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오려고 하시는 그런 분이시었단다. 엄마의 손은 약손이어서 이마에 닿으면 머리가 안 아프고 배를 살살 문지르면 금시 아프지도 않아 엄마의 사랑엔 병들도 달아나는가 보구나! 어릴 때부터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 나는 시름시름 자꾸 앓다보니 7살이었는데도 바람에 날려갈 가냘픈 체질이었고 얼굴은 백지장 같은 애였다는구나! 하여 엄마는 근심 가득하여 내손을 잡고 마을에서 좀 떨어진 소문난 의사 리장춘 한의를 찾아갔단다. 여기저기를 검사하던 의사는 약을 좀 많이 써야 애를 춰 세우겠다는 것이더란다. 돈 한 푼 없는 엄마는 가슴속을 지지누르는 천근 돌에 아픈 가슴을 끌어안고 약 한 첩도 못 사고 내손을 잡고 조용히 의사집 사립문을 나섰단다. 엄마는 나보고 “엄만 꼭 너를 살릴 거야……”. 나는 얼떨떨해 엄마만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란다. 이튿날 엄마는 삼촌네 손수레를 빌어 나를 앉히고 마을의 다른 분들과 함께 산 두개를 넘어 “말무덤장대”라는 산에 갔었단다. 내 기억 속에 그 산은 도처에 나리꽃, 도라지꽃, 방울꽃, 소불꽃…… 이름 모를 꽃들이 곱게도 피어 있더구나! 공기도 시원하구 기분도 좋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생각하는 정치를 펴는 세종을 따라 지난 몇 회 세종의 생각과 실천 사이의 관계를 보았다. 그 주요 이념은 무엇일까. 큰 틀에서는 즉위교서에 나타난 첫 말씀 곧 ‘시인발정(施仁發政)’으로 백성에게 어진 정치를 베푸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세종실록》 즉위년 8월 1일) 세종의 ‘시인발정(施仁發政)’ 세종의 ‘시인발정(施仁發政)’은 맹자의 ‘발정시인’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세종은 맹자를 보았을 것이고 이를 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의 ‘발정시인’은 BC 300년 무렵의 정치 체제 미완의 시대에 먼저 바른 정치를 앞세우는 일이고, 세종의 ‘시인발정’은 ‘사랑[仁]의 실천’으로서 힘을 갖는 일이다. 맹자의 ‘말’과 세종의 ‘일’[실천] 사이에는 시대적, 상황적 차원의 변화가 있다. 이렇게 보면 맹자와 세종은 별개의 것이 된다. 세종의 판단은 세종의 사유와 시정 철학의 결과라 할 것이다. ‘시인발정’의 구체적 사상은 다음과 같다. 가)하늘을 공경하고 : 경천(敬天) 나)백성을 사랑하며: 애민(愛民) 다)충성이 천자에 이르고: 충성(忠誠) 라)효하고 공경함이 신명에 통하여: 효제(孝悌) 마)예(禮)가 일어나고 악(樂)이 갖추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8-맞모금 오늘은4281해(1948년)만든‘셈본3-1’의44쪽, 4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4쪽 첫째 줄에‘맞모금’이 나옵니다.이 말은 요즘 배움책에서는‘대각선’이라고 하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하지만 둘째 줄과 셋째 줄에 이어서 하고 있는“이 그림과 같이,모와 모 사이에 그은 금을“맞모금”이라고 한다.“는 풀이를 보면 바로 뜻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요즘 배움책에서도1학년에는‘세모’, ‘네모’라는 말을 쓴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그렇기 때문에‘모’라는 말은 누구나 알기 쉬운 말입니다.그리고 우리가 절을 할 때 두 사람이 함께 같이 하는 절을‘맞절’이라고 하는 것을 안 다면 마주하고 있는 모는‘맞모’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금’도‘긋다’라는 움직씨에서 나온 이름씨로‘접거나 긋거나 한 자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그렇기 때문에 마주하고 있는 모와 모 사이에 그은 것은‘맞모금’이라고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말모이 사전에도‘맞모금’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풀이를 해 놓았는데 왜 요즘 배움책에서는‘대각선’이라는 말을 쓰는지 알 수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평소처럼 아침 3시에 잠이 깨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잠이 줄어들더니 요즘에는 하루에 4~5시간만 자도 충분하다. 밤 11시에 잠이 들면 아침 3시 또는 4시면 어김없이 잠이 깬다. 예전에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때 내가 아침에 아무리 일찍 일어나더라도 할아버지는 항상 깨어나 계셨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늘상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 나도 이제는 손자가 4명이나 있는 할아버지가 되었고, 잠이 줄어든 것이다. 호텔에서 공항까지는 5분만 걸으면 되었기 때문에 아침 6시 30분 비행기를 타기까지에는 여유 시간이 많았다. 손말틀(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이것저것 검색해 보았다. 검색하다가 나중에 방문기 쓸 때에 필요하겠다고 생각되는 자료를 발견하면 인터넷 주소를 복사한 후에 카톡을 이용하여 저장해 두었다. 연필과 수첩을 꺼내어 기록할 필요가 없이 그냥 손말틀에 기록하면 된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손말틀로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많아졌다. 나의 현재 위치를 구글 지도로 알아보면 도로망 외에도 근처에 있는 음식점, 호텔, 커피점, 관광명소, 술집, 공원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입방아/(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입방아 [뜻] 어떤 일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일 [보기월]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사람들의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힘든 일인가 봅니다. 밝날(일요일)늦게 잠자리에 든 것 치고는 어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은 가벼웠습니다.하지만 자다가 잠을 아주 깼다가 다시 잠이 드는 바람에 일찍 일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가볍게 아침을 챙겨 먹은 뒤 씻고 나오니 여느 날보다는 좀 일찍 배곳(학교)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지난 닷날(금요일)들말마을배곳을 여는 날 알음알이 잔치에 자리하느라 미리 챙겨 놓지 못한 오늘 할 일(일과)을 챙겨보니 일이 많았습니다. 배곳(바깥)분들의 도움을 받아 남다른 겪배움(체험학습)을 하는 배해(학년)이 셋이나 되었습니다.진주문화연구소에서 마련한‘불쑥 깨치는 토박이 예술 유산’겪배움도 있었고,토박이말날을 앞두고 우리 배곳에서 마련한‘토박이말 놀배움’도 있었습니다. 둘 다 아이들이 엄청 즐거워하는 것 같아 좋았는데 때새(시간)가짧은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둘 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겪으며 놀듯이 배우다 보니 아이들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입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입매하다 [뜻] 먹거리를 가든하게 조금만 먹어 배고픔을 잊다 [보기월]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입매할거리도 넉넉하게 갖춰 놓았더군요. 지난 닷날(금요일)은 토박이말바라기에서 잊을 수 없는 기쁜 일이 있는 날이었습니다.진주시와 진주시교육지원청이 함께하는 진주행복교육지구에서 도움을 주어 만든 스물한 개‘마을학교’가운데 하나인‘들말마을배곳’을 여는 날이었습니다. ‘들말마을배곳’은 신진초등학교,평거동행정복지센터,진주시어린이전문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에서 꾸려 가는 마을학교입니다.여느 마을학교와 달리 놀자,배우자,즐기자 라는 말을 앞세우고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놀 듯이 배우는 놀배움터랍니다. 제가 일을 마치고 잔치가 열리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에 갔을 때는 벌써 여러 날 앞부터 마음을 써 주신 마을배곳 갈침이(마을 교사)다섯 분과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모람 여러분들이 먼저 오셔서 챙기고 계셨습니다. 자리를 빛내 주러 오신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님,서은애 진주시의회 의원님,신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홍미순 교감 선생님을 모시고 들말마을배곳 갈침이와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되새김] 무지개달(4월)한 이레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더 힘이 들었습니다.잠은 깼는데 몸은 일어나기 싫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코도 더 막히고 머리가 아팠습니다.고뿔 때문에 그런 것인지 다른 까닭이 있는지 궁금할 만큼 말입니다. 여느 날보다 좀 늦게 배곳(학교)에 갔더니 수레를 댈 곳이 없었습니다.새로 오신 분들이 다들 일찍 오셔서 그런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수레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느껴지는 바람이 서늘했습니다.슬픈 일도 없는데 흐르는 눈물을 손끝으로 닦으며 얼른 배곳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제 밤에 글을 다 쓰지 못하고 잠이 드는 바람에 배곳 할 일(학교 일과)를 챙겨 놓고 서둘러 글을 썼습니다.있었던 일을 생각해 적는 것도 마음이 바빠서 그런지 얼른 안 되더라구요.첫째 쉬는 때새(시간)에 마무리를 해서 겨우 올릴 수 있었습니다.일을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네 때새(시간)아이들 배움을 돕고 나니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날마다 조금만 먹어야지 속다짐을 하고 밥을 받아오는데 먹고 나면 배가 부릅니다.맛있게 먹은 밥이 제 몸을 움직이는 데 쓰고 남는 게 없도록 더 줄여 봐야겠습니다. 뒤낮(오후)에는 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낮 1시 20분에 출발한 비행기에는 승객이 꽉 차지는 않았다. 좌석을 둘러보니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아마도 인도와 우리나라와는 아직은 교역이 활발하지 않은가 보다.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아직은 많지 않은 것 같고. 비행기는 8시간을 서쪽으로 날아가 인도의 서울 델리공항에 저녁 무렵에 도착했다. 한국과 델리와 시차는 3시간 30분. 도착하니 현지 시간으로는 저녁 6시 무렵이다. 해는 지고 있었고 사방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짐을 따로 부치지 않았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도착비자를 신청하였다. 작년 10월 이전에는 인도 비자를 받으려면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하여 신청하고 수수료가 20만 원 이상이나 들었다. 그런데 인도와 비자 협정이 개정되어 이제는 인도의 공항에 도착한 뒤에 도착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비자신청서 양식을 내려 받아 미리 작성하여 왔기 때문에 비자수수료 2,000루피(한화로는 35,000원 정도)를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비자를 받고서 입국장으로 나오다가 환전소를 발견하고 달러 200불을 인도 루피로 바꾸었다. 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입찬말/(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입찬말 [뜻] 제 있는 자리와 할 수 있는 힘을 믿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말함.또는 그런 말 [보기월] 제가입찬말을 잘 하지 않는데 들말마을배곳은 앞으로 잘 될 거라 믿습니다. 고뿔에 걸리면 나을 때까지 걸리는 때새(시간)는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저도 그와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목에서 비롯한 것이 머리까지 가서 저를 힘들게 합니다. 지난 이레(주)에 토박이말바라기 꼭지를 하면서 알려드렸던 말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이야기를 했습니다.잊지 않고 떠올려 주시는 말도 있었지만 안 쓰다 보니 떠올릴 수 없는 말도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은‘꽃샘추위’였습니다‘꽃샘추위’는‘이른 봄,꽃이 필 무렵의 추위’를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요즘 우리들 삶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알지 못해 쓰지 못하는‘꽃보라’와‘꽃비’이야기를 하고 같은 이름으로 된 노래를 함께 들었습니다. 뒤낮(오후)에 일부러 걸음을 해 주신 제이에이치알소프트 정종헌 대표님과 토박이말 놀배움감 만드는 일을 가지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7-군밤 불잉걸 불동이 날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1해(1948년)만든‘셈본3-1’의40쪽, 4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30쪽에 일곱째 줄에‘군밤’이 나옵니다.이 말은 요즘도 많이 쓰는 말이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말의 짜임도‘군+밤’이고‘군’은‘구운’이 줄어서 된 말이라는 것도 아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이 말을 보시고‘군고구마’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말을 보면서‘불잉걸’이라는 토박이말이 떠올랐습니다.저는 어릴 때 아궁이에 불을 때고 불잉걸 밑에 묻어 밤을 구워 먹곤 했습니다.때를 못 맞춰 새까맣게 타서 숯처럼 되어 버린 적도 있지요. ‘불잉걸’은‘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를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잉걸불’이라고도 하며‘줄여‘잉걸’이라고도 합니다.우리 아이들도 이런 말이 나올 때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말이 되도록 어른들이 챙겨주면 좋겠습니다. 41쪽 첫째 줄에는‘화로’가 나옵니다.말모이 사전에는‘숯불을 담아 놓는 그릇’이라고 풀이를 하고 옆에 한자‘불 화’와‘화로 로’를 나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