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힘쓰자,한해살이,여러해살이,나이테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4283해(1950년)만든‘과학공부4-2’의54, 5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4쪽 셋째 줄에‘배게’가 보입니다. ‘배다’가‘몬(물건)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는 뜻을 알면 바로 알 수 있는 말입니다.다섯째 줄에 있는‘힘쓰자’는 말도 반가운 말입니다. ‘노력하자’는 말을 더 자주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54쪽 열다섯째 줄에‘한해살이’와 그 다음 줄에 있는‘여러해살이’가 나옵니다. 55쪽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에 걸쳐‘나이테’도 있습니다.보시는 바와 같이 그 옆에 한자를 나란히 밝혀 써 놓아서 어떤 말이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그렇습니다. ‘일년생(一年生)’을‘한해살이’로‘다년생(多年生)’은‘여러해살이’로‘연륜(年輪)’을‘나이테’로 바꾼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배움책을 만들기 앞에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한해살이’, ‘여러해살이’, ‘나이테’와 같은 말을 삶 속에서 쓰셨습니다.그런데 그 말을 갈말(학술어)로 쓰지 않고 남이 뒤쳐 만들어 놓은 말을 갈말로 삼아 쓰는 우리입니다. 지난해부터 오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깊은 물속은 알아도 사람의 속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세상의 일뿐만 아니라 사람의 맘도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이다 선한 모습이 순간의 감정 변화로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바뀐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여 자리에서 물러났고 주변의 똑똑하다는 인물들도 줄줄이 법정에 서는 불행한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잘못을 모르는 뻔뻔한 얼굴과 잘못을 하고도 웃고 있는 징그럽고 한심한 인물은 권력을 방패로 한 추악한 뒷모습이다. 만약에 미친 사람이 칼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면 얼마나 썸뜩할까? 못 배운 것이 무식한 것이 아니라 앞뒤 분간 못하는 못난이가 돈을 가지고 또 권력을 잡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착각으로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남 탓만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더럽고 무서운 모습이다. 정말 똑똑하고 실력이 있다는 사람들이 사람 같지 않을 때 그를 앞세웠던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그를 무서워한다. 집안의 어른으로, 다정한 이웃으로 살던 우리들의 모습은 선한 모습이었지만 어느 한 순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모든 것을 무심히 던져 버릴 때에는 누구도 아닌 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시설궂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시설궂다 [뜻]매우 차분하지 못하고 수선을 잘 부려서 보기에 실없다. [보기월]저런 아이들은 열을 모아 놓아도시설궂다는 말은 안 듣겠다 싶었습니다. 낮부터 날씨가 많이 풀릴 거라는 알림을 듣고 나갔는데 아침 바람은 여전히 싸늘했습니다.윗옷을 열고 나섰다가 찬바람에 놀라 얼른 채웠습니다.윗도리를 조금 얇은 옷으로 입고 나왔더니 날씨가 아직은 이르다고 말을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일을 겨우 한 가지 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생겼습니다.그 가운데 하나를 하고 나니 낮밥을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바깥 날씨는 봄날처럼 포근했습니다.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바로 땀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함께 먹었는데 차분하고 얌전하게 먼저 먹고는 놀러 간다고 나가더군요.저런 아이들은 열을 모아 놓아도시설궂다는 말은 안 듣겠다 싶었습니다.아이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참 아이들을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설궂다'의 작은 말은'새살궂다', '새실궂다'이며 다음과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그들 세 자매는 모두시설궂어집안이 항상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여리꾼/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여리꾼 [뜻]가게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끌여들여 몬(물건)을 사게 하고 가게 임자로부터 삯을 받는 사람. [보기월]'여리꾼'을 알려주고'호객꾼'이니'삐끼'같은 말을 쓰지 않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이레부터 하루도 쉬지 않았는데 일은 끝이 없습니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배곳에 나갔는데 저 말고도 일을 하러 온 분들이 있었습니다.엿날(토요일)에는 사람들이 없을 때 해야 하는 가심(청소)을 하러 온 분들이 있어서 오히려 더 북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해 본 적 없는 일을 맡아 해 나가야 하는 것이 짐스럽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하며 배울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제 일이 아니고 배곳 일이니 다들 많이 도와 줄 거라 믿습니다. 날이 어두워질무렵까지 일을 하고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이레마다 열리는 골목저자(시장)는 거의 다 끝나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지짐이 먹고 싶어 갔더니 지짐감이 다 떨어졌다고 해서 발길을 돌려 나왔습니다. 다른 집을 찾아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여리꾼인지 가게 임자인지는 모르지만 손님을 끌려고 밖에 나와 있는 사
[우리문화신문=김리박 시조시인]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 해 설 > 이 시는 같이 먹는 밥 곧 공식(共食)을 노래하고 있다. 공식은 인류원형(原型)의 하나. 우리는 원시시대 먹거리를 둘러싸고 공식을 했다. 이것이 우리 인류 식사문화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 이것을 시인은 “밥은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먹는다.”고 설파한다. 이런 공식이야 말로 밥먹기의 정식(定式)이다. 그래서 “홀로 흰 벽을 마주하고 퍼먹으면 / 목구멍이 메어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혼자서 두 주먹 불끈 쥐”는 “저 쪽 동네 친구들”과 “서로 어깨를 다독이”는 “우리”는 보다 구체적으로 그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바로 이런 공식이 쌀 곧 밥이 막대인 기적을 창조한다. “고뿔도 내려앉거니니”, “모든게 풀린다”, “살이 되고 삶이 된다”, “한 술 한 술 뼈가 되고 힘이 된다”가 바로 그것이다. 바로 이 공식이 인간다운 우리의 삶인 것이다. 그럼 시 제목에서부터 반복적으로 나온 “밥상에 떨어진 / 밥알 한 알”은 왜 “슬픈가?” 그것은 한마디로 “밥알 한 알”의 상징, 곧 공식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우상렬, “석화 근작시 감상”에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4351_2-3 /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시나브로 한 뼘 넘게 자란 제사랑꽃(수선화)이 꽃을 피웠습니다.제가 어제가지 지내던 추운 방에서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옮겼더니 봄이 온 줄 알았나 봅니다.아직 밖에 있는 것들은 꽃을 피우려면 조금 남았는데 말입니다.어제 샛노란 꽃봉오리가 보여서 몇 날 뒤에나 필 줄 알았는데 하루가 멀게 느껴졌었던 게지요. 열흘 남짓 되어 길 거라 생각했던 봄말미는 생각보다 많이 짧습니다.새로 맡은 일과 아랑곳하여 해야 할 일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배곳에 와서 앉아 일을 할 겨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말입니다. 챙겨 놓은 것들을 간직하기도 어렵지만 버리는 것도 어려운데 깊이 생각하지 않고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일들을 보곤 합니다. 겨울에는 따뜻함,여름에는 시원함이 좋습니다.하지만 그게 없을 때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넉넉할 때가 좋은데 넉넉할 때 다 내다 버리고 나면 아쉬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토박이말도 맛보여 주는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크게 다르지 싶습니다.어김없이 돌아온 토박이말 되새김 날입니다.어떤 말이 잊히지 않고 또 어떤 말이 잊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시쁘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시쁘다 [뜻]마음에 차지 않아 시들하다 [보기월]그런 일을 맡게 되면 맡은 일이시쁘게느껴지기 쉽습니다. 요즘 배곳(학교)은 새배해(새학년)을 앞두고 노느매기를 하는 때입니다.저마다 조금씩 다른 게 없지 않지만 요맘 때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배곳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합니다. 맡기려고 하는 쪽과 맡지 않으려고 하는 쪽이 있다보니 그 끝에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가는 때도 있습니다.슬기를 모으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분도 있습니다.하지만 모두가 마음에 드는 일은 드문 게 참일입니다. 일이 무겁고 가벼운 게 있기 마련이고 똑같이 나누기 어렵다는 것을 다 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은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입니다.끝내 누군가 져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적어 내지만 그대로 되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서로 다른 바람을 고르는 일을 맡은 사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오래도록 암자에서 괴로운 생각에 묶였다가 가을바람에 시냇가 나앉다 맑은 노을 두어 쪽이 솔잎 섞여 씹히니 내 앞에 신선 길 있음 비로소 알겠다 늙음에 이미 온갖 병 깊이 얽매이니 때때로 지난날의 먼 나들이 생각나다 도반에 억지로 끌려 가을산 오르니 끝없는 흰구름 무릎 앞에 둘리네 이는 해봉대사(海峯大師,1707~1785)의 ‘을미년 가을 놀이’로 69살 때 지은 시다. 해봉대사의 글은 <호은집> 4권이 전하고 있는데 그는 머리말에 쓰길 ‘누구의 퇴고를 받는다든가 문인들의 수집도 바라지 않는다’ 고 했다. 그만큼 해봉대사의 글쓰기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요, 오로지 자신의 느낌을 붓가는 대로 걸림 없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시냇물 입가심, 정신도 맑고 잣잎따서 요기하니 기운이 평안하다 세상에 만족함 아는 것보다 더한 것 없으니 어찌 명예나 이욕으로 남은 해 마치랴 -‘무진년 9월 9일 대견사 옛터에 올라’ 4수 가운데 1수- 욕심 없는 해봉대사의 맑고 투명한 삶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홍류동 바위에 고운의 시가 천년 가야산 전각에 해봉의 진영이 한 폭 시와 진영 무엇이 오래이고 무엇이 짧은가 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