 낱말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알기 어렵다. 오히려 두 낱말은 서로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만을 헷갈리는 풀이들로 확인시켜 줄 뿐이다. 

1) 우리말큰사전, 한글학회, 어문각, 1992
· 누구 : 알지 못할 의문의 사람. 또는 이름을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
· 아무 : 누구라고 지정하지 아니하고 막연히 가리키는 사람. 

2)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원, 사회과학출판사, 1992
· 누구 : 어느 사람인지 모를 때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말. 알기는 알아도 그 이름을 꼭 짚어 낼 필요가 없는 사람이나 확실히 알지 못하고 어렴풋이 아는 사람을 들띄워 놓고 가리키는 말.
· 아무 : 누구라고 꼭 찍어서 이르지 않고 들띄워 놓고 가리키는 말. 

3)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연구원, 두산동아, 1999
· 누구 :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 특정한 사람이 아닌 막연한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 가리키는 대상을 굳이 밝혀서 말하지 않을 때 쓰는 인칭 대명사.
· 아무 : 어떤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르는 인칭 대명사. 
 

 

   
▲ "누구"와 "아무"는 분명히 다른 말이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두 낱말이 모두 사람을 가리키는(인칭) 대이름씨(대명사)라는 점, 가리키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는 점, 어떤 사람을 꼭 찍어서 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그리고 토씨 와 함께 써서 그렇지 못하다’[부정]라는 풀이말에 흔히 어울리고, 토씨 또는 라도와 함께 써서 그러하다’[긍정]라는 풀이말에 어울리는 데서도 두 낱말은 서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누구아무는 서로 아주 다른 낱말이다.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뜻에서 누구아무는 서로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처음부터 한 사람을 찍어서 뜻하지만, ‘아무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인 동아리를 바탕으로 해 놓고 거기서 한 사람을 뜻한다. 말을 바꾸면 누구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한 사람을 뽑아 놓고 쓰는 말이고, ‘아무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을 뭉뚱그려 놓은 채로 쓰는 말이다. 다음과 같은 보기에서 그런 가늠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보면 이걸 알 수 있을까?
     아무에게 물어보면 이걸 알 수 있을까?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안에 누구도 안 계십니까? 

에서 누구는 반듯하게 쓰여서 시원하지만, ‘아무는 어설프게 쓰여서 말이 되지 않는다. 말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이걸 알 수 있는 사람을 하나로 뽑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는 알맞지만 아무는 맞지 않는 것이다. 거꾸로 에서 아무는 반듯하게 쓰여서 시원하지만, ‘누구는 어설프게 쓰여서 껄끄럽다. 말하는 사람이 마음속에 안에 계시는 사람을 하나로 뽑지 않고 여럿으로 뭉뚱그려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안에 누구도 안 계십니까?” 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때에는 말하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어떤 사람 하나를 뽑아 놓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말을 틀리게 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