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의 공부하고 생각하는 습관은 단지 600여 년 전의 일일까? 독서의 습관은 오늘날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여러 책을 한번 씩 읽는 방법이 있고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방법이 있다. 다독이냐 정독이냐 하는 방법이다. 이는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고 보아야 하겠다. 세종은 어느 편일까? 세종의 목적은 학습을 위해서는 알 때까지 거듭 읽어야하겠지만 윤리학에 가까운 경서(經書)는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뜻을 현실에 비치어 해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은 즉위 2달째에 접어들 즈음에 대군 시절의 스승 이수를 포함해 14명을 경연관으로 하여 10월 17일부터 경연을 시작한다. 교재는 제왕학이라 일컫는 《대학연의(大學衍義)》였다. 그리고 새해 1월 들어 말한다. 읽기는 다 읽었으나, 또 읽고 싶다 임금이 말하기를, “읽기는 다 읽었으나, 또 읽고 싶다.”고 하니, 동지경연(同知經筵) 이지강이 아뢰기를, “읽고 또 읽는 것이 성의(誠意)의 공부를 다 하는 것이옵니다.” 하였다.(《세종실록》1년 3월 6일) 읽기를 마친 뒤 ‘또 읽고 싶다’고 하자, 신하는 그것이 ‘성의의 공부를 다 하는 것’이라고 호응한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0-셈본,해,달,날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2해(1949년)만든‘셈본5-1’의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책의 겉쪽에 있는‘셈본’이란 말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셈본’뒤에는‘산수’라고 했고 요즘은‘수학’이라는 말을 쓰니 말모이(사전)에서도‘초등학교 교과인 산수의 이전 말’로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우리말의 짜임새를 다룬 것을‘말본’이라고 한 것과 비슷하게 셈을 다룬다고‘셈본’이라고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움책 이름이 이런 것처럼 알맹이도 요즘 배움책과 다른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나이’를 배우는 배움마당(단원)인데 해를 세는 잣대가 오늘과 다릅니다.보시다시피‘단군 기원’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흔히 말하는‘서기’가 아닌‘단기’를 쓰고 있습니다.올해가 서기2018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단기로4351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생일’을 이야기하며 어느 달 어느 날이냐?고 묻고 있습니다.요즘 배움책에는 몇 월 몇 일이냐?고 물었을 것입니다.열한째 줄에“나서부터 오늘까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바른 말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요즘 애들은 인터넷의 나쁜 영향을 받았는지 비속어가 아주 가관이다. 그리고 일부 위쳇동아리에서 곱게 말해도 돌아오는 건 “벌칙”이다. 시대에 따라 속담도 달라진다고 했던가?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험하다.”라고 하는 말도 있단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내가 편하면 되지 남의 심정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다는 거다. 자기가 스트레스 받아서 상관없는 사람한테 화풀이하면 당한 사람은 무슨 죄인가? 애들이 순진하지 못한 비속어를 입에다 달고 다니니 참 한심하다. 우리 조카도 어디서 한어비속어를 배웠는지 툭하면 비속어를 쓴다. 나로서 들어주기엔 단어가 너무 거북하다. 애들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거라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면 더 할 건데 어떻게 말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물론 나도 고칠 것이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조카애랑 동생에게 존댓말과 바른말을 배우게 도와줘야겠다. 조카한테도, 동생한테도 존댓말과 바른말을 써봐야지. 어떤 반응이 나오고 어떤 효과가 생길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봤더니 정말 효과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두덩/(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두덩 [뜻] 단단한 몬(문건)이 무너져 떨어지며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보기월] 그 많은 책들이우두덩떨어졌으면 아랫집이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밝날(일요일) 낮까지 할 일을 제쳐두고 쉬다가 밤이 되고 난 뒤부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셈틀 앞에 앉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날이 바뀌고 난 뒤에 잠자리에 들지만 좀 뒤척이다 일어나면 아침에 몸이 개운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은 무슨 일인지 몸이 한결 가벼운 느낌에 잠도 일찍 깼습니다. 일어나려고 맞춰 놓은 때알이(시계)가 울기 앞에 눈이 떠진 까닭은 알 수 없었지만 여느 한날(월요일)과 달라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배곳으로 나가서 아침다모임(전교조회)에 다음 날 바깥에 일을 보러 나가서 못 하는 배움돕기까지 당겨서 하고 나니 하루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서로 돕자고 맡은 일이 자꾸 새끼를 쳐서 해서 내어 달라는 것들이 몇 가지 밀려서 하나씩 하나씩 챙겼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일감이 많아서 더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덜거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덜거지 [뜻] 허술하게나마 위를 가리게 되어 있는 것 [보기월] 네 기둥에우덜거지만 있었는데도 그늘 아래 한나절 일을 하기에 넉넉해 보였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저녁 빗방울 김수업 스승님 기림모임에 다녀왔습니다.한뉘 사시면서 우리말과 글을 나아지게 하셨기에 돌아가신 뒤에 나라에서 훈장을 준 것을 함께 기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여러 모임의 많은 사람들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그런 자리에서 제가 스승님께 드리는 글을 올리게 되어 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스승님께서 사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셨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셨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처음에는 조금 무겁고 조용한 느낌이었지만 뒤에 놀이패의 소리와 여러 가지 솜씨에 많이 밝고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제가 스승님께 드리는 글을 읽을 때 울컥할까 봐 마음이 쓰였는데 마지막에 스승님께서 옛날에 부르신 노래를 다시 본 뒤 큰아드님이 울컥하실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어떤 분들이 그 자리에 오시는지 모르고 갔었는데 한국차문화역사관 백로원 정헌식 원장님,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어제 밤은 초원에서 야영하였더니 기분이 좋았다. 모두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아침을 먹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번 답사에서는 이동식 화장실 텐트를 설치하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출발 전 미팅에서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운전사들에게 선두 차를 앞질러가지 말라고 하였다. 빨리 가다가 사막에서 헤어지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으므로 선두 차를 따라올 것을 강조하였다. 오늘 달려야 할 고비사막은 115km는 포장도로이고 285km는 비포장 구간으로 몽골의 진수인 고비사막을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이 길은 칭기즈칸의 서역 정벌 길로 동서 교류의 장이며 문화의 이동로이다. 바얀홍고르 시내를 벗어나니 바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멀리서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고비사막을 뚫고 먼지를 풀풀 날리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고비에 진입하기도 전에 질렸다. 바로 옆에는 도로포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4년 전에 왔을 때 알타이시 부근에만 포장이 되었는데 고비사막 연결도로가 수년 내로 포장이 완료될 것 같았다. 이 지역은 고비알타이 사막으로 여러 개의 저지대 호수가 있는데 우리 답사단은 그 가운데 제일 큰 버엉차강노르(Buun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 열달 닷 이레(10월5주) 아침에 잠이 깬 뒤에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잘 와 닿았습니다.저도 아침마다 느끼는 바니까요.어제는 바깥보다 안이 더 춥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두꺼운 옷을 입고 갔는데도 춥다는 느낌이 들어서 따숨바람을 살짝 틀기도 하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손을 빌릴 일이 있어서 한배움이(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제가 다닐 때랑 뭐가 얼마나 다를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물어 보았는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다만 저희 때는 그렇게 뭉쳐 몰려 다녔는데 요즘은 따로 노는 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이야기를 하니 서로 맞는 것도 있고 앞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일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엄청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짐스러운 기별을 받았습니다.창원교육청에서 다음 이레 열리는 학교장 모임 때 교장선생님들께‘토박이말 놀배움’이야기를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불러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말틀(전화)을 끊고 나니 슬슬 걱정이 되었습니다.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교장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수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습니다.다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이 ‘생각하는 임금’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세종은 ‘나는 모른다.’로 시작하여 학습에 충실하며, 사람이 새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이때 여러 신하들에게 토론을 유도하며 필요한 일을 적합한 사람에게 맡겨 그가 업적을 이루도록 독려한다. 그러나 확신이 서는 일에 대하여는 ‘독단위지(獨斷爲之, 홀로 판단하여 행한다)’의 확신을 가지고 처리했다. 세종은 학문이 깊지만 늘 모자라고,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하며 배움에 목말라 있다. 이처럼 철학은 애지(愛知, philosophy – 지식으 알아 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실 우리 생활은 지금까지 아는 것보다 알아야할 것이 더 많은 것이 아닌가. 세종은 말한다. “내가 깊은 궁중에 있으므로 민간의 일을 다 ‘알 수 없으니’[부득진지 - 不得盡知], 만일 이해관계가 백성에게 절실한 것이 있으면, 너희들이 마땅히 모두 아뢰라.[당실계지 - 當悉啓之]” 《세종실록(세종 3년 1월 3일)》 또 세종의 정치는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더욱이 임금이라는 위치에서 사회와 떨어져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모든 것을 물어서 아뢰라’ 고 말한다. 곧 “백성의 사정이 편안하고 편안하지 않는 점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긋하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긋하다 [뜻] 1)안으로 조금 우그러진 듯하다. [보기월] 자른 듯이 반듯하게 붙이고 싶었는데 우긋해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 ‘가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눈이 왔다는 기별과 함께 얼음이 얼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서리를 맞은 푸나무 잎들이 서둘러 잎을 떨구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다르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아직 서리가 내리지는 않았나 봅니다. 호박잎이 가장 여려서 서리를 맞으면 녹아내리는 것 같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아직 호박잎이 푸른빛을 잃지 않은 걸 보면 말입니다. 아침이나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좀 더 옷이 따뜻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낮에 움직일 때는 땀이 나기 때문에 옷을 맞춰 입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제도 몸을 움직일 일이 있을 거라고 좀 가볍게 입고 갔는데 가만히 서 있으니 추워서 몸을 움직이며 썰렁함을 쫓았습니다.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제 뒤낮(오후)은 더 바빴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챙기고 나서 가든하게 책처럼 묶을 일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0)-별똥별,별똥돌,살별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3해(1950년)만든‘과학공부4-2’의130, 13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30쪽 셋째 줄에‘별똥별’이 있습니다.요즘 배움책에는‘유성’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본 사람이 많지 않은 말입니다. ‘유성’은‘흐를 유’, ‘별 성’으로 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뜻만 가져 오면‘흐르는 별’이라는 뜻입니다.하지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별똥별’이라고 하셨는데 아마도 별이 똥을 누는 것으로 보신 것 같습니다.하늘을 날아가던 새가 누는 똥을 밑에 있던 사람이 맞기도 하는데 하늘에 있는 별이 똥을 누어 떨어지는 것으로 본 것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남다르다 싶습니다. 열셋째 줄에‘별똥돌’이 있습니다.앞서 본 별똥별이 타다 남은 것이 땅에 떨어진 것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운석’입니다.이 말도 한자를 풀면‘떨어질 운’, ‘돌 석’으로‘떨어진 돌’입니다.하지만 앞서‘흐르는 별’인‘유성’과‘떨어진 돌’ ‘운석’은 서로 잇기가 쉽지 않은 게 참일입니다.그래도‘별똥별’과‘별똥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