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집”이란 가족의 보금자리이고, “집”이란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행복의 요람일 것이다. “집”이란 엄마한테선 남편이고 우리에겐 “집”이란 곧 부모이지, 아버지 없는 우리집은 집 기둥이 뭉텅 끊어진 집이어서 쓸쓸한 기운이 꽉 차 있었다한다. 아버지가 온 집안의 병을 혼자 걷어 가지고 저 멀리 하늘나라로 떠나간 며칠 뒤였단다. 8살짜리 큰오빠가 깍재(갈퀴)로 검불을 끌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허약한 엄마는 연 며칠 울다보니 더욱 수척하여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더란다. 그런데 돌도 채 안 되는 어린 내가 먹구살겠다고 허둥지둥 기어가서 엄마 가슴만 허비더란다. 엄마가 밀치면 또 후둘후둘 기어가선 젖무덤에 매달려 울더라는구나! 엄마는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어린 것은 울어대고…… 엄마는 기가 막혀 죽그릇을 들고 온 시동생보고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앨 한족집에라두 주기요.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시동생은 억이 막혀 말도 못하였다는구나! 그 뒤 며칠은 시동생만 오면 “애를 데려 가자는 집 없소?”하고 엄마가 자꾸 물었단다.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단다. 아침부터 가을바람에 검은 구름이 막 밀려오고 당장 큰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2-수수깡 지다 베다 건너지르다 깍두기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1해(1948년)만든‘셈본3-1’의22쪽, 2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2쪽 둘째 줄에‘수수깡’이 나옵니다.이 말은 요즘 배움책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긴 합니다.하지만 이 말을 보며 우리가 군것질을 할 때 먹는‘○○깡’의‘깡’과‘수수깡’의‘깡’이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모이에서‘수수깡’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1)수수의 줄기.≒수숫대. 2)수수나 옥수수 줄기의 껍질을 벗긴 심. 우리가 배움책에서 보는 것은2)의 뜻이란 것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이것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고 담뱃대의‘설대’를‘설깡’이라고 하는 고장이 있는 것을 보면 예부터 푸나무의 줄기를‘깡’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그래서 여러 가지 다른 감(재료)로 만들었지만 생김새가‘깡’처럼 생겨서 만든 감(재료)이름을 넣어‘○○깡’이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네모 진,종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이 말은 요즘 맞춤법에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이짐/(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이짐 [뜻] 생각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지켜서 우김≒고집,떼,이퉁 [보기월] 힘이 있거나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을 만나면이짐을 써서라도 토박이말 살리기부터 하자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봄맞이 나들이를 다녀오느라 수레(차)를 오래 몰아서 그런지 어제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힘이 들었습니다.일이 없으면 한나절 쉬면 좋겠다 싶었지만 고양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었습니다. 혼자 먹으면 좀 심심하긴 하지만 밥과 건건이를 한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어 좋긴 합니다.그래도 옆에 누가 있으면 밥맛이 더 있기는 합니다.밥 조금,달걀 하나,그리고 콩나물국 조금으로 아침을 때웠습니다. 배곳(학교)에 가면 어김없이 늘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두 가지 일을 해 놓고 나니 낮밥(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맛있는 낮밥을 사 주셔서 고맙게 잘 먹고 서둘러 맞봄꼲기(면접고사)를 보러 갔습니다. 마을배곳 바람종이(마을학교 바람종이)를 낸 사람들을 모아 놓고 앞생각(계획)을 듣는 자리였습니다.마침 그곳이 셈갈겪배움터(수학체험센터)였는데 차려 놓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이지렁/(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이지렁 [뜻]능청맞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체하는 꼴(천연스런 태도) [보기월]하지만 제 아무리이지렁을 부려도 찍힌 움직그림(동영상)을 보고는 아니라고 하지 못 할 테니까요. 지난 닷날(금요일)은 앞낮(오전)에 배곳(학교)에서 마련하는 닦음(연수)도 하나 있고 쓰레기 가려 버리기(분리수거)도 해야 해서 아침부터 마음이 쓰였습니다.해야 할 일이 몰리면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바빠져서 저도 모르게 빨리 움직이게 됩니다. 마을배곳(학교)바람종이(신청서)마무리를 해야 해서 더 바쁘게 다녔습니다.어쩔 수 없이 닦음(연수)에는 자리를 함께하지 못 하고 쓰레기 가려 버리기는 같이했습니다.여러 사람이 해 놓은 것을 모아 보니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것들도 있어 일을 하시는 분께 좀 부끄러웠습니다. 뒤낮(오후)에는 가르침길 되짜기(교육과정 재구성)열매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다 갖춰지지 않아서 뒤로 미루었습니다.바쁜 가운데서도 서로 머리를 맞대어 마련해 놓은 게 있으니 좀 더 고치고 채운다면 즐거운 배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엿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이태원에 지어진 제당은 무속적 신령을 모시고 있는 부군당이다. 이는 서울 곳곳에 있는 다른 부군당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마을 신당이다. 이러한 부군당에서의 ‘부군’이라는 의미는 한민족이 이 땅에 삶을 영위하면서부터 구축해온 신앙의 모체로써 ‘빛’을 뜻하는 영적을 말한다. 따라서 한민족은 고대사회에서부터 빛을 통해 사상과 인생관을 설정하였고 이를 모체로 하여 신앙체제를 구축하였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세적 길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풍요로움을 실천키 위함이다. 그런데 부군당의 ‘부군’이 한자어 府君, 府根, 府群, 付根, 富降, 符君 등 다양하게 표기되어 왔다. 이들 중,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것이 ‘府君’이다.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때인 1937년 서울 무가를 조사한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ㆍ아키바 다카시(秋葉 隆)이 펴낸 《조선 무속(朝鮮巫俗)의 연구》에서 ‘부군말명(府君萬明)’이라는 용어가 쓰여지면서 부터이다. 알다시피, 무가는 순전히 구전으로 전승되어져 왔다. 이것을 활자화하는 것은 학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무속현장의 용어들이 식자들에 의해 채록되어지면서 활자화되어 온 것이다. 그러면서 ‘부군’의 한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 들봄달(2월)세 이레 어제는 참고을 진주 고장 배움감 쓰기 닦음(지역화 교재 활용 연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둘러 갔더니 좋은 책을 선물로 주어 참 반가웠습니다.우리 고장에서 자랑하는 진주성과 아랑곳한 책이어서 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배움감을 함께 만든 분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제가 만든 배움감을 다시 보니 제 손길이 닿은 것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열매로 다듬어진 곳들을 보며 그 때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책을 한 쪽씩 넘기며 제 생각과 손길이 닿은 곳들을 짚어 가면서 어떻게 이런 낱말이나 월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동무도 만나고 옛날에 같은 배곳(학교)에서 일을 했던 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맛있는 낮밥을 함께 먹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못 가고 일 때문에 먼저 와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앞낮(오전)에 밖에 일을 보러 가는 바람에 못 올린 토박이말 맛보기 글을 뒤낮(오후)에 배곳에 가자마자 올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이지러지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이지러지다 [뜻] 1)(몬의 한 귀퉁이가)떨어져 없어지거나 찌그러지다. [보기월] 달걀 굽는 냄새가 나서 보니이지러진구이판이 아닌 새 구이판으로 달걀을 굽고 있었습니다. 어제는4342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굳은모두모임(정기총회)이 있었습니다.스물다섯 분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셨고 스물다섯 분이 맡겨(위임)주셔서 모두 쉰 분이 오신 셈이었습니다. 자리를 해 주신 스물다섯 분 한 분 한 분이 다 반갑고 고마운 분들이셨습니다.무엇보다 토박이말 교육을 진주교육지원청 특색교육으로 만들고 많은 도움을 주셨던 유병주 교육장님과 김광수 재정과장님께서 자리해 주셔서 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으뜸빛 님의 선물(복권)을 받고 다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배곳 안에 계신 분들과 배곳 밖에 계신 분들이 골고루 모인 것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지난해 한 일들을 돌아보며 참 많은 분들의 도움 아래 참 많은 일들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리고 올해 새롭게 할 일들을 말씀드리며 많은 도움을 바란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저녁밥을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아버지네집은 8칸짜리 큰 초가집이었는데 뽀얀 흙으로 집벽과 가마목(부뚜막)을 곱게곱게 매질하여 아주 깨끗해 보이더란다. 집에는 재산이란 없지만 억대우(덩치가 매우 크고 힘이 센 소) 같은 삼형제가 부모님들을 모시고 소작농생활을 하면서 화목하게 살아가는 화기로운 대가정이더란다. 아침에 엄마가 정주 칸(부엌)에 나타나니 다섯 살짜리 녀자애가 쭁그르 달려와 엄마품에 매달리며 “엄만 어데 갔다 인제야 왔니?” 하면서 까만 눈에 맑은 빛이 흘러넘치고 엄마 뒤만 졸졸 따라 다니더란다. 엄마는 부끄러웠으나 어린 것이 불쌍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여 처음엔 동생처럼 돌보던 것이 점점 착한 엄마로 되었다는구나! 시집간 지 며칠 안 된 어느 하루 엄마는 시어머님과 함께 정주 칸에서 삼을 삶고 있는데 난데없이 웃방에서 글소리가 들려오더란다 엄마는 그 글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더란다. 하여 저도 몰래 살금살금 다가앉아 문틈으로 훔쳐보았는데 저도 몰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시어머님을 쳐다보았단다. 글쎄 새서방님이 흰 두루마기에 팔각모자를 쓰고 올방자(책상다리) 틀고 앉아 위엄스레 서당훈장질하고 있더란다. 엄마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몰라 멍해 있는데 시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71-자루 묶음 나무토막 달걀 꾸러미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1해(1948년)만든‘셈본3-1’의16쪽, 1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3쪽 첫째 줄에‘자루’와‘묶음’이 나옵니다. ‘자루’는 쓰개(필기구)를 셀 때 쓰는 하나치(단위)이고‘묶음’은 묶어 놓은 덩이를 세는 하나치(단위)라는 것을 잘 알고 쓰는 말입니다.그런데 요즘에는‘자루’말고‘개’를 쓰는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되고‘묶음’말고‘팩(pack)’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게 참일(사실)입니다. 넷째 줄과 다섯째 줄에 이어서‘네모 반듯한 나무토막’이 나옵니다. ‘네모 반듯한’이라는 말도 반갑고‘나무토막’이라는 말도 반갑습니다. ‘세모’, ‘네모’하는 말이 좋고‘반듯하다’도 좋으며‘정육면체 모양의 입체도형’이라고 하지 않아 더 좋습니다.그리고 요즘 배움책에서는‘쌓기나무’라는 토박이말을 잘 살린 말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려드립니다.이렇게 쉬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열넷째 줄과 열다섯째 줄에 이어서‘다섯에 똑같이 끊어서’라는 말이 나옵니다.요즘 배움책이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해설> “연변ㆍ5찰떡”은 자칫 연변의 교육열과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시편이지만 보다 많은 함의를 담고 있는 시편이다. 이 시에서 “머리 허연 어른”이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연작시 “연변”의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역마살이 낀 것처럼 떠돌아다니지만 말고 찰떡같이 진득이 붙어서 천년만년 살아보자는. 또한 민초들의 원초적인 생의 욕구에 대한 긍정으로 읽히기도 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려는. 다른 한편 “아무데나”, “아무데라도” 붙기만 하면 괜찮다는 생활태도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도 읽힌다. 시대와 인간의 아픔을 남 먼저 아파하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고 사랑의 방식이며 영원한 숙제라면 연작시 “연변”은 시인이 고향 연변에 바치는 또 하나의 사랑이며 완성된 숙제이다. 새로운 충전을 목적으로 한 시인의 “한국나들이”는 연변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이 작품도 그러한 결과물의 하나다. 시의 묘미는 여운에 있다. 좋은 시란 말은 끝났어도 여운이 남아있는 시다. 그렇다면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것을 제한된 언어로써 번역해내는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