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1999년 가을, 나는 사이판에서 귀국한지 며칠 만에 아들애의 손을 잡고 시장구경에 나섰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서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처음 들린 과일매장에는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주런하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키며 아들애한테 물었다. “뭘 먹을 거야?” 먹을 걸 사주면 좋아할 줄 알았던 아들애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몇 번 권했지만 아들애는 여전히 싫다고 했다. “그럼 놀이감을 살까?” 나는 놀이감 매장 앞에 가서 아들애보고 마음대로 고르라고 했다. 이번에도 아들애는 한사코 싫다고 하면서 집으로 가자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럼 다른 데로 가볼까?” “아무것도 안 살 거야. 놀이감이랑 먹을 거랑 사구 돈을 다 써버리믄 엄마가 또 사이판에 갈까봐 싫어.” 순간 나는 목구멍에서 뜨거운 무엇이 욱- 올리 밀었다. 엄마 없는 세월이 얼마나 싫었으면 이럴까?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1995년도 다 저물어가던 11월18일, 나는 세 살 난 아들애를 남편한테 맡기고 로무일군들의 행렬에 끼워 사이판으로 떠나갔다. 태평양을 날아넘어 사이판에 도착했을 때는 세 번째 날인 21일 새벽이었다. 행장을 풀고 한 두어 시간 눈을 붙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옷,털옷에 목도리까지 겨울옷을 챙겨 입고 온 아이들이 많았습니다.아침마다 꼬박꼬박 잊지 않고 문을 열던 아이들이 문을 닫고 앉아 있습니다.저도 이제 아침에는 문을 열었다가 얼른 닫게 됩니다.좀 따뜻해졌다고 하는데 몸으로 느끼기는 어려우니 잘 모르겠습니다.긴 겨울을 나려면 마음부터 단단히 갖춰야겠습니다. 배곳 마당에 있는 나무들도 예쁜 꼬까잎을 자랑하고 있습니다.멀리 구경을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낮밥을 먹고 배곳 안에 있는 꼬까잎 구경을 저 혼자 했습니다.해바라기까지 하고 싶었는데 저를 가만히 두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못 했지요.마음껏 뛰며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니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저렇게 웃으며 땀을 흘려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더라구요.날마다 챙기는 토박이말처럼 몸도 챙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제까지 맛보신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입니다.이것도 자꾸 하니까 생각나는 말이 늘어난다는 듣기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많이 맛보는 것보다 하나라도 더 부려 쓰는 데 도움이 될 일을 찾아 할 생각입니다.여러분들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를 비손합니다. [토박이말 되새김]11-1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김수업)가 지난10월28일 진주교육지원청 안팎에서 두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이날 잔치는 토박이말과 이야기,노래,놀배움이 어울리는 말 그대로 어울림 한마당 잔치였다.10시부터 토박이말을 잘 살린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으로 잔치는 비롯되었다.아이들이 그동안 겪은 일들에 배우고 익힌 토박이말을 넣은 이야기를 들려줘 듣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이어진 토박이말 노래 잔치는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를 들려주었다.아이들 노래 가운데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른 노래 가운데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토박이말을 넣어 노랫말을 바꿔 부르고,한자어나 영어로 된 노랫말을 토박이말로 바꿔서 부르는 것을 들으며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사람들이 마음을 쓸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들을 모아 붙여 놓고 그 자리에서 바로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선물도 받아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잔치와 노래 잔치가 펼쳐지는 가운데 그 옆에서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숫국/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숫국 [뜻]숫보기로 있는 사람이나 진솔대로 있는 몬(물건) [보기월]꾸미고 나니 숫국으로 볼 때와 다르게 참 예뻤습니다.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이게 됩니다.누구에게나 같이 주어진 때새(시간)을 쓰니 그렇습니다.한창 일을 할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 이야기를 거의 날마다 듣거나 보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어제는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동아리 모임을 하였습니다.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자리를 빛내 주신 것에 고맙다는 말씀을 먼저 드렸습니다.그리고 쉼터를 꾸리느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놀배움을 해 보았습니다. 예쁜 빛알갓(전등갓)을 꾸미는 것이었는데 다들 저마다 다른 솜씨와 빛깔로 꾸미는 재미에 푹 빠지시더라구요.꾸미고 나니 숫국으로 볼 때와 다르게 참 예뻤습니다.하나하나 볼 때도 예뻤지만 한 자리에 모아 줄을 세워보니 더 예뻤습니다.손수 꾸민 것들을 손에 들고 나가시는 어머니들 얼굴도 다들 환하셔서 저도 기뻤습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엇구뜰하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엇구뜰하다 [뜻]변변찮은 국이나 찌개 따위의 맛이 조금 그럴듯하여(구수하여)먹을 만하다 [보기월]꿀물을 한 그릇 먹고 나니 엇구뜰한 국이 있었는데도 배가 불러서 못 먹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아침에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일어나자마자 따뜻한 꿀물을 한 그릇 마셨습니다.몸도 따뜻해지고 잠도 얼른 깨려고 말입니다.꿀물을 한 그릇 먹고 나니 엇구뜰한 국이 있었는데도 배가 불러서 못 먹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옷 챙겨 입는 것도 마음이 쓰입니다.가을옷을 꺼내 입은 지가 몇 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겨울옷을 입고 온 사람도 있더라구요.아이들도 많이 움직이는 아이들은 짧은 옷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춥다며 몸을 꽁꽁 싸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이런 날씨에 고뿔 걸리기 쉽기 때문에 옷을 잘 챙겨 입어야 합니다. 어제 밖에 일을 보러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수레를 탔는데 힘틀(엔진)이 움직이질 않는 것입니다.그 까닭을 찾아보니 그제 아침 짐을 옮겨 싣고 문을 꼭 닫지 않아 번개못(배터리)이 다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가슴으로 품어보라, 꺼져가는 생명도 꽃을 피울 것 경북교육 사랑, 임종식 선생 한가위 지나고 나니 벌써 11월, 한해의 끝자락에 왔다. 날씨가 차츰 더 추워지면 학생들의 수능이 곧 다가올 것이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맘을 초조하게 할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위기에 화해와 평화를 위한 지혜가 필요할 때다. 나라 안팎으로도 위중한 시기에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은 미래의 인재 양성과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공동체의식이다. 꺼져가는 생명도 사랑으로 품어주었더니 기적처럼 살아나고 죽어가던 풀뿌리도 지극한 보살핌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올린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그러하고 우리들의 삶이 그러하다. 희망이 없는 미래! 사랑이 없는 우리들의 삶은 의미가 없다. 우리의 미래, 나라의 미래는 청소년의 교육에 달렸다고 강조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도 뒤 떨어지지 않고 함께 꽃 피우는 즐겁고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가슴 따뜻한 선생님을 소개한다. 임 종 식* 나라의 미래는 건전한 인격수양에 있다며 40여 년간 경북교육의 사랑에 빠진 선생님! 선생님이라 하여 학생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을 이해해 주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맞춤 토박이말]30 -두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마치고- *헤살,시새움하다,터울거리다,미쁘다 지난28일 진주교육지원청에서 두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가 열렸습니다.좋은 일에는 헤살이 많이 든다고 했던가요?앞날 아침부터 어쩜 그렇게 그 말과 어울리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시새움한 것은 아닐 거라 믿지만 참으로 엄청 안타까운 일이긴 했습니다.잔치 마당 생김새가 어그러져서 잔치마당 길잡이 그림과 달라지는 바람에 손님들께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에서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키고 북돋우고자 터울거린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많은 분들이 기운이 나는 말씀도 많이 해 주시고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그렇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두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었고 또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참으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절을 올립니다. 네덜란드,서울,충주,상주,광주에서 몸소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신 분들도 계셨고 오시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시며 글로 목소리로 기쁨을 함께해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무엇보다 잔치에
[우리문화신문=김명호 시인] 만 남 만나지 않았다면 영원한 불가사의 악연은 교차하고 인연은 평행이라 새로운 만남에서는 적절하게 거리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숫보기/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숫보기 [뜻] 1)숫된 사람(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어수룩한 사람) [보기월]아침에 처음 봤을 때는 숫보기처럼 보였는데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아침부터 궂은 일이 있더니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아침에 있었던 일과 견줄 수도 없는 큰일이 뒤낮에도 있었거든요.두 돌 토박이말 한마당 잔치를 열 마당에 수레(차)를 세워 놓고 멀리 일을 보러 간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앞생각(계획)했던 곳에 마루(무대)를 세울 수가 없다는 겁니다.얼른 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단을 지어 달라고 했지만 배곳에서 하던 일이 끝이 나지 않아서 애를 태워야 했습니다. 서 있는 수레를 들어 옮길 수가 없기 때문에 마루를 다른 곳에 세우다 보니 놀배움 마당 자리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잔치가 열릴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아주 섭섭하고 언짢았습니다. 엿날(토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짐을 챙겨 옮기고 했지만 그리 매끄럽지 못했습니다.이바지(봉사)하러 온 배움이 들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와서 머리가 아팠습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여보’라는 낱말을 모르는 어른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라도 너덧 살만 되면 그것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부를 때에 쓰는 말인 줄을 안다. 국어사전들은 “아내와 남편 사이에 서로 부르는 말”이라는 풀이에 앞서 “허물없는 사이의 어른들이 서로를 부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여보’라는 말을 요즘에는 아내와 남편 사이에 서로 부르는 말로 많이 쓰지만, 지난날에는 ‘허물없는 사람끼리 서로 부를 적에 쓰는 말’로 더욱 많이 썼기 때문이다. ‘여보’는 본디 ‘여보십시오’, ‘여봅시오’, ‘여보시오(여보세요)’, ‘여보시게’, ‘여보게’, ‘여보아라’ 같은 낱말에서 ‘~십시오’, ‘~ㅂ시오’, ‘~시오’, ‘~세요’, ‘~시게’, ‘~게’, ‘~아라’와 같은 씨끝을 잘라 버린 낱말이다. 그런데 ‘여보’의 본딧말인 ‘여보십시오’, ‘여보아라’ 따위도 애초의 본딧말은 아니다. 애초의 본딧말은 ‘여기를 좀 보십시오.’나 ‘여기를 좀 보아라.’ 같은 하나의 월이었다. ‘여기를 좀 보십시오.’가 ‘여기를 보십시오.’로 줄어지고, 다시 ‘여기 보십시오.’로 줄어졌다가 마침내 ‘여보십시오.’로 줄어진 것이다. ‘눈을 돌려서 여기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