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코스모스 - 누나에게1 누구와의 약속이었기에 모두가 떠나는 계절 뒤끝에 오히려 긴목을 하고 피어있는 것인가 코스모스여 한줄기 들길은 가을하늘 아래로 아득히 사라지고 이젠 아무도 다시 찾아올 것 같지 않은 길섶에 조용한 웃음으로 그래도 피어있는 코스모스여 작은 꽃잎마다에 지난밤 별들의 눈물자국 같은 이슬방울의 흔적이 남아 길 잃은 나비 한 마리 불러 다리쉼 시키려는가 코스모스여 시절 앞에 피어남도 화사한 뽐냄도 다 그네들 여느 꽃의 제멋 한 생이 천년이런 듯한 주먹만 한 조약돌 곁에서 이 늦은 계절에 엷은 향기 얹어주는 코스모스여 어느 통속잡지 뒤표지에도 오른 적 없는 내 시골누이 같은 코스모스여 하나의 약속을 한 송이 꽃으로 피울 줄 아는 안쓰러움이여 < 해 설 > 석화 시를 이해하고 사귀자면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으니 그것이 곧 “누나”라는 낱말이다. 시인 석화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시적 대상물로서의 이 낱말은 시인이 꾀하고 있는 인생추구와 인간완성에 있어서 자못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시인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알아보는 데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5년 전, 아직 봄추위가 가시지 않은 5월의 어느 날, 그날도 나는 엄마를 모시고 목욕탕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때 엄마가 일흔 아홉이었지만 워낙 몸 관리를 잘한 덕에 퍽 젊어 보였다. 그날도 나는 엄마네 아파트 앞에 차를 대기시키고 엄마를 기다렸다. 이윽고 아파트에서 내려오신 엄마는 항상 앉던 앞좌석이 아니라 왠지 뒷좌석에 오르셨다. "엄마, 오늘은 왜 뒤에 앉으세요?" "응, 오늘은 여기가 편한 것 같다." 수다를 모르는 어머니인지라 더 묻지 않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한 마디 하셨다. "내일시간 되니?" "무슨 일이 있어요?" "래일 나와 함께 병원에 가볼래?" 엄마는 언제나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지 않고 늘 요점만 추려서 얘기를 했다. 그러기에 엄마의 얘기면 꼭 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래일의 스케줄을 고려할 사이도 없이 얼른 “예”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을 해놓고 보니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엄마 어디 아파?” "응 감이 안 좋다." "엄마 몹시 아픈 것 맞구나. 어디가 안 좋은 거요?” 내가 급히 다잡아 묻자 엄마는 감이 안 좋다는 얘기만 반복할 뿐 더 이상 입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바쁘게 지내다 보니 놓치는 게 하나씩 있습니다.적어 놓은 것을 보고도 일을 하다가 때를 못 맞추는 것도 있고 말그대로 까맣게 잊어 버린 것도 있습니다.어제 밤에 일을 챙기다 보니 보내 주기로 한 게 있었는데 안 주었다는 게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여러 날이 지났는데 얼마나 서운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얼른 보내 주어야겠다 싶어서 보낼 수를 찾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고 다른 일을 했습니다.워낙 바쁘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겪배움을 가는 날입니다.길은 좀 멀지만 배곳 안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기도 하고 몸소 겪으며 배우는 좋은 날입니다.무엇보다 맛있는 먹거리를 싸 들고 집과 배곳을 벗어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아침에 만난 아이들 얼굴에 한결같이 웃음꽃이 핀 걸 보니 제 마음도 밝아졌습니다. 어김없이 다가온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입니다.제가 맛보여 드린 토박이말을 다시 찾는 분들이 북적거리는 날이 얼른 오기를 비손하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토박이말 되새김]10-3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엄장/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엄장 [뜻]사람의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큰 덩치 [보기월]어른 못지 않은 엄장이지만 하는 걸 보면 틀림없는 아이다 싶었습니다. 엿배해(6학년)아이들이 겪배움(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라 여느 날보다 일찍 집에서 나갔습니다.비가 올 거라고 하더니 하늘은 잔뜩 흐렸고 그래서 그런지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그런데 짧은 옷을 입고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더위를 많이 타서 그렇다고 했지만 보는 제가 추웠습니다. ^^ 제가 갔을 때는 한 아이 말고는 다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꼭 늦게 오는 아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일이 생기는 걸 봅니다.지난해에도 그랬으니까요.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늦잠을 자서 그랬다는 아이가 온 뒤에야 떠날 수가 있었습니다.어른 못지 않은 엄장이지만 하는 걸 보면 틀림없는 아이다 싶었습니다.^^ 배곳 일을 마치고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일을 챙기러 나갔습니다.진주교육지원청 앞에 마루(무대)를 만드는 일과 밀알영농조합법인과 울력다짐을 하는 일이었습니다.마루를 멋지게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까지 맡아서 해 주시겠다고 하
[우리문화신문=김수업 명예교수] 느낌과 생각과 뜻이라는 마음의 속살들은 몸에서 말미암지만, 마음 안에는 몸에서 말미암지 않는 속살이 있다. ‘얼’이 바로 그것이다. 얼은 몸에서 말미암지 않으므로, 사람은 스스로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얼’이라는 낱말이 있다는 것은, 우리 겨레가 그것의 있음을 알고 살아왔다는 말이다. 몸으로는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과 마음으로는 그것이 있는 줄을 알았다는 말은 서로 어긋난다. 그러나 이런 어긋남이야말로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신비가 아닌가 싶다. ‘얼’이라는 낱말의 쓰임새를 살피면 그것이 마음의 참된 속살이라는 것을 알 만하다. ‘얼간이’, ‘얼뜨기’, ‘얼빙이’, ‘얼빠졌다’ 이런 낱말의 쓰임새가 바로 ‘얼’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얼간이’는 [얼+간+이]로 쪼갤 수 있는 낱말로, ‘얼이 가 버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이 어딘가 나들이를 가 버리거나 아예 제자리를 비워 두고 나가 버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뜨기’는 [얼+뜨+기]로 쪼갤 수 있는 낱말로, ‘얼이 하늘 높이 뜬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이 몸 바깥 허공으로 떠 버려서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빙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20-흰자질,삭임,신물,샘창자,핏줄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은4283해(1950년)만든‘과학공부4-2’의20, 2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 몸 안에 있는 밥통(위)과 아랑곳한 여러 가지 이름들이 나옵니다. 먼저28쪽 둘째 줄에‘흰자질’이 보입니다. ‘오늘날 우리는’단백질‘이라고 하기 때문에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입니다.그래도 달걀을 깨어 놓고’흰자‘, ’노른자‘라고 하는 것을 떠올리면 그리 낯선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 아래 보면‘빨아들여서~’, ‘빨려든다’와 같은 말이 보입니다.이 말은 요즘 배움책에서는‘흡수해서~’, ‘흡수한다’와 같이 썼을 것입니다.그래서 오늘 우리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래‘설탕기’이라는 말도 보입니다.바로 옆에 나란히‘당분’이라고 써 놓았기 때문에 두 낱말이 같은 뜻이라는 것을 알 수는 있습니다.하지만 오늘날 말모이(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그때‘당분’을 갈음할 말로‘설탕기’라는 말을 썼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이렇게 조금이라도 쉬운 말을 쓰려고 애를 썼다는 걸 느끼게 해 줍니다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지난주 금요일에 한글학회가 주관한 한글날 기념 전국 국어학 학술대회에 다녀왔습니다.저는 농촌진흥청에서 벌이는 알기쉬운 농업용어 알리기를 소개하며 행정기관 언어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발표뒤 이어진 토론에서 행정기관에서 깨끗한 언어를 쓸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첫번째는 어려운 낱말을 쉽고 깨끗한 우리말로 바꿀 때, 행정 서비스 공급자인 공무원의 입장보다는 그 말을 실제 쓸 국민 편에서 낱말을 바꿔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행정문서를 만들때 어려운 낱말의 사용 비율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쉽고 깨끗한 우리말로 문서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번째는 공직사회에는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기에, 우리나라 중앙부처가 매년 받는 정부업무평가에 어려운 문서를 많이 만드는 두서는 점수를 깎거나 쉽고 깨끗한 글을 많이 쓰는 부서는 점수를 더 주는 지표를 만들어서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제가 제안한 두 번째 내용과 비슷한 것을 이미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안했었네요. 서울경제에 난 “초등학교에 날아온 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손편지’…어떤 내용이?”라는 기사에 다음과 같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숫되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숫되다 [뜻]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어수룩하다. [보기월]뛰어나게 잘 만들었다기보다 좀 숫된 듯했지만 그 어떤 것보다 멋있어 보였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 흐린데 바람까지 부니 많이 서늘했습니다.긴옷을 입고 나갔지만 옷이 얇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습니다.아침 다모임을 할 때 빗방울까지 떨어져서 더 추웠지요.두꺼운 옷을 입고 온 아이들을 보니 이제 더위 이야기를 할 일은 없을 것 같고 겨울이 머지 않았다 싶었습니다.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앞두고 갖출 것들을 하나씩 챙기고 있습니다.여러분들께서 도움을 주시지만 그래도 챙겨야 할 게 많기는 많습니다.곳곳에 펼침막이 걸렸고 널알림(광고)도 하고 있습니다.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한마당 잔치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똑들말틀(스마트폰)을 보다가 엄청 반갑고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여러 가지 동아리 가운데 푸름이(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그곳에서 저희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알거리도 주고받는 곳입니다.그곳에 류가령이라는 아
[우리문화신문=김연갑 아리랑학교 교장]1963년 안웅권(安雄權)은 “전세계적 강국이 시발되기를 위하여 모순된 애국가부터 개창(改唱)하려 국가(國歌) 제정과 애국가를 개작(改作)····”했다며 자신의 작사 국가와 애국가를 담은 청원서를 국가재건최고회의에 발송했다. 1963년 6월 1일자로 국가재건최고회의 대통령권한 대행 박정희 의장에게 「국가제정 및 애국가선개작공개건의서」를 보냈다. 이 건의서의 핵심은 1955~56년에 문교부가 애국가 작사자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했지만 “안모(安某)와 윤모(尹某) 씨가 유력하다고 했으나 유시무종(有始無終)이어````” 자신이 새롭게 작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경일 등에서 자신이 작사한 국가를 선창(先唱)하고 만세3창 직후 역시 자신이 작사한 애국가를 부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웅권의 현 애국가에 대한 비판과 개작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애국가(愛國歌)가 아니라 슬픈 국가 애국가(哀國歌)이다. 둘째 누가 시문작사(詩文作詞)했는지 모르는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 셋째 가사가 비국적(悲國的)이다. 넷째 1961년 들어 여러 개작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섯째 5.16군사혁명 과업 완성과 새 공화국의 번창을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어제 우연한 기회에 다큐 공감을 봤습니다. 한원주 의사 선생님 이야기로 그걸 보면서 무척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92살이시고 지금도 병원에서 일하시며 주말이면 대중교통을 6번이나 갈아타면서 3시간 가까이 걸려 집에 다니십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봉사활동을 하시고 새로운 지식도 배우십니다. 무엇보다 제가 놀란 것은 깨끗하고 조쌀한 얼굴이었습니다. 곱게 연세가 들었다는 것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셨습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건강 잘 지키셔서 꾸준히 봉사활동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말에 '끼끗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생기가 있고 깨끗하다."는 그림씨(형용사)입니다. 비슷한 뜻으로 '조쌀하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늙었어도 얼굴이 깨끗하고 맵시 있다."는 그림씨입니다. 그냥 '깨끗하다'라는 낱말과는 '조쌀하다'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한원주 선생님 방송을 보면서 봉사, 책임, 윤리 등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