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문둥이 고하기를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패랭이 눌러쓰고 웃음인지 울음인지 자줏빛 흔데자국* 이리 씰룩 저리 씰룩 날라리 장고는 울고 춤사위 시작된다 노방초 모진 목숨 고향이라 찾아드니, 돌팔매에 몽둥이찜질, 나물 삶은 물 퍼붓는 인심도 서러워라. 조석지변(朝夕之變)하고 조변석개(朝變夕改)한 인간사야 매양 그렇지만, 옥수골 내천이며 무량산 구름은 어이 외면하고 떠나는가. 내 일찍이 강산 두루미로 떠돌고 돌았지만 희다 검다 모의하고 도모한 적 없었는데, 세상은 저들끼리 어르고 달래며 희희낙락이다. 청산엔 봄꽃들 지천인데 내겐 아직 잔설만 남아 있다. 몽그라진 손으로는 코 풀기도 어려워라. 손가락 떨어진 곳에 파리는 왜 앉느냐. 찔레야 무성한 들찔레야 똥파리 좀 쫓아다오 * 흔데자국: 검은색의 문둥병 흔적 <해설> “날라리 장고는 울고 / 춤사위 시작된다.” 자줏빛 흔데자국(문둥병 흔적)만 봐도 고통은 알만하다. 웃음 같기도 하고, 울음 같기도 한 이지러진 탈바가지 덮어쓰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노방초처럼 살아온 떠꺼머리총각은 고향에 와서도 찬밥 신세다. 그도 그럴 것이, 하라는 농사는 안 하고 고작 배웠다는 것이, 문둥이 흉내나 내는 춤꾼이 되어 귀향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